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24년 01월 05일 18시 04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윤기있는 흑발과 나보다 더 주황색에 가까운, 마치 벽난로 불처럼 따뜻한 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는 어쨌든 천사처럼 귀엽다.
결국 그렇게 양호실에서 거의 하루종일 있다가 집에 돌아온 나에게, 로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왜 그래, 누님? 왠지 안색도 안 좋고, 혹시 몸이 안 좋아?"
"조금 두통이 있지만 별일 아니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역시 우리 남동생, 눈치가 빠르다면서 나는 미소 지었다.
그는 정말 똑똑하다. 마른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하나하나 즐겁게 흡수해 나간다. 요즘은 아버지가 데려온 손님들의 소문에도 슬쩍 귀를 기울이고 있어서, 저 나이에 벌써 정보통이 다 된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이 나라의 재상인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재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여주인공에게 손을 대면 이 어비스 가문 전체가 몰락해 버려. 그렇게 되면 귀여운 로이까지 휘말리게 되어버려......)
게임대로 진행된다면, 히로인이 리샤르 님 루트로 들어갔을 경우, 앞으로 나는 그녀를 리샤르 님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수많은 괴롭힘을 하게 된다.
전생의 기억으로는 아델레이드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 미모를 일그러뜨리며 히로인을 몰아붙이는 모습이 악역영애다운 강렬함이 있었는데, 그 당사자가 된 지금은 웃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아이의 미래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며, 나는 굳게 다짐했다.
로이는 그런 나를 보며 눈썹을 늘어뜨렸다.
"누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거짓말이잖아. 누님은, 금방 얼굴이 드러나는걸."
"......"
역시 이 아이는 예리하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신경 쓰지 마렴."
로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내린 결론을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었다.
리샤르 님 루트에 히로인이 들어서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리샤르 님 루트에 들어가도 히로인이 배드엔딩이면 문제없다.
문제는 그녀가 리샤르 님 루트를 선택해 해피엔딩으로 가는 경우다.
만약 내가 견디다 못해 그녀에게 손을 댄다면 나와 이 가문은 파멸 엔딩을 향해 일직선이다.
(버텨볼 가치는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안 되면 순순히 리샤르 님을 포기하자.)
여전히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무거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손님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우리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늙은 집사가 날 찾아왔다.
"리샤르 님께서 오셨습니다."
"뭐, 리샤르 님이?"
노집사의 뒤에는, 위문의 꽃다발을 든 리샤르 님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내 침대 옆으로 다가와 그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머리가 아파?"
"조금은요. 하지만 많이 진정되었답니다."
"그럼 다행이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모습이 왠지 평소와 달라서 신경이 쓰였거든."
"......!"
(역시, 나는 리샤르 님을 사랑해......)
그를 포기해야만 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은, 슬프고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에서 큰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그는, 놀란 표정으로 내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주고서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무슨 일이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 봤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에게, 나는 진심을 말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아서요."
"정말로, 그게 다야?"
"......"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 학교에서 리샤르 님과 즐겁게 대화하시던 갈색 머리에 복숭아빛 눈동자를 가진 아가씨는 누구세요?"
"아, 그녀는 클로이 필스너 자작영애야. 내가 있는 반에 오늘부터 전학 온 그녀에게서 인사를 받았어. 그냥 그게 다야."728x90'연애(판타지) > 약혼 피로연에서, 있는 힘껏 약혼자의 발을 밟은 결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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