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후작 자제와 의붓언니의 맞선 날
    2023년 12월 31일 14시 37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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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스. 너는 오늘 절대 이 집에 들어가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히, 기척을 없애고 멀리 떨어져 있어. 알겠지?"

    "네, 의붓언니. 상회에 납품할 약도 다 준비했으니 곧 별채로 돌아갈게요."



     평소에도 화려했던 의붓언니 달리아가 지금껏 본 적 없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도, 에디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밝은 금발에 짙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달리아는 눈꼬리가 다소 처진 얼굴이지만, 상당한 미인의 부류에 속한다. 그녀의 눈동자 색과 어울리는 푸른색 실크 드레스에는 풍성한 레이스가 펄럭이며, 목에는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커다란 사파이어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다. 게다가 조금의 빈틈도 없이 화장한 달리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에디스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금화가 날아갔을지 떠올리자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저기, 언니. 그 비싸 보이는 ...... 아니, 그 아름다운 드레스와 목걸이는 오늘을 위해 주문하신 건가요?"

    "네, 물론이지. 앞으로 미래의 남편을 만나는 거니까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준비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후후, 예쁘지?"



     자랑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짓는 의붓언니 달리아의 말에, 에디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요."



     오크리지 백작가에 그런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에디스는 겨우 삼켰다.



     에디스가 이 오크리지 백작가에 입양된 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에디스는 혈연상으로는 달리아의 사촌 동생이다. 에디스의 아버지는 오크리지 백작가의 장남이었지만 평민이었던 에디스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져 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스의 부모님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작은 약방을 운영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오크리지 백작가의 마중이 오기 전까지 부모님이 모두 평민 출신인 줄 알았던 에디스는, 아버지가 백작가 출신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에디스의 할아버지는 에디스 아버지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을 후회하며 오랫동안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마침내 아들의 행방을 알아냈을 때, 이미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서둘러 손녀 에디스를 오크리지 백작가에 입양했다.

     든든한 부모가 있는 것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한 마디에 이미 에디스보다 나이가 많은 달리아를 딸로 둔 삼촌 부부에게 입양가게 된 에디스였지만, 의부모가 된 삼촌 부부로부터는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비천한 평민의 피가 섞인 아이를 딸로 삼아야 한다니........"

    "제대로 된 귀족 교육도 받지 못했구나. 이런 아이는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 내놓을 수 없겠어."



     그런 삼촌 부부와 의붓언니인 달리아는 에디스를 극도로 싫어하여 냉대를 했다. 에디스가 의지하던 할아버지가 반년 전 돌아가신 후, 저런 애를 의붓동생으로 인정할 수 없다, 함께 살고 싶지 않다며 에디스는 달리아에 의해 작은 별채로 쫓겨났다. 에디스는 하인들의 남는 옷을 손질해서 사용하고, 식사도 하인들과 같은 것을 먹는다.

     달리아는 자신에게는 돈을 물 쓰듯 쓴다. 달리아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던 삼촌 부부는 그런 달리아의 행동을 묵인하고 있지만, 그것이 오크리지 백작 가문을 기울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에디스가 할아버지를 잃은 이후, 이 집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되어 빚도 늘어만 가고 있다.



    (나한테는 교양 없다고 말하지만,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는 왜 수입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단순한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돈이 없다고 난리를 치는 거람 ......?)



     검소했던 부모님 밑에서 탄탄한 경제관념도, 사업적 감각도 제대로 익힌 에디스에게는 그 점이 정말 이상했다. 가문이 완전히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에디스는 이 집에 온 이후 엉성하게 운영되었던 오크리지 백작가의 약품 사업을 물밑에서 지원했다. 하지만 에디스가 다시 일으켜 세운 약품 사업의 수입도 달리아 부부의 화려한 생활로 인한 빚의 이자 때문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화려한 달리아의 드레스와 목걸이 앞에서 잠시 충격에 빠져 생각에 잠겨 있던 에디스에게, 달리아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건방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은 짐작이 가지만...... 오늘 내가 만날 사람은 그랑벨 후작가의 장남인 라이오넬  님이야. 저쪽에서 혼담이 들어왔어. 그와 나의 약혼이 성사되면 저쪽 가문에 진 빚을 탕감해 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재정적 지원도 약속해 주실 거라고 해."

    "어머, 그랬었군요."



     그랑벨 후작가는 오크리지 백작가가 가장 많은 돈을 빌린 곳이었다. 예상치 못한 시누이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에디스를 향해, 달리아는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



     다리아는 천천히 그 푸른 눈을 가늘게 했다.



    "라이오넬 님은 아주 오래전에 뵌 적이 있는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다웠어 ......! 최근에는 몸이 좀 안 좋으셔서 사교계에도 잘 나오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만나 뵙게 되는 게 정말 기대돼. 그렇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차가운 눈빛으로, 화려한 달리아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수수한 에디스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옅은 금발머리와, 라일락을 닮은 연보라색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소박한 옷차림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참을 바라보던 달리아는 다시 한번 에디스에게 말을 꺼냈다.



    "라이오넬 님 앞에서는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 줘. 너처럼 수수하고 평민에 가까운 교양도 없는 아이가 같은 집에 있다는 것은 이 오크리지 백작가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야. 혹시라도 라이오넬 님을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이 집의 하인처럼 행동해. 알았지?"

    "네, 알겠어요. 언니."



     에디스는 다시 달리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아한테 한 말은 평소에 에디스가 하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즉, 달리아의 혼담 상대가 올 때는 본채에 오지 말라고 못을 박은 것일 뿐, 떨어져서 평상시처럼 지내면 된다는 뜻으로 에디스는 해석했다.



     에디스가 서둘러 본채에서 떨어져 별채의 자기 방으로 돌아갈 무렵, 마침 외문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 바퀴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겨우 안 늦었다며 에디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달리아의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고음의 비명소리가 에디스의 귀에 들렸다.



    "......!!!?"



     에디스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새파랗게 질린 달리아의 얼굴과 새빨갛게 달아오른 시아버지가 함께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에디스! 당장 거기서 나와!"



     시아버지의 노호성에, 에디스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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