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 각오
    2021년 10월 04일 22시 28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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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69bh/84/

     

     

     

     미라 사이파.

     리페리스 왕국기사단에 소속된 '천뢰'의 용자.

     옛날 '뇌정'의 이명으로 찬양되었던 용자의 힘을 짙게 이어받은 그 오리지널에 가까운 번개의 권능은, 뇌정의 재래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아루아 세레스타.

     국왕 알드윈 리페리의 딸이며, 왕가에 흐르는 '영수'의 용자의 힘에 눈뜬 '화관'의 용자.

     그녀의 가치는, 미라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 없다.

     용자로서 각성은 했지만 그건 영수의 용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약해서, 옅어진 피를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역량이라면 전투의 재능도 높은 미라가 우위로 보인다.

     하지만 속성의 상성은 아루아 쪽이 우위다.

     번개의 힘은 나무의 힘을 대할 때 위력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루아가 미라에게 이길 가능성이 생기는 불확정요소가 하나 있다.

     그것은 열도국 카무히의 비술을 악용하여 제조된 의문의 무기의 존재.

     그것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조차 모르는 것이었다.

     

     "에잇!"

     

     고유웨폰스킬 《천리열광》

     

     "춤춰라!"

     

     고유웨폰스킬 《크림슨 커롤러》

     

     총알처럼 쏴버린 뇌광이, 십자창에서 생성된 꽃입의 폭풍과 충돌한다.

     번개는 꽃잎에 갈 길이 막혀서, 주변으로 분산되며 위력을 빼앗겼다.

     쿠치나시히메를 해한 공격과 동등한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지만, 그보다도 약한 아루아에게는 닿지 않았다.

     

     고유웨폰스킬 《로젠 슈트롬》

     

     이번엔 아루아의 공격.

     붉은 폭풍은 의지를 가진 것처럼 크게 넘실거리다가, 하나하나가 작은 칼날이 되어 미라를 향해 쇄도했다.

     번개의 검을 휘둘러 요격하는 미라였지만, 전격으로는 타오르지 않는 이상한 강도를 가진 꽃잎들은 파도처럼 검을 빠져나와 그녀의 몸을 찢었다.

     피부를 얕게 베이는 미약한 고통은 짜증이 되어, 미라는 강하게 바닥을 짓밟으며 후방으로 크게 물러났다.

     꽃잎들을 불러들인 아루아는 여유만만하게 창을 들었다.

     

     "어떤가요? 저의 장미는."

     ".......흥, 독인가."

     

     검을 쥔 손에 미세한 허탈감. 베인 피부의 저릿함. 미세한 현기증.

     즉효성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약간 베인 정도로는 효과도 적은 모양이었지만, 물량으로 덮친다면 축적되는 빈도도 높아진다.

     쓸데없는 상처는 입고 싶지 않았지만, 몸 성히 돌파하기란 미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범위공격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상태이상에 특화된 단일공격이라고 미라는 추측했다.

     예전의 아루아였다면 기껏해야 꽃으로 막는 정도였을 테지만, 아무래도 저 꺼림칙한 무기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사용자를 강화시키는 모양이다.

     

     "그게 인간 세계의 구원를 제창하는 아르마 성교의 수법인가."

     

     십자창에 대고 한 미라의 말에, 아루아는 큭 하며 목을 울리며 입을 다문다.

     이것이 어떤 외법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는 행동이었다.

     미라는 뇌검을 칼집에 되돌리는 움직임으로 사라지게 한 뒤, 허리에 차고 있던 실물검을 재빨리 뽑아드는 동작으로 아루아에게 투척했다.

     잠시 판단이 늦은 아루아였지만, 흩날리는 꽃잎은 그녀의 의사보다도 빠르게 불어올라 자동적으로 방어를 하였다. 하지만 물리적인 강도로는 쇠보다 약한 꽃잎은, 10개 남짓이 갈라지며 가까스로 검의 궤도를 위로 돌리는 것으로 끝냈다.

     챙, 하는 예리한 금속음을 내며 검이 천장에 꽂힌다.

     

     "수법을 알면 대단치는 않아. 하지만 그래선 내 기분이 풀리지 않고, 카론한테 보여주기에도 뭣하니."

     

     다시 양손을 허리에 대더니, 창광이 달리는 뇌검을 두 자루 뽑아들었다.

     아직 눈떴을 뿐인 힘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유자재로 다루며 싸울 수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미라 사이파가 왕국의 검이기 때문에, 카론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변명을 성립시키기 위해 가치를 드러내야만 하는 것이다.

     

     ".......봐주지 않을 거예요."

     "아직도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오만이 지나친데!?"

     

     외침과 동시에 던진 검을 장미꽃이 막아내었지만, 뇌검은 단순한 번개로 바뀌어 창백한 섬광이 아루아의 시야를 덮었다.

     

     "큭!"

     

     아루아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손으로 얼굴을 뒤덮은 순간, 미라는 벽을 차며 아루아의 등뒤로 돌아갔다.

     착지한 위치에 검을 하나 찔러넣은 다음 물흐르듯이 아루아에게 뛰어든 미라는, 자동적으로 추격해오는 꽃잎을 농락하면서 거리를 좁혀갔다.

     궤도에 빛의 띠를 남기며 자유자재로 질주하는 미라의 등을 진홍의 폭풍이 쫓아갔지만, 에워싸려는 듯 움직이는 바람보다 빨리 달리는 벼락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루아는 머리 끝까지 치솟은 분노를 진정시키면서, 곧장 면으로 제압하는 전법으로 바꾸었다.

     베면 독에 걸린다. 축적되면 자유를 빼앗을 수 있다. 일격의 위력에는 그다지 가치가 없었고, 그냥 되는대로 상처입히기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가베라 크로이츠!"

     "물량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해보는게 어때에!?"

     "그 다물지 않는 입을 베어버리겠어요!"

     

     놀리면서도, 모이는 꽃잎을 쳐내며 나아가는 미라.

     폭풍에서 도망친다 한들 주위에 계속 떠있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부에는 점점 얕은 상처가 늘어났고, 돌기 시작한 독 때문에 혈관이 적자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했다.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스킬로 어떻게든 억누르며, 미라는 주위에 검을 찔러넣으면서 아루아에게 몇 번이나 특공을 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라가 불리해진다.

     하지만 지금 그대로는 두터운 꽃잎의 결계를 돌파하기란 불가능.

     그것은 미라도, 아루아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아직 아루아의 정신에는 여유가 있었다.

     

     "윽."

     

     벽을 박찬 순간, 미라의 자세가 부자연스럽게 기울어지며 바닥으로 낙하했다.

     스킬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독이 돌아버린 모양인지, 볼품없이 구르면서 일어섰다.

     그 주변을, 장미로 만든 검이 둘러쌌다.

     

     "끝난 모양이네요. 미라 사이파. '뇌정'이라고 해도, 상성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인가요.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나요? 스콜라 아이언베일한테 가기 전에 들어주지요."

     

     아루아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방심하지 않고 십자가의 창을 들며 미라를 바라보았다.

     생각대로의 전개였지만 죽일 때까지 방심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불의의 일격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아루아의 겁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세에, 미라는 작게 웃었다.

     

     "그럼, 좀 더 여유만만하게 서있는게 어때?"

     "그 목이 날아가고 나서요."

     "그래. 그럼 시험해보자. 날 죽이는 게 먼저인지, 네가 죽는 게 먼저인지를."

     "네?"

     

     미라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난잡하게 찔러넣었던 뇌검들이 공명하는 것처럼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곧장 창을 내려쳐서 장미의 검을 찔러넣으려 했던 아루아였지만, 갑자기 몸의 내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창을 떨어트렸다.

     

     "안돼에에에에에에!!"

     

     느껴본 적이 없는, 체액에 부글부글 끓고 내장이 흔들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작열의 격통은 정신까지도 불태워버린다.

     

     고유웨폰스킬  《마이크로웨이브 이그니션》

     

     몸의 내부가 멜트다운될 것 정도로 강력한 전자파는, 불과 10초도 되지 않을 시간 만에 아루아를 죽음 직전까지 내몰았다.

     

     "불가시와 불가피의 공격을 막을 정도로 만능은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온몸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쓰러진 아루아를 내려다보며, 미라는 승리를 자랑하는 듯 웃었다.

     자신도 꽤 만신창이라는 것을 애써 덮어두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걸 뒤에서 보고 있던 스콜라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힘겨운 승리였잖아요. 그리고 힘의 사용법도 아직 멀었고......이거라면 제가 재빨리 처리하는 편이 훨씬 보기에 좋지 않았을까요"

     "공적을 빼앗기는 건 싫어서 말야. 전보다도 훨씬 강해졌다는 걸 드러낼 수 있었으니 됐어."

     ".......아무리 그래도 자국의 옛 공주였는데요?"

     "그래서?"

     ".......꽤 치우쳐 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폐하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사고회로가 집착으로 가득 찼을 줄이야."

     "자국에 적대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명백하게 반항하고 있는 만큼, 몰래 숨어서 정의를 속이는 것보단 낫다고요."

     

     노려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곧장 상황을 떠올리고 시선을 떼었다.

     이 자리에는 두 사람 외에도 여러 눈이 있었으니까.

     이제 이름 일행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미라의 공격의 여파로 피가 진탕된 모양이라서, 소리 없이 웅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나 소란을 일으키려고 애를 썼는데, 결과가 이래서야 정말 한심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로 전부인가?" 

     "앞으로 1조가 남았다고 들었지만, 그쪽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처리하겠지요."

     "놓아줄 셈인가? 전언을 맡길 것까지도 없이, 저쪽에서 공격해왔으니 그냥 죽여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전쟁에는 매너도 룰도 없지만, 그럼에도 그럴 듯한 형식은 존재한다.

     그것은 쌍방을 위해서가 아닌, 주변국에 보여주는 연극이기는 하지만.

     아렌하이트는 그것들을 전부 깨트렸다.

     카란드라의 사자라고 속인데다 왕성 안에서의 폭주라니, 아무리 수용할 수 없는 마물의 나라가 상대라고 해도 도가 지나쳤다.

     미라와 스콜라가 아는 아렌하이트와는 동떨어진 수법에서 다른 누군가의 의도를 느꼈지만, 그것과 이것과는 다른 문제였고 변호할 이유도 없었다.

     단지,

     

     "아렌하이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진심이라는 뜻인가."

     

     

     ◆

     

     

     이미 처우가 결정된 자를 제외하고, 이름의 공작부대와 아루아 세레스타는 알현실로 옮겨져 있었다.

     손발이 구속된 상태로 바닥에 누워있는 그들은, 인간에게도 쓸 수 있다고 증명된 회복약에 의해 몸은 회복하였지만 잃어버린 마력과 정신의 부담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살해대상인 마물의 왕을 앞에 두고서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둘러싼 단장들의 위협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스콜라 아이언베일, 미라 사이파. 수고했다."

     "폐하께 충성을 보였을 뿐이랍니다."

     "왕국은 배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준다면 됐다."

     '고화력 범위공격의 전자레인지인가.......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아.'

     

     둘 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주력보다는 레벨이 낮았지만, 만일 비슷하게 강해진 다음 적대하게 되면 꽤 성가시게 될 것 같다.

     대응책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가능하다면 계속 우호적으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론 님. 이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제 쪽에서 맡아도 됩니다만."

     "목을 보내는 쪽이 효과적이지 않아? 실험체만 그렇게 모아서 어쩌려고."

     "뭘 모르는군 루슈카. 우리들은 선량한 마물이니, 이럴 때가 아니면 모을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처음 것은 이제 늙어버려서 못쓰게 되어버렸고."

     "지금 조사할 필요가 었을까?"

     "물론이지. 지금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보물고 안에 있는 것들 중 카론 님이 호신을 위해 몸에 달 수 있는 것이 있느냐 어떤가라서."

     "오. 참고로 있었어?"

     "음. 뭐 기대하고 있게나. 꽤 괜찮은 것이 나올 예정이니."

     "카론 님께서 더욱 위대해지는 건가.......우힛."

     

     루슈카와 알버트, 슈젠이 대화하는 사이, 에레미야와 그라도라는 흥미로운 듯 아루아가 사용했던 십자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네~ 지하가람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듯도 하고, 천공연환의 그것과도 비슷한 듯한~"

     "실제로 그런 거겠지. 별의 철로 만든 것에다 반혼의 술을 사용했으니까."

     "별......"

     

     멀뚱멀뚱히 바라보던 에레미야가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라도라의 손에서 창을 쥐어들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알버트의 등에 접근하였다.

     그리고 크게 들어올리며,

     

     "아자씨~!  자, 패스!!"

     

     귀중한 증거품을 냅다 던져버리는 에레미야.

     갑자기 소리를 듣고 돌아보며 여유만만하게 손을 들어 받아내려 하는 알버트.

     가볍게 떨어지는 그것이 뭔가를 깨닫고 놀라는 루슈카.

     잡아버린 순간, 손의 피부가 불타버린 알버트가 창을 놓는 순간을 본 슈젠.

     디딤대를 잃은 창날이 천천히 떨어지자, 놀라는 알버트의 이마에 깊이 박히는 광경을 희희낙락하며 바라보는 고로 효우에.

     순식간에 체력이 크게 깎여나간데 더해, 독의 추가효과도 듬뿍 받아버려서 쓰러지는 [진조]의 모습에 낄낄대며 웃는 에메리먀.

     

     "아아.....운철이라서 그런가......"

     

     꽤나 충격적인 모습에 아연실색한 카론이었지만, 알버트의 체질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납득했다.

     무적과 마찬가지인 진조였지만, 어쨌든 우주와 관련된 물질과 마술에는 방어와 패러미터에 의한 경감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나 간단히 부상을 입고 만다는 것을 오랜만에 떠올랐다.

     아무래도 에레미야는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평소의 수상쩍음에 대한 분풀이를 할 셈이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심각한 사건이 되어버렸는데.

     

     "어이어이, 죽는다고 이거."

     "진짜 잘 통하는구려. 더 해주는게 어떻소."

     "누가......좀 뽑아주지 않겠나? 마술내성도 무효화되어서......아니 그보다 박힌 칼날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운데."

     "우햐햐햐햐햐햐! 아~하하하하하! 아핫! 아자씨 진짜 재밌잖아~!"

     "자자자! 아무리 카론 님께서 눈감아준다고 해도, 슬슬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알버트에 박힌 십자창을 난폭하게 뽑아낸 루슈카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돌아보게 하려고 손뼉을 쳤다.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한 뒤, 카론은 예정해놓았던 말을 꺼냈다.

     

     "아루아 세레스타는 아렌하이트로 돌려보낸다."

     "폐하? 온정은 필요없지 않을까요."

     "감시의 마술을 몇 겹으로 부여하고 은폐시킨 상태로 보낸다. 오감의 정보를 빼앗은 상태로 만들어 아렌하이트 내부에 들여보낸다."

     ".......보복인가요."

     "저쪽도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정보는 얻고 싶을 테니, 이쪽도 같은 짓을 한들 상관없지 않은가? 그를 위해 병사를 희생시킬 생각도 없고."

     "좋은 연구재료가 될 것 같군요. 앗, 피가."

     "이 세상의 용자가 우리들이 아는 용자, 영웅과 괴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제일 하급을 조사해본들 성과가 나올 리도 없고."

     "그럼, 이 남자들은?"

     "그건 마음대로 해. 어차피 1회용이다."

     

     결코 아루아를 봐주려는 것은 아니다.

     이만한 일을 해버리고 실패해버린 자가 어떤 말로를 걷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목적이었던 긴급 대응의 점검 말인데.....이 정도의 상대로는 너무 여유로워서 좋지 않았다. 적어도 코드홀더 정도는 되어야 했을지도 몰라."

     "확실히, 군사탑에서 파병할 것도 없이 끝나버렸으니까요. 긴장감이 결여된 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건은 제게 맡겨주시면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왕님~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

     

     자신도 조금 활약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에레미야가 물어보자, 카론은 관심을 두지 않고 콘솔윈도우 너머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하로 보낸다."

     "아~"

     "조금 전 [사타나엘]의 연락이 있었다. 다음엔 맛있는 식재를 내놓으라고 한다."

     

     들어가 본 일이 없는 지하가람이었지만, 그곳에 있는 존재를 알고 있는 자라면 에레미야처럼 아련한 눈길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라도라와 고로 효우에도 가장 불운한 루트에 선택된 인간을 동정하고 말았다.

     

     "이걸로, 우리들의 다음 목표가 정해졌군."

     

     어딘가 즐거워보이는 카론의 목소리에, 마물들도 맹렬한 미소로 응답했다.

     대열을 갖추고 무릎 꿇으며 기다리는 단장 일행을 보며, 카론은 일어서서 날카롭게 선언했다.

     

     "아렌하이트 성왕국과의 싸움에 대비하라. 인간들에게는 그다지 우리의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럴 배려를 해줄 필요가 없다. 마음껏 먹어치워서,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뼛속까지 새겨줘라."

     깊게 고개를 조아리는 그들한테서 흘러넘치는 투쟁에 대한 갈망을 피부로 느끼며, 카론은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그 녀석인가."

     

     그걸로 에스텔드 바로니아 안에서의 귀찮은 일은 전부 처리된다.

     이제야 다음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전쟁이 될 거다.'

     

     이 세계에 막 왔을 때와는 다르다.

     죽일 각오가 아닌,

     지킬 각오가 섰다.

     그래서, 어두운 자흑색 눈에는 강한 살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

     

     옆에 선 부관의, 걱정스러워하는 눈길을 모르는 채.


     ※ 이 라노벨이 대단해! 2022의 대상작품이 되었습니다.

     2021년 9월 23일까지 투표하고 있으니, 괜찮으시면 투표를 부탁드립니다. 라는 작가의 말씀.

     

     하지만 번역한 시점에선 이미 날짜 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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