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스가 방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레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리스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레노 님, 저녁을 가져왔어요 ......"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은 이리스는, 레노의 옆에 또 한 명의 남성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레노는 이리스에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서, 옆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이리스, 고마워요! ...... 형, 그녀가 이리스야. 오늘 같이 많이 놀아줬어."
"그거 다행이구나."
레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남자의 놀라울 정도로 잘 다듬어진 외모를 보고, 그리고 레노의 말을 들은 이리스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레노의 저녁식사가 담긴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 이리스는 서둘러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베릭 님. 저는 오늘부터 레노 님의 시녀가 된 이리스입니다."
"그런가. 이리스, 레노를 잘 부탁한다...... 그리고 오늘은 레노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으니, 미안하지만, 내 몫의 저녁도 준비해 줄 수 있을까?"
"네, 물론이에요. 바로 준비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지금 레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인지 후드를 쓰지 않은 마베릭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이리스는 당황하여 눈을 감았다.
그때 레노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얼굴이 환하게 빛나며 말했다.
"맞다, 이리스도 같이 저녁을 먹지 않을래? 나, 이리스도 같이 있으면 좋겠어. 형, 괜찮지?"
이리스는 레노의 말에 당황하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모처럼의 형제들끼리의 시간인데 제가 끼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게다가 저는 지금부터 앞으로의 일을 위해 시녀장이 저택 내부를 안내해 줄 예정이에요.
그러니 레노 님의 마음만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 그래? 아쉽네. 다음에 이리스가 편할 때 같이 먹자."
"네, 레노 님, 감사합니다.......그럼, 마베릭 님의 저녁 식사만 바로 가져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나가는 이리스의 뒷모습을, 마벨릭은 레노와 함께 지켜보았다.
마벨릭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리스를 관찰하고 있었다.
(......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다......)
지금까지 마벨릭이 만났던 시녀들은 마베릭을 만나면 기뻐하며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레노에게는 왠지 모르게 겁에 질린 눈빛이나 견디기 힘들어하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방금 전에 자리를 뜬 이리스는 레노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마벨릭에게는 쑥스러워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녁 식사 초대도 지금까지의 시녀들이라면 아마 기꺼이 승낙했을 것이다. ...... 하지만 레노가 시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레노가 이리스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에, 마벨릭은 내심 놀라면서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 이리스인가. 흥미롭군)
잠시 후, 이리스가 마벨릭의 저녁 식사를 나르고 식탁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가려는 순간, 마베릭이 이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리스, 잠깐만."
"...... 네?"
마베릭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이리스에게, 그가 일어서서 천천히 다가왔다. 일어서는 마베릭의 몸짓도 우아하여, 이리스는 몸 둘 곳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이리스의 눈앞에 선 마베릭은 이리스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진 후, 이리스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살짝 숙였다. 얼음처럼 맑은 눈동자가 이리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거, 네 머리카락에 붙어 있었으니까."
매버릭의 손끝에 하얀 꽃잎 한 장이 보였다. 아마 이리스가 레노와 함께 안뜰에서 시간을 보낼 때 머리카락에 붙은 것으로 보인다.
(우와, 가, 가까워 ......!)
이리스는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이 가까이 보이는 것에,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일부러 떼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방을 나가는 이리스를 보며, 마베릭은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노가 고개를 들어 마벨릭을 바라보며 말한다.
"형도 이리스가 마음에 들었어?"
"...... 레노,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형은 항상 여자한테는 말을 걸 때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했잖아. 그런데 이리스한테는 스스로 말을 걸었고.
...... 게다가 그 정도의 꽃잎이면 형의 바람 마술로 날려버리는 것도 쉬웠을 텐데?
그런데도 일부러 이리스의 머리카락에서 직접 손으로 떼어줬는걸."
마베릭은 레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레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