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리스는 레노의 얼굴이 조금 붉은 것을 눈치채고서, 깜짝 놀라며 바로 레노의 이마에 손바닥을 대었다.
(...... 역시 열이 나고 있어 ......!)
이리스는 급히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레노 님, 큰일 났어요! 열이 있는 것 같아요. 몸은 안 아프세요? 금방 약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약초를 냄비에 넣고 끓이고서, 작은 그릇에 얼음을 넣고 물을 붓고 있는 이리스에게 레베카가 달려와서 말을 건넸다.
"이리스, 무슨 일이야? 레노 님께 무슨 일 있어?"
"응, 레노 님께서 열이 나신 것 같아. 금방 약탕과 얼음물, 수건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려고."
"어머, 큰일이네........"
레베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내렸다.
"레노 님께 죄송하게 되었어, 내가 좀 더 빨리 레노 님의 몸상태를 알아차렸더라면....... 오늘 밤 평소보다 더 외로워 보이고, 기대려는 모습이었던 것도 열 때문이었을 거야."
입술을 깨문 이리스에게, 레베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이리스의 잘못이 아닌 것 같아....... 마벨릭 님이 자리를 비우기 직전에 레노 님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일은 지금까지도 종종 있었어. 아마 정신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오늘 저녁에 레노 님 곁에 있을 수 있겠어?"
"그래, 물론이야."
발걸음을 재빠르게 돌린 이리스는, 빨간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레노의 이마에 얼음물에 담갔다 짜낸 차가운 수건을 부드럽게 얹어주었다.
레노가 가늘게 눈을 뜬다.
"이리스, 고마워. 이마가 차갑게 느껴져 기분이 좋아."
"레노 님, 제가 곁에 있음에도 열이 난 것을 늦게 알아차려서 죄송해요...... 약탕을 준비해 놓았는데 드실 수 있으세요?"
"응, 괜찮아. 마실 수 있어."
이마에 올려놓은 수건을 이리스가 가져가자, 레노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는 천천히 약탕을 마셨다.
다시 침대에 누운 레노의 이마에 이리스는 다시 식힌 수건을 올려놓았다.
눈꺼풀을 감은 레노를 보고 이리스는 침대 옆에서 천천히 벗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선 가슴에 빛나는 붉은 보라색 펜던트를 살짝 만진 뒤 고개 숙여 눈을 감았다.
(제발, 레노 님의 열이 떨어지고 감기가 빨리 낫기를. 마베릭 님께서 원정 중에 무사하시기를. 마물 퇴치에 성공하여 마베릭 님이 하루빨리 레노 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이리스가 가슴속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뒤에서 레노의 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스, 뭐 하고 있어?"
이리스는 뒤돌아보며 레노에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 아직 깨어 계셨군요. 레노 님이 빨리 나으시기를 기도하고 있었어요."
레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이리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기, 이리스. 이왕 기도를 한다면, 형의 안전도 함께 기도해 줄래?"
"물론이죠. 마제릭 님의 무사도 제대로 기도해 두었어요."
"다행이다, 고마워."
(자신이 몸이 좋지 않은데도 마벨릭 님을 걱정해 주다니. 레노 님은 정말 상냥하고 착한 아이야)
이리스의 감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스의 말에 안도의 미소를 지은 레노는 이리스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이리스, 이리 와줘. 내 옆에 있었으면 해 ...... 하지만 내 감기가 옮으려나?"
"아뇨, 저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갈게요."
이리스가 레노의 침대 옆으로 돌아갔을 때, 방문이 덜컹 열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고, 표정에 초조함이 묻어나는 마베릭의 모습이 보인다.
"형! 와 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