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에필로그 전편(1)2023년 09월 24일 23시 13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새싹이 돋아나는 신록의 계절, 봄. 4월 1일. 왕립학교 입학식, 그리고 사교계 데뷔를 앞둔 귀족의 아들, 딸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봄 무도회가 열리는 날의 심야.
귀족 구역에 위치한 루틀버그 백작가의 저택에서 은은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달빛이 비치는 주방의 의자에 앉은 메이드 소녀가, 무릎에 안고 있는 강아지를 위해서만 부르는 자장가.
ㅡㅡ노랫소리에 평안을 담아서. [파인베르소-고]
메이드 소녀 멜로디는,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강아지를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그 강아지가 마왕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인 줄도 모른 채.
자신이 '은빛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라는 여성향 게임의 히로인ㅡㅡ성녀라는 사실도 모르고.
마왕을 잠들게 하여 꿈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성녀의 마력이 풀려나간다. 자장가에 집중하는 멜로디는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은빛의 마력을.
그 힘은 마치 거목처럼 나뭇가지와 잎을 뻗어 왕도 전역을 감싸나갔다. 그것은 마왕을 잠들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왕도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잠을 안겨주었다.
...... 그리고 그토록 강력한 마법의 영향이 왕도에만 머물러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멜로디의 마법은 풀렸고, 큰 나무와 같은 은빛의 조각들은 대기 중으로 녹아내려 흩어졌다. 하지만 그토록 강력한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워서, 일부는 잔여물이 되어 세상에 남게 된다.
본래 물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할 마력은 마치 바람에 휩쓸리듯 북쪽으로, 서쪽으로 옮겨졌다. 흔들거리며 표류하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인도되는 것처럼.
◆◆◆
테오라스 왕국, 히메나티스 왕국, 로드피아 제국. 이 세 나라는 Y자로 펼쳐진 대산맥을 경계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 산맥 중 하나인 히메나티스 왕국 쪽의 어떤 산에는, 왕국 굴지의 보석 광산이 있고 광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그 마을에 한 명의 고아, 그것도 이제 열네 살이 된 한 소녀가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훔친 빵을 손에 들고서.
"기다려, 이 도둑놈아아아아아아아!"
"흥! 그런 소리 들으면 누가 멈출 수 있겠어!"
당찬 소녀는 가벼운 몸무게를 이용해 발랄하게 뛰어다녔다. 파쿠르처럼 건물 위로 뛰어오르는 그녀를 쫓던 빵집 주인은,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다.
"앗, 기다려! 젠장!"
"아하하! 나를 위해 빵을 만들느라 수고했어! 칭찬해 줄게~!"
"젠장! 너어, 언젠가 꼭 혼내 준다!"
소녀는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빵집의 고윈이 덮친다고 했어어어어어어어!"
"뭐어어어어어! 무슨 소리하는 거냐!"
깜짝 놀란 고윈이 주변을 둘러보니, 묘령의 여성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 망할 꼬마 녀석이!"
건물을 올려다봤을 때, 이미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몇 분 후, 마을 외곽 그늘진 곳에서 소녀ㅡㅡ레아는 있었다. 원래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녀는 혼자였다.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돌봐주지 않았다면 이때까지 살아갈 수 없었을 텐데, 누구도 이름을 불러준 기억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자신을 '레아'라고 이름 지었다. 왠지 자신의 이름이 그런 것 같다는, 지독히도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없다. 있든 없든 별 의미 없는 이름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추격전을 즐기던 레아는 지금 감정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빵을 먹고 있다. 훔쳐야만 얻을 수 있는 양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성을, 레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마을에는 고아를 고용해 줄 별난 인물도 없고, 고아를 도와주는 단체도 없다. 고아원조차 없다. 정말 꿈도 희망도 돈 있는 자에게만 가져다주는 망할 마을이다.
이런 몸으로는 다른 마을에 가도 살 수 없어서, 결국 남의 양식을 빌리는 것 말고는 살 길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비굴하고 추레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마치 무슨 쇼를 하듯, 인생을 즐기는 듯한 태도로 도둑질을 하는 것은, 레아에게 있어서 적어도 허세라 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즐기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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