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 에필로그 전편(3)
    2023년 09월 24일 23시 15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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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라세 레이아. 스무 살. 대학생. 그녀는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특별히 큰 꿈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그녀는, 어떤 게임의 경품 기획으로 영국 여행을 떠났다.

     그런 기회가 아니면 굳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잘하는 것도 없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없이 그저 무미건조하게 평범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이번 여행은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는, 특별한 내가 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현재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의 남자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의 이름은 히로사키 쥬이치. 스물세 살. 조경가라는 외국판의 정원사 같은 직업을 꿈꾸는 청년이다.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으려나?'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조금은 엉뚱한 사람이다.

     달변가인 쥬이치의 권유에 따라, 레이아는 자신의 여행 목적을 이야기했다.



    "뭐야, 그거. 거기에 열 명이나 참가했다고? 엄청나게 선심 썼잖아, 그 게임 회사."



    "그래요. 페어 티켓이라서 최대 스무 명인데, 저는 혼자라서 실제로 몇 명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레이아가 혼자여서 다행이야. 둘이서 왔으면 분명 이렇게 수다를 떨 수 없었을 테니까."



    "그, 그런가요?"



     헤벌쭉 웃는 쥬이치가 왠지 모르게 기뻐하는 것처럼 보여서, 레이아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두 사람. 먼저 말을 건넨 것은 쥬이치였다. 좋게 말하자면 수줍음이 많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레이아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솔직히 누구와도 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쥬이치가 부럽기도 했고, 동시에 말을 걸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뚝뚝한 남자와 나란히 앉아 침묵을 지키는 것은 역시 힘들다.

     태닝을 한 외모가 왠지 모르게 가벼운 남자 같아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오히려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주이치가 너무 상냥했기 때문에.

     레이아는 쥬이치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쥬이치는 레이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도 물어봤고, 이야기의 흐름상 레이아가 이번 영국 여행의 이유가 된 여성향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무한정 나오는 게임 지식.......



     쥬이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 보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던 레이아는 게임 패키지를 꺼내어 한 캐릭터를 가리켰다.

     여성향 게임 '은빛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의 다섯 번째 공략 대상인 슈레딘 반 로드피아였다.



    "저는 이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헐, 피부가 하얗고 스마트한 미남이네. 검게 그을려서 까무잡잡한 나와는 완전 달라."



    "후후후, 그렇죠. 하지만 저도 히로사키 씨는 태닝한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으헤헤,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그 캐릭터는 어떤 사람인데?"



    "밝고 즐거운 히로사키 씨와는 정반대로, 겉모습처럼 차가우며 나르시시스트인데 더해 배짱이 좋고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 레이아쨩, 괜찮아? 폭력배랑 사귀지 않도록 조심해. 이 미남은 얼굴만 빼고는 못된 놈이잖아."



    "게임이라서 괜찮아요."



    "하아, 역시 세상은 얼굴이 다구나."



     쥬이치가 움츠러드는 모습에, 레이아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로 슈레딘 같은 사람이 실존한다면, 레이아는 분명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것이다. 그런 냉정한 인간은 2차원의 세계, 실제로 레이아를 해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동경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간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의 히로인 '세실리아'뿐일 것이다.



    (현실이라면 당연히 쥬이치 씨 같은 착한 사람이 좋은걸......)



    "레이아, 왜 갑자기 조용해졌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맞다, 이 캐릭터에 대해서 말인데요."



     방금 전까지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진 레이아는, 말끝을 흐리며 슈레딘을 중심으로 한 게임 시나리오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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