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재회2021년 02월 09일 08시 24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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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성에 카론 이외의 인간이 출입하는 일은 드물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수십 명의 딜아젤 사절단과, 같은 규모의 사르탄 상단 처럼 많은 수의 인간을 맞이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루슈카가 있는 제 16단의 메이드와 집사들은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하우를 구사하여 최대한의 환대를 하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예정에서는 성에 가까운 내곽의 숙박시설을 준비하여 마을의 시찰 등을 시킬 예정이었지만, 이런 큰 비 속에서는 백성의 움직임은 굼뜨고 행인도 적어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꺼려졌다.
무엇보다, 날씨의 상황과는 다르게 경호에 할애하는 병사를 정예 중에서 고르게 되어버리는 것이 비효율적이었다.
백성들이 절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어서, 시야가 나쁜 상황에 대응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병사가 필요했다.
그럴 정도라면, 한 곳에 모아서 성의 경비를 늘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루슈카로선 군사탑의 한 층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회견의 장에서 나눈 대화의 보고를 받은 카론이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며 왕성을 쓰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렇게 안내하게 되었다.
"방문한 건 두 번째지만, 이 성은 정말 훌륭허이. 외견도 매우 장엄한 백은의 탑이지만, 그 내장도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리고....."
이 방과 귀빈의 시중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다크엘프인 챔버메이드가 작은 테이블 위에 마련해 준 홍차를 마시면서, 창가의 의자에 편히 앉은 노령의 신관은 해골에 피부를 덧씌운 듯한 얼굴을 헤벌레하며, 나잇값도 못한 채 코 밑을 문지르면서 만족스레 중얼거렸다.
에이라와 비슷한 디자인인 하얀 미사복을 입은 다크엘프 메이드는 노인의 말을 들어도 옅은 웃음을 띄운 채 부드럽게 허리를 숙여보였지만, 약간 싸구려 느낌의 미사복을 입고 신관의 정면에 앉아있던 청년은 격한 동요를 나타냈다.
"신관장님! 이 분은 메이드를 겸임하고 있지만, 본직은 군인입니다. 너무 무례한 시선을 주는 건......"
"타이라님. 저는, 저희들은, 미모 때문에 메이드의 직무를 명받은 것이니, 흥미와 관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다크엘프 메이드는 유려한 동작으로 양손을 앞에 모으고 깊게 인사하였다.
"그러니, 만지지만 않으실 거라면 얼마든지 즐기셔도 상관없어요. 아이만 신관장님, 만일 왕께서 명하신다면 상대도 해드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은 그냥 그 눈으로 즐겨주세요."
다시 깊게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나선 다크엘프를 바라본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카론 폐하의 치세가 얼마나 나라에 침투했는지 잘 알만하구나. 나의 지식엔 없을 정도로 세련된 나라다. 자네도, 그걸 피부로 느끼고 온 거로구나."
스러질 정도로 메마고 야윈 몸에서 흘는 기백에, 신관을 자세를 바로하였다.
진지한 어조의 신관장 노레드・아이만에 대해,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파견된 적이 있던 신관 타이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몇 개월 정도였지만, 정말 많은 일을 배웠습니다."
타이라는, 이전에 리페리스의 기사단이 신도로 시찰을 올 때,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신성기사단을 위장하는 인원을 파병해 준 것과 같은 타이밍에 이곳으로 파견되었다.
그의 역할은 이 세계의 정보를 에스텔드 바로니아에게 제공하는 것이었으며, 성벽 근처의 숙소에 호위역의 마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군사탑 내의 알버트가 이끄는 제 3단의 층에서 여러가지 사실을 종이에 쓰는 작업에 매진했었다.
원로원이 사라진 후의 신도를 에이리와 오르페아와 같이 추스렀던 노레드는, 이 마물의 나라와 밀접하게 관련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실례를 무릅쓰고 조금 전 연기를 해보였지만.
"그녀에겐 미안한 짓을 했구먼. 아니,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신경쓰지는 않은 모양인가."
각종 다양한 마물을 다스리며 일대 국가를 건설한 인간의 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타이라는 어색한 동작으로 홍차를 한입 머금고, 뜻을 굳힌 후 노레드를 보았다.
"그럼,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그렇게 말하며 시작한 내용은, 타이라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보고 들은 일이다.
이 나라에서 사는 인간은 카론을 제외하면 타이라가 처음인 것이다.
군의 감시하에 놓여졌다고는 해도, 그의 경험은 이후 딜아젤과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관계를 어떻게 진전시킬까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먼저, 인간에 대한 편견.....이라기 보다도, 경계심은 매우 높습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는 인간의 세력과 항상 전쟁을 해온 역사가 있어서, 저희들 같은 약자에게조차 적대심을 보이는 마물이 있었습니다. 공격적인 행동을 일으킨 일은 보지 못했지만, 차별의식이 느껴지는 대응을 받았던 일은 많았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근처의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졌지만, 그럼에도 서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 강한 나라지만, 그 과정에서도 강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여러 역경을 뛰어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그 역경은 인간과의 사이에 생겨났을 것이고.
그리고,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간과 충돌을 한 것이다.
그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고, 노레드는 수긍하며 이야기를 독촉하였다.
"군 내부는 힘의 우세가 명확했기 때문에 경계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카론님의 의향에 따르고 있다, 는 인상입니다."
"그들의 충성을 보건대, 저쪽에서 손은 안 대지만 인간이 위해를 가하면 주저하지는 않겠구먼."
"수준 높은 문명이지만, 윤리관은 정말 극단적이고 동물적입니다. 유익한 친구이며 유해한 적. 그 밸런스를 왕이 제어하고 있다고 봅니다."
"걱정해야 할 건 다른 자들의 움직임인가. 리페리스 왕의 딸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론 아렌하이트의 자객인 아루아세레스타가 방문하였다지. 아마도 바밀리아도 움직이고 있을 거고."
오르페아에게서 들은 회견의 상황에서 보면, 레스티아 삼국의 상층부는 거의 순응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시가지의 감정과, 해외의 동향인가.
"다만."
고개를 숙였던 노레드의 얼굴이, 타이라의 말에 다시 올라갔다.
"다만, 저희들이 카론님과 같은 종족이라는 것은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여태까지의 쓰라린 경험이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받아들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평온한 시간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그런가. 이 나라에서 살아온 자네가 말하는 거라면 올바른 거겠구먼."
마물이라고 한 단어로 말해도, 그 종족은 천차만별이다.
외형, 성질, 지성도 다른 자가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사이에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고, 항상 칼날을 들이미는 나라도 있다.
서로 선입견을 얼마나 떨쳐내는지가 커다란 과제일 것이다.
마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도 여러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한쪽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서로가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자세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게 구해진 우리들이 성심성의껏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우리에 대한 카론 폐하의 인상은 나쁘지 않겠지. 에이라님의 변함없는 순수함은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주실 테니 실제론 그리 걱정하지 않았네. 있다고 한다면 카란드라의 일이겠지만....."
"아마 바밀리아와 아렌하이트를 염려한 거짓 순례겠지요."
"목적은 아루아・세레스타와 마찬가지로 정찰인가 그 이상인가. 마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도한 행위도 일삼는 녀석들이네. 이 나라를 알게 되면 즉흥적인 행동을 취할 터이니, 이쪽에서 제대로 고삐를 잡지 않으면 불안 그 자체가 되려나......도대체 카란드라는 누구를 보내올지 예상이 안되는 구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채 대응하는가다.
노레드와 타이라는 그 후에도 카란드라의 이야기를 계속하여, 어떻게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정보를 넘기는가, 어디까지의 사태를 자국에서 대응해야 할지를 면밀히 의논하였다.
두 사람의 대화의 열기가 식지 않는 중, 문이 노크도 없이 열렸다.
열중하고 있던 두 사람이 서로 맞춘 것처럼 방의 입구로 얼굴을 향하자, 그곳에는 거대한 거미의 몸이 틈새에서 보였다.
인간 크기의 문으로 들어오기엔 너무나도 컸고, 있어야 할 머리가 없는 대신 옷을 입은 무언가가 위에 타고 있는 것이 약간 보였다.
"안녕하세요 타이라. 그리고 상사인 신관장님. 슬슬 식사시간이니, 대회장으로 안내하러 왔어요."
하반신이 거미와 동화한 검은 숏헤어의 여자다.
"아르니시아 씨였습니까. 그럼."
"예. 방에서의 시중은 다크엘프인 자리스가 담당하지만, 두 분의 경호는 여전히 제가."
"그렇습니까."
"딜아젤 분들이 체류 중에는 타이라도 성에 상주하니까요. 뭐, 평소대로라고 생각하세요."
"타이라.....그녀, 는?"
마물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오랜 시간 동안 길러온 처세술로 얼버무린 노레드가 묻자, 타이라는 아르니시아에게 친근한 기색으로 다가갔다.
"이 분이 지금 제 호위에 임해주고 계신 아르니시아 씨입니다. 하루 종일 같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예, 동침까지는 하고 있지 않지만,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자, 잠깐 아르시니아 씨....."
"어머, 사실 아닌가요."
큰 거미의 하반신을 가진 미녀에게 놀림받자, 타이라는 부끄러워하지만 조금은 긍정하는 모습이었다.
선입견이, 무언가로 조종당하고 있는가 하며 의심했지만 노레드는 곧바로 떨쳐냈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하나가 여기에도 있다.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보는 노레드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일이라며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었다.
◆
신도에서 방문한 자들 중에, 국빈으로서 정중히 다뤄지는 자는 에이라와 노레드 두 명이다.
특히 에이라는 딜아젤의 교황이기 때문에 경비도 엄중하다.
에이라가 유괴당한 일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실수였다며 카론이 책임을 느끼고 있어서, 그녀의 경비에는 단장격을 한 명 붙여주기로 했다.
현재, 에이라와 오르페아에게 주어진 호화로운 방.
본래 이 방을 받은 그녀들은 마음대로 지내도 상관없을 터였지만, 어째선지 그녀들은 금세공을 한 아름답고 커다란 소파 위에서 무릎을 모으고, 정면에 앉은 이국의 공주를 당황스런 모습으로 보고 있었다.
"저기~......."
쭈뼛쭈뼛 에이라가 말을 걸자, 황색과 녹색의 선명한 옷차림의 여자도, 어찌된 일인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기.....사르탄 왕의 공주님, 맞지요?"
"예, 이리셰나・나트라크라고 해요. .....에이라 교황님, 맞지요?"
"예.....에이라・크란・아젤이에요......"
껄그러운 공기가 흐른다.
동석한 오르페아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시선을 방황시키고 있었고, 곤란했던 나머지 벽가에 서 있는 군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응~? 뭔데~?"
느긋한 목소리로, 하지만 어딘가 기분 나빠하는 기색으로, 쿠키를 먹으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우꼬리 고양이귀' 의 군단장 에레미야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오르페아에게 물었다.
"저기, 어째서 에레미야님은 여기에......?"
"내가 이 방의 경호를 담당하니까 그래~"
"예에."
"그래서, 소문이 자자한 용자를 보러 갔더니 이 아이가 곤란해하길래 데리고 왔지!"
"그렇, 군요?"
"뭐라 해야 할까~.....뭐라 말해야 좋을까나~......발정한 개가 없는 상대를 찾고 있다고나 할까.....본인 부재를 핑계로 제멋대로 하고 있다고나 할까....."
"아마도, 치정에 얽혔다는 말이 올바르지 않을까요. 에레미야님께는 감사하고 있어요. 그대로 저곳에 머무는 건, 저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저 수라장은 작은 세계대전이다. 이명을 가진 용자 두 사람이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듯한 패기를 내뿜고 있으니, 일반인이 동석해도 좋은 자리가 아닌 것이다.
만일 에레미야가 오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셰나의 위장은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이리셰나님, 당신과 같이 온 분은 도대체 누구신가요."
이야기의 흐름에서, 오르페아는 모두가 의문으로 생각하던 일을 물어보았다.
"사르탄에 귀족제가 없다고 한다면, 이름 있는 거상 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모습은 사르탄 출신으로 보이지 않네요."
"아, 그녀 말씀인가요. 본인은 입 밖에 내어도 상관없다고 전했으니 가르쳐드리겠지만....."
"그럼,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뉴엘제국의 공주. '천름' 의 용자. 그녀는, 스콜라・아이언베일이에요."
그 이름은 신도 딜아젤에서도 들은 기억이 있는 이름이었다.
제국 최강의 검. 살육의 영걸. 데몬슬레이어. 레이디・스칼렛.
뉴엘 제국이 마왕군과 대등하게 맞서는 것은 거대병기와 13귀족, 그리고 '천름' 에 의한 것이라고.
듣기만 했고 그 모습을 본 일은 없었지만, 저렇게 어리다고는 누구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아니아니,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제국 최강의 용자가, 어째서 당당히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그것도 제국과 적대하고 있는 사르탄과 함께? 어? 전쟁이 시작되었나요? 아니, 아니라면 책략?"
바깥 사정에 둔감한 오르페아였지만, 이것이 이상사태인 것은 바로 알았다.
그냥도 딜아젤은 마술의 나라에서 찾아오는 순례자 문제를 떠안고 있는데, 여기에 와서 제국까지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니, 어찌해야 좋은가.
머리를 싸매며 위통을 느끼며 웅크리는 오르페아였지만, 옆의 에이라는 계속 냉정했다.
"제국의 용자인가요. 그럼 미라사이파가 보기엔 물리쳐야 할 적이겠네요."
"에이라님, 그런 느긋한 말을 하실 때가 아니잖아요? 빨리 아이만님께도 보고를."
"괜찮아요 오르페아. 여긴 신도가 아닌걸요. 카론님께서 초대하셨다면, 그건 문제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리고......저희들은, 맡길 수 밖에 없는걸요."
그건 포기가 아닌, 헌신에 가깝다.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면, 마물의 왕이 버리는 일은 없다.
그래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을 뿐이라고 소녀는 말한다.
에이라의 말에, 오르페아는 각오한 것처럼 약한 소리를 집어삼켰다.
"확실히, 교황님의 말씀대로네요."
이리셰나도, 갈색 얼굴에 파묻힌 벌꿀색 눈동자를 강하게 빛냈다.
그녀도 에이라와 마찬가지로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구해진 몸이었으며, 맡기는 자였다.
권토중래라는 목적을 제쳐두고서도, 가족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마왕의 손에서 구해준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교황님. 전 딜아젤을 인간의 피부를 뒤집어 쓴 짐승이 신의 이름 아래에서 신을 우롱하는 열악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요. 지금의 딜아젤이라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보여요."
"그거 잘됐네요. 눈물을 머금고 짐승을 물리친 보람이 있었네요."
원래의 기센 면이 얼굴에 드러나는 이리셰나에게, 에이라는 흐르는 듯 부드러운 미소로, 정숙함과는 동떨어진 단어로 대답하였다.
양쪽 다 카론에게 목숨을 구원받았다.
거기에 있는 감정도 왠지 비슷하다.
"뭐, 뭐야? 방이 추워진 듯한....."
찌릿찌릿하고, 페렛과 햄스터가 노려보는 듯한 귀여움이 있는 싸움에, 오르페아만이 의문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에레미야는 쿠키를 계속 먹고 있었다.
'이쪽은 나은 편이지만, 저쪽은 비참해보이는구나~'
단순한 인간의, 연애가 결부되지 않은 라이벌 관계는 보고 있어도 딱히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무렵 이리셰나 일행에게 주어진 방에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한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음~ 에이라는 꽤 맘에 들고, 이 터번의 아이도 싫지는 않지만, 저쪽은. 왕을 곤란하게 하기 전에 돌아가줬으면 좋겠는걸~'
쿠키를 먹으면서, 지금 다투고 있을 일을 떠올리면서, 왠지 카론이 큰일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든 에레미야였다.
에레미야의 생각대로, 사르탄의 왕족에게 주어진 방 안에선 격하고 무서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미소를 멈추지 않는 스콜라・아이언베일.
무뚝뚝하게 노려보는 미라・사이파.
아마도, 이번의 제일 조합하면 안되는 인물로 리치가 걸렸다.
여기에 루슈카가 섞인다면 역만이 되어 카론의 위장은 날아가 버렸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직무를 다하는데에 바빴기 때문에 이 자리에는 없었다.
"........설마 악명높은 '천름' 의 용자였을 줄이야. 마물을 사냥하는 능력 밖에 없는 제국의 개를 초대하다니, 카론도 꽤 남자다운 일을 하지 않았는가."
"후후후.....안됐지만 지금의 전 폐하의 검. 그 분이 원하실 때에만 휘둘러진답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빈약한 주제에 이를 드러내다 쓰레기처럼 죽을 뻔한 끝에, 목숨을 구해줬다면서 폐하께 꼬리를 흔드는 후안무치한 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알고 계시나요?"
"글쎄. 난 카론과 친구이지만, 그런 이야긴 들어본 일이 없는데. 만일 있다고 쳐도, 이를 드러내는 일도 없이 발정한 듯 꼬리만 치는 녀석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강한 남자에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생물로서 당연하잖아요? 꼬리를 말아서 온정을 받는, 부끄럽고 비참한 암컷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
"대등한 관계니까, 졌다고 해도 옆에 나란히 서는 게 용서되는 거잖아. 뒤에서 허리를 흔드는 것 밖에 못하니 검으로서의 가치는 없겠군."
"......죽여버릴 거예요."
"이쪽의 대사다."
그야말로 용호상박.
떠오르는 오라도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최악의 상성이다.
하지만 루슈카는 바깥의 영역다툼에는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어떻게 하건 간에 알 바 아니었다. 오히려 그대로 싸워준다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라가 보기에 스콜라는 제국의 앞잡이였으며, 레스티아의 인마공존방침을 파괴하려는 불온분자였으며, 무엇보다 자신과 서게 될 위치를 다투는 적이었다.
스콜라가 보기에 미라는 패전국의 잔당이었으며,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해하려는 녀석의 동료였으며, 그리고 역시 서게 될 위치를 다투는 적이다.
"국내의 일로 바쁘다면, 사양 말고 돌아가시는 게 어떨가요?"
칠흑과 진홍의 드레스를 착용한 청자색 머리카락을 한 사이드 테일의 소녀는, 그림자가 보이는 미소와 함께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패기를 내비쳤다.
"앙? 그거라면 당신이야말로 스파이답게 몰래 제국으로 사라지는 게 어때?"
긴 은발과 순백의 갑옷. 기사라고 불리기에 합당한 청렴함인데, 얼음장같은 눈은 마치 살인귀의 그것이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여명을 가져다주는 구세의 용자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이 녀석은 카론에게 접근하게 하면 안되겠구나.'
'이 암컷 고릴라는 폐하에게 있어 해악이네'
하지만, 생각은 용자로서의 역할에서 많이 탈선되어있다.
스콜라는 그 이유를 깊게 이해하고 있지만, 미라는 어떤가.
단순히 한 인간을 위해 많은 마물을 허용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건가.
그런 세계의 진리로 향해야 할 의문은, 이 두 사람에게 있어선 지극히 아무래도 좋은 일로서.
오토마타의 메이드가 다가올 때까지 계속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
저녁 무렵의 사르탄에, 한 척의 배가 기항했다.
소속국을 표시하는 깃발이 없는 대신 각종 오리지날 깃발을 게양한 그 배는, 이른 바 상선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깃발에 그려진 가게의 심볼을 유유히 바람에 휘날리며, 거대한 목조선의 힘을 과시하는 그 배에서 내려오는 것은 대부분이 화물이었다.
수인 어부들은 노성을 지르며 일에 착수했고, 서둘러 대량의 나무상자를 내려나갔다.
당분간 정체되어 있던 바밀리아와의 교역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었으니 이상하지는 않다.
다만, 적재물에 섞여서 배에서 내려온 자들은, 지금의 사르탄에선 드문 존재였다.
"으으으으! 하아.....겨우 도착했다~"
짙은 녹색의 사냥꾼 복장을 입은 백묘의 수인이 4일 만의 땅에 기뻐하고 있자, 뒤따라온 흑철의 중갑을 두른 이족보행의 코끼리가, 떠미는 듯 앞으로 나오며 지면을 밟았다.
"여기에 오는 것도 3년 만인가."
"넌 옮기기가 힘드니깐 말야. 적재물의 밸런스를 잡지 않으면 기울어져서 침몰하니, 그리 간단하게 다른 대륙에 못 가는 게 당연해."
"그것도 그런가."
"그런 일보다, 빨리 밥이라고 먹으러 가자. 벌써 배고픈걸~"
"먼저 모험가조합으로 가야 한다."
"거기 맛없잖아!"
"우리는 일을 하러 온 것이다."
"그럼 내일부터 해도 좋지 않아? 숙소도 잡지 않았으니 말야~. 조합의 시설을 쓰는 건 절대 싫어!"
일을 우선하는 코끼리와 자신을 우선하는 고양이의 언쟁은, 어부들의 귀찮아 하는 시선을 개의치 않고 일어났다.
그 목소리를 듣고, 늦게 나타난 코트 차림의 올빼미가 깃털을 쫑긋 세우고 서더니 대자 걸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들더니, 코트 아래에 숨긴 허리의 검에 발톱을 대며 거대한 눈동자에 분노를 담았다.
"본인의 행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동은 허용할 수 없소."
"읏......"
"에이 참~. 잠깐 떠들은 것 뿐인걸."
검게 빛나는 도신을 천천히 뽑은 올빼미는, 그대로 고양이 쪽을 향해 칼끝을 들이밀었다.
고양이가 상대가 진심이라고 눈치채고는, 반항하는 분위기를 지우고 헤헤 하며 웃었다.
"미안했어요 나으리. 당신에게도, 당신의 파티에게도 시비를 걸 셈은 없었다구요."
"미안하다."
"......알았으면 됐소. 본인도 경들도 고용되었다는 걸 자각하시오."
"예~"
코끼리는 작은 눈으로 이해했음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고양이는 표표한 듯 하면서도 불만을 드러내었다.
불쾌감과 불안함에 휩싸이면서 검을 집어넣는 올빼미.
거기에, 남아있던 동료가 나타나서 말을 걸었다.
"이야기는 끝났어?"
저녁 노을에 비추어진 그 남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용맹한 갈기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길고 아름다운 직모의 갈기는 수왕의 피를 이은 증표였으며, 인간의 눈으로 보아도 정돈되었다고 알 수 있는 미모는 선택받은 자의 증표다.
가늘지만 단련된 몸을 경갑으로 두른 사자인은,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떠오른 분위기는 평온한 것이 아니었고, 올빼미에 대한 짜증으로 가득했다.
"포르파. 리코트와 오그노르는 내 소중한 동료이니, 심한 짓은 하지 말아주겠어."
"경은 너무 무르다."
"넌 아버지의 부하잖아? 내 방식에 불만을 말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우리들은 우리들의 방식이 있으니까."
"아앙, 지르카니임."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며 달라붙는 고양이를 상냥하게 팔 속에 품고서 머리를 매만지는 사자.
왕의 아들로서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 주저하지 않는 모습은 차대의 왕에 어울리는 행동이라는 거만함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빼미는 이 왕자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제 2 왕자, 지르카=그레이그라드. 경은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황금왕은 '차대를 짊어지는 데에 서열은 없다'고 공언하였지만, 지금 제일 그 지위에서 먼 것이 자신이라고 눈치채고 있는가.
백호인의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미모와 아버지에게서 배운 거만함 만으로 도달할 지위는 아닐 것이다.
올빼미가 코끼리에게로 흘끗 눈짓을 하자, 커다란 투구를 쓰고 눈을 가렸다. 사자와 같이 모험가로서 파티를 맺고는 있지만, 거기에 충의가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왕자가 가진 권력에 이끌린 것 뿐이며 같이 일을 달성하려는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하하핫. 이봐 리코트, 떨어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고."
"예에."
부탁받은 것이 기뻤는지, 사자는 주변에 자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모험가로서는 중간 중의 중간. 하지만 권력만은 위의 위.
'왕은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렌하이트와 카란드라의 눈을 피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한 인선이다.
그냥 온화하게 일이 진행될 거라고는 도통 생각할 수 없었고, 감시역으로서 동행한 올빼미만이 매우 불안해 하였다.
"자, 가볼까. 소문의 나라.......그 전에, 좋은 숙소를."
번쩍 하고 송곳니를 보이며 웃는 사자를 보며, 올빼미는 애매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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