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 기습
    2021년 07월 15일 13시 26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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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81/

     

     

     

     "잘 왔다, 카란드라의 마술사들이여. 내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국왕보좌를 맡고 있는 루슈카다."

     

     흑과 적과 황금색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호방에 초대된 마도병단을 기다리고 있던 자는, 인간이라 해도 손색없는 모습을 한 아름다운 여성형 마물이었다.

     하늘색 머리를 들어올리며 웃던 루슈카는, 등받이가 높은 옥좌의 옆에 서서는 이크라르라고 소개한 남자를 흘겨보았다.

     그들이 마물에게 증오 이외의 감정을 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루슈카도 처음 보는 인간에게 딱히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서로 경계하고 있는데도 서로를 보지 않는 듯한 기묘한 압박감 속에서, 주도권을 쥔 루슈카가 사무적으로 고했다.

     

     "우리들의 왕은 바쁜 몸이시기 때문에, 제군들의 대응은 내게 일임되었다. 용건이 있다면 빨리 말하고서 물러났으면 한다."

     

     집단을 대표하여, 이크라르도 사무적인 대사를 읊었다.

     

     "갑작스런 방문이 된 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카란드라는 귀국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으며, 부디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과 접견을 하고 싶다."

     "교류하는 정도라면 꼭 우리들의 왕과 만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목적은 달성된 것이 아닌가."

     "역시 이곳은 마물의 둥지로군. 북쪽 땅에서 마왕이 부활했다는 소문도 들려오는 와중에, 마물을 신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건, 우리가 마왕의 수하라고 의심한다는 뜻인가?"

     "그 말대로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서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대한 적대로 들리겠지만, 루슈카는 냉정하게 이크라르가 입에 담은 의혹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마왕군을 섬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일련의 흐름이 계획된 것일 가능성은 외부에서 보아도 충분히 생각할만한 것이었다.

     다만 인간을 멸망시키려면 이런 에두르는 방법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트집을 잡는 것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들 이하의 존재가 위에 서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으니 말이야."

     "......인간을 따르고 있는데도 그런가."

     "크힉.......왜소한 잣대로만 판단하는 어리석은 녀석. 이 세계의 인간은 전부 바보밖에 없는 건가? 그러니 우리들의 적수도 될 수 없는 거다. 이 나라를 보았나? 당신들이 떼거지로 온다 해도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그림자조차 밟게 놔두지 않아. 신 따위를 신봉하니까 머리가 나빠지는 거다."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대화가 진행되나 생각했었지만, 신을 모독하는 루슈카의 발언에 이크라르 일행의 분위기가 변했다.

     그걸 보고서 ,루슈카도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적대해왔던 용자와 영웅,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자들은 좀 더 박력이 있었고, 예기가 있고, 패기가 있었다.

     신봉하는 신의 이름을, 지켜야 할 생명의 가치를, 마음을 지탱하는 소중한 단어를 호언장담으로 끝내지 않을 만큼의 힘이 있었거늘.

     그 모두를 파괴해 온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질 리가 없는 것이다.

     아름답고도 어두운 미소를 띄우며, 더 이상 꾸미는 짓을 그만둔 루슈카는 하등생물에 대한 연민을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일이 끝났으면 꺼져라 열등종. 그 정도의 무례는, 왕께서 분부하신 일말의 온정으로 못본 체 해주겠다. 남신에게 아양떠는 암캐한테 전쟁의 준비나 진언해라."

     

     이크라르 일행은 무슨 말인가 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조금 후 정체가 간파되었다고 눈치채고서 당황하고 말았다.

     여태까지 완벽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정체가 폭로되어버리면 바꿔치기 당한 대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

     혹시 카란드라에게 알려진다면 성왕예하의 계획에 하자가 생겨버리게 될 거라면서, 표정을 숨겼음에도 동요하는 마음을 몸짓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연약한 상태를 보고서, '이런 놈들을 보내는 것도, 어떤 의미로 얕보고 있다는 뜻인가.' 라면서 어이없어하는 루슈카였지만, 부하들을 통솔하려 하는 이크라르의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귀국에게 축포를 선사하겠다."

     ".......뭣이?"

     

     발걸음을 돌려서 떠나려 했던 루슈카가 뒤돌아봄과 동시에, 눈부신 황금의 마력광이 이크라르 일행을 휘감았다.

     미라가 즉시 무기를 들려는 것보다 빠르게, 그녀의 눈앞에는 빛무리에서 날아든 무언가가 날아와 있었다.

     불과 눈앞 5cm.

     그곳에는, 석고로 만든 모습처럼 함몰된 머리가 있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날개가 돋아나 있고, 맥동하는 혈관이 도자기같은 피부에 불거져있는 이형.

     철과 금으로 굳혀진 천사의 조각상을 정수리에 꽂아넣은 기분나쁜 인형은, 톱니바퀴 소리를 내면서 천사의 조각상을 돌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이 장난삼아 만들어낸 기계의 천사. 루슈카도 모르는 성스러운 괴물인 [쿠가라다] 는, 단지 본떴을 뿐인 얼굴로 루슈카를 바라보면서 연주하는 듯 외쳤다.

     

     "~~~~♪"

     

     음계에 따른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얼굴 뒤에서 지르면서, 천사는 쥐고 있던 거대한 석장과도 비슷한 도끼를 가로로 휘둘렀다.

     남신이 부여한 신성함이 깃든 공격은, 굉음을 내면서 바람과 함께 루슈카를 기세좋게 날려버렸다.

     소리도 없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날아가버린 루슈카가 옥좌의 옆을 지나쳐 벽에 충돌하자, 파쇄음을 내며 부숴진 벽돌 밑에 파묻혔다.

     어두운 알현실에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이크라르는 목구멍을 진동시키며 환희의 웃음소리를 흘렸다.

     랭크 8의 천사종.

     그것을 불러낸 것은, 이크라르의 손 안에서 강하게 빛나는 마력의 호박같은 힘이었다.

     성왕 엘레나에게서 받은 신의 기적의 파편은,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강대한 힘이 담겨져 있었고, 사실상 인간이 가지기에는 부적절할 정도로 선명한 신성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장엄한 알현실에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이크라르는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드러내었다.

     

     "크크큭.......역시 신의 물방울이다. 신의 첨병을 이렇게나 쉽게 소환하고, 더군다나 사역까지 할 수 있을 줄이야......!"

     

     주황색 조명을 받으면서 공중에 뜬, 병기의 모습을 한 신성한 천사를 바라보면서, 이크라르는 감동에 젖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왕의 보좌를 일격으로 묻어버릴 힘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는 쾌감은, 남신의 세례를 받았을 때 이상의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보자 동포들도 같은 생각에 부르르 떠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이크라르는, 마치 개선가를 부르고 싶은 모양인지 연극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명령하였다.

     

     "자! 이 사악한 세계를 우리들의 손으로 정화하자! 위대한 신 아르마의 사도로서, 마물을 사냥해보지 않겠는가!"

     

     그에 호응하여, 부하들은 제각각의 수중에 있던 신의 물방울에 마력을 주입시켰다.

     영창도 없이, 그 호박은 마력을 탐하는 것처럼 강렬한 빛을 발하고서 기계천사를 소환시켰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중추를 지배해가는 느낌은,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혈안이 되어 크게 부릅떠진 눈에는, 이제 인간과 그것 이외를 선별하는 기능밖에 없었다.

     

     "가자! 신성 아르마의 이름하에, 악신 게헤나의 무리에게 천벌을 내려라!"

     

     의기양양하게 로브를 벗어던진, 카란드라를 사칭했던 자들.

     왕성의 안으로 진군하는 그들은, 자신감과 신앙을 가슴에 품고서 성을 향해 흩어지는 것이었다.

     마왕정벌의 영예에 취하면서 성안을 걸어가는 이크라르 일행......아니, 성왕국 아렌하이트의 성기군(聖旗軍) 공작부대의 대장 이름로베타와 그의 부하들은, 호화로운 성내를 어지럽히며 기쁨에 젖어들었다.

     점령하고, 제압하고, 약탈하고, 파괴한다.

     마물 따위가 별 거냐면서 성스러운 기계천사를 데리고 걸어가는 쾌감은, 일상에서 맛볼 수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콧노래를 멋대로 흥얼거리며 백은의 장대한 탑을 걷던 공작부대원들이었지만, 1층을 모두 순회할 즈음에 위화감을 느낀 이름이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이상한데."

     "왜 그러십니까?"

     "너무 조용해. 그리고 마물이 나오지 않아."

     

     이름 일행은 단지 같은 층계를 돌면서 어지럽혔던 것 뿐이고, 성과는 여성형 마물 1마리에 불과했다.

     본거지인데도 불구하고 경비와 달려드는 자가 없었으며, 이상할 정도의 조용함만이 왕성의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인가. 그것 치고는 상주해야 할 병사의 모습을 성에 들어오고 난 뒤 목격하지 못했다.

     안내해줬던 마물도 어느 사이엔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이건 의도적으로 고립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이름은 생각했다.

     하지만 성에서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나라의 요충지에 무법자를 풀어놓다니, 척 보아도 어리석은 계책에 불과하다.

     어리석은 계책인가, 기발한 계책인가.

     

     "도망친 걸까요."

     "사악한 이물들이라면 생각하는 힘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본거지가 공격당하는데도 방관할 정도로 어리석음의 극치일 줄이야."

     "대장, 전이의 마법진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을 탐색하던 부하가 안내하자, 성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원형의 공간에 같은 간격으로 배치된 마법진이 보였다.

     전부 정상적으로 기동되는 모양이었고,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력의 입자가 불규칙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 층계에 왔을 때는 나선계단으로 올라왔었지만, 그건 봉쇄된 것인지 왔던 길로 돌아가 보아도 발견할 수가 없었고, 그 대신에 발견한 이 계층에는 덫의 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술식의 해독은 했는가?"

     "그게.....저희들이 평소 쓰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짜여진 모양이어서요. 다만, 고친 흔적은 찾아낼 수 없었으니, 성밖에 내던져질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부하의 말을 들으면서 이름도 해석을 시도해봤지만, 거의 똑같은 것밖에 알 수 없었다.

     다만 부하보다도 명확하게, 이 전이마술에 긴급조치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마 계단이 아닌 이 방이야말로 각 계층의 이동수단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어디가 어디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좋아, 부대를 네 조로 나누겠다. 목표는 인간왕의 목이다. 잊지 마라. 우리들은 사악한 존재를 토벌하기 위해 지원했다는 것을. 살아서 돌아가는 일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떠있던 사람들에게 다시금 사명감과 각오가 강하게 불타올랐다.

     한때의 쾌락에 몸을 맡겨서 목적을 그르쳐서는, 여기로 온 의미가 없다.

     이건 선전포고다.

     과격하게, 가열차게, 인류에게 마물에 대항하는 용기를 불어넣기 위하여, 성왕예하의 이름하에 피의 철퇴를 휘두르는 첨병으로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먼 옛날 영웅들이 목표로 한 안식은, 결코 마물과 공생한다는 타협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알았지. 절대로 잊지 마라. 이 왜소한 목숨은 오직 아르마 님과 엘레나 예하께 바치기 위해서만 있다는 것을."

     "......죄송합니다."

     "됐다. 이제부터는 그 신앙심에 몸을 맡기도록 하라."

     

     자연스레 부대는 9명씩 4조로 나뉘었다.

     주욱 늘어선 마법진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대원들은 거리낌 없이 그 위에 서서 눈짓을 하며 마력을 마법진에 흘려보냈다.

     이제부터 사지로 간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결코 등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빛나는 거품에 휩싸이는 것처럼, 아렌하이트 성기군은 제각각 전이하였다.

     

     

     

     "........"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방을 나선 후, 무음이 된 알현실에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

     부숴져서 쌓여버린 잔해가 들썩이더니, 그 안에 파묻혀있던 루슈카가 벽재를 밀쳐내려하지도 않고 억지로 일어섰다.

     탁탁 먼지를 털던 루슈카가 냉랭한 표정으로 부숴진 벽을 본 후에 재빨리 손을 들며 손가락을 튕기자, 시간을 되감는 것처럼 벽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이크라르가 일으킨 사건의 흔적은 깨끗이 사라졌다.

      통로에 배치되어있던 [인텔리전스 아머] 도, 긴급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장식대에 놓여져 있어서, 발생한 사태의 심각함에 걸맞지 않게 침착함을 느끼게 하였다.

     

     "정말 손해보는 역할이구나.......아니, 이것 또한 카론 님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가."

     

     약간의 짜증을 내비쳤던 루슈카였지만, 이것도 일이라고 단정짓고는 탄식하며 천사가 베어버린 배를 어루만졌다.

     

     "으음, 카론님의 생각은 잘 알고 있지만, 과연 그걸로 좋은 걸까.......뭐,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어루만지던 손을 떼자, 그곳에는 찰과상의 흔적조차 없었다.

     그냥 후방으로 날아가서 벽에 충돌한 것 뿐이었고, 그 정도의 공격으로는 손가락에 거스머리가 일어난 수준도 안 된다.

     그것은 항상 그랬듯 성왕국의 어리석음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어이없음을 넘어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어깨를 우드득거리면서, 루슈카는 기분을 전환한 뒤에 귓가에 손가락을 대어 통신마술을 켜고는 군 전체에 고했다.

     

     "이제부터 작전을 개시한다. 내 몫도 남겨둬."

     

     

     

     

     성기군 공작부대 부대장인 레코바논은, 빛과 마력의 격류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경계태세를 취했다.

     자신의 주변에는 같은 부대인 부하와 똑같은 수의 천사가 있음을 확인하고서, 전이마술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판단하였다.

     

     "질, 아드, 전부 모여있나?"

     "예. 천사도 무사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전이의 마법진에서 빛이 옅어짐에 따라서,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까지 어두워졌다.

     완전히 마력을 다 쓴 마법진이 진정되었을 때는, 서로의 얼굴을 희미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거의 쓰여지지 않는지, 아주 약간 다리를 움직인 것만으로도 쌓여있던 먼지가 일어난다.

     그곳은 좁은 통로가 나있는 모양이어서, 먼 곳에 희미한 녹색 조명만이 그들을 이끄는 도표가 되어있었다.

     

     "여기가 어디든 우리들이 할 일에 변함은 없다. 악을 섬멸하는 것만 생각해라."

     

     레코가 손으로 지시하자, 천사가 소리없이 허공을 나아가서 안쪽의 빛을 향해 나아갔다.

     만일 마물을 발견하면 담겨진 이념에 따라 살육을 하겠지만, 천사는 단지 부유하고 있을 뿐이며 행동하는 기색은 없었다.

     

     "역시 숨어있는가. 겁쟁이치고는 대책이 없는 편이군. 쿠가라다가 예상 밖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위대하신 아르마님께서 만드신 천사이니, 그것에 겁먹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래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겠어."

     "뭐, 여기는 악귀과 악령의 본거지다. 가다보면 찾아서 죽일 기회도 있겠지."

     

     천사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그들은, 신의 사도의 호위를 받으면서 빛 쪽으로 향했다.

     

     "이건......서고인가?"

     

     통로 앞에 있던 것은, 거대한 원추형의 방이었다.

     녹색 미광을 발하는 마법진이 그려진 원탁을 중심으로, 대량의 책장이 늘어서 있다.

     잘 보아하니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서고의 벽은 전부 책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드문드문 촛대가 설치된 나선의 계단이 어둠의 저편까지 뻗어있었다.

     여기가 성의 안인지 아니면 다른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꽝을 뽑아버렸다고 생각하는 레코 일행.

     원탁의 옆으로 향했지만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원탁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흐르는 마력만이 이 방에 있었다.

     부하가 천사와 함께 주변을 경계하는 중, 레코는 원탁의 마법진에 다가가서 슬쩍 솔을 뻗어보았다.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방치된 마법진인지를 조사하려 했을 때, 갑자기 천사가 도끼를 들었다.

     

     "............~~♪"

     

     미세하게, 돌림노래처럼 천사들이 노래부른다.

     남신 아르마를 찬양하는 그 찬미가는, 마를 주살하는 자들이 신에게 바치는 기도 그 자체다.

     성전에도, 쿠가라다는 마를 없애는 복음이라고 적혀있다.

     

     "........경계하라."

     

     다시 말해, 마물이 숨어 있음은 분명하다.

     레코 일행도 신의 물방울을 손에 들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천사는 가늘게 노래부르고 있지만, 상대를 특정지을 수 없는 모양인지 불규칙하게 떠 있을 뿐이고 공격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

     사실은 기분 탓이 아니었나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한 마리의 천사가 갑자기 움직였다.

     굶주린 늑대처럼 느껴진 기척을 쫓아 구동음을 울리며 비상하는 무막의 기계는, 벽가의 책장의 그림자를 향해서 뒤에서 덮쳐들었다.

     다른 천사의 반응은 없어서 한 마리 만이 폭주하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걸 사역하는 자는 자신과의 연결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기묘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가라다가 사라진 어둠에서는 소리도 안 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낌새도 없었다.

     

     "어때."

     

     레코가 그 사역자에게 물어보았다.

     

     "아뇨, 모르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신다면.....어라?"

     

     마치 실이 끊긴 것 같은, 자신과 천사를 잇는 마력의 길이 절단된 듯한 감각을 느끼고 부하는 무심코 의문을 내비쳤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 끝에는 천천히 머리를 나타낸 가라다가 보이고 있었다.

     도자기같은 조형물의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천천히 흔들리는가 생각하더니 점점 위로 떠올랐다.

     본래 있었을 기계의 몸은 머리 아래에 존재하지 앟았고, 그 대신 목을 들어올리고 있는 것은 길쭉한 백골의 팔이었다.

     그건 인간의 뼈같았지만 길이도 관절수도 이상하게 많았으며 2미터는 들어올려졌는데도 모가지를 든 손의 본체는 아직 책장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쳐, 쳐라!"

     

     무섭고도 기분나쁜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있었지만, 곧장 레코가 소리를 내자 그게 맞춰서 모두 함께 신성마술을 쏴제꼈다.

     신의 물방울에 의해 영창도 필요없이 해방되는 고위의 신성마술은, 어떤 사령도 먼지로 바꿔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매직스킬성 <인하의 정염>

     

     신의 종복, 처녀천사 인・하의 힘을 실은 은색의 화염은 책장에 숨은 이형을 향해 내달렸다.

     선명하게 빛나는 정화의 은염은 투창처럼 뾰족한 장대의 모습이 되어 책장과 충돌하였고, 격한 폭풍과 함께 주변으로 흩어졌다.

     

     "공격하라! 신의 첨병이여!"

     

     일어나는 먼지가 걷히는 것보다도 빠르게, 레코가 자신이 사역하는 천사를 보냈다.

     천사는 괴성과도 같은 음계의 비명을 지르면서 도끼를 휘두르며 돌격하였다. 흑과 백으로 덧칠한 듯한 신성함이 부여된 도끼를 물리칠 수 있는 마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마물을 사냥하기 위한 기능으로 되어있는 천사가,

     

     "~~♪ ~~♪ ......끼긱."

     

     쉽사리 기다란 팔에 붙잡혀서 갓난아이의 손을 비트는 것처럼 목이 꺾여서 죽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기, 기기, 가, 그기기기기."

     

     갑자기 울려퍼지는, 인간의 고통과도 비슷한 목소리.

     은색의 화염에 비춰진 그 마물은, 책장을 지키려는 듯 칠흑의 망토를 넓게 펼치며 웅크려서는, 천사를 천천히 거머쥐고 뭉개버리면서 일어섰다.

     목이 두 개. 하나는 해골. 또 하나는 소녀.

     엉망진창인 검은 망토에 달린 보석들이 은광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다.

     하반신에는, 무수히 많은 늑골과 꼬리처럼 기다란 척추만 있을 뿐이다.

     망토의 자락에서 뻗어나온 팔은 관절이 두 개 정도 많아서, 파츠가 머리 두 개 분 이상의 뼈에 의해 구성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뭐....냐......"

     "♪......♪......."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가, 생물의 사고능력을 빼앗는다.

     신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소행에 의해 만들어진 걸작에, 천사들조차도 전율하였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그것은 저주였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 시간을 건너서 구현된 죽음의 화신이었다.

     

     [이터니티 커스].

     지하도서관의 주인.

     바로니아의 17주의 아홉번째를 담당하는 사령, 바하랄카가 부숴진 듯한 잡음과 함께 외쳤다.

     

     "기, 이, 이이이인간이다아아아갸갸갸갸갸갸갸갸갸!!"

     

     바하랄카의 환희와 함께 내뿜은 죽음의 탁기가 신성한 화염을 전부 지워버리자, 주위는 다시금 어두워졌다.

     그에 맞춰서, 이곳저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산 자의 기척이 나지 않는 반투명한 무언가가, 찾아온 제물을 환영하는 것처럼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메아리치는 광기서린 조소의 합창은, 천사의 노랫소리조차 삼켜버리면서 공포를 흩뿌렸다.

     

     "뭐, 뭐야고 이거......대체 뭐냐!"

     "아, 아아아아아아아!!"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공포가 아니었다.

     죽는다는 공포조차 별 것 아닐 정도인, 근원적인 부분부터 위협하는 재앙의 결정을 인식하고서 천사들까지도 광기에 휩싸여갔다.

     

     개체보유스킬 <버티컬오브사탄>

     개체보유스킬 <I-PFLS・of・Lilith>

     

     신에게 도전한 어리석은 연구자가 만들어 낸 신의 모독은, 아득한 천지개벽의 때보다도 더 오래된 저주에 도달했다.

     모든 것을 그 원념으로 불태우고, 어떠한 신성이라 해도 집어삼켜버리는 괴물은, 그 절창에 흥미를 느껴 듣는자 모두를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런 데다가, 바하랄카만이 가진 개체보유스킬 <버티컬오브사탄> 은 여러가지 속성을 무로 되돌린다.

     그것이 신성이든 사악이든,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이 바하랄카에게 있어서는 죽음의 대상인 것이다.

     그것은 원시적이었기 때문에, 쿠가라다과 흡사하게도 노래에 의한 마력의 조작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오너라, 모래유리의 요람! 혼의 권좌에서 마땅히 빛나야 할 영겁의 기도는 땅에 떨어졌다! 우리들은 죽음이다! 생사의 구별 없이 죽음을 가져오리라! 죽음은 영원한 어둠이며 무기력일지니! 아아,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이것이야말로 생명으로 비옥해진 옥토!"

     

     의미불명한 문자의 나열은, 소녀의 얼굴에서 낭랑하게 노래되었다.

     <I-PFLS・of・Lilith> 에 의해, 두려움보다도 상위의 상태이상인 무기력이 부여된 레코 일행은 도망치지도 숨지도 못한다.

     호흡도 잊고서 눈이 붙박힌 것처럼 부릅뜨고는, 이제부터 일어날 전개를 경직된 채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의 물방울을 손에 쥔 성왕국의 첨병에게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자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죽음은 피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그아기기기기고고고! <아르카운라무르> !!"

     

     해골이 그 마술의 이름을 입에 담자, 변화는 발치에서부터 나타났다.

     무수한 눈과 무수한 손가락이 돋아난 은하수와도 같은 암흑의 늪이, 바닥의 틈새에서 솟아나오는 것처럼 서고를 메꿔나갔다.

     가지런하지 않은 손가락은 그 상태 그대로 손과 같은 물체가 되자마자 레코 일행의 몸을 붙잡고서 늪의 안으로 끌어들였다.

     저항도 못한 채 바하랄카를 올려다보고 있던 레코 일행이었지만, 머릿속만큼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눈과 손가락이 전부 사령에 의해 삼켜지는 결말이라고 한다면, 이 늪에 삼켜져가는 자신들도 이들의 동료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무기력의 효과는 영원하지 않고, 공포보다도 짧은 시간만 적을 구속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다할 무렵, 그들은 이미 혼돈의 시궁창 밑바닥에 가라앉아있을 것이다.

     의사를 갖고 차오르는 늪이 기계천사를 집어삼키자, 톱니바퀴의 틈새로 스며들면서 시끄럽게 손가락을 밀어넣는 모습이 시야 구석에 보였다.

     삼켜지면 삼켜질수록 온몸을 휘감는 손가락의 감촉을 느끼면서, 레코는 계속 생각하였다.

     ㅡㅡ이런 최후는 싫다, 라고.

     

     망령이 사는 도서관에 조용함이 돌아왔다.

     원탁의 마법진이 미세한 기동음을 내고 있었고, 냉기의 아지랑이가 미세한 바람이 되어 책장을 삐걱거리게 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적의 모습은 늪과 함께 가라앉아서 사라졌고, 도서관의 주인은 공중에 둥실 떠서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기다란 팔이, 진동 때문에 지면에 떨어져있던 한 권의 책을 손에 집어들고서 조심스레 먼지를 털었다.

     화려한 불길과 천사의 공격이 있었지만, 피해를 입은 것은 이 한 권 뿐인 것이다.

     바하랄카는 카론의 역사가 기록된 이 책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살며시 책장으로 되돌아가서, 보석이 빛나는 칠흑의 옷을 휘날리며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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