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건 네 몫이야, 이리스."
"하지만 ......"
"이리스, 오늘 같이 먹자. 형이 있으면 이리스는 매번 금방 가 버리는걸. 이미 이리스 몫도 준비해 두었으니, 괜찮지??"
레노와 마베릭은 서로를 확인하는 듯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밝고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 모습에, 이리스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러 신경을 써 주셨군요. 그럼, 말씀에 따를게요."
그렇게 이리스도 두 사람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레노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베릭도 흐뭇해한다.
(이미 남자 하고는 한동안 관련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마베릭 님도 무심코 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
이리스는 눈앞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마베릭 님 같은 높으신 분이 단순한 시녀인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할 리가 없어. 레노 님을 위해 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것뿐이니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겠어)
그렇게 생각하자 이리스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레노는 아침 식사로 나온 팬케이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 이리스의 팬케이크는 푹신푹신해서 정말 맛있어."
"아, 레노 님, 팬케이크가 식지 않았나요? 제 것과 교환할까요?"
"아니, 괜찮아. 하지만 이리스 것도 한 입만 줄래?"
레노는 재빨리 포크를 꺼내어, 이리스의 접시에서 팬케이크를 잘라내고는 입에 쏙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마베릭과 이리스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같은 타이밍에 폭소를 터트렸다.
"레노 님, 제 것도 얼마든지 드셔도 괜찮아요."
"...... 레노, 넌 이리스에게 많이 응석 부리는구나."
"헤헤. 하지만 정말 맛있다구? 형도 먹어 봐."
마베릭도 눈앞에 있는 팬케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호오, 이거 맛있는데."
놀란 듯이 중얼거리는 마베릭의 말에, 이리스의 볼이 붉어졌다.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에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다는 것은 역시 기쁜 일이다.
화기애애하게 아침 식사가 끝나고 이리스가 접시가 쌓인 쟁반을 옮기려는데, 옆에서 마베릭이 이리스의 손에서 쟁반을 하나 집어 들었다.
"나도 도와줄게."
"아, 아뇨! 역시, 그렇게까지 해 주실 필요는 ......"
"그러는 편이 빠르니까. 레노도 빨리 너와 놀고 싶어 해."
"......그, 그럼 고맙습니다."
양손에 쟁반을 들고 마베릭과 함께 본채로 돌아가는 길에, 마베릭은 이리스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여기 온 이후로 레노의 표정이 밝아졌어. 예전에는 막막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네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어."
"아뇨. 레노 님은 솔직하고 다정해서 함께 있으면 제가 더 치유되는 것 같아요.
정말 귀여운 동생이네요."
"하하, 그렇지?"
마베릭이 얼굴에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평소에는 너무 정돈되어서 차가운 인상을 주기도 하는 그의 얼굴이었지만, 활짝 웃는 모습에서는 마치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도 엿보인다. 이리스의 안에서 마베릭의 미소가 빙그레 웃는 레노의 웃음과 겹쳐진다.
"마베릭 님은 웃는 모습이 레노 님을 빼닮았네요 ......"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리스를, 마베릭은 깜짝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그동안 레노를 본 사람들은, 마블릭과 빈센트는 아름답지만 레노는 괴물처럼 못생겼다고 남몰래 속삭여 왔다. 레노를 없는 셈 치고, 빈센트와 둘이서 미남 형제라는 말을 듣는 것을 마베릭은 무엇보다 싫어했고, 레노와 닮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이리스는 레노의 그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구나. 레노의 순수하고 착한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어)
레노에 대해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이리스의 표정은 마베릭에게도 호감을 주었고, 매우 사랑스러워 보였다.
쟁반에 담긴 접시를 다 옮긴 이리스는, 마베릭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번거롭게 해 드렸지만, 고맙습니다. 이것만 치우고 나면 다시 별채로 돌아가겠습니다. 마베릭 님은 먼저 레노 님께 돌아가서 기다려 주세요."
이리스가 설거지를 하려고 소매를 걷어붙이자, 옆에서 소니아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리스와 마베릭 님!"
소니아는 이리스에게 달려가서, 그녀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이리스, 이 정도는 해 줄 테니 마벨릭 님과 함께 돌아가. 이런 모습, 처음 봤어 ......!"
"어?"
마벨릭은 소니아의 말에 싱긋 웃으며 당황하는 이리스의 손을 잡았다.
"그럼 이리스는 빌려갈게. 레노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당황한 표정으로 소니아를 돌아보는 이리스였지만, 소니아는 이리스에게 윙크를 날렸다.
마베릭의 손은 크고 따스했으며,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이리스는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의 손에 이끌려 레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