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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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07일 04시 30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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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스는 당황하면서도 눈앞에서 이리스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빈스를 바라보았다.



    (아아, 그렇구나. 이런 시녀복을 입고 있으면서도 몰리에게 아가씨라고 불렸으니, 내가 누군지 헷갈리시는 모양이야 ......)



    이리스는 시녀복의 치마를 붙잡았다.



    "음. 저는 클룸로프 가문의 선대의 장녀예요. 하지만 저는 마법의 속성이 없어서 ......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고 싶어서 저희 집 시녀들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움직이기 쉽도록 이런 옷을 입고 있는 거예요."

    "그런 일이 ......"



    조금 어두워진 이리스의 표정을 눈치챘는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빈스는 중간에 말을 그만두는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돌리던 빈스는, 이리스에게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함부로 물어서 실례했습니다. 실은 당신의 아버지 ...... 크룸로프 가문의 선대 분께는 저도 예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버님에 대해 알고 계세요?"

    "예. 저는 그분과 마법사단의 소속은 다르지만, 아직 마법사단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연이 닿아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리스도 저를 도와주시다니, 크룸로프 가문에는 정말 도움을 많이 받는군요."



    감사한 마음을 담은 빈스의 따뜻한 미소에, 이리스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그랬었나요. 조금이라도 빈스 님의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네요."



    이리스는 손에 들고 있던 약초죽이 담긴 쟁반을 침대 옆의 작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에게 안부 인사를 건넨 다음 방을 나갔다.



    ***

    방으로 돌아온 이리스는, 작은 여행용 가방에 짐을 정리했다.

    옷장에 놓여 있는 몇 벌의 간단한 옷과 많지 않은 소품들을 대부분 가방에 넣자, 아담한 이리스의 방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조금은 쓸쓸한 마음으로 익숙한 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방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벨라가 이리스에게 소리쳤다.



    "이리스! 헬레나한테서 들었어. 너, 신원도 알 수 없는 못생긴 남자를 이 집에 들였다며?"



    이리스는 헬레나에게 들켰나 싶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쳤던 것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요. 마술사 분이라고 하셨고, 아버님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더군요. 확실히 다쳐서 얼굴이 부어있지만, 수상쩍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 전 이제 짐도 거의 다 챙겼어요. 그분이 회복되면 이곳을 떠날 테니, 그때까지만 이 집에 머물게 해 주시겠어요?"



    벨라는 이리스의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방 안을 둘러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이런 때 성가신 일을 가져와서는 안 되겠지만, 뭐, 좋아. 지금 저 남자를 여기 내버려 둔 채 네가 없어지면 곤란하니까....... 그 남자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바로 나가줄래?"

    "알겠습니다."



    벨라는 헬레나의 약혼으로 다소 기분이 좋아진 탓인지, 평소에는 잔소리가 많았던 그녀였지만 더 이상 군말 하지 않고 이리스의 방을 나갔다.



    이리스는 그런 베라의 뒷모습을 지켜본 뒤, 가슴에 달린 펜던트를 살짝 잡고 창밖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먹물을 흘린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초승달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벨라나 헬레나처럼 값비싼 드레스나 보석을 사지 않았던 이리스였지만, 어머니의 유품인 엄지손톱 정도 크기의 적자색으로 반짝이는 로드 라이트 가넷이 달린 펜던트만은 유일한 보물로서 갖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새빨갛고 커다란 루비였다면 벨라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벨라는 이리스의 펜던트를 보며 "흐음, 루비가 아니구나"라며 무심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리스는 금색 가느다란 사슬 끝에 달린 보석을 손바닥에 감싸 안으며, 마음속으로 빈스의 쾌유를 기원했다.



    빈스를 치료할 때도 빈스의 회복을 마음속으로 기도했지만, 이렇게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것이 일리스의 일상의 습관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그의 안전과 활약을 기원했던 켄돌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면서, 이리스는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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