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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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07일 04시 33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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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곧 빈스 님 댁에서 마차가 마중을 나온다면서요? 저는 지금부터 떠날 예정이니, 빈스 님을 배웅해 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빈스를 만난 지 이틀이 지난 오후, 빈스의 가문 사람이 이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빈스를 데리러 오기로 되어 있었다.



    때마침 이리스가 레베카의 일터로 향하는 마차가 준비되었다는 몰리의 말을 듣고, 이리스는 빈스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타박상 투성이라서 거의 움직일 수 없었던 빈스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치유된 모양인지라, 이리스가 이 집에 데려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멍이 남아있고 습포로 일부 가려져 있긴 하지만, 성실해 보이는 단정한 이목구비도 드러나 있다.



    이리스는 눈앞의 건강한 모습에 반가워하며 미소를 지으며 작은 인사를 건넸다.



    "많이 회복된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다시는 그런 부상을 당하지 않으시기를 빌게요."

    "이리스, 당신 덕분입니다. 그때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나중에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군요."



    진심이 담긴 빈스의 말이었지만, 이리스는 마지막에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을 끝으로 이리스가 이 가문에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감사의 인사를 하러 왔다고 해도 이리스는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섣불리 설명했다가, 착해 보이는 빈스의 동정을 사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아니요. 곤란할 때는 서로 도와야죠.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이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빈스 님의 마음만 감사히 받아둘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리스."



    마지막으로 빈스가 내민 손과 악수를 나눈 후, 이리스는 작은 짐 하나를 들고 새로운 일터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타기 위해 걸어갔다.



    ***

    이리스를 태운 마차와 교대하는 식으로, 멋들어진 마차 한 대가 크룸로프 가문 앞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려 긴 검은색 가운을 입은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집 앞을 향했다.



    방금 전 이리스를 배웅하고서 현관 앞을 청소하고 있던 몰리에게 남자가 말을 건다.



    "실례합니다. 동생 빈센트가 여기서 신세 졌다는 말을 듣고 데리러 왔습니다만. 남동생은 있습니까?"

    "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마차의 등장에 당황하던 몰리는, 눈앞의 남자가 로브의 후드를 뒤로 젖힌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조각상조차 퇴색될 정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빛을 반사하는 듯한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에 덮인 새하얀 피부의 작은 얼굴에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로브에도 금색 자수 별이 보인다. 몰리는 남자의 말을 머릿속으로 한 번 곱씹어 본 후,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앗!? 빈센트 님이라면, 설마 그 에버렛 가문의...... 그럼 당신은 마벨릭 님......?"



    몰리의 반응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몰리는 놀라면서도 빈센트가 기다리는 방으로 안내했다.



    에버렛 가문의 천재 마술사 형제라고 하면 이 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두 사람은 뛰어난 바람의 마법을 구사하는 동시에 수려한 외모로도 유명했다.

    동생인 빈센트는 20살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마법 실력으로 제1 마술사단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천재의 이름을 갖고 있는 형 마벨릭이다. 당대 최고의 마법 실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각 마법사단의 단장 취임 제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너무 매혹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평소에는 로브로 얼굴을 깊숙이 가린다는 말을 들었던 몰리는, 실제로 본인을 보고서 내심 크게 납득하였다.



    그리고 몰리는 방금 출발한 이리스를 떠올리며, 세상에는 기이한 인연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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