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그럼 내일 봐, 이리스! 이런 시간에 쿠키를 먹었다가 내일 여드름이라도 나면 큰일 나겠네. 이건 일단 가져갈게. 그럼 잘 자."
"모처럼 가져다주셨는데 미안해. 소니아, 잘 자."
소니아의 뒷모습을 배웅한 후, 이리스는 조금 들뜬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다.
내일을 기대하며 웃고 있는 레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레노 님과 함께 이 저택 밖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야. 레노 님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 마베릭 님도 계시니 분명 괜찮을 거야 ......)
레노의 환한 미소를 바라며, 이리스는 잠에 빠져들었다.
***
"이것 봐!! 역시 ...... 이리스, 넌 항상 화장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네가 정말 좋은 피부라고 생각했어. 분명 옅은 화장만 해도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구. 어서, 거울 좀 봐. 어때?"
소니아는 이리스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어, 세상에 ......"
거울 너머에는,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뜬 청초한 매력의 빛나는 미소녀가 비치고 있었다.
(이것이, 나 ......?)
가볍게 하얀 파우더를 바른 매끈한 피부는 눈부시게 하얗고, 위를 향한 긴 속눈썹은 본래 가늘고 긴 이리스의 눈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한다. 살짝 물든 뺨에 옅게 붉게 물든 입술이 싱그러운 윤기를 발산하고 있다.
평소에는 내려놓은 금발도 옆머리를 정성스럽게 땋아 올렸다.
이리스는 놀라움에 눈을 깜빡이며 소니아를 바라보았다.
"왠지 소니아가 마법을 부린 것 같아.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모처럼 마베릭 님과 레노 님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데, 마법이 걸리지 않으면 안 되잖아! 하지만, 이리스, 이건 너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약간의 화장을 한 것뿐이야. 틀림없이 이건 이리스 본연의 아름다움이야. 나도 보람 있었어.......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
"응. 고마워, 소니아."
수줍게 웃는 이리스의 어깨를, 소니아가 웃으며 가볍게 두드린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저택 밖으로 나온 이리스에게, 레노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 이리스! 형, 이리스가 왔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냐, 우리도 방금 왔어."
급히 두 사람 곁으로 달려온 이리스에게 레노는 얼른 안겨들었다. 레노는 이리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우와, 오늘의 이리스는 정말 예뻐 ......!"
"후후, 레노 님도 참, 고마워요."
이리스는 레노의 작고 따스한 몸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레노는 커다란 후드가 달리고 온몸을 덮을 만큼 긴 망토를 입고 있다. 하얀색 천에 금색 테두리가 돋보인다.
"이리스는 마치 공주님 같아....... 안 그래, 형?"
이리스가 마베릭을 돌아보자, 오늘은 레노와 같은 흰색 망토를 입고 있는 마벨릭이 눈을 살짝 부릅뜨며 말없이 입을 가리고 있었다.
"어머, 마베릭 님과 레노 님은 오늘 같은 옷을 입으셨군요. 멋진 망토가 두 분 모두 잘 어울리세요...... 저기, 제가 너무 마을에 나가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었나요?"
이리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마베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주 잘 어울리고 ...... 아름다워. 길가는 사람들에게 이리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아까울 정도야."
"형이 동요하다니 웬일이래. 얼굴이 빨개졌어."
마베릭은 싱긋 웃으며 커다란 후드를 살짝 뒤집어쓴 레노를 쓰다듬어주고 나서, 볼을 붉게 물들인 채 이리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에 열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이리스의 뺨도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럼, 빨리 출발할까? 저택 밖에 마차가 준비되어 있다. 레노, 시내까지 가는 경치도 즐기면서 가자."
"응!"
"...... 자, 이리스도 어서."
부드럽게 이리스의 손을 잡은 마베릭이었는데, 이리스도 부드럽게 매버릭의 손을 잡아주었다.
***
"거짓말이지 ......"
켄돌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워진 이리스가 마베릭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른 아이와 함께 마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켄달은 한참 전부터 에버렛 가문의 대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이리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에버렛 가문의 사람에게 이리스에게 부탁을 해도 이리스가 응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이리스를 찾아 말을 걸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켄돌이 이리스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크룸로프 가문의 시녀장 몰리는 알고 있는 듯했지만, 그 눈빛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고, 켄돌이 아무리 부탁해도 완강하게 입을 열지 않았다. 여러 하인들에게 물어봐도 이리스의 행방에 대해 계속 고개를 저었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본 하인이 마지막으로 켄돌의 붕대로 감긴 팔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이리스를 마차로 에버렛 가문까지 데려다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렇게 예쁘게 변한 이리스는 나조차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 어째서냐, 이리스 ......)
켄돌의 눈빛에서 희망의 빛이 사라지자, 그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