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부녀, 뛰어난 것에 비해서는 절묘한 부분에서 감이 무디다.
만약 셀레나가 하늘에서 이 광경을 봤다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ㅡㅡ부녀가 똑같아서 답답하기는!
클라우드의 마음이 보답받을 날은 ...... 아직 멀었다.
◆◆◆
그날 밤. 왕립학교의 교장인 메이스 알도라 백작에게 한 손님이 찾아왔다.
"...... 저기 말이야, 학교가 휴교했다고 해서 딱히 내가 한가한 건 아니라고. 오히려 각종 일정 조정으로 꽤 바쁘게 지내고 있어. 내 이 얼굴을 보면 알겠지? 봐봐, 이 눈가를. 그런데 너, 갑자기 집무실로 돌진해 와서는 편입시험을 봐 달라고!? 정신이 있는 거냐, 너는!"
메이스 알도라 백작. 33살.
중후한 체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갈색 단발머리에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갈색 눈동자를 가진, 별다른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다. 유일한 특징이라면 타고난 곱슬머리 정도일까. 그것도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그가 고함을 치고 있는 상대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특이한 은발, 눈동자 색은 갈색이지만 그 날카로운 눈빛이 눈에 띄고, 문관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단련된 장신의 체격을 가진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긴 팔과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 얼마나 늠름한지.
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클라우드 레긴버스 백작이다. 그는 묵묵히 알도라 백작인 메이스와 대면하고 있다.
"애초에, 네 딸의 편입 절차도 힘들었다고.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급했어! 그걸로 겨우 진정되나 했더니 다음에는 다른 소녀의 편입시험을 치러달라고!? 이번엔 어디서 데려온 건데! 그것도 같은 또래의 여자애라니 양다리였다는 말이잖아 최악이라고 너!"
"...... 세실리아 양은 딸이 아니다."
"진심으로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 주제에. 딸한테서 인정받지 못했구나. 양다리 아빠는 정말 싫어한다는 거냐, 정말 안 되셨어!"
"...... 정말 세실리아 양은 딸이 아니다. 그냥 우수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게 하고 싶을 뿐이다."
"...... 아이 진짜!"
클라우드는 무슨 찔리는 일이라도 있는 건지, 메이스에게서 슬며시 눈을 돌렸다. 메이스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긁더니 클라우드를 향해 다크서클이 나 있는 눈을 돌렸다.
"동기의 온정으로 도와주긴 하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교장은 바쁘다고,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고. 2학기 개강 전까지 제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너, 이 빚을 잘 기억해 둬라."
역시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교장을 맡을 만하다. 클라우드의 급한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클라우드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듯 즉시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다. 답례로 잘 듣는 영양제를 선물하지."
"그걸로 빚을 갚을 셈은 아니겠지, 클라우드 씨! 그건 필요 경비라고! 나중에 제대로 청구할 테니까."
"그래, 알겠다 ...... 메이스, 고맙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표정의 클라우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 네네, 맡겨만 달라굽쇼. 역시 너의 그거, 치사하다고."
"음?"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갑자기 편입을 시키고 싶다니, 정도로 그 아이가 그렇게나 뛰어나?"
"......그래. 시험을 치르면 분명 너희들은 크게 놀랄 거다."
"흠~"
이력서를 읽었을 뿐인 메이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 소녀가 무도회에서 '천사'라고 불렸던 신비한 미소녀라는 사실을.
편입 시험 결과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클라우드는 조금은 자랑스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나를 귀찮게 해 놓고 뭐야 그 얼굴은. 젠장, 너도 조금은 일 좀 해!)
아무래도 클라우드의 미소는 메이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