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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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05일 18시 05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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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 아이는 클로이 양. 이 게임의 히로인이었구나)



     클로이 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동자에 어딘지 모르게 열이 오른 듯한 묘한 빛깔이 떠오르는 것을,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아델레이드, 푹 쉬세요"

    "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샤르 님."



     리샤르 님은 앞으로 그 아이에게 끌리게 되는 걸까?



     좋지 않은 예감이 가슴을 덮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방에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러고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그 후 노집사에게 클로이 양의 이름과 외모의 특징을 알려주며 신원 조사를 의뢰했다.



    ****.



     클로이 양에 대한 신원조사 보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들어왔다.



     클로이 필스너 자작영애, 16세.

     화훼농사를 짓는 평민 농가에서 태어났다. 형제자매가 많아서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영리함 덕분에, 농가의 큰 손님이자 자식이 없었던 필스너 자작 부부의 눈에 띄어 양녀로 입양된다.

     필스너 자작가는 최근 힘을 키우고 있는 신흥 세력의 한 축이다. 사업에 성공하여 재정적으로도 풍족하다. 클로이를 입양할 때, 상당한 대가를 친가에 지불했다고 한다.

     클로이는 그 후 한동안 가정교사를 두며 공부하다가 왕립학교에 편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밝고 활기차고 아름다운 그녀는, 평민 출신이라서 그런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 귀여움을 받고 있는 듯하다.



    (평민 출신의 귀족 영애라 ......)



     확실히, 히로인은 그런 설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쥔 보고서에 시선을 보내고 있자, 내 옆에서 로이가 슬쩍 보고서를 들여다보았다.



    "흐음. 귀족영애치고는 꽤나 특이한 출신이네."



     어느새 옆에 있던 로이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어머, 로이. 이런 걸 읽어도 재미없단다."

    "아니, 꽤 재미있어....... 누님은 왜 이 사람에 대해 조사했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에게, 나는 내심 조바심을 감추며 대답했다.



    "리샤르 님 반에 전학 온 사람이 있다고 해서, 일단 알아봤어."

    "그렇구나. 역시 누님답네."

    "그, 그래?"



     조심스럽다는 뜻이겠거니 생각하며, 나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게도 왕립학교의 상황은 조금씩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리샤르의 반에 전학 온 클로이 양은, 급격하게 그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리샤르와 그와 친한 고위 귀족 자제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답답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있었다.



    (왜 저 아이는 저렇게 뻔뻔하게도 그들과 섞여 있는 거람......)



     리샤르 님만이 아니라 여러 공략 대상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녀는, 이른바 역할렘 루트를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스킨십을 많이 하는 그녀에게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샤르 님은 다소 나은 듯 보였지만, 그녀가 그렇게 마음대로 하는 모습에 나는 짜증이 났다.

     어떻게 이렇게나 단기간에 공략 대상들에 둘러싸인 역하렘 상태를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바로 히로인 보정이라는 것일까.



     한 번은 친구인 율리아 님의 약혼자인 후작영식에게 클로이 양이 너무 달라붙길래, 보기가 민망하다고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가까이서 보면 아주 귀여운 얼굴의 그녀에게서는 달콤한 향수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녀였고, 리샤르 님의 측근들은 평민 출신이라서 귀족의 매너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그렇게 엄하게 말하지 말라며 내가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이미 나는, 착실하게 악역영애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클로이 양은 나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주변 남자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을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뭐야 이 여자는'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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