- 6 추측2021년 02월 09일 22시 14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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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위염이군요."
신도 측에 소개를 부탁했던 흰 수염을 한 의사의 말을 듣고, 카론은 딱히 놀라는 일도 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면서,
"그렇겠, 군."
하고 납득했다.
쓰여지지 않는 객실에는, 마주 보는 의사와 카론 밖에 없다.
백의의 의사가, 관계없는 자들이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진찰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키메라들이 결사반대한 끝에, 이 방에서 나누어지는 대화를 듣지 않고 들어도 입 밖에 내놓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방과 동화되어 있다.
치료에 중요한 건 솔직하게 증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카론도 그리 생각하였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는 간이적인 개인 공간으로 취급하겠다고 결정하고 솔직하게 지금의 증상을 입에 담았다.
그 결과, 생각대로의 병명이 나왔다.
"직업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이상 심해지면 위에 구멍이 뚫려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책임감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짊어지는 건 독이 됩니다. 뭐, 알고 계시겠지만."
"으음."
"입장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스스로의 고민을 터놓을 상대는 있으십니까?"
"........"
떠오르는 마물들과 최근 알게 된 인간들의 모습
하지만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만 했고, 마지막으로 가까스로 남은 것은 루슈카와 구치나시히메, 하자르의 모습이었다.
"......뭐."
하자르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 있고, 자신보다 경력도 긴 선배다.
하지만, 아직 신뢰를 구축한 사이가 아니어서 그다지 내키진 않는다.
구치나시히메는 친근한 대화 덕분에 진정되지만, 심한 폭주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말아서 섣불리 여러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루슈카가 남지만, 그녀와는 아직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남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긴장하게 되어버린다.
"사람에게 말하는 건 중요한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쌓여있는 부담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도수가 낮은 두꺼운 안경이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의사가 말한다면 그럴 거라 생각하고서, 카론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폐하, 잠깐 괜찮으시겠습니까?"
"......."
"고독한 왕이란 의외로 많은 법입니다. 의구심에 사로잡혀서, 마음을 허용할 자가 사라지게 되어, 마음을 쉴 수 있을 때가 사라져갑니다. 주변의 눈이 왕으로 있는 것을 요구하는 것에 응한다면 응할수록 자신을 죽이게 됩니다. 표현법은 나빴습니다만, 자주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그래서, 어떻습니까."
가만히 품평을 하는 듯 물어보아도, 카론은 어렵다는 표정을 만든 채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명확히 말로 내놓지는 못했다.
머리에 마지막까지 떠오른 건 루슈카의 미소였지만, 그녀가 상상의 범주를 넘는 회담을 벌인 걸 알게 된 탓에 더더욱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되어 버려서, 결국 상담할 자는 계속 오리무중인 채였다.
만일 속을 터놓았다가 폭주하고 만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인류멸망루트 직행인가?
어떻게든 해서 인간과의 공존이 나쁘지 않은 거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나 축복받은 나라와 비교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지란 어렵지 않을까?
동족의 온정으로 봐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더욱 불신감을 키워주는 게 아닐까?
생각할수록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말아서, 깔끔하게 일을 잊고 있을 때만 마음이 쉴 수 있는 몸이 되고 말았다.
"일을 생각하고 있군요?"
"뭐?"
"얼굴에 쓰여져 있습니다. 그것도 정말 확실하게."
"그런, 가......."
"뭐, 일단 약은 지어드리겠습니다. 치료라고는 말할 수 없는 도움 정도이겠지만요. 그래도 몇가지의 증상을 완화시켜 줄 것입니다. 하지만 병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도 하니, 완치될 때까지는 스스로 적당한 상대를 모색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커다란 검은 가방에서 꺼낸 병에는 적갈색의 분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작은 나무 숟가락으로 네 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 의사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아침 저녁으로 한 번, 끓인 물에 타서 마시는 게 좋습니다. 저도 일에는 자부심이 있으니 독을 섞는 짓은 안 하지만, 걱정되신다면 누군가에게 맛보게 나고 나서 써주십시오."
"알겠다. 힘들여 발걸음을 하게 하여 미안했구나."
".......아니요, 덤으로 이 나라를 보고 싶었으니 마침 좋았습니다. 신도는 개가 된 것인가 생각했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듯 하군요. 에이라님께서 자주 웃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기분이 듭니다."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라고 알면서도, 카론은 냉담하게 "그런가." 라고만 말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당신이 나타난 이후로, 이 대륙은 피폐함이 멈추었으니 말입니다."
고개를 숙이며, 의사는 방에서 나갔다.
".......누군가 호위를."
카론의 지시로, 방의 일부가 크게 꿈틀거리며 복도로 향했다.
그대로 조용해진 방의 안에서, 카론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자주 있는 일, 인가. 웬만한 배짱이 없으면 이 일은 못하겠구나."
오다 노부나가는 가신에게 배반당했었는데, 그 내심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거듭 쌓여가는 생명의 돌. 무너질 때, 분명 자신은 짓눌릴 것이다.
"........아니, 너희들이 있었지."
모습도 기척도 없지만, 확실히 여기에 있는 동료를 생각한다.
인간의 감성과는 다르기 때문에, 마물들은 태연히 쌓아올린 목숨을 여기저기에 흩뿌려나간다.
같이 짓밟고, 같이 쌓고, 같이 살아간다.
"좋아."
요 며칠 동안 많이 쉬었다며, 얼굴을 펴고 일어선 카론.
"돌아가도 상관없다."
방에 녹아들었던 키메라들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고, 평소보다 더욱 기민한 동작으로 물러났다.
여기서의 대화는 발설금지다.
그래서, 왕의 중얼거린 신뢰는 키메라들에게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었다.
"할드로기아, 몇 명을 호위로 붙여라."
"예, 아버님. 어디로 가시렵니까?"
"스콜라・아이언베일을 만나겠다."
"알겠습니다."
각국의 중요인물이 모여든 와중에 계속 쉴 수도 없다.
진입제한인 구역에서 아랫층으로 내려가자, 점점 병사의 수가 늘어났다.
무기를 든 [리저드 베르세르크] 가 3인1조로 통로의 경비를 서고 있는 걸 보면, 루슈카가 얼마나 이번 삼국방문에 힘을 쏟고 있는지 잘 알수 있는 광경이었다.
"수고한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지금 와서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카론은 병사의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뭔가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나?"
"아, 예! 각 계층의 경비에게서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인간들도 같은 층에서 서로의 방을 오가는 일은 있었지만, 소동이 일어난 기색은 없습니다!"
"흐음.....면식은 있어도 관계도가 변했으니, 다시 인사라도 해둘까."
"다만....."
"뭐지?"
"서쪽에서 온 용자가 있는 곳으로, 루슈카님께서....."
그건 곤란한 문제라며, 카론은 미간을 누르면서 이 이상의 말을 손으로 제지했다.
'아마,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스콜라는 어디까지나 카론에게만 여러 의미가 있는 상대였으며, 에스텔드 바로니아에게 있어 커다란 의미가 있는 건 이리셰나였을 터였다.
카론에게 보내는 충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루슈카의 행동의 의도도 물어보려고 생각하려던 참이다.
각오를 다진 카론은 선두에 나서서 그 방으로 향했다.
도주에, 알지 못하는 여성을 만나 다리를 세웠다.
마침 복도 저쪽에서 걸어오던 상대도, 카론을 보고 작게 인사하려다가, 놀람 때문에 경직되었다.
".......아아."
카론에게는 콘솔윈도우가 있다.
이름을 조사하는 건 쉬웠다.
"아루아・세레스타. '화관'의 용자인가."
형형색색의 꽃이 핀 하얀 드레스에다, 금목서색의 시뇽을 묶은 제비꽃과 백합의 꽃장식.
눈 밑의 점이 있는 온화한 얼굴의 그녀에게 당혹감이 떠올랐다고 느끼면서도, 카론은 관심이 없는 듯 행동했다.
"당신, 은......"
"인간이다. 이걸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만."
".....에스텔드 바로니아 국왕, 카론 폐하."
이름을 부른 후에 깨달은 아루아는, 성의 복도임에도 관여치 않고 드레스의 옷자락을 넓히며 차가운 미스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실례했습니다. 늦었지만 저, 아렌하이트 국 세레스타 가문의 며느리, '화관' 아루아・세레스타라고 합니다. 출가한 여식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아바마마인 알드윈・리페리를 대신하여 찾아왔습니다."
카론을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어딘가 동정심같은 감정이 보였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카론으로선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어딘가 미라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이런 형태로 부탁하는 건 실례라는 걸 알고 있지만, 괜찮으시다면 다시금 자리를 마련하여 마왕군의 침공을 막아주신데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리페리스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와중. 초대하려 해도 충분한 환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제와서 사과는 필요없다 귀국.....아니, 자네의 고향이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충분히 전해졌으니 말이다."
"......."
"그리고, 자네는 아렌하이트의 인간이지 않은가."
사실은.
멸망시켜버리고 싶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믿게 해주고 있으니 연명해주고 있는 것 뿐이었고, 이 이상 이 나라가 모욕당하는 것은 카론으로선 견디기 어려운 굴욕이었다.
그 분노를 다시 한번 품을 정도라면, 적당히 대접하면서 멀어지는 편이 양쪽을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카론은 미라 이외의 왕국의 인간에게는 마음을 닫겠다고 정해놓았다.
표정이 사라진 차갑고 어두운 얼굴은, 아무 힘도 없는 인간이라 해도 용자 한 명을 떨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고개숙인 아루아에게서 이 이상의 말은 없을 거라 판단한 카론은, 내려다보지도 않은 채 지나갔다.
"저, 저기!"
서둘러 돌아보며 말을 건 아루아에게, 키메라들이 반응하여 창을 들었다.
빽백한 살의 때문에 한층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아루아였지만, 곧장 평정심을 되찾고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그 후 상태는......."
"난 여기에 있다. 그게 답이다."
그리 대답하고서, 카론은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하아."
아루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걸어가면서, 카론은 지친 듯 한숨을 쉬었다.
좀 더 마음을 숨기고 온화하게 말할 셈이었는데, 그녀가 왕국의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감정이 얼어붙고 말았다.
위정자라면 더욱 잘해내야 한다. 이래선 루슈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 아무래도 감정의 제어가 안되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도 의사에게 보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생각을 하면서 걷자니, 어느 사이에 목적의 방 앞까지 도착하였다.
키메라 한 사람이 문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고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래도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역시 그럴 리 없다고 믿고는 있지만, 만일을 위해.
카론의 턱짓을 신호로 하여, 키메라가 문을 노크했다.
10초 정도 지나고 나서 천천히 문을 연 자는, 피로에 쩌든 이리셰나였다.
"카론님......."
카론의 모습을 보고 울 듯한 얼굴을 짓는 이리셰나.
아버지에게서 폭탄을 넘겨받고 만 그녀로서는, 어떤 일도 해결해주는ㅡㅡ이라고 믿고 있는 카론의 등장은 그야말로 최고의 구세주와 마찬가지였다.
"루슈카는 왔는가?"
이리셰나는 약간 끄덕이고서, 카론을 방 안으로 안내했다.
들어가서 몇초 만에 카론이 본 것은, 테이블을 사이로 두고 노려보는 스콜라와 루슈카의 모습이었다.
스콜라는 칠흑과 진홍의 드레스 차림으로 웃고 있었지만, 루슈카는 벌레씹은 얼굴로 떨고 있었다.
"카론님!"
얼굴도 보지 않고 소리를 친 루슈카에게 놀란 카론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 여자, 정말 싫은데요!"
탁 하고 손짓을 하는 루슈카.
"왜?"
"왜냐면....왜냐면 이 녀석, 카론님의 일로 이야기가 잘 맞는 걸요!"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화젯거리가 자신인 것은 좀 그렇지만, 과정을 모르는 카론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른채,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여고 천장을 보았다.
"위대하고 상냥하고 멋지고 귀여운 카론님을, 다른 녀석이 이해하는 건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그러니까, 그건 좋은 일이 아닌가?
"전 정말 즐거운 한때였사와요. 폐하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하시는 분이 제일 가까이 있다고 알게 되어서요."
"흥! 겨우 한 번 뿐인 만남으로 우리의 왕을 안 것처럼 굴지 마!"
"겨우 한 번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 일의 뭐가 이상하지요? 용감하면서도 비애에 찬 눈, 마음을 부수며 자신을 다스리는 늠름한 얼굴. 상처하나 없는 예쁜 손마디인데도, 많은 상처를 짊어지고 숨기는 모습....아아, 한번 본 것만으로 전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고, 본능이 외친 것이에요.'
"크으으으으........! 카론님은 우리들의 왕이다! 요즘은 잠깐 장난스러운 면을 보여주시게 되었는데, 이런 귀여운 모습을 외부의 인간 따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네, 상관없어요. 다만 그 이야기를 듣게 해주신다면, 전 폐하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기도록 할 것이니까요."
"으으으으! 뭔가요 이 녀석! 처음 보는 접근 방식이라 곤란한데요! 그것도 이야기가 통한다는 점이 정말, 정말!"
카론은 생각했다.
잘 돌아갈 것 같으니, 오지 않는 평이 좋았다.
이런 공개적인 수치를 당할 거라면, 하루 더 쉬는 편이 좋았다.
".......드물지 않아?"
"그렇네요. 루슈카님은, 정말 이 인간을 마음에 들어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요."
머리를 감싸며 흔드는 루슈카를 보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키메라의 대화를 들은 카론은, 확실히 그렇다며 마음 속으로 동의했다.
동료 중에서라면 이렇게까지 거칠어지는 일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바깥에서 온 인간의, 그것도 용자에 대해 보이는 건 의외였다.
설마 그 '냉혹' , '충의' 의 이형이 마음을 열게 되어버리는 상대가 있을 줄이야.
"아~....루슈카는, 스콜라가 성에 오는 일에 찬성하는가?"
"음 음 읏.......카론님의 충실한 종복으로서 여쭙는 것이라면, 아닙니다."
진지한 화제를 던져보니, 이제야 진정을 되찾은 루슈카는 재빨리 일어서면서 헛기침을 하고,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카론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 인간은 어딘가 다른 인간과 다른 듯 느끼지만, 역시 용자는 용자. 언제 우리들에게 그 칼날을 향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신이 만든 퇴마의 병기를 카론님의 가까이 두는 건 위험합니다."
"흐음."
"지는 일은 있을 리 없지만, 만의 하나를 생각치 않고 얕은 생각을 하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카론으로서도 같은 의견이었다.
유일하게 절대적인 안심을 하고 걸을 수 있는 성 안에, 마물을 토벌하는 사명을 가진 강력한 인간을 두는 것은, 역시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죄송하지만, 저의 목적은 오직 폐하 한 분. 소유자의 옆에 둘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전 단순한 한 자루의 검으로 있게 될지도, 모르겠사와요?"
하지만, 스콜라의 목적은 카론이었다.
성에서 벗어나서 마을에 살아가게 두면, 제국 최강이라 평가받는 그녀가 검을 휘둘러 백성에게 피해를 입혀도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던 카론을 향해, 루슈카는 말을 이어나갔다.
"용자를 저희 측에 들였다고 모두에게 알리는 건 좋은 일이겠지요. 그자가 제국 최강의 용자라고 한다면 외부에도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되며, 카론님께서 그리는 세계에 일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곳에 항상 감시의 인원을 할애하게 되겠지만, 그 부분은 제게 맡겨주신다면."
"......괜찮은가?"
"카론님의 생각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희들이 반대를 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론님의 몸에 해를 끼치는 일이 생긴다면 총력으로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강을 칭하는 용자 정도로 꿈쩍도 안한다는 걸 증명하기에도 괜찮아 보이니까요."
"어머, 그거 정말 무섭사와요."
말과는 반대로 키득키득 웃는 스콜라는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음 어딘가의 순응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이겼다고 하는 자신감에서 오는 건지.
'카론의 눈으로도', 그건 추측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용자에게 모두가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그럼, 이제부터 증명하도록 하라."
루슈카의 옆으로 이동한 카론은, 루슈카가 양보한 소파에 앉아서 손을 맞잡았다.
"약속을 지키지. 그러니 약속을 지켜라, 스콜라・아이언베일. 하인켄의 대신으로 말이다."
싱긋, 행복한 듯 스콜라는 웃었다.
"그럼, 말씀드릴게요. 제가 현재 깨닫고 있는 세계의 진리. 마왕에 의해......아니, 신에 의해 생성된 룰을."
용자가 세계에 알려진 것은, 마물을 통솔하는 자가 인류의 배제를 실행에 옮기고 나서부터다.
그것은 마왕이라 불리며, 세계의 절반을 빼앗은 재앙의 화신이기도 했다.
"그게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그렇게 불리는 존재가 있었다고, 오래된 문헌에 기록되어 있었어요. 용자가 나타나는 건 마왕이 알려지고 나서 십년 후, 디에르코르테의 언덕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요."
"아, 우리나라가 짓누른 모양이라는."
"루슈카."
"......죄송합니다."
"아뇨, 상관없어요. 전 딱히 아제라이교도가 아니니까요. 어쨌든, 용자는 그 때 처음으로 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용자와 인간의 큰 차이는, 그 몸에 특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면, 불은 뿜는 마물과 수인은 있지만, 그것은 몸의 구조에 의해 가능한 것 뿐으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을 뿜는 마술도 있지만, 마술식에 의해 마력으로 구성된 것이라서 이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불은 담은 검같은 무구도 마술에 의해 힘을 얻고 있다.
용자는, 그런 구조와 마술도 필요로 하지 않고, 그 몸에 깃든 힘에 의해 여러 사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미라・사이파였나요? 그 왕국의 기사가 좋은 예시가 되겠네요. 번개를 무에서 창조하는 일을 '인간' 이 할 수 있게 되어버렸지요. 그녀가 용자인 까닭이에요."
"그럼, 용자라면 마술같은 힘을 누구나 다룰 수 있다는 건가?"
"현대에는 순혈의 용자가 존재하지 않으니, 그냥 신체능력을 올리는 스킬.....이것도 엄밀히는 마술에 속하는 거지만, 그것 밖에 쓸 수 없는 자들이 태반일 거예요. 그럼에도 각성했다면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지만요."
"흐음.....스킬이 있어서 용자의 피를 이은 것이 아니었나. 그럼, 스콜라도."
"그건 비밀이에요 폐하. 즐거움은 남겨둬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하인켄과 나누었던 계약의 범위에서만. 좀 더 절 알고 싶으시다면, 침실에서 피부를 맞대면서, 정열의 막간의 화제로 삼으셔도......"
"그런가. 그럼, 그 용자의 근간에 대한 얘기를.....뭐지?"
"흐~음. 뭐 상관없지만요."
대화를 진행하는데도 기분 나빠한다.
그야, 아이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흘끗 본 루슈카의 얼굴이 한순간 꼴좋다는 식의 표정으로 보인 것은, 아마도 카론의 기분 탓일 것이다.
"하아...... 그럼, 그 용자말인데요.......아제라이가 부른 것이 아니에요."
어두운 눈으로 입에 담은 스콜라를 보고, 카론은 기억을 더듬어 연결되는 무언가를 찾고서, 발견한 후 목소리로 내었다.
"제국의 목적은, 여신 게르하의 소멸이라고 하인켄이 말했었는데......"
"그럼, 카론님께서 지금 생각하신 것이 정답이에요."
".......용자는, 남신 자하나가 소환했다?"
스콜라는 끄덕였을 뿐이었지만, 카론이 도달한 답은 상당한 충격이 되었다.
만일 여기에 에이라가 있었다면 졸도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용자의 존재는 세계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으며, 종교의 파워밸런스를 뒤흔들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마물을 여신 게르하가 만들어 냈다고 말했었지. 어느 쪽도 확증이 있는 건가?"
"전자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신화를 토대로 한 사상이지만, 후자는 저희 나라에서 잠든 '염제' 샤론・하롯이 남긴 말이에요. 아홉 기사 중 한 명이 스스로 말한 일이니, 신화보다도 신빙성이 있어요."
ㅡㅡ이것은, 태양과 달, 별의 대리전쟁이다.
이것이, 샤론・하롯이 말한 진실이라고 제국의 수뇌들 사이엔 퍼져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위대한 용자의 유언이라는 것 뿐이고, 그 진위는 역시 증명되지 않았네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러 아귀가 맞아 떨어져요."
"마왕에 대한 카운터로서, 용자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럼 용자와 마왕은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건가?"
"글쎄요, 거기까지는."
아래턱에 손을 댄 카론은 조용해졌다.
신의 존재증명 중에 우주론적 증명이란 것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모든 사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그것은 우주의 성립보다도 이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 최초의 원인을 만든 것이 신이라는 생각이다.
이 세계에선, 세계창생의 근간이 된 것은 아제라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며, 용자의 근간이 남신 자하나고, 마왕의 근간이 여신 게르하일 것이다.
그걸 입에 담은 것이 스콜라라는 것이 재미있지만, 확실히 그녀의 생각은 타당한 면이 있다.
'세 종교. 그 형태가 전부 하나의 신화에서 커다란 변경도 없이 분파되었다. 내 감각으로는 더욱 파생되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데.....'
무지하기 때문에 느낄 위화감인 것일까.
하지만 카론이 생각한 것은, 마술이나 용자나 마왕같은, 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금도 세계 안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게 신의 증명인가.
산잔사자라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결부되어, 더더욱 세계의 구조에 흥미가 깊어졌다.
"과연. 재미있군."
"그렇게 느껴주셨다면 다행인 것이와요. 그럼, 칭찬해주셨으니 하나 더."
카론의 관심을 끈 일이 기뻤는지, 기분이 좋아져서 하나의 폭탄을 떨구었다.
"디에르코르테의 언덕에 나타난 용자의 수, 사실은 아홉 명이 아니었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
사르탄의 거리에는 파리만 날렸다.
부인과 자식들은 툴툴대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지만, 점주인 리게스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한가하구만."
그것은 가게 뿐만이 아닌, 나라 전체가 한가한 것이다.
여태까지 사르탄이 융성했던 것은, 교역과는 다른 또 하나, 마물의 정벌이라는 고액의 보수가 지불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르탄은 콜드론 연봉과 인접해 있어서, 산의 마물이 가끔 내려와 나라에 피해를 내는 일이 많았다.
그 대책으로서, 사르탄은 모험가를 대대적으로 모집하여 정벌의 의뢰를 내는 것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낚인 외부 사람들에게 위험한 역할을 짊어지게 하였다.
그것은 나라의 안전에 연결되고, 돈이 돌고, 사람이 움직이는 좋은 대책이었다.......하지만.
"왜 마물이 안 나오는 건지 원."
어느 시기부터, 산에서 나타나는 마물의 수가 격감하기 시작해, 지금은 완전히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일이 없으면 당연히 사람은 줄어든다.
특히 모험가는 스릴과 이익을 추구하는 방랑자다. 재빨리 단념하고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는 것도 빠르다.
리게스는 소꿉친구의 주점에서 얼마 없는 용돈으로 산 싸구려 술을 찔끔찔끔 마시고 있었다.
한산한 주점에 손님의 수는 양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좀 더 교역이 흥하게 되라고 빌면서, 지갑의 안을 확인하고 뭘 부탁할지 생각하던 참에 사람이 방문하는 기척을 느꼈다.
가게 옆에 난 어울리지 않는 새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본 적이 없는 수인들이었다.
사자와 고양이, 코끼리와 올빼미.
고양이는 몰라도, 그 외에는 사르탄에서도 거의 본 일이 없는 종족이었다.
이 시기에 찾아왔다면, 모른 채로 온 것인가, 빈틈을 노린 것인가.
하지만 오랜 시간 갈고닦은 리게스의 관찰안은, 어느 쪽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묘하게 고가이면서 상처가 적은 장비를 한 사자인과, 그 자에 기대어 교태를 부리는 위험한 분위기의 고양이인. 중후한 갑옷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코끼리인에다, 시야에 넣지 않으면 놓쳐버릴 것 같은 기척의 올빼미인.
어제부터 마을에 왔었다고 소문으로 들었던, 수상한 녀석들이다.
'상관말자......저건 위험한 녀석이다.'
큰 걸음으로 걸어 제일 안쪽의 자리에 진을 친 무리에게서 시선을 돌렸지만, 대화는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귀를 기울였다.
"좋아~ 밥이야! 지르카니임, 이거 골라도 괜찮을까여?"
"하하핫, 마음대로 주문해도 돼. 오그노르도 주저하지 마."
"고맙다."
"그럼.....점원 씨~!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랑~"
며칠만의 제대로 된 식사에 달려드는 리코트와 대형 수인을 위한 강철 의자에 큰 소리를 내며 앉는 오노글.
주변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에, 포르파는 짜증이 났는지 깃털을 곤두세우며 딱딱한 부리를 다물고 있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듯 방긋 웃고 있는 지르카는, 그런 올빼미의 모습을 눈치채고 말했다.
"너무 눈에 띄게 움직였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알고 있다면 수정해야 하지 않겠소."
"괜찮다고 눈에 띄어도. 아바마마는 극비리라고 말했지만, 일부러 그럴 이유 따윈 없다니까."
"......카란드라와 아렌하이트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가만히 있을걸. 틀림없이 저쪽도 같은 짓을 할 테니 말이야. 추궁해 올지도 모르겠지만 깊게는 안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암묵적인 허락인 채 움직여야 한다고 포르파는 생각했지만, 지르카는 다른 모양이다.
아름다운 스트레이트의 갈기를 손으로 가지런히 하면서, 품평하는 듯한 시선을 주자 올빼미의 눈썹이 올라갔다.
"뭣이오."
"아니, 아바마마가 중용하는 '은천' 의 멤버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말야."
황금왕 그란그라드=자르바에게는 숨은 전력이라고 불리는 모험가 파티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인 '은천' 은 첩보에 특화되어 있어서, 주로 카라느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티다.
개개인의 전투능력도 다른 파티에 손색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포르파는 틀림없이 훨씬 격상의 실력자일 것이다.
하지만, 지르카가 겁먹을 일은 없다.
자신이 왕의 아들이여서가 아닌, 이 올빼미가 부친의 오랫동안 키워온 자이기 때문이다.
포르파에게 허락되는 행동은 감시와 경호이며, 그 이외의 일은 하지 않고 못한다. 이 올빼미는 그런 녀석이라고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도움이 안되는 대신 쓸데없는 짓도 안 한다.
"뭐, 포르파가 아바마마한테서 무슨 명령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방해만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방금처럼 말야, 응?"
"......그건 본인의 실수요. 다음은 없소."
"그런가."
"하지만, 경의 행동방침은 알려줬으면 좋겠소. 본인이 시중을 드는데에도 그건 알 필요가 있소. 그걸 토대로 움직이겠소."
"음~........이건 내 목적을 입에 담는 일이 될 텐데~"
일부러 그러는 듯 턱에 손을 대며 위를 보는 지르카.
역시, 포르파로선 이 제 2왕자가 왕이 될 거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란그라드의 뒤를 잇기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돈을 버는 것 밖에 못한다는 것도 왕족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회는 평등하게 주겠다고 자르바가 말했지만, 때로는 내버리는 것도 선택의 하나라고 포르파는 생각했다.
일족을 지키기 위해 올라설 남자가 되기엔, 어려운 것일까.
"오."
뭔가 놀란 듯한 소리를 낸 지르카의 시선을 폴케가 쫓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바밀리아에서도 드문 종류의 수인이었다.
넓고 큰 몸집에다, 카무히의 복장과 비슷한 옷차림의 너구리가, 카운터 한 켠의 어둠 속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늑대처럼 예리한 이목구비에는 용맹함이 떠올랐고, 단련된 팔에서는 강맹함이 엿보였다.
'좀 하겠군.'
상당한 수완가다.
본국에서도 꽤 볼 수 없는 맹자를 보고, 포르파는 경계심을 높였다.
지르카가 눈치챌 때까지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던 추태를 숨기려는 듯, 검에 손을 대고 부리를 살짝 울렸다.
그 진귀한 수인을 보고, 지르카는 주저함 없이 다가갔다.
"경!"
서둘러 말리려고 포르파가 일어섰다.
그냥 멋대로 움직이는 건 참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목숨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도 자신의 역할인 것이다.
지르카로선 그 수인에게 손발도 못 쓴다.
태평하게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와 코끼리에겐 눈길도 안 주고 서둘러 움직이는 올빼미.
도착한 지르카는, 멀뚱히 쳐다보는 너구리에게 웃어보였다.
원하던 것을 찾은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여어, 잠깐 괜찮을까."
반면, 너구리는 늑대같은 얼굴을 보이며 예리한 이를 드러냈다.
원하던 것이 낚여버렸다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는 듯한 음침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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