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 어두운 안광(1)
    2024년 01월 09일 20시 11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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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켄돌 님, 이제 와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우리, 파혼했잖아요. 이제 더 이상 클룸로프 가문에 오시면 곤란하거든요? ...... 그리고, 그 부상. 아직 병원에 입원해 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팔에 고통스럽게 붕대를 감고 있는 켄돌에게, 냉정하게 그 말만 하고 현관문을 닫으려는 헬레나였지만 켄돌이 다급히 말을 걸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온 게 아니야. 그 ...... 이리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 알려줄 수 없어?"



    헬레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앞에 서 있는 켄돌을 노려보았다.



    "어머, 그런 뜻이었군요.......뭐, 켄돌 님께는 언니가 더 잘 어울리겠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도 언니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답니다. ...... 관심도 없어서요."

    "그런 ......"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켄돌의 표정을 보고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혹시 하인들 중에 언니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듣고 싶으면 다른 하인들에게 마음껏 물어보시지 그래요....... 대신, 오늘 하루만은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마베릭 님께서 오실 때 당신이 보이기라도 하면 눈뜨고 볼 수 없을 테니까요 ......"

    "마베릭이라고?"

    "네. 뭐, 켄돌 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동자에 왠지 우월감을 드러내며 켄돌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헬레나를 보고 켄돌은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헬레나가 이리스에게서 자신을 빼앗으려 할 때도 그녀는 이리스에게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그 마베릭이 ......"



    켄돌이 무심코 중얼거리자, 헬레나는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 듯 말을 이어갔다.



    "빈센트 님께서 편지를 보내왔어요. 마베릭 님과 빈센트 님이 클룸로프 가문의 딸인 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 집에 오셨대요....... 켄돌 님도 언니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말을 끝으로, 헬레나는 켄돌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미 새로운 남자로 마음을 바꾼 건가, 헬레나...... 뭐, 됐어. 그보다 지금은 이리스가 더 중요하니까)

     

     

     

    켄돌은 이리스와 사귈 때부터 크룸로프 가문을 드나들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친숙한 하인도 있다.



    (닥치는 대로 물어볼 수밖에 없나 ......)



    켄달은 아픈 팔을 부여잡으며, 하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아, 이리스, 만약 네가 나를 용서하고 다시 돌아와 준다면......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방적으로 잔인한 파혼을 했던 켄돌이었지만, 친절한 이리스라면 그마저도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이제 켄돌에게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의 끈이 되고 있었다.



    ***

    "이리스, 들어간다~?"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린 후, 소니아가 이리스의 방문을 열었다.



    "어머, 소니아."



    미소 짓는 이리스에게, 소니아는 손에 들고 있던 접시에 담긴 쿠키를 내밀었다.



    "방금 전에 새로 만드는 쿠키를 구워봤어. 이렇게 늦은 밤이지만, 괜찮으면 이리스가 시식해봤으면 해서....... 음, 무슨 일이야? 옷장 앞에서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니아에게, 이리스는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며 웃었다.



    "내일 레노 님과 마베릭 님과 함께 시내에 갈 예정인데,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야."

    "어머, 마베릭 님과의 데이트!?"



    갑자기 눈을 반짝이는 소니아를 향해, 이리스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레노 님이 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마베릭 님과 내가 함께 동행하는 것뿐이야. 이 저택 밖으로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라 뭘 입을지 고민이 되더라. 레노 님도 있으니 움직이기 편한 옷이 좋으려나? ..... 그렇다고 옷이 많은 것도 아니니, 이 시녀용 감색 원피스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

    "안 돼,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모처럼의 마베릭 님들과의 외출에 시녀복이라니! 모처럼의 기회인데, 좀 더 멋을 부려야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쿠키 접시를 가까운 테이블에 내려놓은 소니아는, 이리스와 함께 옷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디 보자....... 그래, 이 원피스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소니아가 집어든 것은 밝은 연초록색 실크 원피스였는데, 이리스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원피스를 자기가 입기 좋게 손질한 옷이다. 허리 부분에는 같은 색의 커다란 실크 리본이 달려 있다.



    "...... 그냥 시내에 나가기에는 좀 화려하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이것 봐."



    소니아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연초록색 원피스를 이리스의 몸 앞부분에 대더니,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눈동자 색과도 잘 어울리니, 딱이잖아."

    "그래? 그럼 이 원피스를 입어볼까? 조언 고마워, 소니아."



    소니아는 이리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반짝였다.



    "......맞다. 내일 이 옷으로 갈아입고 나가기 전에 내 방에 먼저 들러주지 않을래?"

    "어?...... 그래, 알았어."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스에게 소니아는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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