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켄돌의 조바심2024년 01월 07일 20시 16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아버지, 보고할 게 있어"
"무슨 일이냐, 켄돌?"
헬레나와 약혼한 지 며칠 후, 켄돌은 기사단 숙소에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기사단을 은퇴하고 집에서 지내는 아버지를 만나러 온 것이다.
다소 흥분한 모습으로, 켄돌은 목소리를 높인다.
"들어봐, 아버지.
클룸로프 가문의 헬레나와 약혼을 하기로 했어. 그녀는 희귀한 빛 마법을 쓰는 데다 엄청난 미인이야. 기사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미모에 대한 소문이 자자한데도, 그녀는 나를 선택했지. ...... 최단기간에 부기사단장까지 승진한 내 재능에 반한 모양이야. 어때, 나도 꽤 잘 나가지 않아?"
켄돌의 아버지는, 그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더니 켄돌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너는 같은 크룸로프 가문의 이리스 아가씨와 약혼한 게 아니었느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이리스와의 약혼은 파기했어. 그래서 헬레나와 다시 약혼을 맺었어."
"...... 이리스 아가씨에게는 예전에 도움을 받은 은혜가 있을 텐데. 그 이후에도 계속 너를 도와주지 않았었냐. 그런데 왜 그녀와의 약혼을 파기했지?"
"그건 ...... 내게는 헬레나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야. 이리스는 마법사단장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마법의 속성도 없잖아. 말하자면 평민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 그런 그녀가 부기사단장까지 오른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게다가 헬레나의 아름다움을 보면 아버지도 납득할 거라 생각해. 한눈에 반할 만한 미모를 지녔으니까."
"...... 이리스 아가씨는, 앞으로 어떻게 되시는 거지?"
"글쎄? 집을 나간다는 얘기는 헬레나에게 들었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어. 나는 헬레나와 결혼해서 크룸로프 가문의 데릴사위가 될 거야."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켄돌이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아버지는 놀랍도록 냉랭한 눈빛으로 켄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 너를 다시 보았다, 켄돌. 너를 그렇게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많이 돌봐준 은인을 뒷발로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하고도, 너는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냐?"
아버지의 축복의 말을 기대했던 켄돌은, 예상치 못한 아버지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루었다고 해서 질투하는 거지? 아버지는 부상의 영향도 있었지만, 크게 출세하지 못하고 기사단에서 은퇴했잖아.
......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게 뭐가 문제야? 나한테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 내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보면, 그리고 이 승진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나는 누구도 본 적 없는 풍경을 보고 싶어. 누구보다도 빨리 다음 기사단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야.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능 있고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할 거고.
내가 가진 지위와 그에 걸맞는 상대를 찾는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건데?"
켄돌의 아버지는, 켄돌의 말을 다 듣고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렇게나 멍청한 줄은 몰랐다. 넌 분수라는 것을 모르느냐? 이리스 아가씨는 나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정말 훌륭한 아가씨였다. 그런데 그 여동생과 다시 약혼을 하고 집에서 내쫓는다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을 하다니...... 정직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흥,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시원찮으니까, 평민 어머니를 들일 수밖에 없었겠지. 내가 아무리 부럽다고 해서, 함부로 ......"
그때 아버지의 손바닥이 켄돌의 뺨을 때렸다. '짝'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금까지 켄돌이 아직 기사로 성장하기 전, 아무리 실패해도, 못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탓하거나 꾸짖지 않던 자상한 아버지에게서 뺨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픈 뺨을 무심코 누른 켄돌의 입안에서 서서히 피 맛이 배어 나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너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까지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구나 ......! 네 어머니는 나에게 있어서 어디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아내였다.
네 눈은 어디로 팔아먹은 거냐. 그리고 안타깝구나. 옛날, 아직 기사단 말단이었을 때의 네가 훨씬 더 착한 마음과 맑은 눈을 가졌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 집에 돌아오지 마라.
......하나만 기억해 둬라. 네가 한 행동은, 언젠가 반드시 네게 돌아올 거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나간다고 ......! 더 높은 클룸로프 가문을 물려받으면, 앞으로 이 집에 돌아올 필요도 없으니까."
켄돌은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그대로 재빠른 걸음으로 현관문을 빠져나갔다.
(...... 젠장)
켄돌은 짜증 나는 마음을 억누르려고 애쓰면서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감과 싸우고 있었다.
이리스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헬레나와 다시 약혼한 이후로는 좀처럼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몸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듯한 넘치는 힘이 왠지 모르게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헬레나와의 약혼이 드디어 잘 풀려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몸의 힘이 둔해진 일은 소속된 기사단 단장으로부터도 기사단의 연습 때 지적받았다. 생동감이 부족하다는 자각이 있는 만큼, 행복해야 할 이 시기에 슬럼프에 빠진다는 아이러니에 입술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이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아버지의 말은 자신도 모르게 켄돌의 마음 깊은 곳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긴 낙제 영애는, 천재마술사에게 사랑받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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