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4년 01월 05일 18시 00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왕궁의 대연회장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맞춰 많은 귀족 커플들이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비치는 커다란 홀의 거의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제2왕자 리샤르 님과 그의 약혼자가 된 나, 어비스 공작가의 장녀 아델레이드다.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다. 왜냐하면 오늘은 지금부터 우리의 약혼의 인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눈앞에 서 있는 리샤르 님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찰랑거리고 윤기 있는 금발이 돋보이는, 단정한 백옥 같은 얼굴. 오뚝한 콧날과 약간 얇은 입술, 그리고 지적인 눈매의 푸른 눈동자가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몇 번을 봐도 무심코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얼굴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똑똑하고 차분하고 친절하며, 훌륭한 인품까지 겸비하고 있다.
사랑하는 그와 약혼을 공식 발표하는 이 날을 나는 무척이나 기대했......을 터였다. 그의 약혼자 1순위로 꼽혔을 때부터 평생 그의 곁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그의 보석 같은 푸른 눈동자에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내 앞에서 그가 미소 짓는 것은 다른 영애와 눈이 마주쳤을 때뿐이었다. 넋이 나간 듯이 미소 짓는 그의 시선 끝에 있는 것은, 클로이 필스너 자작영애였다.
솜털처럼 가볍게 펌을 한 갈색 머리에 커다란 복숭아빛 눈동자를 가진 작은 체구의 그녀는,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타입이다.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진홍색 눈동자, 똑 부러진 이목구비의 나와는 대조적이다.
함께 춤을 추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리샤르 님을 보고, 내 마음은 절망에 빠졌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나를 시야에 포착한 클로이 아가씨가 입꼬리를 올렸다.
승리의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내 가슴에는 그녀에 대한 격렬한 살의가 솟구쳤다.
(진~짜, 기분 나쁜 여자야......!!!)
나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샤르 님이 나에게 매우 친절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이것도 이 여성향게임의 세계에서 그녀가 주인공이고 내가 악역영애라서 그런 걸까?)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리샤르 님과 나는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클로이 양이 나타난 후, 마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사로잡힌 듯 그는 그녀에게 끌리더니 나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를 제외한 다른 공략 대상들도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게 되었다. 그들의 약혼자인 내 친구들도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한탄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역할렘 엔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도, 내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리샤르 님의 곁에 있고 싶어서 게임의 흐름에 최대한 저항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한계는 금방 찾아왔던 것 같다.
ㅡㅡ내가 매력이 부족해서?
ㅡㅡ클로이 양이 더 마음에 들어서?
...... 아니면, 게임의 특성상 아무리 발버둥쳐도 히로인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아직 게임의 엔딩인 왕립학교의 졸업식까지는 멀었지만, 나는 이미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다. 시작의 약혼 피로연을 하기도 전에 이미 절망적인 끝이 보였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이대로 게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나는 클로이 아가씨를 해치는 진짜 악역영애가 되어 친정까지 끌어들여 파멸시킬 거라는 것을.
꿈꾸는 표정으로 클로이 양의 모습을 찾는 그를, 나는 올려다보았다.
"리샤르 님?"
그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파혼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내 목소리조차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운데, 우리의 마음의 거리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멀다.728x90'연애(판타지) > 약혼 피로연에서, 있는 힘껏 약혼자의 발을 밟은 결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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