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레노의 발열(3)
    2024년 01월 08일 16시 47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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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밝아진 레노가 입을 열자, 마베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까 레베카를 만나서 레노가 열이 났다는 얘기를 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급히 달려왔지."



    이리스는 미안한 마음에 마벨릭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레노 님의 몸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아니, 네 잘못이 아니야. 레베카한테도 들었겠지만, 레노가 내가 집을 비울 즈음이면 몸이 안 좋아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거든. 게다가 최근 들어 레노가 이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던 적이 더 드물었을 정도고....... 레노야, 상태는 어때? 힘들어?"



    레노는 고개를 작게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괜찮아. 지금까지에 비해서는 그다지 아프지 않아....... 그래도 오늘 밤은 형도 곁에 있어줄 수 있어?"

    "그래, 괜찮아."

    "앗싸!...... 그럼, 형은 내 오른쪽에, 이리스는 내 왼쪽에 와 줄래?"



    레노의 침대 옆에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서 있는 마베릭과 이리스를 올려다본 후, 레노는 침대 위에서 자신의 양옆을 톡톡 두드렸다.



    "그런 곳에 밤새도록 서 있을 수는 없잖아? 자, 두 사람 모두 침대에 들어와."



    레노의 말에 마베릭과 이리스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레노의 침대는 성인용 더블 침대만큼 충분히 컸기 때문에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리스를 보고 마벨릭이 레노를 훈계하듯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이리스가 곤란해하고 있는데?"

    "하지만, 형이 원정을 떠나기 전인 오늘만큼은 두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걸......"



    그렇게 말하면서 볼을 부풀리는 레노를 보며, 이리스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베릭 님이 나에게 친절한 것은 내가 레노 님을 모시고 있는 시녀이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분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될 거야....... 앞으로 한동안 마베릭 님과 만날 수 없는 레노 님의, 가끔씩만 들을 수 있는 귀여운 고집인걸. 이럴 때 정도는 어울려 주는 게 좋겠어)



    이리스는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저, 저라면 괜찮아요....... 그럼, 저는 레노 님의 왼쪽에 들어가겠습니다. 마베릭 님, 부디 저는 공기라고 생각해 주세요."



    마베릭이 이리스의 붉게 물든 뺨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이리스가 좋다면야 문제없지....... 이것으로, 괜찮지?"



    마베릭이 레노의 몸 오른쪽에 몸을 눕혔다. 이리스도 쭈뼛거리며 레노의 왼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비록 레노가 마베릭 사이에 있지만, 레노를 사이에 두고 지근거리에 누워 있는 마베릭을 생각하자 자연스레 이리스의 심장 박동은 빨라졌다.



    "와! 둘 다 따뜻해....... 형도, 이리스도,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레노는 이리스의 오른손을 작은 왼손으로 꼭 쥐고서 다시 입을 연다.



    "이형, 이리스. 나, 형이 마물 토벌의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셋이서 시내로 나가보고 싶어."

    "...... 마을로?"



    조금 놀란 듯한 마베릭의 목소리에, 레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집에만 틀어박혀서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니까....... 형이랑 이리스랑 함께 다양한 가게도 구경하고, 특이한 음식도 먹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알았어, 약속할게, 레노. 원정에서 돌아오면 같이 시내로 나가자. 이리스도 같이 가줄래?"

    "네, 물론 함께 가야죠."

    "에헤헤, 좋아 좋아, 둘 다 고마워. 형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을게."



    행복하게 웃던 레노는, 눈을 감더니 이내 잔잔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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