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헬레나의 초조함2024년 01월 08일 15시 23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켄돌 님!"
"안녕, 헬레나. 와 주었구나."
기사단 연습장에 있는 켄돌에게 손을 흔드는 헬레나를 발견한 그는 미소를 지었다.
헬레나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왔는지, 부기사단장의 훈장과 망토를 두른 자신의 약혼남 켄돌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네. 기사단에서 연습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켄돌 님의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렇구나. 오늘은 내가 단원들의 연습을 지도하기로 했으니, 원하는 만큼 보고 가."
"어머, 그랬나요. 기대할게요."
몇 줄로 늘어선 단원들 앞에서 켄돌이 호령을 한다. 많은 단원들 사이에서 아직 나이가 젊은 켄돌이 부기사단장으로서의 위엄을 뽐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켄돌보다 한 살 이상 많은 기사단장은, 켄돌의 옆에서 그가 지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켄돌이 세 명의 부하를 눈앞에 두고 연습용 검을 들자, 세 명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연습용 검을 들고 켄돌과 대치한다.
기사단장의 '시작'이라는 외침에, 세 사람이 한꺼번에 켄돌에게 달려든다.
켄돌은 먼저 왼쪽에 있는 한 명의 검을 베어내고, 그대로 중앙에서 기세를 몰아 달려드는 다른 한 명의 검을 쳐냈다.
헬레나를 포함한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한 명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받아냈다. 그대로 검을 휘둘러 떨어트리게 하자, 다음 3명이 켄돌과 대련을 하기 위해 나온다.
켄돌은 눈앞에 있는 부하 단원의 검을 받으면서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왜지. 평소보다 그의 검이 훨씬 더 무거운데......)
지금 켄돌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원이다. 그는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 기사 가문 출신으로, 비록 젊지만 그 혈통과 엿보이는 빛나는 재능으로 주목받았지만, 켄돌의 실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을 터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의 검을 받아낸 후, 켄돌은 쉽게 그 검을 쳐내는 걸로 바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켄돌은 받아낸 그의 검을 다시 튕겨낼 수 없었다. 신참에게 밀리자, 뒤에서 대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단원들의 술렁거림이 일어난다.
(큭 ......)
켄돌은 온 힘을 다해 그의 검을 쳐내고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눈앞의 그는 켄돌의 오른손 손목에 검을 명중시킨 후, 켄돌의 품에 쑤욱 들어가며 켄달의 명치를 검으로 쳤다.
켄돌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심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당황한 듯, 방금 켄돌을 찌른 그가 검을 내려놓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켄돌에게 달려왔다.
"괘, 괜찮으십니까, 부단장 ......?"
"...... 미안.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는 켄돌의 에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장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왜 그래, 요즘 너답지 않아. 오늘은 내가 단원들 연습을 대신하겠다. 지금 한 방에 적지 않은 대미지를 입었을 터.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해라."
"......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켄돌은 단원 한 명의 어깨를 빌려서야 겨우 일어서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구호소에 도착했다.
아직 통증이 가시지 않은 타박상을 입은 손목과 명치 주변을 치료하고 있을 때, 헬레나가 구호소에 얼굴을 내밀었다.
"다친 곳은 괜찮으세요?"
켄돌은 안심한 것처럼 헬레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해.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
"부상은 심하지 않으신 거죠? 곧 대규모 마물 토벌의 원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때는 문제없이 싸울 수 있겠지요? ...... 그곳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헬레나의 눈동자에서 다소 서늘한 기운을 감지한 켄돌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즉, 헬레나가 켄돌의 부상 상태를 확인한 것은 켄돌의 몸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다음 원정에서 켄돌이 성과를 내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인 것 같아서다.
"그, 그야, 물론 괜찮지. 아무 문제없어."
헬레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저, 부끄러웠다고요. 지인들을 초대해서 켄돌 님의 용맹한 모습을 보러 왔는데,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다음 원정에서는 분명 놀라운 성과를 거두실 거죠?"
"당연하지.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대답하는 켄돌의 목소리에는, 이전과 같은 씩씩함이 없었다.
헬레나는 속으로 조바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나와, 모처럼 약혼까지 했는데........ 켄돌 님의 이 추태는 대체 뭐람 ......? 머지않아 나를 기사단장의 아내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렇게나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셨는데.......)
"네. 좋은 보고를 기대할게요."
마지막으로 그 말을 남기고, 헬레나는 켄달의 곁을 떠났다.
피곤한 얼굴의 켄돌은 헬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마물 퇴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옛날의 따스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 이리스라면 이럴 때 내 부상을, 내 몸을 걱정해 주었는데. 실패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다정하게 격려해 주었는데......)
최근 들어 부진을 겪기 전까지는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 기세였던 켄돌에게, 예전에 실패한 경험은 아주 먼 옛날의 기억처럼 느껴졌다.
'내가 버린 약혼녀를 이제야 떠올리다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켄돌은 이리스와의 추억을 떨쳐버리듯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긴 낙제 영애는, 천재마술사에게 사랑받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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