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저로 괜찮다면2023년 12월 31일 16시 11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에디스는 라이오넬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는 괜찮아요. 기꺼이."
라이오넬은 에디스의 대답과 그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그녀의 미소에, 놀란 듯이 조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과 에디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소파에서 곧장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는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겠지요. 괜찮습니까?"
"네 물론이죠. 에디스, 뒷일은 맡길게."
에디스의 시어머니도 활짝 웃으며 마지막 '맡길게'에 힘을 실어주고서, 떠날 때 에디스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방문이 닫히고 응접실에 에디스와 라이오넬이 둘만 남았을 때, 라이오넬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에디스에게 물었다.
"...... 에디스 님. 당신은 제 몸이 이런 상태인 줄 몰랐습니까?"
"네, 몰랐습니다. 사실, 라이오넬 님과의 혼담이 이 가문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방금 전이었어요."
에디스의 말에, 라이오넬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속인 셈이군요. 설마 약혼남이 될 거라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제가 이 지경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을 테니까요. 다만......."
라이오넬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허공에 띄웠다가 다시 에디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에디스 님, 당신이 저와 약혼을 해주신다면 저는 기쁠 것입니다. 에디스 님께는 제가 직접 사정을 말씀드리는 것이 오해의 소지가 없을 것 같아서 지금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며 몸을 떨고 있는 라이오넬의 모습에, 급히 의자에서 일어선 에디스는 그의 등을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라이오넬 님, 괜찮으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오넬의 마음을 헤아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디스는, 예의 바른 그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라이오넬 님. 제가 신분도 나이도 더 낮으니 그냥 에디스라고 불러주세요. 저에 대한 말투도 편하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할게, 에디스."
라이오넬은 약간 미소지으면서 에디스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숨겨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하지만, 방금 만난 네 언니처럼 나를 보고 안색이 달라지는 아가씨도 적지 않았어. 내가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내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것은 에디스가 처음이야."
"...... 네?"
에디스는 가슴이 옥죄는 것을 느끼며 라이오넬을 쳐다보았다.
"사실 내 아버지는 지금까지 여러 귀족 가문의 아가씨들에게 나와의 약혼을 타진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어. 그런 얘기가 나오기 전에 다들 내 모습을 보고 도망쳐 버렸지만. 아무리 후작가의 장남이라는 타이틀이 있더라도 이런 중병에 걸린 사람과 약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다만........"
라이오넬은 진지한 표정으로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내게는 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가 곧 어떤 아가시와 약혼할 예정이야.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아직 약혼하지 않았고. 내 몸이 이런 상태이니 동생이 먼저 약혼을 해도 나로서는 전혀 상관없지만, 아버지는 그 점을 신경 쓰시는지 순서에 따라 내 약혼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랑벨 후작가가 이 상황에서 형보다 동생을 먼저 약혼시켰다면, 가문을 물려받을 사람은 차남이고 중병을 앓고 있는 장남은 후계자가 되기를 포기했다고 다른 귀족들이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너는 회복마법에 능한 가문의 후손이라는 이야기였지. 아버지는 나를 미안할 정도로 아껴주시고, 내 병을 고쳐주려고 애쓰고 계셔. 너의 친절함과 더불어 네 집의 자금 사정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그런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 만약 네가 나와의 약혼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약혼남 다운 일은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지도 몰라. 야회에서 너의 춤 상대도 되지 못할 것이고, 함께 나갈 수 있는 장소도 제한적일 거야. 너에게 폐만 끼칠지도 모르겠지만 ......"
라이오넬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이런 나와 약혼이라니. 사실 나는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어. 여명이 1년밖에 안 남았다고 하더라."
"......!"
라이오넬에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에디스에게, 라이오넬은 계속 말했다.
"그래서 지금 네가 나와 약혼을 한다고 해도 내 목숨은 결혼할 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아버지는 내게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게 해 주셨지만,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어. 다만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아버지가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 이런 제 이기적인 모습에 미안하지만, 1년만 참아줄래? 1년간의 계약이라 생각해도 괜찮아."
(그런 사정이 라이오넬 님에게 있었다니 ......)
에디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참으며, 라이오넬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만약 저로 괜찮다면 라이오넬 님과 약혼을 받아들이겠어요. 다만, 제가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어요."
에디스는 라이오넬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의모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는 이 집에 온 지 아직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제 어머니는 평민 출신이고,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이 백작가에 입양되기 전까지는 저도 평민으로 살았어요. 귀족으로서의 최소한의 매너도 익히지 못했고, 귀족으로서 배워야 할 교양도 없답니다. 라이오넬 님께 폐를 끼치는 일도 많을 텐데. 그래도 괜찮으세요?"
"그래, 물론이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 ...... 그리고."
라이오넬의 눈동자는 잔잔한 빛을 머금고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오늘 너를 만나고 나서, 만약 가능하다면 마지막을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나와의 약혼을 받아들여줘서 기뻐."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라이오넬의 말에, 에디스의 뺨은 살짝 붉게 물들었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언니 대신에, 남은 수명이 1년이라는 후작 자제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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