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프롤로그 왕성 긴급회의(1)

 

 

　8월 31일의 심야.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자정을 지나 9월 1일을 맞이하고 있다.

　무탈하게 여름 무도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왕성 대회의실에 가나드 폰 테오라스 왕을 필두로 한 왕성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다.



　의제는 물론 갑자기 왕도(王都)에 나타났다는 마물에 관한 것이다.



"사회는 저, 재상보좌관 클라우드 레긴버스가 맡겠습니다. 그럼 먼저 재상 각하께서 사건의 경위에 대해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클라우드의 지목으로, 재상인 지오락 릭렌토스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물의 습격을 받은 것은 제 아들과 그의 파트너인 루시아나 루틀버그 백작영애, 그리고 동승하고 있던 렉티아스 플로이드 기사와 그의 파트너인 평민 소녀 세실리아 이렇게 네 명입니다. 일단 마부까지 합치면 다섯 명이군요."



　재상의 적자가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주변이 잠시 소란스러워졌지만, 지오락의 날카로운 눈빛에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아들의 보고에 따르면, 루틀버그 백작영애를 돌려보내는 도중에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뒤를 확인해 보니 바나르간드 대삼림의 마물인 다섯 마리의 하이더울프가 마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물들은 마차를 추월해 마부를 공격하려 했지만, 이변을 감지한 루틀버그 가문의 호위가 합류해 마부를 도왔다고 합니다"



"루틀버그 가문의 호위 ......?　그 가문에 그런 고수가 있었다고?"



　다시 주위가 조금 시끄러워졌다. 봄의 무도회 때부터 루시아나를 필두로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루틀버그 백작 가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곤귀족'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참고로 백작이지만 재상부의 신참에 불과한 휴즈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딸이 탄 마차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부가 함께 급히 저택으로 돌아간 상태다.



"계속하겠습니다. 루틀버그 가문의 호위병이 합류할 때 마물의 급소를 칼로 찔렀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마물은 상처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주위가 떠들썩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진다.



"그 호위병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까?"



"아니요, 그 사람은 무기에 마력을 제대로 담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



"...... 그 마물, 하이더울프에게는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마력 공격이......."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요?"



　지오락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떠드는 사람들. 아무리 세계 최대의 마경의 땅으로 알려진 '바나르간드 대삼림'의 마물이라 해도, 마력 공격이 통하지 않는 존재는 들어본 적도 없다.



"조용히!"



　분노에 찬 국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회의장에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계속하라, 재상."



"알겠겠습니다. 호위병의 마력 공격을 받은 마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나머지 마물들과 합류했다고 합니다. 일행은 무도회 귀가 중이라서, 호위병의 검 외의 무기는 마차에 숨겨둔 안전기원의 은제 의례검뿐이었습니다."



"은제의 의례검 ......?"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주변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차에 그런 것을 숨겨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겠지. 나도 처음 들어봤으니까)



　지오락은 무심코 코웃음을 칠 뻔한 것을 어떻게든 참았다.



"마물과 싸운 자들은 제 아들 맥스웰과 호위병, 그리고 렉티아스 플로이드 기사작 이렇게 세 명입니다. 주변은 당연히 어두웠지만, 평민 소녀인 세실리아가 빛의 마법을 써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더군요."



"대삼림의 다섯 마리의 마물을 상대로 셋이서 싸우다니 무모한 짓. 게다가 플로드 기사작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 않았나. 맨손으로 마물을 상대했다는 말인가?"



"아니, 그 남자는 몇 년 전에 대삼림에서 빠져나온 마물을 처치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은 게 아니었나. 의외로 맨손으로도 싸울 수 있을지도 몰라."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인지, 참가자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참가자가 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