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격차2021년 08월 07일 23시 47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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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트・에스타가 이끄는 성기군 공작부대의 분대가 마법진에 의해 도착한 곳은 기묘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당초에 성이 아닌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고 생각했었지만, 해석한 마법진의 좌표를 통해 같은 성의 내부라는 것이 틀림없다고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뭐냐 이건...... 이런 것이 성 안에 있다고? 농담이지."
그 공간은, 마치 울창한 밀림에 숨겨진 미궁 같았다.
덩굴이 덮인 돌벽으로 복잡하게 길을 막아선 이 공간은, 광원이 보이지 않는데도 대낮처럼 밝았다.
만일 새의 지저귐과 벌레의 날개소리가 들렸다면 북서쪽 리온 대륙에 있는 삼림 대미궁을 연상시킬 정도로, 이 공간은 너무나도 넓고, 넓고, 넓고, 넓다.
오르트는 아무리 걸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안을 머리로 기억하며 계산했지만, 얼핏 보았을 뿐인 성의 내부보다 5배는 넓었다.
공간을 확장시켰는지, 아니면 전이 도중에 축척이 작아졌는지.
어찌 되었든 이런 장소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시간의 낭비에 불과했으며 그 짜증은 뒤따르는 자들한테까지 전염되었지만, 지금의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술을 쓸 수 있다는 점인가."
"오르트 님, 탐색이 끝난 모양입니다."
".......그런가. 천사의 피해는?"
"없었습니다. 함정 등도 확인되지 않았고, 발견된 것은 아무래도 다른 전이 마법진인 모양입니다."
오르트 일행의 손에도 '신의 물방울' 이 쥐어져 있기 때문에, 기계 천사는 소환자 대신에 이 미궁을 구석구석까지 조사하러 돌아다니고 있다.
안전을 확보하기에 알맞은 역할이고, 여차하면 신성으로 악마를 베는 칼날이 되는 편리한 신의 선물.
하지만 그런 좋은 장난감을 가졌음에도 충분히 써먹을 상황이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겁많은 마물이라고 놀라면서도 짜증을 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돌아간다고 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만."
"바보인가. 그건 나아가는 걸 두려워하는 겁쟁이나 하는 짓이다. 우리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 있다. 다른가?"
부하는 오르트의 말에 눈을 부릅뜬 후, 연거푸 겁을 먹었던 점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자들도 이 위기를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느슨한 마음을 다잡았다.
오르트는 자신의 천사가 돌아옴과 동시에, 선두로 나서서 미궁의 안으로 걸어갔다.
늠름하게 지은 표정에는 확고한 신앙심이 깃들어있었다.
하지만, 가슴 안쪽에는 강한 공명심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성기군은 성왕국의 군이지만, 원한다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용자후보로 구성된 용관군이나 성녀 직속의 성검부대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있다.
대장인 이름은 공작부대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오르트는 달랐다.
'여기서 누구보다 성과를 많이 내서 복귀한다면, 중대장이나 대대장......아니, 성검부대에 발탁되는 일도......'
무한하게 마력을 생성하는 신의 물방울과, 먼 옛날 마물의 무리를 혼자서 정화시켰다고 일컬어지는 쿠・단・쿨・가라다가 있으면 그것도 꿈이 아니다.
이건 선발이다.
이 고난을 뛰어넘은 자에게는 영광이 약속되어있다. 그렇다고 오르트는 믿고 있었다.
그래서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출세하려고 야심을 불태우고 있는 이 남자가 이 작전에 참가한 것이다.
'열심히 내 도움이 되어라 쓰레기들. 이 내가 성녀님의 총애를 손에 넣는 거다.'
병으로 죽은 아버지도, 도적에게 살해당한 어머니도, "넌 행복해져라." 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오르트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이한 곳의 경치가 똑같은 미궁이고, 똑같이 조사하고, 똑같이 나아가고, 똑같은 미궁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이미 20층은 전이했을까.
미궁의 루트만이 변할 뿐이고, 따로 시각적 변화는 없었기 때문에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마력은 손에 있는 신의 물방울 때문에 소모가 없었지만, 걸을 때마다 자연스레 체력이 줄어들었다.
이젠 시간의 감각도 사라져서, 여러 가지가 의심스럽게 생각되었다.
대화도 어느덧 사라지고 천사의 노랫소리만이 들린다.
이래서야 길을 헤맨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만을 소비하고, 심신 모두가 피폐해지고, 무엇하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있었다.
모두 오르트의 안색을 살피며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불만과 의심은 차오를 뿐.
무엇보다도, 그런 감정을 모난 얼굴로 가득 짓고 있던 자가 다름 아닌 오르트였던 것이다.
'뭐냐 이건.......!'
당연하다.
침입자를 방치하는 짓이니까. 이런 영문모를 구조로 성을 만든 것도 상궤를 벗어난 짓이니까.
성이란 나라의 핵심이다.
여기까지 침공되지 않도록 주변을 둘러싸서 최종 방어라인이 뚫렸을 때를 대비하는 법인데, 이래서야 일부러 끌어들이는 일을 예상하고 있던 것 같지 않은가.
'젠장!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냐.......!'
이미 20층은 지나갔을까.
오르트 일행은 알 리 없었지만, 이 성의 상층은 최상층까지 전부 미궁으로 되어있으며 키메라들이 실내전 최강의 방어 병기로서 왕을 지키려 막아서는 진정한 최종 라인이다.
지형을 바꾸고, 지형 채로 삼키고, 지형 채로 메꾼다.
원래 그렇게 침입자를 유린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 기능이 정지되어있다.
그 이유는, 오르트 일행이 최후의 전이마법진을 통과해 도착한 곳에 있었다.
정신이 해이해진 그들은, 이 전이마법진의 도착지점이 본래의 보물고와는 다른 장소로 지정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마력이 흔들림이 걷힌 앞의 풍경은ㅡㅡ별바다였다.
"......."
절규가 나올 정도로 선명한 별들의 반짝임이 어두운 군청색의 저편을 웅장하게 채색하고 있다.
갑작스레 하늘의 저편 끝으로 날아가버린 듯한, 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 듯한,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현실감이 없는 세계의 광경을 목격한 누구나가 말문을 잃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흰색 고리ㅡㅡ의 모양을 한 은폐 장치에 의해 은닉되었던 기만의 우주는, 속세에 결코 물들 수 없는 자들을 격리하기 위한 공간.
그리고, 그곳에 가득 찬 멀미를 유발할 정도로 신성이, 기계장치로 된 천사들에게 이상을 유발했다.
".......~♪ ~♪ .......~.......♪"
갑자기 무언가를 떨쳐내려는 것처럼 큰 도끼를 휘두른 쿠・단・쿨・가라다는, 도자기 같은 얼굴 안쪽에서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를 울리면서 돌아다녔다.
그게 방아쇠가 되어 오르트 일행은 정신을 되찾았다.
아니, 단순히 사고를 되찾은 것뿐이고,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었다.
"천사를 말려라!"
"젠장! 왜 명령을 듣지 않는 거야!"
"에에이, 조용히 시켜!"
신의 물방울을 통해서 명령했음에도, 쿠・단・쿨・가라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계속 싸워나갔다.
천사들에게 있어서도, 이 폭력적인 신성함은 인정할 수 없는 힘이다.
이 정도로 짙고 성스러운 마력은 아렌하이트에서도 느껴본 일이 없었다. 신의 사도인 천사들조차, 남신 자하나를 이 정도로 가까이에서 느껴본 일이 없었다.
"웃기지 마......웃기지 말라고! 마물이......어째서 마물의 나라에, 이런......!"
동요를 숨기지 않는 오르트의 의문을 표하자, 엄숙하고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도 부처도 사신도 악마도 그분에게 있어서는 평등하답니다, 인간의 아이여."
그 목소리를 들은 오르트 일행은 마술도 상관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싸울 생각조차도 잊어버린 그들의 앞에 천천히 내려선 자는, 맹렬한 불꽃을 두른 흰 '마물' 이었다.
순백의 법의를 두른 아름다운 여자가, 불타는 날개의 한 쌍으로는 눈을 가리고 한 쌍으로는 등에서 날갯짓을 하고 한 쌍으로는 다리를 감추어서, 일반인의 눈을 불태울 정도의 눈부심과 혼을 초조하게 만들 정도의 존엄성을 억제하며 나타났다.
"위대하신 창조주님께서는 정말 좋은 샘플을 가져와주셨습니다. 이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데이터는 확보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걸로 성가신 간섭을 참고 있을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창조주님의 희망에 따라 방어프로그램을 서둘러 구축해야겠습니다."
"아........아아......"
혼잣말을 시작한 그 마물을 보면서, 오르트 일행은 평정심을 잃어버리고는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참으려 한들, 억누르려 한들, 그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신앙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감동을 준다.
싫어도 감동시키고 만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이해되고 만다.
몇 번이나 이 여자를 마물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신성한 마력이 그걸 덮어버린다.
이것은, 아득히 숭고한 신의 권속임이 분명하다며.
"창조주님은 정말 훌륭한 생각을 하셨습니다. 신들이 심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아니, 만마를 따르게 하는 것이 가장 어울릴지도. 정말 두렵군요. 정말 아름다워요. 아아, 우리들의 기도를 한들 그분의 위무가 되기는 할까요."
그렇게나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쿠・단・쿨・가라다가 초라한 가짜로 보이고 말 정도로, 오르트는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빛나는 미래가 암흑으로 수렴되어가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신성은 더욱 강해졌다.
아니, 신성의 수가 늘어났다.
신화에서 언급되는 천계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개를 가진 자들이 하나에서 열, 열에서 백으로.
그것뿐만이 아닌, 뇌가 망가져버릴 것 같은 존재감을 발하는 거대한 무언가도 천천히 내려왔다.
싸운다고 하는 생각은, 오르트 일행에게서 이미 사라졌다.
아름다운 천사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사지를 잡아 뜯고 내부를 도려내는 소리와 기계의 비명 또한 닿지 않는다.
"기도합시다. 위대하신 창조주님의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을."
"기도합시다."
"기도합시다."
"기도합시다."
기도. 기도. 기도. 기도.
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기도.
청렴결백한 사악이, 모래알 같은 목숨 위로 내려온다.
천사와 악마는 표리일체가 아니다. 성신도 사신도 대극이 아니다.
넓은 의미로는 동일한 것이다.
선의의 강제도 악의의 증답도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서 단순한 마물에 불과했다.
오르트가 그렇게나 숭배하고 있던 존재라고 해도, 아무리 세계를 창세하는 권능을 휘두른다 해도, 이 자들은 마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잘 오셨습니다, 초대받은 재료 제군. 당신들은 이 천공연환에서, 위대하신 창조주님을 위해 왜소한 불을 지피게 되는 영예를 부여받았습니다. 끝없는 절망을 연료로 하여 끊임없는 고통에 지지 않을 강한 마음을 갖추고 이성(異星)의 신의 소재지를 찾는 장치가 되어 창조주님께 영원히 봉사해주세요."
세라핌은 천사의 미소를 오르트 일행에게 향했다.
요사스럽고도 아름다운 그 얼굴을 보면서, 날개가 돋은 유아의 모습을 한 [큐피드] 들의 손에 들린 하트 모양의 화살에 의해 자신의 몸이 해체되어가는 것을, 오르트는 지지는 듯한 격통과 함께 느끼고 있었다.
뇌의 기능이 급속히 하락한 끝에 뇌와 안구만 남은 그는, 언제까지나 세라핌의 환상을 바라볼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허락받지 못한 채 죽을 만큼의 아픔을 계속 느끼면서, 흡사 저주처럼 원한다.
ㅡㅡ우리들의 신은, 마물보다는 신성한 존재로 있어줬으면 한다고.
뇌의 기능이 급속히 저하된 후에 남은 뇌와 안구, 그리고 척수만이 남게 된 인간의 잔해를 든 큐피드를 보며, 세라핌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신앙은 힘이다.
그것은 인간이 신에게 기도하는 행위인데, 신에게서 변덕스러운 대답을 듣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은색 통에 수납된 뇌는 이제 이성의 신만을 생각하게 되어, 신앙을 이용한 절호의 역탐지 장치가 될 것이다.
"아아, 안 되겠어요. 정말 두렵군요. 정말 훌륭해요.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창조주님답네요. 이걸로 이성의 신은 영구한 번거로움에 머리를 싸매게 되겠죠. 이대로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도 재밌어 보이지만......아니아니, 창조주님의 생각인걸요. 저 따위가 말참견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미=고] 라는 놈의 기술은 추악하지만 편리하네요. [카타노소아] 를 그에게서 빌리는 편이 재밌겠지만..... 뭐 그것도 저 따위가 말참견을 해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만요."
날개로 가린 얼굴은, 상기된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무표정이다.
"재미없는 것을 싫어하는 분인걸요. 몇 번이나 힘든 길을 선택하며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을 즐기는 분인걸요."
그러하니, 세계의 종말은 카론의 목숨과 함께 찾아오리라.
신 따위는 마물이나 다름없다.
결국은 빛에서 태어난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빛을 잃으면 그림자도 사라진다.
빛이 없는 세계에 남은 것은 어둠뿐이다.
그림자가 어둠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림자가 어둠을 낳는 것이다.
빛이 없는 세계에 볼만한 것이 없으며 단지 맹목의 안에서 방황하게 될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세계의 종말일 것이다.
세라핌은 두 손을 맞잡고, 무궁을 떠다니는 천사답게 세상과 동떨어진 의견을 입에 담는다.
"기도합시다. 우리들의 빛이 사라지지 않기를. 빛이 사라진 세계에, 안녕의 어둠이 찾아오지 않기를."
그 빛은, 누구에 있어서의 무엇을 가리키는가.
오르트 일행에게 있어서, 그것은 남신이었던 것이 아닐까.
천공연환의 주민들은 알 바 아니지만, 만일 그렇다면 분명 그들의 말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을 떠올리는 비통한 일이 될 것이다.
◆
이름・로베타는, 아렌하이트의 성기군 공작부대의 대장을 맡고 있다.
그들 공작부대의 역할은 다양한 방면에 걸쳐있지만, 요인의 암살을 위해 파견되는 것은 대전 후 처음이었다.
버밀리아와 카란드라는 지금도 적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로 견제 상태와 소규모 다툼을 반복하는 상태로 오랜 세월을 보내왔다.
그 역사가 이제 다시 자신의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실감은, 이름의 신앙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름 일행의 다리에는 다른 부대 같은 망설임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기 때문에, 고민할 일이 없다.
무엇이 오든, 단지 죽이면 될 뿐.
청순한 흰 복도에 늘어서 있는 어여쁜 장식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이름 일행은 단지 표적을 찾아서 걸어갈 뿐이었다.
그런데, 옆길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낸 자를 보고 다리를 멈추었다.
"이건 당첨일까요? 아니면 꽝? 저로서는 '화관' 이 와주는 편이 좋았는데요.......어쩔 수 없겠네요."
하이힐로 흰 바닥을 울리면서 진홍과 칠흑으로 어우러진 드레스를 입은, 소녀와 숙녀와의 절반 정도 되는 용모와 스타일의 여자.
청자색의 사이드테일을 손으로 쳐내고는, 얼굴은 새하얀 세계에 떨어진 핏방울 같은 붉은 초승달로 일그러졌다.
".......스콜라......아이언, 베일......."
이름이 불리자, 스콜라는 볼을 덮으면서 부끄러워했다.
"평안하셨나요, 아렌하이트 성기군 여러분. 신분으로 추측하자면, 공작부대일까요? 어머머,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후후, 후후후후."
품위 있는 용모와 어여쁜 행동거지.
어느 곳을 보아도 완성된 무언가가 느껴질 정도로, 스콜라는 '그' 황제의 피를 느끼게 한다.
이름은 손에 신의 물방울을 거머쥐고는, 부하들의 벽 뒤에서 천사를 추가로 불러내었다.
스콜라의 앞에 떠 있는 천사는 12마리가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게 몸을 흔들 뿐이었다.
"이것이, 비장의 수......아니, 에레나 예하의 선물......하사품인가요. 성전에도 기록된 기계 사양의 천사 쿠・단・쿨・가라다. 과연, 신의 사도라고 들을 정도까지는 아닌 모양이네요."
"어째서, 이곳에 있지."
이름은 스콜라가 이 성에 체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 놀라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 자리에 나타난 이유다.
이름은 그녀가 황제에게서 무언가의 명령을 받고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체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물에게 쓴맛을 보고 있는 뉴엘의 황제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와 우호관계를 구축할 리가 없다.
그래서 스콜라는 '이쪽'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아하게 막아서는 모습은 확실한 적대행위로 보였다.
"대답해라! 스콜라・아이언베일! 왜 당신이 우리들의 방해를 하는지!"
초조함과 분노를 섞어 내지른 이름의 호통 소리에, 이제야 스콜라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들어서, 어쩌려고요?"
치솟는 살기가 바람처럼 압박하자, 이름 일행의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솟아 나왔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나 놓아주는 선택지는 없었지만, 제국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대 마물살육병기가 상대라고 한다면 여러 모로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각 하고 하이힐을 울림과 동시에, 스콜라의 발치에 흑자색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세계를 구할 인류의 희망과는 어울리지 않는 저돌적인 색의 마력.
그 마법진에서 떠오른 것은, 일그러진 검이었다.
검은 파이프가 코등이에서 칼자루에 걸쳐 복잡하게 배선된 검의 도신은, 붉게 맥동하고 있다.
마치 생물처럼 생긴 기계의 집합체는, 바로 제국 기술의 정수를 담아 완성된 스콜라・아이언베일을 위한 검.
[팔식 마도절단기].
검에 붙이기에는 꺼림칙한 이름이 붙여진 그것을 들면서, '천름' 의 용자는 웃었다.
"저세상의 작별인사로도 괜찮겠다면, 대답해드리겠어요."
"큭! 천사여!"
세 마리의 쿠・단・쿨・가라다가 스콜라를 향해 쇄도했다.
종족의존스킬《남신의 축복Ⅶ》
종족의존스킬《신의 첨병》
개체보유스킬《성역구동》
스탠스스킬《홀리 스트랭스》
스탠스스킬《디바인 가드》
기초능력상승 두 개, 이동속도상승, 공격력상승, 방어력상승을 연거푸 발동한 스킬이 쿠・단・쿨・가라다를 더욱 단단하게 해 주었다.
도자기 같은 몸통의 틈새로 보이는 기관부가 흰 연기를 일으키며 격하게 회전하는 와중에, 치켜든 석장 같은 큰 도끼를 스콜라를 향해 내리쳤다.
만일 직격 한다면 베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지가 날아가버릴 것이다. 적어도 이름 일행은 그렇게 될 것이다.
목, 가슴, 허리를 노린 세 마리의 연계 공격.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고기 파편으로 만들어버릴 그것을, 스콜라는 고속의 백스탭으로 가볍게 피했다.
그러고 나서 첫 번째의 추격을 피하고, 두 번째의 추격을 받아 흘리는 것처럼 쳐내고, 세 번째의 추격은 양손으로 거머쥔 검으로 받아내 보였다.
무기가 교차된 순간, 너무 강력한 위력 때문인지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광경을 본 이름은 이를 악물었다.
제국 최강을 얕볼 셈은 없고, 기계 천사를 과신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인조의 용자가 신조의 천사에 닿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죄를 엮어서 태어난 것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다.
챙챙 하고 긴박하게 겨루는 천사와 스콜라였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면에 새된 소리를 울리며 굴러간 것은, 흑은색의 통이었다.
그것은 마치 탄피 같았다.
"어머, 벌써 다 되었나요. 역시 쿠・단・쿨・가라다네요."
스콜라는 한걸음 앞으로 내딛으면서 그 가느다란 팔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력으로 천사를 날려 보낸 뒤, 지면에 구르고 있는 통을 주워서 드레스의 벨트에 매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통을 허공에서 꺼내 들고는, 검자루에 해당하는 부분에 밀어넣었다.
검은 보충되었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강하게 빛나더니, 다시금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제국의 장기인 기계완구인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불명이지만, 그걸 경계해서 공세를 늦춘다는 판단은 무리다.
이름이 눈으로 지시를 내리자, 부하들도 물방울에 사념을 보내어 명령을 내리며 천사들을 출전시켰다.
1 대 20의 구도.
단순명쾌한 폭력 앞에서 스콜라는 위험스러운 회피를 반복했다.
때때로 흑은의 통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검에서 튀어나왔고, 그걸 주워서는 새로운 통으로 교체하였다.
넓은 복도를 환용하여 상하좌우에서 덮치는 천사들이었지만, 스콜라를 붙잡을 수 없었다.
이름 일행이 마술로 가세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밀한 조작이 아니라 의사를 전해서 세미 오토로 싸우고 있는 8마리의 천사의 틈 사이로 스콜라를 노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용자와 비교한다면, 그들은 강력한 소환아이템을 손에 넣었을 뿐인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스콜라・아이언베일! 당신에게 있어 마물은 적이 아닌가! 이건 카르나 황제의 명령인가!?"
"오라버니는 관계없어요. 이건 제 의지니까요."
"막말하기는! 그게 사람을 보호해야 할 용자의 선택이냐!"
"신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한 선택이랍니다."
"어리석은 짓. 게르하 님의 총애를 입었으면서도 불의를 거들다니!"
"신이 인간을 소중히 할 리가 없잖아요. 무지란 죄악이랍니다."
"큭.......죽여!"
스콜라의 목적도 듣지 못한 채 단지 발끈하기만 해 버린 이름은, 자신의 마력을 돌에 주입시켰다.
무저갱으로 마력을 불태우는 화로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이물을 흡수한 신의 물방울은 반짝임을 더하여 쿠・단・쿨・가라다의 능력을 강제로 이끌어냈다.
개체보유스킬 《기어 도미네이션》
머리에 꽂힌 철과 금으로 굳혀진 천사의 부조상이 금색으로 빛나더니, 더욱 격한 구동음을 울리며 스콜라를 덮쳐 든다.
이동속도도 공격의 위력도 한층 더 강화된 모양이어서, 12마리의 천사는 격류처럼 가열찬 공격을 되풀이했다.
이제 공작부대 병사들의 눈으로는 쫓아가지 못할 정도가 되었음에도, 진홍의 드레스는 그 안에서 아직도 춤추고 있었다.
천사의 큰 도끼는 그녀의 옷자락에도 닿지 않았다.
"그럼, 슬슬 저도 일해볼까요."
눈앞에 나타난 한 마리를 한 손으로 날려버린 스콜라가 여태까지 보다 빠른 속도로 거리를 둔 후에, 허리춤에 걸어놓았던 통을 하나 들어서 검자루에 있는 플러그에 넣었다.
스탠스스킬《용자Ⅸ》
스탠스스킬《??의 말예》
스탠스스킬《천름Ⅹ》
스탠스스킬《니트로 블러드》
스탠스스킬《에피고넨 헤르트Ⅰ》
스탠스스킬《별의 요새Ⅱ》
스탠스스킬《블레이드댄서Ⅷ》
스탠스스킬《영문 모를 유전》
스탠스스킬《글러트 소울Ⅲ》
스탠스스킬《이프리트 스트랭스Ⅸ》
스탠스스킬《운디네 디펜스Ⅷ》
스탠스스킬《볼트매직 스트랭스Ⅴ》
스탠스스킬《실프매직 디펜스Ⅶ》
스탠스스킬《셰이드 어빌리티Ⅳ》
웨폰스킬・총검《아이솔레이션 엣지》
작열음.
파쇄음.
섬광.
초연.
방아쇠가 내장된 칼자루를 거머쥔 스콜라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흩뿌려지는 산탄처럼 검은 초신성이 복도에 퍼져나갔다.
검의 궤적을 쫓아가는 것처럼 날아간 무수한 별은, 그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물체와 접촉한 뒤 초고온의 마력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스콜라와 병사 사이에 천사가 있던 덕분에 이름 일행에게는 닿지 않았지만, 강인한 미스릴의 성을 일부 파괴할만한 위력의 공격은 7마리나 되는 천사를 매장시켰다.
카론이 보았다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자세히 파악했을 것이다.
랭크 8 레벨 52 의 기계천사가, 스테이터스를 레벨 90 정도까지 끌어올린 레벨 47의 용자가 쓴 범위 스킬로 인해 죽었다, 라고.
더욱 간단히 말한다면, 레벨을 무시하고서 스테이터스로 찍어 누른 것이다.
그게 당연한 세계를 알고 있고 미라를 통해 한번 경험한 카론이라면, 화가 날 정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 일행에게 있어서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신이 선물해준 것인데도 인간과 이 정도의 힘의 격차가 나다니,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선전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옷자락 하나 만져보지 못하는 꼴이 날 줄이야ㅡㅡ
"확실히, 기껏해야 마물이네요. 반신반의했었지만 이렇게 싸워보니......'훈련이 덜 되었네요'. 폐하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더욱 보편적인 강함일 거라 생각했었는데......이것은 게르하의......아니, 당신들의 태만인가요."
손을 쥐락펴락하며 힘을 확인해보면서, 천사들의 안에서 새어 나온 오일에 젖어버린 스콜라가 혼잣말을 하였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온 뒤로 몇 번이나 상대해 온 마물들 쪽이 훨씬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는 것을 확인해보려는 것처럼.
".......하. 핫하! 겨우 이 정도라고 생각했나?"
이름은 동요를 숨기려는 것처럼 웃으면서, 다시금 신의 물방울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방금 죽었던 천사가 부활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7마리의 쿠・단・쿨・가라다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떠오르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활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개체를 소환시킨 것이다.
이 무저갱의 마력과 신의 힘이 있으면 몇 번이나 천사를 불러내어 사역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신의 물방울은 아렌하이트의 보물인 것이다.
"......그거, 진품인가요?"
흥미를 잃어가던 스콜라에게, 다시금 전투의 열의가 솟았다.
"뭐라고?"
"천사 중에서 하급인 것들만 불러낼 수 있다니, 정말 소문으로 듣던 신의 물방울인가 의심되어서요."
"조금 잘 싸웠던 것 정도로 우쭐대지 마. 남신 게르하의 힘을 잔뜩 맛보아라!"
어느 사이엔가 이름과 마찬가지로 부하들이 소환시킨 천사가 주위를 부유하고 있었고, 수는 첫 싸움을 뛰어넘는 28마리나 불어났다.
그럼에도 스콜라는 바보 같다는 듯 코웃음 치면서, 화염계 마술 <반 프레임> 을 자신에게 썼다.
맹렬히 불타오르는 화염은 스콜라를 감쌌고, 그와 동시에 부착되었던 오일을 전부 불태웠다.
옆으로 베어 가른 화염 속에서 걸어 나온 스콜라는, 이 자리에 나타났을 때처럼 아름다운 적흑색 드레스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확인해보죠. 이것도 사랑하는 폐하를 위해. 진품이라면 진상하고, 위조품이라면...... 필요 없지만요?"
흑은의 약통을 검자루에 장전시키면서, 스콜라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을 강조했다.
"봐주세요, 사랑하는 폐하. 아름다운 공주님. 저의 사랑이 진실이라는 것을, 지금 여기서 증명하겠어요."
그 목소리는, 천사가 노래하는 불협화음보다도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 에스텔드 바로니아 제 3 권의 예약이 시작되었다는 작가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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