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레베카는 믿고 있어. 솔직한 그녀가 이리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 그래도 너는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이었지. 레노도 너를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던데? 이미 잠이 들었는데도 이렇게 단단히 네 손을 잡고 있는 걸 보면
...... 레노의 마음은 나도 이해해."
"...... 아뇨, 그런 ....... 마베릭 님도 매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다시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이리스에게, 마베릭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항상 고마워. 그럼 잘 자, 이리스."
"...... 안녕히 주무세요, 마베릭 님."
하지만 이리스의 오른손에 겹쳐진 매버릭의 왼손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어떻게 잠들라는 거야......! 마베릭 님은 여유로울지도 모르지만 ......)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리스는 어떻게든 눈을 감으며 레노와 마베릭의 따뜻한 체온에 이끌리듯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이리스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이미 아침 햇살이 저 멀리 비치는 시간이 되어서였다.
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을 때, 마베릭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오늘부터 원정을 떠나신다고 하셨지 ......)
하지만 마베릭과 겹쳐진 손의 감각은 선명하게 이리스의 오른손에 남아 있었고, 이리스는 그 감각 그대로 자신의 오른손을 껴안듯이 부드럽게 가슴 앞에 대고서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레노의 안색은 붉은 기운도 사라지고 많이 좋아졌다. 부드럽게 레노의 이마를 만지자, 열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리스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리스가 재빨리 시녀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마쳤을 때, 레노가 일어나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리스, 좋은 아침. 어, 형은 어딨지 ......?"
이리저리 실내를 둘러보는 레노에게, 이리스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마베릭 님은 어젯밤 확실히 레노 님의 곁을 지키고 계셨어요.......하지만 오늘은 마물 토벌의 원정을 떠나는 날이니 아마 지금쯤 준비를 하고 계실 거예요."
마침 그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노가 자고 있으면 깨우지 않으려는 배려가 느껴지는 노크의 주인은 역시 마베릭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문틈으로 마블릭의 얼굴이 살짝 비친다.
"아, 형!"
기쁜 소리를 내며, 레노는 마베릭에게 달려가 힘차게 안겼다. 그런 레노의 몸을 마베릭도 웃으며 안아주었고, 그리고 휙 안아 들었다.
레노의 이마를 자신의 이마에 댄 마베릭은, 레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열이 다 내려간 것 같네? 정말 다행이다. 이제 나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어."
"형, 꼭 건강하게 돌아와야 해! 빨리 마물물 같은 건 다 물리쳐버려."
"그래. 빨리 와서 같이 시내로 나가고 싶기도 하니까. 레노도 이리스와 함께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응!"
마베릭은 레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레노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한번 껴안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이리스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이리스"
마베릭은 이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서 조금 쑥스러웠지만, 이리스는 마베릭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마베릭 님, 부디 무사하세요. 마베릭 님의 무사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을게요."
"이리스, 고마워. 레노를 잘 부탁할게."
그렇게 말한 매버릭은, 이리스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그녀의 하얀 이마에 부드럽게 입술을 내렸다.
(꺄악! .........!!????)
무심코 이마를 누르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이리스의 눈동자를 다시 한번 흐뭇하게 들여다본 마베릭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문을 나섰다.
이리스는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간 듯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지, 지금 것은, 대체 뭐야!? ...... 레노 님께도 같은 일을 했으니, 마베릭 님으로서는 분명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는 없겠지? 그래, 분명 그럴 거야. ......)
이리스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굳은 채로 서 있었다. 이리스는 마베릭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크게 흔드는 레노의 옆에서, 그의 입술이 닿았던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있는 이마를 누른 채 마베릭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