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1 죄없는 단죄 후편
    2021년 02월 11일 09시 39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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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61/

     

     

     

     "어이, 빨리 걸어, 더러운 아인 녀석이."

     "이런 때에도 전혀 떨지 않다니, 정말로 아인은 기분 나쁘군."

     

     길고 어두운 통로에서 두 상급기사가 앞을 걸어가는 저의 등에 욕설을 퍼붓습니다.

     걷는 게 느리다고는 하지만, 당신들 같이 180센치가 넘는 사람과 150센치 이하인 저의 보폭을 같이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네요.

     국왕에 의해 극형을 판결받은 저는 어떻게 처형될지 결정될 때까지 지하감옥에 유폐된다고 합니다. 보통 귀족 범죄자는, 웬만한 중범죄가 아닌 이상 객실같은 방에서 형의 집행을 기다린다고 하지만, 아인인 저는 그대로 감옥으로 직행입니다.

     솔직히 도망치려고 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카뮤에게 가능한 한 민폐를 끼치지 않게 마이아 가족을 맞이하려 가려면, 가능한 한 날뛰지 않은 채 도망치고 싶습니다.

     ......카뮤는 괜찮을까요. 그는 저보다 어른이고 침착하며 머리도 좋고, 느긋해 보이면서도 행동력이 있는 대단한 사람이지만 약간 섬세한 면이 있어서 조금 걱정입니다.

     

     탁.

     "어이, 멈추지 마라."

     ".........."

     조금 생각하느라 다리가 멈춰버린 저의 어깨를 뒤의 기사가 창의 뒷부분으로 찌릅니다. 전 괜찮지만, 다른 영애라면 어깨를 움켜쥐며 움직이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뭐, 뭐야."

     ".........."

     제가 약간 돌아보며 가만히 노려보자, 노려본 쪽의 기사가 약간 물러섰습니다. 스스로 그걸 눈치채고 얼굴을 붉힌 기사는, 뒷부분이 아닌 창끝을 휘둘렀습니다.

     "네, 네년이이."

     

     "그만둬라!"

     

     어두운 통로에 제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옆의 통로에서 두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저, 전하."

     "죄인이라고는 해도, 연약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이 자는 대중의 눈앞에서 죄를 물을 것이다. 쓸데없는 상처는 입히지 마."

     ""예!""

     소년 두 사람에 대해, 큼직한 기사들이 무릎을 꿇으며 송구스러워 합니다.

     태자 쥬리오와 재상의 아들 이안 두 사람입니다. 뭘하러 온 걸까요? 성 안이라고는 해도, 시중도 데리지 않고 나타난 두 사람은 마물봉인의 수갑이 채워진 저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다가왔습니다.

     "여어, 생각보다 괜찮아보이네. 다행이야."

     "설마, 전장에서 행방불명인 상태에서 자력으로 돌아왔다니. 배신자 녀석."

     "............"

     

     .........잘도 말하네요. 전부 당신들이 자기 실수를 숨기기 위해 적당히 보고한 탓이잖아요.

     그래도 애초의 계획은 절 죽여서 아인 모반의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었을 텐데, 그러니 저런 변명이 인정받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미지가 좋아질 리는 없습니다.

     여기서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아직 참아야 합니다. 마이아 가족의 안전이 확보되기만 하면 각오하세요.

     

     "그래서, 네게 제안하러 왔는데, 들어보는게 어때?"

     ".........?"

     쥬리오가 평소와 변함없는 옅은 미소를 음험한 미소로 일그러뜨리고, 저에게 살짝 속삭였습니다.

     "네가 나의 것이 된다면, 아바마마께 봐달라고 할 수 있다. 첩으로 삼을 순 없지만, 애완동물로는 해줄 수 있다고?"

     "잠꼬대는 자면서 말해."

     

     듣는 즉시 대답하자 한순간 멍하게 있던 쥬리오의 뒤에서, 이안이 잡아먹을 듯이 소리쳤습니다.

     "네, 네년, 이 아인 따위가 쥬리오님의 자비를!"

     "이안 그만둬. 그런가, 후후후.....더러운 말도 괜찮네. 뭐 이번엔 물러나지."

     "쥬리오님."

     쥬리오는 아인을 말리고는, 그렇게 집착은 없었는지 간단히 물러나 주었지만, 이안은 기사와 함께 감옥으로 향하는 저의 등을 마지막까지 노려보았습니다.

     

       *

     

     ".......또?"

     "시끄러, 빨리 걸어!"

     

     어둡고 축축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지하감옥에 도착했는데......어째선지 그대로 어두운 지하의 통로를 계속 걸어나갑니다.

     딱히 지하감옥 쪽이 좋다는 건 아니었지만, 이 길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걸까요? 이미 쓸데없이 넓은 성의 범위를 넘은 것은 아닐까요?

     "........."

     "이 위다."

     그 후, 나선계단을 타고 올라가 한 문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

     ".........."

     그 방은, 석조라서 그다지 깔끔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창고같은 방. 커다란 창문에서는 수백 미터 떨어진 거대한 왕성이 정면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른 아무래도 좋습니다. 아마도 여긴 성의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는 첨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방의 안에 몇 명의 메이드에게 둘러싸인, 얼굴을 베일로 가린 은발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아인 여자를 데려왔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은발 여성이 가볍게 노고를 치하하자, 기사들은 징그러운 얼굴로 뭔가를 기다리는 듯 미소를 띄웠습니다.

     "아, 포상이 아직이었사와요."

     기사들은 이 사람의 명령으로 절 여기까지 데리고 온 모양입니다. 은발의 여성이 기사들에게 포상을 건네기 위해, 조용히 앞으로 내민 흰 손가락 끝을 기사들에게 향했습니다.

     

     "불타라."

     ""ㅡㅡ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두 기사가 불타올라. 비명을 지르면서 뒹굴더니 그대로 몇 초만에 탄화되어 무너졌고, 불이 일으킨 바람이 여성의 베일을 들어올렸습니다.

     "오~호호홋, 포상은 어땠을까요."

     "프레아....."

     

     은발의 여성은 프레아였습니다. 본래였다면 전 지하감옥에 들어갔을 테지만, 아마도 프레아가 기사를 매수하여 절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겠죠.

     

     "캐롤, 오랜만이네요."

     ".......프레아, 어째서?"

     제가 그리 물어보니, 프레아는 요절한 미소를 지으며 먼지가 된 검은 재를 하이힐로 밟았습니다.

     "당신이 이런 잡것들에게 마음대로 당하는 게 꼴보기 싫었어요. 캐롤이야말로 어째서 아무 짓도 안하나요? 당신답지 않잖아요?"

     "........."

     

     설마, 프레아가 절 타이르다니....... 하지만 확실히 그렇네요.

     마이아 가족과 카뮤의 일이 신경쓰여서 꽤나 허둥댄 모양이었는데, 저답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프레아. 빚지는 참에, 하나 더 '빚' 져도 될까요?"

     "좋아요. 뭐든지 말해보세요."

     프레아가 정말 무거워보이게 자란 부분을 들어올리듯이 팔짱을 낍니다.

     "제 하인의 가족을 탈출시켜 줄 수 있나요?"

     "어머, 그것만으로 되나요? 제 이름을 걸고 그 사람들은 맡겨주세요. 그래서....? 그 대가로 캐롤은 제게 뭘 보여줄 건가요?"

     

     카뮤는 분명 제가 어떻게든 합니다. 하지만 마이아 가족은 걱정되기 때문에 그 신병을 프레아에게 맡겼습니다.

     이 나라의 귀족은 전부 믿을 수 없지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자가 악역영애인 프레아 뿐이라니, 정말로 어찌할 수 없는 나라네요.

     

     "이 성의 천장에는 뭐가 있나요?"

     프레아의 암살자 메이드들이 저의 마술봉인의 수갑을 풀려고 다가왔지만, 그걸 거절하면서 물어보니, 프레아가 홀가분하게 알려줬습니다.

     "분명 보물고네요. 왕 이외엔 들어가지 못하니까 본 일은 없었지만, 이것저것 모아놓은 모양인 듯 해요."

     "흐~음."

     거기에 고개를 끄덕인 저는, 성이 보이는 창가에 다가갔습니다.

     

     "ㅡㅡ Setup [Witch Dress] ㅡㅡ"

     

     순식간에 진홍의 드레스를 입으며 마술봉인의 수갑을 부숴서 바닥에 떨어트리자, 암살메이드가 숨을 삼켰고, 제 모습을 본 프레아의 눈동자가 재밌는 것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찬란히 빛났습니다.

     전 그대로 창문에서 테라스로 나와, 마력을 집중하고서 하늘로 손을 뻗었습니다.

     

     "ㅡㅡ [Thunder Rain] ㅡㅡ"

     

     쾌청한 하늘이 순식간에 검은 구름으로 드리워지고, 구름 속에서 번개가 내달립니다.

     보통이라면 이대로 광범위하게 [번개의 비] 를 내리게 하겠지만, 전 하늘에 뻗어올린 손에 참마도 리질을 들고서, 정밀한 마력제어를 하면서 하늘로 들어올렸습니다.

     

     "ㅡㅡ [Mjollnir] ㅡㅡ"

     

     번개가 모여든 후, 거대한 전격이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건 직접적인 타격을 노린 것이 아니어서, 거대한 번개는 리질을 직격했고 그 끝에는 번개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 [나는 진리를 추구하는 자이며, 이치를 다스리는 마술을 추구하는 자] "

     

     " [하늘이여 울어라, 땅에 엎드려라, 강철의 소녀, 천지의 사슬, 하늘에서 내려오는 길, 죽음의 도표, 내가 휘두르는 것은 신의 분노ㅡㅡ] "

     

     " [칭송하라] 아!!"

     

     제 10계급마법ㅡㅡ

     

     "ㅡㅡ [Exa Donner] ㅡㅡ"

     

     힘이 담긴 단어에 리질에서 나오고 있던 거대한 번개가 칼날이 되었고, 내려친 칼날은 대기를 찢어발겼고, 현악기의 고음 키를 연타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성의 권위의 상징인 정상부분을 베어서 날려버렸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대량의 파편이 날아올랐고, 성 쪽에서 여기까지 비명이 들렸습니다.

     전 아직도 전기가 달리는 리질을 한손으로 휘두르며, 다른 한 쪽의 손으로 스커트의 옷자락을 쥐며 카테시를 보여주자, 프레아는 배를 움켜잡으며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잘 있어요 왕도. 다음에 만날 땐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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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 제 10급마법 [Exa Donner] [뇌신]

     

     제 10계급의 공격마법으로, 제 6계급의 범위공격마법 [번개의 비] 와, 제 9계급 마법 [번개의 망치] 를 전제로 하는, 3단계의 최상위마법.

     단일공격마법으로선 최상급 중 하나지만, 두 가지의 마법을 밑준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의 마력과 1분 가까운 발동시간이 필요해진다.

     분류상으론 단일용 마법이지만, 공격 방식이 '점' 이 아닌 '선' 이기 때문에, 사용법에 따라선 (맞출 수만 있다면) 일격으로 여러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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