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따스한 팔 속2024년 01월 08일 12시 41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앗. 마, 마베릭 님 ......!?)
이리스는 자신의 손이 마베릭의 따스하고 커다란 손바닥에 감싸여 있는 느낌에,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좀처럼 마베릭이 손을 떼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슬쩍 손을 떼어 보았지만, 의외로 이리스의 손은 단단히 잡혀서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저, 저기, 마베릭 님"
"왜?"
"저기, 손을 ......"
"아 이거........ 이리스의 손은 서늘해서 기분이 좋아."
"......!"
마베릭의 예상치 못한 말에, 이제 그만 놓아달라고 부탁하려던 이리스의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삼켜졌다.
"그, 그런가요?"
무심코 얼빠진 대답을 하고 말자, 이리스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그런 이리스를 돌아본 아름다운 매버릭의 입가에는 왠지 즐거워하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길게만 느껴졌던 이리스가 마침내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레노가 현관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 이리스! 빨리빨리. 오늘은 밖에서 놀자!"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이리스의 손을 놓아준 마베릭은, 레노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까."
"이리스도 물론 올 거지? 이리스의 일은 나와 놀아주는 거니까~"
레노가 이리스에게 빙긋이 웃는다. 심술쟁이처럼 장난기 가득한 레노의 미소도 귀엽지만, 그런 맞는 말을 들으면 이리스도 도망칠 곳이 없다. 모처럼이니 둘이서 ...... 라고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리스는 레노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참 만만치 않은 형제구나"라고 생각했다.
***
처음 만났을 때는 능력도 외모도 너무 완벽한 마베릭을 앞에 두고 긴장을 풀지 못했던 이리스였지만, 3명이 함께 벌레 잡기나 숨바꼭질 등을 하며 밝은 햇살 아래서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레노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같아서인지, 레노를 통해서라면 이리스는 마베릭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마베릭이 있을 때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리스가 신경을 써서 자리를 비켜주곤 했는데, 레노는 그것이 늘 불만스러웠던 모양이다.
드디어 셋이서 놀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하는 레노의 활짝 핀 미소를 보니, 이리스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레노가 나무를 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나무 아래에서 지켜보던 이리스는, 바로 옆에서 레노를 지켜보던 마베릭에게 말을 걸었다.
"레노 님은 건강하시네요. 저로서는 체력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예요."
"그래.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요즘은 건강한 날이 많아서 안심이 돼. 레노가 몸이 안 좋을 때나, 일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할 때만큼 걱정스러운 일은 없으니까."
가볍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레노를 다정한 눈빛으로 쫓아가는 마베릭을 보자, 이리스의 가슴 안쪽이 뜨거워졌다.
(정말, 동생에게 다정다감한 분이셔......자신보다 레노 님을 더 소중히 여기시는구나)
"저기, 마베릭 님은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 곧 대규모 몬스터 토벌 원정에 참여하게 돼. 꽤 장기간이 될 것 같아. 뭐, 그래도 빈센트처럼 마법사단에 소속되어 하루종일 마물의 대응에 쫓기는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그래서, 출발하기까지의 시간은 가능한 한 레노와 함께 보내고 싶었어."
"그랬군요 ......"
이리스의 얼굴이 마베릭의 안부를 걱정하며 어두워졌다. 이리스의 아버지도 장기간의 마물 토벌 원정 중에 돌아가셨다. 아무리 마베릭이 천재로 불리지만, 위험과 함께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베릭 님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마음을 담은 이리스의 말에, 마베릭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그동안 레노를 잘 부탁할게."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레노가 능숙하게 나무에서 내려왔다.
"다음은 술래잡기 하자! 형한테는 상대가 안 되니까, 이리스, 나 잡아봐라!"
"알겠어요, 레노 님. 하지만 저도 봐주지 않을 건데요?"
깔깔대며 도망치기 위해 정원을 달리는 레노는, 그 나잇대의 활발한 남자아이라는 느낌이어서 그의 모습에 기뻐하는 이리스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채에서 두문불출했었는데, 지금의 레노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그랬던 사람으로 안 보인다.
그것은 반갑지만, 놀아주는 입장에서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빠르네, 레노 님 ......)
이리스도 전력 질주하며 쫓아가지만, 레노를 좀처럼 따라잡을 수 없다.
마침내 레노를 연못가에 몰아넣고 숨을 고른 이리스가 레노에게 손을 뻗자, 레노는 슬그머니 이리스에게서 몸을 피했다.
기세를 몰아 레노에게 손을 뻗던 이리스는 발밑의 돌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균형을 잃은 이리스의 몸은 연못의 수면을 향해 비틀거리며 기울어졌다.
(...... 아, 안 돼. 떨어지겠어 ......)
햇빛을 반사하는 수면이 이리스의 눈앞에 다가왔을 때, 바람이 이리스의 주위를 휘감아 돌았다. 무심코 눈을 질끈 감은 이리스는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 ......!?"
한동안 공중에 떠 있던 이리스의 몸은, 두 팔에 부드럽게 안겨 있었다.
이리스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보석 같은 얼음빛 눈동자가 이리스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
놀라움과 당혹감에 갑자기 가슴이 뛰는 이리스의 가슴은 전혀 괜찮다고 할 수 없었지만, 이리스는 어떻게든 마베릭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냘프게 보이는 마벨릭의 팔은 예상외로 힘이 있었고, 이리스를 안아주는 팔의 따스함이 이리스에게 전해지자 온몸이 부끄러움으로 인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깔았다.
"이리스, 미안. 괜찮아!? 내가 너무 흥분했어.......형이 바람 마법을 걸어줘서 다행이야."
(이게 바로 마베릭 님의 바람 마법 ......)
미안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레노에게, 이리스는 황급히 고개를 저어주었다.
"아뇨, 제가 실수했을 뿐이에요. 마베릭 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따위는 바람마법을 사용할 만한 가치도 없는데......"
"......"
마베릭이 잠시 입을 다물어서, 이리스는 조금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마벨릭을 쳐다보았다. 그의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이리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 이리스. 넌 우리에게 소중한 여자야. 그러니 앞으로는 '따위' 같은 말은 쓰지 말았으면 해. 알겠지?"
부드러운 어조로 이리스에게 그렇게 말한 마베릭은, 이리스의 대답을 촉구하듯 이리스를 두 팔로 안은 채로 가만히 기다렸다.
이리스는 두 눈에서 서서히 눈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클룸로프 가문에서 벨라나 헬레나에게서 지겨울 정도로 '너 따위는'이라는 말을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다.
"...... 네."
이리스가 그렇게 대답하자, 마베릭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마침내 이리스를 부드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리스의 몸을 내려놓기 직전, 마베릭의 양팔에 꽉 껴안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리스는 당황하여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마베릭의 두 팔이 떨어졌음에도, 이리스에게서 그 따뜻한 팔의 감각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사라지지 않았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긴 낙제 영애는, 천재마술사에게 사랑받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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