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전생의 언니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힐끗 쳐다보기만 했기 때문에, 나는 게임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게임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니 당연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생에 가끔 언니가 흥분해서 게임 상황을 이야기해주고는 했기 때문에, 재밌는 이벤트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는 정도다.
다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생의 언니의 최애는 리샤르 님이었다. 그래서인지 인기 공략 대상 중 하나였던 그의 얼굴을 알 수 있었다. 아까는 그 때문에, 마치 대조하듯이 리샤르 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았다.
왜 지금까지는 리샤르 님을 앞에 두고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악역영애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리고 히로인이 리샤르 님의 루트로 들어갔을 경우. 해피엔딩을 맞이하면 그녀를 해하였다는 이유로 단죄를 받고 가문이 몰락할 위기에 처하는 것이 악역영애 포지션의 나라는 것은 내 기억에 비교적 확실하게 남아있다.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 그래서 그 애가 낯익었던 거구나."
아까 리샤르 님이 안뜰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 푸근한 분위기의 귀여운 소녀가, 분명 이 여성향 게임 세계의 히로인임에 틀림없다.
히로인과 리샤르 님이 대화하는 장면을 본 충격이 계기가 되어 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다.
(아마 히로인의 이름은 클로이 양이었던 것 같아)
그 외에도 같은 학교의 공작영식과 교수 등의 몇몇 공략 대상의 얼굴이 어지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각각 게임에서는 2차원이었던 얼굴이 내가 알고 있는 3차원의 얼굴과 겹쳐진다.
"역시, 틀림없는 것 같아."
일단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고, 아직은 손가락질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할 말은 하는 편이고, 다소 다혈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잘못된 일을 한 적이 없다.
다만, 나는 지금까지 공작가의 장녀로 자라온 자신과 그것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생의 내 의식이 뒤섞여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고 있다.
전생의 나는 게임에 열중하는 언니를 비교적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악역영애 아델레이드를 보고 생각했었다.
ㅡㅡ모처럼 미녀로 태어나고 가문도 좋고 능력도 좋은데 약혼자에게 집착하다가 모든 것을 잃다니, 정말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서 충격을 받은 나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전생을 떠올릴 바에는, 리샤르 님을 좋아하기 전에 떠올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 지금의 나는 리샤르 님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가 내게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그것을 보물처럼 생각하며 지낼 수 있을 정도다. 그가 나를 조금 만져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총명한 눈빛도, 다소 낮으며 듣기 좋은 목소리도, 온화하고 부드럽고 차분한 모습도, 그 모든 것이 진심으로 좋았다.
전생에서는 이렇게나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이 없다.
드디어 리샤르 님과 약혼을 하게 되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기뻤는데, 그 행복한 마음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신은 정말 잔인해)
나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누님, 어서 오세요!"
나는 현관으로 달려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랑하는 어린 동생을 안아주었다.
"다녀왔어, 로이!"
16살인 나와 동생 로이는 8살이나 나이 차이가 난다. 나는 그를 태어났을 때부터 애지중지하며 잘 돌봐왔다. 어머니가 그를 낳고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나는 그의 누나이자 어머니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