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상단2021년 02월 10일 13시 23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7769bh/78/
※ 6회 끝부분의 여우를 너구리로 수정했음. 번역오류.
덜컹덜컹하며, 포장되지 않아 돌출된 길을 바퀴가 나아간다.
그치지 않는 부슬비가 내리는 가도가 이어지는 끝은 영봉 콜드론.
여태까지는 우뚝 선 돌산에 막혀 대륙 중앙에 도착하는 일이 불가능했지만, 이번에 새로 개척된 터널로 드디어 연결된 것이다.
대륙 안으로 나아가는 무리는 하자르왕이 관련된 상회가 아니라, 장사의 기회를 노리고 일생일대의 승부에 나선 젊은 상인들의 것이었다.
두 마리의 늙은 말과 두 대의 낡은 포장마차. 고삐를 쥔 자는 상인과 그의 부인이었다.
대형 상회였다면 보유한 병단을 쓰거나 나라에서 병사를 빌리는 일이 가능했지만, 약소 상회들도 우대해 줄 정도로 사르탄은 무르지 않다.
벌기만 하면 입신양명에 어울리는 대우가 약속된다. 하지만 몰락하면 구원의 손길조차 내밀지 않는 나라다.
주위자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는 와중에, 이 상인은 뜻을 굳히고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불안은 남는다.
왜냐하면 마물의 나라다.
죄 없는 자에게 해는 안 끼친다는 나라의 공고를 듣기는 했어도, 완전 다른 문화에 발을 담군 후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정말 의심스러웠다.
그 때문에, 상인은 거리에서 만난 모험가 파티를 고용하기로 했다.
"이야, 살았습니다. 지금의 사르탄엔 모험가가 거의 없어서요."
"아니아니, 이쪽도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몸가짐을 잘 정돈한 20대 후반의 상인이 마차의 위에서 말을 걸자, 나란히 걷던 사자는 생글거리며 대답했다.
지르카가 말한대로, 이 상인에게서 의뢰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좋은 타이밍이었다.
딱히 아무 생각도 없이 사르탄을 나오려던 참에, 현재 에스텔드 바로니아로 이어지는 길을 통행할 수 있는 것은 사르탄의 주민과 그를 따라가는 자들 뿐이라고 위병이 말한 것이다.
바깥에서 온 자들이 멋대로 돌아다닐 정도로 양국의 교역은 개방되지 않았고, "상인의 호위라면 보내겠지만, 대부분의 녀석들은 사절단과 동행하였다. 지금부터 가고 싶은 녀석은 적다고." 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그러던 참에 나타난 이 상인은, 틀림없이 지르카 일행에게 있어 은인인 것이다.
"원래는 모험가 분들로 번성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이런 일이 되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그렇죠. 바밀리아도 새로운 나라가 생겼다고 듣고 큰 소란이 일어났죠. 그것도 마물의 나라라니."
"마물의 나라가 아니면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마왕의 앞잡이를 쓰러트려준 모양이더군요."
"호오?"
"그것도 믿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요. 다만, 전 부인을 위해서도 성공하지 않으면....."
"그래도 일부러 위험한 일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여보까지 올 필요는 없었잖아."
"여기에 혼자 남을 정도라면, 위험해도 당신 옆이 제일이에요."
"여보....."
바라보며 사랑을 꽃피우는 부부에게서 멀어진 자르카는, 마차 뒷편에 있는 커다란 너구리의 옆에 나란히 섰다.
"사자라는 알고 있었어?"
우연히 주점에서 알게 된 이 수인에게, 지르카는 열심이었다.
포르파는 몰라도 오그노르와 리코트는 이전부터 행동을 같이 해온 동료였을 텐데, 동쪽의 카무히를 연상케 하는 복장의 너구리가 동행하겠다고 결정하자 이상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산잔사자라는 경박하고 수상쩍게 보이는 지르카를 살피는 일도 없이, "아~" 라고 적당한 목소리를 내었다.
"본인도 유랑자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조금 밖에 듣지 못했다네. 그렇다 해도 수상한 이야기로구만."
"그런가아. 난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어이어이 형씨, 소문을 들은 것만으로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이야기를 잘도 진심으로 믿는구만."
"그런가? 소문이라고 해도 상인왕이라면 자신의 불이익을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라고. 그는 상인의 재능으로 대성한 인간이니까."
하자르・나트라크는 지금이야 한 나라의 왕이지만, 원래는 단순한 상인이었다.
대륙에서 쫓겨나 난민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던 사르탄의 주민들을 모아서 부흥을 이루어낸 실력은, 황금왕 자르바도 입으로 말하진 않지만 인정하고 있다는 걸 지르카는 알고 있다.
도량이 커 누구든 받아들이는 남자가, 무작위로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나라에 퍼트릴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말투에, 사자라는 뾰족한 코를 흥 하고 울렸다.
"뭐, 본인으로선 흥미가 없으니 구태여 이야기할 생각도 없지만 말이지. 마물의 나라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볼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묻는 걸 잊고 있었는데, 당신은 어디에서 왔지?"
동쪽의 전통복. 너구리 수인. 어느 것도 바밀리아에선 본 일이 없다.
사자라는 막힘없이 대답해보였다.
"그야 동쪽인게 당연하지."
"카무히는 사르탄과 교역하지 않는데도?"
"나라는 안 해도 국민들은 하는 법이지. 뱀의 길은 뱀이 안다고 하지 않나. 이 방면에는 그런 걸 생업으로 삼는 녀석이 얼마든지 있다네. 설마, 당신 그쪽 방면은 잼병이었나?"
"들어본 정도려나. 평범하게 살면 자세히 알 수 있는건 아니라고."
"꽤 느긋하게 지냈구만. 어쩐지 피냄새가 안 나더라니."
"하핫. 거친 일은 그들의 일이라서."
뒷열의 포르파 일행에게 시선을 던지자, 그들은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르카가 신원도 불확실한 너구리에게 집착하는 일이 마음에 안든다고, 분명하게 얼굴에 쓰여져 있었다.
"동료 치고는, 정말 신뢰를 보이지 않는구만."
"모험가 따윈 그런 법이라고. 그래도 그들은 날 도와주는 소중한 동료야."
"하아. 본인으로선 거의 인연이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는 생각치 않는다네."
"그보다, 카무히의 일을 들려줄 수 있을까. 바밀리아에는 그 나라 사람이 드물어서 말야."
"거절하겠네. 희망에 찬 삶을 살지 않아서 말이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만질 셈은 없다네. 그런 형씨도, 순탄한 인생을 보낸 것 처럼은 보이지 않는구려."
"그래 보여?"
"적어도, 제대로 된 모험가라면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법이긴 하지만, 자네는 오랜 여행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거야말로,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라고."
사정을 물어보아도, 지르카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단어의 어조도 안 변하고 표정의 변화도 없다.
오히려 사자라 쪽이 수상하다는 듯 입가를 찡그렸다.
"아,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인 남자가 흥분한 기색으로 손가락을 뻗은 앞에는, 단애의 영봉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보였다.
아득히 먼 앞에 작게 보이는 빛은, 분명 콜드론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증거다.
좌우에 건설된 소박한 관문에는 사르탄의 병사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무기를 들고 주위를 날카롭게 보고 있었다.
당연히 작은 상대는 바로 눈에 띄었고, 수인 모험가의 모습을 확인하여 경계를 높이는 게 먼 곳에서도 느껴졌다.
지르카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긴 금색 갈기의 속에 넣으며 머리를 긁었다.
상인은 괜찮겠지만, 그다지 친절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멈춰라!"
터널 앞에서 진로를 막은 병사가 소리쳤다.
"통행증, 아니면 사르탄에서의 영업허가증은 있나."
"예. 여기 있습니다."
상인은 바로 품에서 두꺼운 종이를 꺼내들고 병사에게 보였다.
사르탄의 문장이 찍힌 종이를, 병사가 손에 들고 검사했다.
진짜라는 걸 확인한 병사는 주위를 둘러싼 부하들에게 물러나도록 지시를 내렸고, 지르카 일행을 보며 약간의 언짢음을 보였다.
"하자르 왕의 명령으로 허가는 났지만, 어쨌든 문제는 일으키지 말라고."
"아, 예......아니, 조용히 지낼 생각입니다만....."
".......지나가도 좋다."
상인의 고삐가 말을 쳤고, 말의 걸음에 맞춰서 멈춰있던 바퀴는 움직였다.
병사의 방자한 시선에 제각각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일행은 거대한 터널 안으로 나아갔다.
"기분 나빠~ 저 녀석들, 여태까지 우리들 모험가의 신세를 져온 주제에 손바닥 뒤집듯이 냉랭한 태도라니. 화내도 되지 않았을까여?"
거인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갱 안에 불만스러운 리코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포르파와 오그노르는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내심 비슷한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지르카님은 그 너구리 아재와 찰싹 붙어있고......왜 저런 수상한 녀석을......"
다음 목소리는 조심스레 중얼거렸기 때문에, 앞의 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저기, 당신이 말해주는 게 어때여."
"본인은 경에게 있어 부외자이오만."
"경계하고 있잖아여. 당신이 아니라도 척 보면 안다구여."
"......"
사이좋게ㅡㅡ라기 보다 지르카가 너구리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 모습은, 경계할 만한 무언가를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술집에서 그 때 느꼈던 강렬할 뭔가는, 기분 탓이 아니었을 거라고 포르파는 생각하였다.
"이 타이밍에 카무히에서 밀입국? 그런 타이밍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여. 저 녀석.....분명 당신같은 신분인 녀석이라구여."
그건 카무히의 첩보기관, 아니면 그와 비슷한 직종의 수인일 가능성.
동쪽의 열도국 카무히는 인간과 수인, 아인이 공생하고 있다고 들었다.
힘에 의해 두각을 드러내어 명성을 올리는 것이 모험가다. 그럴듯한 활약이 있다면 외국이라고 해도 대성할 수 있는 것도 모험가인 것이다.
숙련자의 패기가 느껴지는 너구리에게, 카무히의 입김이 닿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르카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물어보려 해도 얼버무렸기 때문에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리코트의 말이 여자의 정념때문에 나왔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삐걱거리던 일행이었지만, 에스텔드 바로니아로 향하는 5일 간의 여정에서 나름대로 맞물리게 되었다.
첫날에는 사자라에게 달라붙기만 했던 지르카였지만, 다른 날에는 동료들과도 대화하게 되었고, 밤에는 리코트와 텐트 안에서 여러 힘쓰는 일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도착할 무렵에는, 밤에 두 텐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교성이 껄끄러워진 남은 자들의 단합력이 조금 깊어졌고, 어느 정도 대화도 하게 되었다.
다투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울리는 일도 없었다.
잠깐의 동반자답게, 서로의 거리감을 둔 채, 일행은 드디어 마물의 나라로 도착하는 것이었다.
"이건....."
포르파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감탄이 뒤섞인 경악이 담겨져 있었고, 짧은 말에서도 거대한 외곽의 벽을 본 다른 사람의 마음도 대변하고 있었다.
여태까지의 호화로움은 바밀리아, 아름다움은 아렌하이트라고 일컬어져 왔지만, 이 나라는 그 어느 쪽도 상회한다.
음산한 마경을 상상하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순백의 광채가 정말 눈부시게 비추어졌다.
벽의 바깥둘레에는 촌락같은 것이 널리 세워져 있었지만, 빈집이 많이 생겼는데 서둘러 해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말문도 안나오는 상인은, 무의식적으로 마차를 몰며 벽의 측면으로 향했다.
시골에서 처음으로 도시로 온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니, 움직이고 있는 건 전부 마물이다.
근육질의 하피와, 장미가 핀 드라이어드. 양같은 털을 한 늑대가 있었고, 돈지갑같은 거인과, 전혀 본 적 없는 모습의 마물들이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야, 이건 예상밖이야. 아바마마가 본다면 정말 흥분할 게 틀림없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 분은 기뻐하실 것이오."
외관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알게 된다.
하늘에 떠오른 원환을 관통하는 탑의 기슭을 둘러싼 거대한 벽의, 그 아랫쪽에 있는 나라에 대한 헌신.
어느 하나를 집어보아도, 하나같이 이채로운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탑의 측면에 도착하고 만 일행은, 얼룩 하나 없는 선명한 백색에 다시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접근해서 알게된 일이지만, 벽에는 도마뱀과 벌레, 새의 모습을 한 마물이 모여서 온 힘을 다해 닦아내고 있는 것이 이곳저곳에 보였다.
마술로 물을 끼얹는 마녀. 발판이 되는 오크. 거기서 브러시를 문지르는 드워프와 고블린.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지시를 내리던 여우요괴의 수인이, 상대를 눈치채고 천천히 다가왔다.
둘러보는 시선이 사자라에게로 향했을 때 얼굴이 희미하게 씁쓸한 것으로 바뀌었지만,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었다.
"미아일까나?"
여우요괴는, 팔만 짐승의 모습을 한 백발의 미녀였다.
칠흑의 기모노를 헐겁게 입은 요염한 모습에 남자들은 시선을 빼앗겼고, 상인은 부인에게 옆구리를 찔려서 팔딱 튀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저기 올빼미 씨? 그 쪽에서 다가왔는데, 그런 태도를 취하면 내가 슬퍼지지 않겠느냐."
"......이거 실례. 경이 너무나도......너무나도 무질서해서 말이오."
강하게 암컷을 의식시키는 모습과 행동으로 무마될 뻔 했지만, 내면에 갈무리한 불길함의 편린이 미세하게라도 느껴지는 여우요괴를 경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정말 모험가다운 자세였지만,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와 놓고선 호랑이를 경계하는 건 오히려 부끄럽지 않은 가 하며, 여우요괴ㅡㅡ구치나시히메는 비웃었다.
"뭐, 그런 말은 상관없으려나. 그래서, 여기에 무슨 일이냐? 마을의 입구는 저쪽에 있느니라."
"아, 앗. 죄송합니다! 예쁜 성벽을 보고 그만 넋을 잃고 말아서,,,,,,"
"그으래!?"
상인의 말에, 구치나시히메는 눈을 반짝거리며 상체를 기울이고는, 요절한 분위기를 홱 벗어던지고 희색을 드러내었다.
"훗훗후, 그러냐그러냐! 왜냐면 우리들이 매일 깨끗히 하고 있기 때문이니라! 보수도 청소도 완벽히 하니 깨끗한게 당연한 것이니라! 다른 녀석들은 이 고마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인간, 넌 꽤 보는 눈이 있는 녀석이구나!"
"어이어이......"
일을 칭찬받은 것이 매우 기뻤던 모양이어서, 도를 지나친 간섭에 사자라는 약간 불만을 내비추었다.
하지만 구치나시히메는 멈추지 않았다.
"성벽을 이렇게 정중히 관리하다니,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러냐? 역시 상인은 말을 잘해서 곤란하구나. 좋아! 그럼 내가 마을 안까지 안내해주겠느니라. 내가 있다면 쓸데없는 수속은 필요없어질 터이니. 그걸 보답으로 치지 않겠느냐."
"괜찮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은 구치나시히메는 시선으로 사자라에게 신호를 보내고는, 그대로 외곽 서문으로 걸어갔다.
재촉당하여 나아가는 마차와 나란히 걸어가던 지르카는, 뒷편에 있던 사자라에게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성벽을 저렇게 세심히 청소하다니,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나라겠지."
"......성벽의 보전에 이렇게 인원을 할애한다고? 원래 습격에 대비해두기 위한 물건을 문화재처럼 다루다니 정상이 아니락 생각하는데."
"우리들의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건, 이 광경만으로도 설명되지 않겠나?"
뾰족한 코 끝으로 치켜들듯이 지시한 장소에서는, 더러운 작업복 차림의 빅풋들이 문어 모습의 마수에게서 음식을 받아드는 모습이었다.
어느 것도 지르카 일행이 아는 지식으로는 어림잡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지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조금 흥분했던 것을 자각한 지르카는, 크게 심호흡하면서 "그렇네" 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약간의 미소를 띄우고 사자라의 곁을 떠나, 조용히 마차의 옆을 걸었다.
구치나시히메가 장담했던대로, 벽과 같은 정도의 거대한 문을 지나치는데 고생하지 않았다.
사르탄의 상인인 증명서를 제시한 것 뿐이고, 문지기인 가고일과 문답하는 일도 없이, 순순히 거리로 발을 내디뎠다.
그 안에 펼쳐진 것은, 마물의 낙원이었다.
각종 다양한 마물의 왕래만으로도 눈길을 빼앗기게 된다. 구조도 다양했지만, 지들은 치밀한 계획을 기반으로 예쁘게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우뚝 선 세 탑은 외곽의 벽보다도 아름답게 빛나 넋을 잃게 된다.
이것이 에스텔드 바로니아.
이 세계에 돌연 나타났다고 하는 마물의 나라.
단순한 모험가라면, 분명 솔직히 기뻐하고 끝날 것이다.
하지만, 바밀리아의 왕 직속의 모험가인 포르파에게는, 그 모든 것이 위협으로만 비춰졌다.
"와~! 대단해대단해! 이게 마물의 나라구나. 저기 지르카님! 잠깐 보고 와도 좋을까여!?"
"그래. 하지만 만족했으면 제대로 돌아와야해."
흥분한 리코트는 지르카의 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달려나갔고, 그대로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오그노르는 어떻게 할래? 연락은 마술로 가능하니, 신경쓰인다면 너도 보고 와도 돼."
"......그럼, 그렇게 하겠다. 여기까지 오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과묵한 오그노르도 이 마을에는 흥미가 동했는지 둔중히 걸어나가서, 코끼리의 모습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상인부부와 지르카, 포르파, 사자라 다섯 명은, 아직 근처에 있는 구치나시히메에게로 눈길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뭔가 사례라도....."
"넌 예의바른 인간이구나. 하지만 필요 없느니라. 잠깐의 인연애 구애되는 건 알겠지만, 난 너희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니라. 단순히 잠깐 기분을 내어보았던 것 뿐이고,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니라. 그러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느니라. 아, 환금은 이제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저 성을 둘러싼 벽의 근처에 있는 대사관으로 가거라."
손을 흔드는 구치나시히메를 놓아두고서, 몇 번이나 인사한 상인부부는 수인을 데리고 멀어져 갔다.
그걸 지켜본 구치나시히메는, 요사스런 미소를 빙그레 짓고서 외곽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마치 꿈속에 있는 듯 합니다. 마물과 아인과 수인이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공존하고 있다니."
"아인도 수인도 마물취급한다는 뜻인가요."
"글쎄. 아르마 정교는 우리들도 마물로 정의하고 있고, 아제라이교에서도 시대에 따라 자주 바뀌니 말입니다."
"흐음."
"본 적도 없는 마물이 한가득......벌레와 물고기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네요."
상인의 부인이 바라보는 쪽에는, 지네처럼 손발이 무수히 나있는 몸통을 꿈틀거리고 있는 인간형 마물도 있었다.
눈이 찌푸려지는 모습을 한 괴물이 태연히 거리를 쏘다니고, 그 뿐인가 가게에서 과일을 사면서 점원의 엘프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이 나라를 대표하기에 제일 적당한 광경이었다.
천국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꺼림칙했고, 지옥이라고 부르기에는 행복이 가득 넘치고 있다.
"저기, 형씨."
"응? 무슨 일인데?"
별일없는 음정의 사자라를 보며, 지르카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등을 보이는 너구리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성가신 일은 사절이네."
그것이, 무엇에 대한 말인지 한순간 생각하고 말았다.
뭔가를 느낀건지, 오노글과 같은 범용적인 의미인지. 보지 않는다 해도, 지르카의 표정은 변함없다.
아름다운 황금의 사자답게, 태양빛과도 같은 미소를 띄우며 가볍게 웃었다.
"물론이야. 나는 말이지."
◆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성에 머물기를 삼 일.
스콜라는 정말 유의미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의식주는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뭘 하려 해도 최고급인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이러다가 걸어가는 일 조차도 시중을 들어주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의 대우는 사르탄에서도, 제국에서도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로도 최고급 대접을 받으면 뇌가 녹아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딜아젤의 신관장은 직무를 잊어버릴 때가 있을 정도로 늘어졌다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번 초대의 목적은, 국민들 사이의 교류기회를 늘릴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다.
아루아세레스타는 별개로 쳐도, 어떤 나라의 귀빈도 카론과 면식이 있었으며, 일정 이상의 신용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사이를 깊게 할 필요성은 카론 측에선 없었다.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허가가 나오는 건 내일부터라고 메이드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모두 과다한 접대에 넋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맡겨지는 일이 확정된 스콜라만은 조금 달랐다.
즐거운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성의 복도를 걷고 있는 스콜라였지만, 그 모습은 꽤 더러워져 있었다.
"후후훗, 역시 폐하를 모시는 분인 것이와요. 이렇게 기분좋은 일을 가르쳐 주시다니......하아, 오랜만에 즐기게 해주신 감사를 드리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열기로 붕 뜬 것처럼, 휘청거리면서 자신을 끌어안으며 조금 전 맛보았던 고통을 재확인했다.
잘 보니 얼굴에는 생채기가 있었고, 손에는 몇몇 상처가 나있었다.
그것은 명백한 전투의 흔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콜라는 나이에 걸맞는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결코 스콜라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ㅡㅡ아니, 카론이 만의 하나라도 원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기쁨은, 제국 최강의 힘을 받은 대가와도 같은, 성가신 충동을 만족시켰기 때문이었다.
꾀꼬리가 노래하는 듯한 콧노래는, 피부가 화상에 짓물러진 우귀와 쥐와 두꺼비와 산양이 뒤섞인 것이 지나쳐가도 그치는 일은 없었고, 잠깐 인사까지 해보였다.
용자의 피가 불러일으키는 충동과는 무관한 스콜라는, 다른 용자와 다르게 충동이 만족되기만 하면 마물에 대해서 딱히 적대적인 마음을 품는 일도 없다.
하지만, 다른 자는 어떨까.
상당히 머리의 나사가 빠져버린 미라는 몰라도, 애지중지 자란 아루아는.
"......어라?"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스콜라가 걸어가는 복도 저편에서 다가오는 화관의 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기분좋은 듯한 스콜라와 다르게, 아루아는 초췌한 것처럼 보였다.
불과 며칠의 체류였고, 훌륭한 접대도 받았는데, 정말 피폐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꽃냄새를 풍기는 시뇽에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고, 눈 밑에는 가마가 져 있었다.
왕족답게 치장을 했는데도, 지금은 말라가는 꽃처럼 보였다.
뭐가 아루아를 좀먹고 있는 걸까.
스콜라에게는, 손에 쥘 것처럼 알고 있었다.
"잘 있었나요 아루아・세레스타. 상당한 몰골이네요."
".......당신도, 심한 모습이네요."
"전 스스로 원한 결과이니, 억제되지 않는 목소리에 휘둘린 당신과는 달라요."
아루아의 움츠린 등이 두려운 듯 떨렸다.
그걸 보고, 스콜라는 미소를 요사스런 것으로 바꾸었다.
"슬픈 일이네요. 미라・사이파처럼 속박을 벗어버리면 편해지는 것을. 후후, 하지만 그렇네요. 저희들에게 있어, 이곳은 절호의 도살장이며, 그 분은 최고의 보석인걸요."
그건 들은 자에 따라선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아루아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들렸다.
같은 용자였을 터인 스콜라가 쌩쌩하게 지내는 것이 밉다고도 생각되었다.
"이 나라는 독이에요....."
아루아가 오도카니 내뱉었다.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이 세계에 있어서도. 이 나라는 혼란을 가져다주기만 해요. 얼마나 그들이 호의가 있다 해도 마물은 마물임에 변함없어요. 쓰러트려야 한다고 피의 속삭임이 멈추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ㅡㅡ"
떠오르는 것은,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의 일.
어딘가 애수에 찬 얼굴. 어렴풋한 상냥함이 느껴지는 낮은 음성. 마력이 전혀 안느껴지고 아무것도 없는 몸.
왕족으로서도 귀족으로서도, 미남자 따윈 넘칠 정도로 보아왔는데, 어째서 이렇게나ㅡㅡ.
"스콜라・아이언베일.......당신은 뭘 알고 있는 건가요."
"대답할 수 없사와요, 아루아・세레스타. 왜냐면 당신은 폐하의 적이잖아요?"
그 폐하가 인류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카론이 인류와 협조노선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루아도 느끼고 있다.
무력 면과 마물에 대한 기피심을 제외한다면, 침략으로 영토를 넓히는 일 없이 외교라고 하는 전통적인 수단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카론에게 품게 되는 이 감정은, 마물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스콜라의 말투로 보면 용자와 관계되어 있는 듯 하지만,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큰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은 필연.
세계를 구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빨리 카론을 시해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사람 눈에 안 뜨이도록 세속에서 격리하여 어딘가에서 지내게 하면 원만히 수습될 터였다.
그거라면, 내가ㅡㅡ
난폭한 움직임으로 머리카락을 거머쥐자, 꽃잎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생글거리며 가만히 바라보는 스콜라에게 이 이상 대답한 생각이 없다고 알고서, 온화함이 전혀 안느껴지는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루아는 가슴에 가슴가에 달린 로자리오를 꽉 쥐고서 발걸음을 되돌려 떠났다.
"어머, 별꼴을 다 보겠사와요. 저런 자기 멋대로인 여자는 차마 볼 수 없겠사와요. 얼마나 제가 폐하께 전력을 다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정말 유쾌한 기분이라며, 스콜라는 목을 울리며 웃어보였다.
모든 걸 버리고 제 몸 하나를 바칠 각오가 없으니까 저렇게 꼴사납게 되는 거다.
미라조차도 자신의 출신과 역사에 얽매여 망해가는 나라에서 벗어나는 일도 못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결의한 자신은 역시 뛰어난 여자였다고, 스콜라는 제멋대로 확신했다.
"만족할 때까지 고통스러워 하세요. 절 부각시키기 위해, '화관' 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최후을 맞이하게 해드릴 테니까요. 우후, 우후후후."
넓은 복도의 한가운데에서, 새카만 감정을 드러내며 웃는 스콜라・아이언베일.
그녀들의 대화를 멀리서 보고 있던 남자 마물들이, 여성공포증에 걸렸다고는 전혀 알지 못한 채.
728x90'판타지 > 에스텔드 바로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선고 (0) 2021.02.11 8 전조 (0) 2021.02.11 6 추측 (0) 2021.02.09 5 재회 (0) 2021.02.09 4 정념 (0) 2021.02.08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