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물 토벌 원정에서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묘하게 힘이 솟구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나 강력한 바람 마법을 발동한 것은 나도 처음이었고, 게다가 피곤함도 거의 느끼지 못했어. 저렇게 강력한 마법을 발동하면 나라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게 너무 이상해서 말이야. 너에게 그때 일을 다시 한번 물어보면,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군요.......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이건 제 직감일 뿐인데 크룸로프 가문의 아가씨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그 신비한 힘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지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으니 형님도 저와 함께 그 아가씨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마베릭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부탁한다. 이 힘의 근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형님은 레노에게도 어떤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번에 형님이 느낀 힘은 레노에게서 온 것 아닐까요?"
"아니, 달라....... 네가 말했던 것처럼, 이것은 내 직감이다. 비교적 최근에 레노의 시녀가 된 소녀가 있는데. 너도 알다시피 지금까지 레노의 전속 시녀들은 모두 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지만, 그녀는 달랐어. 레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것이 느껴지고, 레노도 그녀를 완전히 따르고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 마물을 퇴치하러 가는 나의 무사함을 기원해 준 그녀가 그 힘의 원천이 된 것 같아."
빈센트는 한동안 마베릭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도 여자를 이야기할 때 그렇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그녀에게 정말 그런 힘이 있다고 치고.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아니, 물어봤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 말을 안 부정했거든."
"그렇군요. 그건 제가 크룸로프 가문의 아가씨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와 같네요.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런 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레노의 힘과는 또 다른 종류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한 힘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 아가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야겠어."
"그럼 제가 방문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제가 누군지 알면 혹시 놀라게 될지도 모르지만 ......"
"너,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그 아가씨한테 이름을 밝히지 않았어?"
마베릭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빈센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게, 호칭은 빈스라고 했지만 당시엔 신분을 밝히지 않았거든요....... 형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죠? 우리의 외모나 직책에 안색을 바꾸며 다가와서 다가오는 여성들을 보고 소름이 돋은 적이. 그런 게 싫어서 얼른 빈스라고 이름만 밝히고 다녔어요. 만약 제가 마술사단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여러모로 곤란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에게 이름을 밝힐 걸 그랬나 봐요. 왜냐하면 당시 저는 괴물처럼 상처투성이의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필사적으로 친절하게 제 부상을 치료해 주었으니까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약간 홍조를 띤 빈센트를 보고, 마베릭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 얼굴도 처음 봤어....... 또 방문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줘."
"알겠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신기하군. 빈센트가 도움을 받았다는 아가씨도 왠지 모르게 이리스와 닮은 점이 있어. 이런 우연도 있는 것일까......)
마베릭은 빈센트의 말을 되새기며, 마법사단의 거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