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장 에필로그 후편(3)
    2023년 09월 24일 23시 58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검은 안개의 늑대...... 앗."



     그 순간, 레아의 뇌리에 막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은발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소녀가, 운명에 휘둘리면서도 행복을 쟁취하는 성공 스토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동료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겨내는 성녀의 이야기.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멋진 소녀의 이야기...... 옛날의 레아, 시라세 레이아가 동경했던 소녀.



    "세실리아 레긴버스...... 나의, 동경하는......"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는 레아. 검은 안개의 늑대 때문에 기억이 자극을 받자 한꺼번에 방대한 지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레아는 그 지식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극한의 환경에 노출된 스트레스와, 레아 자신에게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이 없어서였을까.



     어쨌든 마음에 남은 것은 세실리아 레긴버스라는 소녀 [히로인]이 겪게 될 미래의 이야기뿐이었다.

     왠지 말투 등은 시라세 레이아와 비슷해졌지만, 레아는 레이아로서의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



    [호오, 너, 인간인 주제에 꽤 큰 그릇을 가지고 있구나]



     허공에 울려 퍼지는 자신 이외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아는 고개를 들었다. 말하고 있는 것은 검은 안개의 늑대였다.



     분명 저것은ㅡㅡ.



    "...... 마왕, 바나르간드?"



    [마왕!? 바나르간드가...... 마왕이라고! 아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걸작! 이 얼마나 걸작인가! 우리들 성배가 마왕이라니!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멈출 수 없는지 배를 움켜쥐며 웃는 검은 늑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드디어 웃음을 멈춘 늑대는 진지한 표정으로 레아에게 말을 건넸다.



    [하하하, 재미있었다, 인간....... 어때, 나와 계약을 맺지 않겠나?]



    "계, 약......?"



    [그래. 인간이여, 나의 그릇이 되어라. 그대는 인간치고는 그릇이 꽤나 크지 않은가. 나의 매개체가 되어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으리라]



    "...... 그릇"



    [그래. 그 대신, 나는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마. 뭐, 내 힘이라면 어린 소녀의 소원 따위는 별 것 아니지!]



    "...... 내 소원...... 뭘까?"



    [걱정하지 마라. 그대가 모르더라도, 내 손수 그대의 소원을 읽어 주마]



    "ㅡㅡ앗......."



     늑대가 형태를 잃고 안개가 되어 레아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안개는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조금씩 동굴에서 안개의 기척이 희미해졌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두려워 마라. 그대의 소원을 보여라, 욕망을 드러내라, 모든 것을 내게 맡겨라! 나, 제8성배 실험기, 아니, 마왕 틴다로스에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앗."



     모든 안개가 레아에게 완전히 스며들었을 때, 레아의 기억의 원초에서 끌어낸 소원이 마왕 틴다로스에게 전달된다.



     ㅡㅡ세실리아 레긴버스가 되고 싶어.



     그것은 레아가 레아로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 시라세 레이아였을 때 품었던 작은 동경.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지금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소망이었다.



    [하하하하하! 너의 소원, 제대로 들었다. 그 소원, 내가 들어줄 테니 그대는 잠시 느긋하게 잠을 자도록 하라]



     그러자 레아의 의식은 늪과 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틴다로스의 마력에 휩싸여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레아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 쥬이치 씨, 만나고 싶어)



     하지만 어둠 속 깊이 가라앉은 레아의 소망은 틴다로스의 귀에 닿지 않았다.

     레아의 의식이 잠들었을 때, 온몸에 검은 마력이 덮쳤다. 지금까지 생긴 생채기가 아물고, 평범했던 갈색 머리와 눈동자가 변질되어 갔다. 그리고 은발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완성되었다.



    "자, 레아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요. 바로 나, 세실리아 레긴버스가."



     그리고 지상으로 돌아온 레아, 아니, 마왕 틴다로스는 그 후 레긴버스 백작의 기사, 세브레 파프핀토스와 만나게 되었다.

     


     

     제4장 끝. 제5장으로 이어집니다.

     

     2023년 9월 20일에 소설 제3권 발매!

     잘 부탁드립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