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 에필로그 후편(2)
    2023년 09월 24일 23시 56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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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레아는 눈을 떴다. 온몸이 아프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식불명 상태로 갱도에 굴러 떨어졌기 때문에,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일어선 레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시선을 돌렸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왜 이런 곳에?"



     불안해 보이는 작은 목소리가 갱도에 울려 퍼진다. 레아는 깨닫지 못하였다. 자신의 말투가 방금 전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캄캄해. 출구는 어디......?"



     레아는 벽에 손을 얹고 갱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손짓 발짓을 하며 나아가는 두려움. 걸어도 걸어도 닿지 않는 출구. 가끔씩 멀리서 '쿵'하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 자신도 생매장당하는 것은 아닌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행동하던 소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레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래도 빛이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인지, 느리지만 레아는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몇 번이나 갈림길을 골라가며 갱도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레아. 그래도 출구에 도달하지 못한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헐떡이며 허우적거린다. 이제 한계가 가까워지는데,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나, 어떻게 된 거야?)



     목이 말라서 혼잣말을 내뱉을 힘도 없다. 조금 쉬고 싶어서 눈을 감고 있을 때였다.

     



    "지, 지진!?"



     레아는 불안한 흙벽에 등을 대고서 흔들림을 견디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무자비하게도 레아가 있던 땅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흔들리며 발밑이 점점 무너져 내렸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낙반이 발생해 갱도가 토사로 가득 차게 되었다. 레아는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땅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다음으로 눈을 떴을 때, 레아는 하반신이 토사에 파묻힌 채로 깨어났다. 간신히 기어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땅속에 우연히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땅속의 구멍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벽이 희뿌연 빛을 비추고 있었다. 덕분에 희미하게나마 레아는 주변을 볼 수 있었다. 10평은 될 법한 공간에 균열이라도 생겼는지, 레아가 휩쓸린 토사가 흘러들어온 것 같았다.



    (...... 10평이란, 뭐였더라?)



     스스로 생각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아. 아무튼 어딘가에 출구는 없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럴듯한 것은 없었다.



    (...... 나, 죽는 걸지도...... 음, 뭐야 저거?)



     포기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구멍 한가운데에 동그란 물체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자 커다란 공이 땅에 박혀 있었다.



    (농구공 크기...... 농구는 뭐였더라?)



     아까부터 스스로에게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된 것일까. 큰 구슬은 무언가로 고정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미 너덜너덜하게 무너져서 떨어져 나가 있었다.



    "...... 아, 빠졌다."



     금속성이어서 다소 무거웠지만, 생각보다 쉽게 구체를 꺼낼 수 있었다. 레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구체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어딘가에 열쇠구멍이나 스위치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안에 보물이 들어있다거나...... 스위치?"



     또다시 의미 없는 말을 내뱉은 레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



    "꺄악!"



     방금 전의 공포로 인해 무심코 고개를 숙이며 웅크리고 말았다. 구체는 힘차게 땅에 부딪히며 '끼익' 소리를 내며 동굴 가장자리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벽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바위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낙반이 구체를 짓누르는 소리가 났다.



     동굴의 붕괴에 휘말릴 것 같아 공포에 질린 레아는, 그저 구체가 있었을 잔해 쪽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잔해 틈새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점차 연기의 양은 늘어났고, 그것들이 하나로 모여 형태를 이루어갔다.



     그 모양은...... 그야말로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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