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 에버렛 가문의 비밀(2)
    2024년 01월 07일 08시 04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각오는 되신 것 같네요, 그런 뜻이라면 알겠습니다....... 몰리에게 들으셨겠지만, 이 일은 일반적인 시녀의 일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서요. 쉽게 말해, 이 에버렛 가문의 막내인 레노 님을 돌보는 일입니다."

    "레노 님이라는 분의 시중을?"



    이상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는 이리스에게, 레베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에버렛 가문에는 3명의 형제가 계십니다. 천재로 불리는 장남 마베릭 님, 이 나라 제1 마술사단장인 빈센트 님. 이 두 분의 이름은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으니 알고 계실 거예요.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겠지만, 사실 두 분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 동생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바로 레노 님인데, 나이는 8살이고요.

    마베릭 님도 빈센트 님도 레노 님을 무척 사랑하고 계십니다. 특히 장남인 마베릭 님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ㅡㅡ이리스와 환경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ㅡㅡ레노 님의 부모님을 대신해 레노 님을 소중히 키우고 계십니다. 여러 부대의 마법사단장 제의를 거절하는 것도, 레노 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단장이 되면 저택에 못 돌아가는 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그게 진짜 이유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하지만 레노 님을 뵙기 전에 이리스에게 꼭 전해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



    레베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리스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첫째, 레노 님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말 것.

    둘째, 레노 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셔도 부정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것.

    만약 이것들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일을 그만두셔도 좋아요. 실제로 안타깝게도, 과거 여러 시녀들이 그만뒀고요.

    그리고 레노 님은 몸이 안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럴 때는 곁에서 간병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이 집의 시녀를 그만두게 된다면, 이 집에서 레노 님에 대해 본 것, 들은 것은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이것이 이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이게 몰리가 말했던, 사정이 있다는 뜻이려나)



    이리스에게는 그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리스에게는 괜찮은 일로 보였다.



    "그래, 알았어. 저기,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뿐이야?"

    "예. 그럼 시녀가 사는 방에 짐을 두고 옷 갈아입은 뒤 레노 님께 가볼까요?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조금 말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레노 님은 ...... 이형이라고 할까, 조금 특이한 외모를 하고 계시며, 우스갯소리처럼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중얼거릴 때가 있답니다.

    그런 레노 님을 무서워하거나 기겁을 하는 시녀들이 많아서, 좀처럼 사람이 정착하지 못하죠. 그리고 이상한 일이 생기면 무서워하던 시녀도 과거에는 있었고요.

    ...... 하지만, 이런저런 말을 하기는 했어도 레노 님은 정말 착한 아이예요."



    (어머, 그런 이유가 ......)



    이리스는 레노의 심정을 상상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 어린이일 뿐인데, 분명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겪어 왔을 것이다. 타고난 외모는 고를 수 없으며, 더군다나 자신의 말로 주위가 기분 나빠하다니, 그의 앳된 마음은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계모와 의붓동생이 무심코 내뱉는 말들로 상처받을 기회가 많았던 이리스에게, 레노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래, 빨리 만나고 싶어."



    이리스는 작은 짐 하나를 방에 놓고는, 시녀용의 남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흰 앞치마를 두른 후 레베카의 뒤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저택의 한 구석에 있는 별채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별채의 문을 열기 전에, 레베카가 이리스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킨다.



    "...... 방금 말씀드린 것, 괜찮으시지요?"

    "물론, 명심하고 있어."



    레베카는 약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 있는 별채의 문을 열었다.



    "레노 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리스는 어두운 방 안쪽 왼편에 있는 책상으로 향해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레노 님.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 당신이, 새로운 사람이야?"



    (......!)



    이리스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레노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