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약혼남과의 동거가 결정되고2023년 12월 31일 16시 58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아버지. 에디스 님께서 저와 약혼을 하기로 하셨습니다."
응접실에서 에디스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나온 아들의 말에,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다행이다. 에디스 님, 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이오넬의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에디스에게,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안도감이 섞인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에디스는 그에게 미소를 돌려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라이오넬의 아버지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에디스의 양부모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됐구나. 에디스, 라이오넬 님을 잘 모시도록 해라."
"그래, 에디스. 라이오넬 님께 결례되지 않게 잘 모셔야 한다?"
에디스에게는 양부모님이 머릿속에서 돈 계산을 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지만, 모르는 척하며 신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스의 양어머니는 라이오넬의 시종들이 라이오넬의 휠체어를 밀고 있던 에디스와 자리를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떠오른 듯이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에디스. 라이오넬 님은 일상생활에서도 부축해 줄 사람이 필요한 모양이야. 모처럼 라이오넬 님과 약혼을 했으니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탱해 드리는 게 어떠니?"
"저기, 양어머니. 그렇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
양어머니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묻는 에디스에게, 양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머, 말 그대로 뜻이란다. 너는 이 집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니? 만약 그랑벨 후작가가 허락해 주신다면 라이오넬 님의 곁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있게 하겠다는 거야."
"저기, 그럼 이 가문의 약장사는 ......"
시어머니는 차가운 눈빛으로 에디스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그건 에디스가 생각할 필요도 없어. 누구라도 네가 하던 일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 어때요, 후작님?"
"저희로서는 에디스 님이 아들 곁에 있는 것을 환영하며, 당장 비어있는 방을 에디스 님을 위해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만......"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조금 당황한 듯 아들과 눈을 마주쳤다. 라이오넬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오히려 에디스 님께 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요? 저희 입장에서야 환영할 일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약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은 에디스 님께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에디스는 라이오넬이 확실히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라이오넬 님. 제가 부담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답니다. 다만, 제가 오히려 그랑벨 후작가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지만요 ......"
마지막에 중얼거리는 듯한 불안한 말투의 에디스에게,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밝게 웃었다.
"에디스 님만 괜찮으시다면 꼭 그랑벨 후작가로 오십시오. 에디스 님의 준비가 되면 언제든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럼, 에디스. 빨리 준비해서 내일에라도 데리러 오시면 안 될까요? 좋은 일은 서둘러야 한다고 하잖아요?"
"...... 네, 알겠습니다. 의모님."
너무 빠른 일정에 다소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에디스는 양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기회에 에디스를 집에서 내쫓고 싶은 양어머니는 에디스가 오크리지 백작가의 약장사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약을 조제할 인력도 부족하고, 약품의 재고 관리부터 장부 정리에 걸쳐 보기만 해도 구멍투성이인 백작가의 약장사,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에 투입되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에디스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까지 고용인에게 인계할 서류도 만들어 놓아야겠어. 양부모님도 그저 남에게만 맡기기만 할 뿐이고 대충 하는 편이라서 걱정이지만, 어쩔 수 없지......)
처음에는 노쇠로 몸이 쇠약해져 가업에 신경을 충분히 쓰기 어려워진 할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오크리지 백작가의 약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한 에디스였지만, 분명 양부모님도, 물론 의붓언니도 에디스가 하는 일에 관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라이오넬은 에디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리고 그녀의 양부모에게도 시선을 돌린 후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다시 오크리지 백작가로 에디스 님을 모시러 오겠습니다. ...... 에디스, 너를 그랑벨 후작가로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을게."
"저야말로 기대하고 있답니다. 감사해요, 라이오넬 님."
라이오넬의 따스한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에디스를 보며,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오크리지 백작가에 온 이후, 할아버지 외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귀족이라곤 시부모님과 시누이뿐이었던 에디스에게 귀족이란 왠지 모르게 거만한 종족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라이오넬과 그의 아버지처럼 온화하고 품위 있는 고귀한 귀족이 있다는 사실에 에디스는 신선한 놀라움을 느꼈다.
에디스는 아직 라이오넬과 많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의 성실하고 친절한 성품이 느껴졌다. 앞으로 라이오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에디스에게는 기쁘게 생각되었다.
라이오넬 일행이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을 에디스와 양부모가 배웅하고 있을 때,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달리아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에디스에게 다가왔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언니 대신에, 남은 수명이 1년이라는 후작 자제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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