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명암(1)2024년 01월 09일 11시 29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 원정은 장기전이 예상된다. 장소는 마물의 소굴로 알려졌고 최근 출몰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우붓 산이다. 산속은 바위투성이의 험난한 길이며, 기마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물과 싸우기 힘든 면이 있다. 대신 이번 마물 토벌은 우리 제4기사단과 제5마법사단이 합동으로 진행한다. 몬스터와의 근접전에서는 기사단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는 한편, 몬스터를 몰아붙이거나 체력을 빼앗는 데는 마법사단의 마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진두지휘는 단장인 내가 맡는다. 부지휘관은 부단장인 켄돌이 맡는다. 모두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나와 켄돌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알겠나?"
제4기사단장의 말에 일제히 자세를 바로하는 단원들을 바라보며, 켄돌도 모두를 따라 등을 폈다.
그동안 마물 토벌 때마다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으며, 마물 토벌에는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가슴 벅찬 마음으로 임했던 켄돌이었지만, 이번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마치 자신의 보이지 않는 힘이 손가락 끝에서 서서히 흘러내리는 것 같은, 그런 불안과 조바심에 휩싸여 맞이한 이번 원정이다.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지조차도 불안한데, 게다가 헬레나로부터는 남들을 압도하는 뛰어난 결과를 내기를 기대받고 있는 것이다.
마물 토벌을 앞두고 두려움과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것은 오래전, 켄돌이 아직 보잘것없는 일개 병사에 불과했을 때 이후 오랜만이다.
그때는 그런 자신의 나약함에도 이리스가 부드럽게 귀 기울여 주었던 것을, 켄돌은 싫든 좋든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지금이다, 일제히 덮쳐라!"
켄돌은 기사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눈앞에는 이번 마물 토벌의 목적인 키메라 무리가 사자 머리의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고 몸 곳곳에 박힌 화살의 고통에 분노하며, 줄지어 서 있는 기사들을 노려보고 있다.
이번 토벌에서는 불 마법과 바람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들이 키메라들을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몰아넣고, 그곳에서 활 부대가 일제히 화살을 퍼부은 후 기사들이 끝장내는 전략을 취하기로 되어 있다.
절벽을 등지고 내몰린 키메라의 포효가 주변에 울려 퍼진다.
(...... 좋아, 이거면 해결될 것 같군)
기사단원들의 선봉에 섰던 켄돌이, 방금 큰 포효를 내뱉으며 무리의 선두에서 혼자 나와 있는 가장 큰 키메라를 목표로 삼는다. 이 얼굴에 눈에 띄는 상처가 있는 가장 큰 키메라는 산기슭의 마을에 큰 피해를 입힌 악명 높은 개체다. 그리고 이 키메라의 몸과 다리에는 이미 여러 개의 화살이 깊게 박혀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번 몬스터 토벌의 계기가 된 이 키메라를 처치하기만 하면 명성을 떨칠 수 있다고 판단한 켄돌은, 이를 처치하기 위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 채 사냥할 수 있는 시기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의 마물 토벌에서 켄돌은 키메라 무리를 발견하기까지 만난 하급 마물조차도 처치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어째선지 몸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속도도, 그리고 검에 힘을 싣는 힘도 떨어져서 예전 감각대로 검을 휘두른다고 생각했는데도 마물에 대한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잡졸들을 아무리 많이 쓰러뜨려도 결국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켄돌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혼신의 일격을 가장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었다.
화살의 상처로 인해 뒷다리를 질질 끌어서 체력이 빠진 듯한 모습의 체격 좋은 키메라가, 무리에서 유일하게 혼자 튀어나온 위치에 있다. 게다가 불의 마법으로 인해 갈기와 피부가 곳곳에 그을려 움직임이 둔해져 있다. 켄돌이 단원들의 선두에 서서 이 키메라를 향해 달려가려고 할 때였다.
"모두들, 빨리 돌아가! 지금 당장!"
초조함이 묻어나는 기사단장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기사들이 놀라서 당황한 듯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켄돌은 천금 같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 먼 거리도 아냐. 지금의 나라도 저 정도면 한 방에 충분히 정리할 수 있어)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긴 낙제 영애는, 천재마술사에게 사랑받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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