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사상2021년 10월 03일 11시 12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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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방문한 아렌하이트 성왕국의 성기군 공작부대.
그들의 목적은 카론의 살해와 마물의 제거였다.
그를 위해 카란드라의 사자로 분장하여 침입하고 회견장에서 행동을 개시하였다.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아이템과 그것으로 소환한 기계천사 [쿠 단 쿨 가라다]를 사용하여 인간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애초에 의문이 든다.
진심으로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이 소수로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이 공작부대를 보낸 것일까.
어떻게든 하나의 나라로서 기능하고 있는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어중이떠중이로 단정짓고 안이하게 본 것은 작전으로서는 너무 날림이다.
확실히 쿠 단 쿨 가라다는 이 세계의 기준으로 보면 꽤 강하다. 마을 하나 멸망시킨다는 것도 허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강대한 천사를 무한히 소환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템을 여러 개 들게 하여 원정을 보내게 한다면, 당연히 빼앗길 가능성이 수반되는데도 아렌하이트가 굳이 그렇게 한 것은 어째서일까.
만일 처음부터 이름 일행에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잃어도 문제 없는 아이템을 들게 하여,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힘을 측정해보려고 했다면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천사의 힘은 상당한 것이네요. 마을 하나 분량의 무고한 인간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힘이에요."
퉁 하고 둔한 사출음을 내며, 비어버린 흑은의 통이 떨어진다.
여러 천사를 휘말리게 한 참격은 기세를 잃지 않은 채 비상하여, 왕성의 벽에 거대한 일자 상흔을 새겼다.
웨폰스킬・총검 《아스트랄 스카》
[8식 마도단절기]에 통을 다시 충전시키고 크게 휘두르자, 총검은 그녀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참격을 방출했다.
본래의 총검이 갖추고 있는 사격기능을 제거한 대신 마력을 흡수하여 방출하는 기관을 탑재한 덕분에, 접촉한 마력을 카트리지에 담아두는 것으로 무효화시킨 다음 웨폰스킬의 위력을 몇 단계나 끌어올려 방출할 수 있는 구조다.
롱소드와 같은 길이이며 바스타드소드보다도 무거운 검을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천름'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힘 덕분이다.
사실 그 이상으로 천사를 손쉽게 베어버리는 쪽이 훨씬 최강의 용자에 어울리는 힘일지도.
"그 여유, 언제까지 계속될까!?"
더욱 마력을 주입하자, 신의 물방울은 홍수같은 마력에 반응하여 5,7,10마리로 한번에 소환하는 천사의 수를 늘려나갔다.
이제 통로에 득시글거리는 천사의 무리가 스콜라 한 사람을 노리는 듯한 형세다.
거친 도끼의 폭풍이 주변을 휘말리게 하며 공격해 온다.
그럼에도, 스콜라는 단아한 미소를 띄운 채로 폭풍 속에 몸을 던졌다.
칼날의 바람이 얼마나 쇄도한다 한들, 자그마한 숙녀는 무도회의 주역처럼 화려하게 춤추며 무투회의 주역처럼 열격필살의 일섬을 날린다.
천사의 불협화음같은 합창은 늘어날 때마다 줄어들고 줄어들 때마다 늘어서, 드레스 차림으로 춤추는 스콜라를 이끌어 줄 뿐이고 단 한번도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아무리 무한하게 생성된다고 한들, 용자 1명을 향해 대량의 천사를 부딪혔음에도 성과가 없으면 이름 일행에게도 초조함이 생겨난다.
신의 물방울을 쥐는 손의 힘은 늘어나고, 주입하는 마력의 양도 늘어난다.
화가 치밀어서 스콜라를 노려보던 그들은, 쥐고 있는 돌의 빛이 사그라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웨폰스킬・총검《스칼렛 크로우》
웨폰스킬・총검《티어 바렛》
웨폰스킬・총검《베후라이엔》
"천사라고 해도 결국은 오합지졸. 힘이 강할 뿐인 갓난아이만 상대하니 좀처럼 끓어오르지 않사와요."
세 마리를 한꺼번에 베어넘기면서도 내리치는 폭풍에서 도망친 스콜라는, 거슬리는 가성에 섞여 혼자 중얼거렸다.
그녀가 허세를 부려 여유있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여유로운 것이다.
쿠 단 쿨 가라다는 소환시점에서 레벨 52이긴 해도 레벨만큼의 스테이터스를 갖고 있을 뿐이고, 성장에 따른 스킬 습득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것은 도끼를 그냥 휘두를 뿐인 단조로운 공격에도 나타나고 있다.
반응속도도 느리다. 판단의 오차가 많다. 방어의 유무를 선택할 수 없다.
만일 도그마 제르딕트가 여기있으면, 어찌할 도리도 없이 물량에 삼켜져서 죽었을 것이다.
바레일 오더였더라면, 마법을 영창할 틈을 만들지도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졌을 것이다.
이름 일행도 그런 일을 기대하고 있었을 터.
"음후후후! 천름을 너무 얕보았사와요!"
천사를 찌른 총검을 빼내면서 원호로 휘두르는 것만으로 방출된 참격이, 천사들의 무방비한 몸통을 양단했다.
'저런 것' 과 동급으로 보여졌다니 모독 그 자체다.
천연의 용자는 결국 세대를 거듭하여 열화된 반푼이다. 반면 나는 인조이지만 위대한 기사들에 비추어도 밀리지 않는다.
내가 진짜 용자다.
다른 누구보다도 진정한 용자다.
"그러니......그러니이!"
그러니, 공주의 옆자리에 어울리는 용자는 나 뿐이다.
"이 정도에! 좌절하는 여자는! 인정받지도 못해요! 그러니 어서 와보라고요! 절 성염으로 불태울 정도로! 이 오장육부를 찢어버릴 정도로! 이래선 제국의 최전선만도 못하잖아요!"
스콜라의 도발은 드디어 이름의 분노를 한계까지 도달시켰다.
"스콜라 아이언베이이이이이일!!"
절규와 함께 돌은 강하게 빛났고, 드디어 동시에 14마리의 소환을 이루었다.
스콜라의 시야를 가득 메운 쿠 단 쿨 가라다는 54마리.
여태까지 쓰러트린 적을 합하면 2백에 달하지만, 추가로 14마리 늘어난다 한들 스콜라에게는 아무런 장해물도 안 된다.
웨폰스킬・총검《엘드레이더》
웨폰스킬・총검《드라이브 비홀더》
원거리 광역스킬이 충전된 마력에 의해 강화되어 방출될 때마다, 천사들은 단말마를 파쇄음에 섞으며 부숴져갔다.
눈앞에 펼쳐지는 곤란을 뛰어넘는 모습에 흐르는 휘황찬란함은. 의심할 여지 없는 용자의 모습이다.
눈동자에 타오르기 시작한 황금의 반짝임은 천사를 죽일 때마다 늘어나고 있다.
마치 이제부터 진심을 내겠다고 말해주는 듯한 그 눈빛을 보며, 적당히 좀 죽어달라고 빌고 있던 이름은 신의 물방울에 계속 마력을 주입하며 신의 물방울을 계속 혹사시키고 있었다.
".......뭐야?"
그때, 천사의 소환이 뚝 그쳤다.
쥐고 있는 신의 물방울을 보니, 그것은 처음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을 잃고 마치 주변에 널려있는 돌멩이같은 회색으로 변화해있었다.
"어, 어찌된 일이냐!"
그것은 이름 뿐만 아니라 부하들까지도 마찬가지여서, 사정없이 천사를 죽이는 스콜라에게 보내기 위해 마력을 주입해보았지만 돌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당황하는 이름 일행을 제쳐둔 스콜라는 우아하고 세심한 살육을 반복해 나갔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인가 남은 천사는 한 마리만 남아버렸다.
쉴 틈 없이 횡베기를 하면서 춤추던 스콜라는, 무릎을 꿇은 이름 일행에게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끝난 모양이네요."
마지막 천사가 쓰러져서 시체의 산더미 위에 쌓였다.
이름은 바닥에 어질어진 부품의 잔해를 밟으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스콜라에게 신의 물방울을 향했지만, 반짝임을 잃고 어두운 돌멩이처럼 변모한 신의 물방울은 주입한 마력에 반응하지 않았다.
설령 죽는다 해도 마지막까지 신앙이 함께 한다고 믿고 있던 그들에게 있어, 기적의 상실은 뜻밖의 일이었다.
"바보 같은......그럴 리가......"
너무 소환을 한 탓에 마력이 고갈직전인 이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의 물방울을 바라보았다.
무저갱의 마력이 내포되어 있는 보물이 고갈되다니, 좀체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무한한 힘이......천사를 불러낸다고, 예하께서......"
"다 쓴 자는 당신들이 처음인 게 아닐까요? 아니면 이렇게 될 것을 성녀님이 내다보고 있었다던지. 아니면 가짜나 실패작을 들려보냈을지도? 어쨌든, 이 결말은 카론 폐하와 엘레나 예하도 예측했던 것이와요."
"그게 무슨......"
"하아. 격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인간은, 왜 이렇게 똑같은 리액션을 하는지...... 저기요, 당신들의 이 작전성공여부에 관계없이 적지에 귀중한 아이템을 들려보내는 짓을, 보통 할 거라 생각하나요?"
총기수입을 하는 것처럼 [8식 마도절단기]의 구동부를 가변시키며 침묵의 시간을 때우고 있던 스콜라의 말을, 이름의 머리로는 아직 처리할 수 없었다.
"그 신앙심을 보면 정말 성왕국답네요. 아니, 그건 저도 비슷한 것이지만......누구나 신의 장난질에 농락당하고 있지요. 지금도 장난질은 계속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분께서는......"
"큭! 《브라이트 애로》!"
힘겹게 쏘아보낸 빛의 화살은, 절단기에 의해 가볍게 튕겨났다.
"대단한 아이템도 아냐. 거기다 강하지도 않아. 덤으로 아무것도 모르다니, 슬슬 살려줄 가치가 보이지 않사와요. 포기하고 목을 내놓는게 어떠신지? 아니면 자하나 님의 가호라도 바랄 건가요? 아무리 그 남신이어도 이렇게나 쓸모없는 인간에게 손을 내밀어 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요."
"훗........신께선 우리의 정의를 굽어살피고 계신다. 엘레나 예하는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위대한 성전의 첨병으로서, 이 사악한 마왕의 땅을ㅡㅡ"
"인간의 세계를 되찾는다라고 말할 셈이었나요? 이 나라 쪽이 인간보다 훨씬 온화하게 살고 있음에도?"
이런 대화를 이어나가도 입씨름에 불과하다.
목숨구걸을 하지 않는 기개는 인정하지만. 무지몽매한 대사를 늘어놓는 것은 성가신 면이 있다.
"다만, 성왕국이 어떤 수를 준비했는지 알게 된 것에는 감사하고 있사와요. 아아, 저의 강함이 싫어지네요. 모처럼 칭찬받을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라면 가슴을 펼 수도 없잖아요. 이럴 바에는 용자 한 명 정도는 죽이고 싶었사와요."
얼굴에 손을 대며 매우 슬픈 듯 한숨을 쉬는 스콜라가 검을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공작부대의 대원들은 움찔거리며 떨었다.
그런데도, 스콜라는 이름 일행에게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 검의 의식은 복도의 저편, 이름 일행의 뒤에서 다가오는 하이힐 소리에 쏠려있었다.
천천히 유령처럼 몸을 끌면서, 가슴의 로자리오를 거머쥔 여자는 스콜라를 향해 다가왔다.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난 하얀 드레스. 금목서색의 시뇽을 묶은 제비꽃과 백합의 꽃장식.
울었던 흔적이 있는 온화한 얼굴에는 망집이 떠오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있는 사이에도 제어할 수 없는 마음의 물결에 저주받은 듯한 모습.
스콜라는 연민을 담아 그녀를 불렀다.
"정말 꼴불견이네요. 아루아 세레스타."
"아루아......아루아 세레스타! 잘 왔다! 천름이 인간의 적이 되었다! 녀석을 죽이지 못하면 세계는 끝장난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아루아는 고개를 숙인 채다.
아루아는 이름 일행을 지나치더니 스콜라의 앞에서 멈춰섰다.
"스콜라 아이언베일. 당신은 틀렸어요."
"........하아."
"마물은 인간과 교류하지 않는다. 신들의 시대부터 계속 이어진 진리입니다. '천름'의 용자가 그걸 모를 리 없잖아요?"
"전 인류를 위해 싸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질문을 하셔도 곤란하기만 한데요?"
"타락한 모양이네요. 최강의 용자였음에도 카론 폐하의 저주에 당해버린 건가요."
"하아.......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저자는, 용자가 아닌 단순한 죄인입니다. 정당한 힘을 이어받지 못한 반푼이지만, 위대한 기사의 말예로서 '화관'이 끝장내드리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아루아는 목에 걸어두었던 로자리오의 쇠사슬을 잡아뜯었다.
"응하라, 나의 검. [가베라 크로이츠]!"
아루아의 발치에서 진홍의 꽃잎이 화염과 함께 휘날린다.
그녀의 눈동자에 붉은 마력이 타오름과 동시에, 쥐고 있던 로자리오는 거대화하여 석장같은 십자창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운철로 만들어진 특수한 창은, 열도국 카무히의 기술이 사용되어서 아루아의 본래의 힘 이상의 마력을 내뿜고 있다.
용자의 혼을 강철에 깃들게 하는 것으로 선택된 자가 초인적인 권능을 다룰 수 있게 하는 카무히의 비전. 그걸 악용한 끝에 태어난 생명의 모독.
마도강의 십자가에서 피와 같은 빨강이 떨어진다. 대기의 마력을 농축하여 액체화시키는 기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지만, 마치 영겁의 우리에 갇혀서 흘리는 고통의 눈물처럼도 보인다.
아루아를 채색하는 꽃들은, 여러 색깔로 선명하게, 헌화하는 것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그것들이 불길할 정도로 붉은 로자리오의 창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혼백단조술.......카무히의 정예는 선조의 영의 혼의 일부를 빌려 무기에 담게 할 수 있다지요. 성왕국의 어둠이네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인가요?"
"........이건 저의 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무력한 제가 역할을 완수하려면 필요한 것이에요."
아루아를 장식하던 꽃이 전부 진홍의 장미로 바뀐다.
각성하여도 무력한 아루아의 능력을 보조하는 것처럼, 십자창은 강하게 점멸하고 있다.
얼마 없는 기계왕국 출신의 용자 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일컬어지고 있는 아루아 세레스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기백에 식지가 움직이려는 느낌을 받은 스콜라였지만, 자세를 풀고 아루아에게 등을 돌렸다.
"도망치나요? 최강의 용자의 이름도 헛된 것이었군요."
"착각하지 말아요. 이 자리는 단순히 침입자를 죽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고요. 이것은 순종과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불과해요."
청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웃는 스콜라의 의미심장한 말에 눈썹을 찌푸리는 아루아였지만, 새로운 발소리를 듣고 바로 이해했다.
"결국, 그런 일이다. 카론은 우리들 용자라는 존재를 측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는 거지. 그래서 새로운 용자가 있으면 그만큼 유익해지거든. 그러니, 즐거운 살육전을 벌이자."
안개를 헤쳐나온 것처럼 불가시한 마술에서 빠져나온 여기사는, 푸른 뇌광을 몸에 두르고 손바닥에 모인 번개를 쥐며 검을 뽑는 동작을 취했다.
뇌명을 울리면서, 번개는 롱소드의 모습을 구성해갔다.
은색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보이는 얼음장같은 눈동자는 찌르는 듯한 살의로 차 있다.
"아루아 세레스타. 왕국기사단의 단장으로서, 리페리스에 해를 끼치려는 당신을 제거하겠다."
"그건 리페리스의 총의가 아닌 당신의 독단이죠? 마물의 편을 든다면, 당신도 타락한 인류의 적이에요. 아렌하이트의 용자로서, 리페리스 왕가의 말예로서 저는 당신도 단죄하겠어요."
"각성하기 전부터 난 네게 져본 기억이 없다고? 장난감을 받은 정도로 꽤 세게 나오잖아. 나이도 찼으니 소꿉놀이는 슬슬 졸업하는게 어때?"
"미라. 당신의 험한 말투는 예전부터 토나올 정도로 싫었어요. 공작의 도구에 불과한 주제에 타인에게는 반항적이었던 당신이, 그 운명을 물리치게 되었음에도 점점 오만하게 되어버리는 모습은 정말 보기 딱해요."
"아렌하이트에서 꽤나 시달렸나보네? 미망인이 되자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지내는 동안 꽤 괜찮은 성격이 되었어. 그쪽이 훨씬 내 취향인데?"
아루아의 분노가 장미의 꽃잎이 되어 휘날린다.
복도에 휘날리는 진홍의 꽃잎은, 미라의 볼과 스치자 작은 자상을 만들어내었다.
노려보는 왕국의 용자와 전 왕국의 용자.
벽에 등을 기대며 그것을 바라보면서도 몸둘 바를 몰라하는 이름 일행을 노려보던 스콜라는, 마물의 나라에서 서로 다투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욕망의 업보를 보았다.
"추잡한 세상를 농축시킨 듯한 구도네요. 아이 무서워라."
딴 사람의 일인 것처럼 일부러 입가를 숨기며 중얼거리는 스콜라가 사실은 누구보다도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걸 지적할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
"추하구나! 정말로 추해! 아니, 최고로 추한 싸움이군요!"
기분 좋게 웃는 알버트에게 험악한 표정을 보이는 그라도라였지만, 방 중앙에 떠있는 구체의 영상을 보고는 팔짱을 끼우며 뾰족한 코를 강하게 울렸다.
"남의 나라에서 집안 싸움이라니 좀 그렇구만."
"뭐, 우리들도 남말은 할 수 없지만!"
"장소를 고를 정도의 주변 머리는 있잖아......있, 나?"
"루슈카 너무해~ 그래도 그렇지 그런 부끄러운 짓은 안 한다구~"
"에레미야가 말하니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슈젠도 너무해!"
단순히 이벤트를 즐겁게 감상하는 것처럼, 성이 공격당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알현실에 흐르고 있다.
은밀에 특화된 랭크9 악마종 [마더 하롯]이 계속해서 인간들의 모습을 보내주고 있었지만, 백은색 실내에 모인 단장들은 성의 일에 개입할 기색이 없었다.
그것은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며, 카론도 명령할 생각은 없었다.
옥좌에 앉아서 콘솔을 조작하는 카론은, 좌우에 서서 서로 노려보고 있는 루슈카와 쿠치나시히메를 무시하며 냉담한 눈길로 맵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큰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적이 성에 침입해왔다는 사실에 단장들도 걱정되었던 모양인지, 이렇게 카론을 호위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운좋게 이 알현실에 있는 층에 전송되지 않았던 이름 일행이 분투하는 모습이 여러가지 이유로 재밌다고 생각되었는지, 말없는 카론을 제쳐두고 이러쿵저러쿵하며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다.
'운 나쁜 녀석들......불쌍하게도.'
네 부대로 나눈 성기군 공작부대였지만, 가장 먼저 처리된 것은 이 층으로 오게 된 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그냥 사고가 일어났던 것 모냥 보기에도 무참한 분쇄육으로 바뀐 것을 메이드들이 청소했을 뿐이다.
카론이 말릴 틈도 없이 "슈슉 하고 올게."라는 말 그대로 슈슉 했던 순간은, 카론으로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직접 보지 않고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자 그럼. 남쪽 대륙에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침공하려는 커다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군. 해안선에 병사를 배치하는 기색도 없고, 도대체 뭘 할 셈이지?'
이름 일행이 마술국 카란드라의 사자에게 손을 댄 일은 이미 알고 있다.
마물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기에는 꽤나 무계획적인 행동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사자를 죽였다고 카란드라에 알릴지도? 그리고는 협력을 제안한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다고는 보이지 않는데.....'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기만 한 이 행동에 큰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불안했다.
카론에게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해도, 부하를 써서 전쟁의 불씨를 일으키려는 상황인데 타성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닐 테고, 그 정도로 충실한 모습인 그들이 위의 의향을 무시하고 움직일 거라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짐작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기분 나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주변 해역에도 배가 없는 것은......으음......"
"카론, 고민할 거라면 죽이면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면 고민거리도 싹 사라질 것이니라."
"바보같은 여우년. 그래선 우리들도 그들처럼 무능한 전쟁광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리석은 자들이 동급 이하로 바라볼만한 한심한 짓거리를 카론님께서 바라실 리가 없는 것을."
"그래도 대의명분은 이쪽에 있지 않으냐. 우리가 공격해도 불평할 수는 없을 게야."
"그렇기 때문이다. 다음 싸움은 틀림없이 아렌하이트와의 전면전쟁이 된다. 그런 일대 이벤트를 단순한 싸움으로 끝내는 것은 아까운 일이잖아? 용의주도하게 일을 진행하고, 완벽한 상태로, 관객도 초대해서 성대하게 개최해야만 하는 것을."
"흐음......그냥, 카론이 곤란해하고 있으니 귀찮은 일 하지 말고 바로 끝내버리면 되지 않겠느냐."
"이래서 머릿속 핑크는......."
눈을 반짝 빛내며 다시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지만, 카론은 역시 관여하지 않았다.
익숙함이란 무서운 것이다.
"카론 님. 이번엔 이 별의 신이 간섭한 게 아닐지요?"
알버트가 묻자, 카론은 시선을 올렸다.
"천공연환에서 빈번하게 인간의 개입을 나타내는 움직임이 있다는 연락이 왔었다. 현재는 붙잡힌 인간을 이용해 역탐지하며 그쪽에서의 개입을......그런가, 과연."
평범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질문의 진의를 깨닫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렌하이트의 의사가 아닌, 남신 자하나의 의사라는 건가."
"제 우려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렌하이트를 주축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말이 된다고 봅니다. 딜 아젤보다도 강하게 왜곡된 신앙심을 가진 집단이니, 신의 계시 하나만 믿고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자하나라고 하는 신이 인간에게 기적을 내려서, 방심하고 있던 우리들이 버거워할 존재로 약자를 변이시키는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지요."
조금 환상적인 추측이었지만, 그게 일어날 수 있는 세계다.
이 일이 누군가의 책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제일 그럴듯하다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결국, 아렌하이트의 성녀는 남신과 의사소통을 나누고 있다는 말이 된다.
".......생각보다 번거로워질 듯 하네요. 그 신이 얼마나 강할지에 다르겠지만."
"문제없지 않겠느냐. 몰래 숨어서 괴롭히는 것 밖에 못하는 녀석이니, 어차피 나서지 않을 것이니라."
"과연 그럴까아."
"어쨌든, 앞장서서 상대하는 것은 인간인 게다. 그 역량을 재어두도록 하자꾸나."
그렇게 말하며, 루슈카와 쿠치나시히메의 시선은 구체로 향했다.
지금 그야말로 부딪히려고 하는 미라와 아루아.
그걸 보고 있던 카론이었지만, 다시 시선을 콘솔로 옮겨 세세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멋있는데.'
아주 약간 샘솟은, 남심에서 오는 힘에 대한 갈망을 잊으려는 것처럼.
※ 에스텔드 바로니아 3권이 일본에서 8월 30일에 발매됨. 4권은 2022년 10월 1일에 발매'예상' 한다는 저자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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