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도 이게 멍청한 행동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기사다. 비록 학생의 신분일지라도 기사의 이념은 가지고 있다.
무고한 성녀를 버릴 수는 없다.
나는 엔도 왕자의 물음에 침묵을 지키며 긍정했다.
"...... 노아, 그러고 보니 너, 지난번 호위 훈련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었지? 아무리 개인전이 강해도 호위병으로 실격이라면 의미가 없지. 훈련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
그것은 어느 왕자가 무모한 짓을 하기 때문ㅡㅡ이라고 말할 만큼 어린애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알겠다며 돌아설 만큼 어른인 것도 아니지만.
"엔도 왕자님. 꾸지람은 나중에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그녀가 정말로 멜리사를 속이는 행동을 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순간, 엔도 왕자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 그런가. 너는 그저 멜리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가.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제부터 확실한 증거를 모아주마."
"네!? 저기~? 엔도 왕자님, 이제 그런 사람은 신경 쓰지 마세요~ 얼른 그녀와의 약혼만 파기하고 나머지는 그냥 내버려둬요~"
멜리사가 엔도 왕자에게 매달린다. 그녀는 교복의 단추를 몇 개 풀어헤치고, 가슴을 활짝 열어 왕자님에게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저것만 보면 성녀(聖女)가 아닌 성녀(性女)다.
왕자는 칠칠맞은 얼굴로 멜리사의 가슴골에 시선을 주고 있다. 하지만 더욱 몸을 앞으로 숙인 멜리사가 그 시선 끝에 얼굴을 들이밀며 "엔도 왕자님?"이라고 물었다.
엔도 왕자는 당황하며 기침을 한다.
"아~, 멜리사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이번에는 약혼 파기만으로 봐주마. 그와 동시에 노아, 너는 내 호위 임무에서 해제한다. 네가 그 눈으로 클라우디아를 감시해라."
엔도 왕자는 나와 클라우디아를 비교하며 비웃었다.
"재능이 없는 자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어울리겠지?"
파티장을 나서자, 학교 캠퍼스에서 클라우디아가 다가왔다.
"노아 님, 왜 저를 감싸신 거예요!?"
"뭐야, 감싸주지 말라는 거였냐?"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만 놀리니 금세 성녀의 가면이 벗겨진다. 나이에 걸맞게 평범한 소녀인 클라우디아는, 밤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부정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기, 기뻤어. 학교에서 추방당하면 할머니처럼 위대한 성녀가 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네가 도와줘서 정말 기뻤어."
"...... 그래, 그럼 다행이고."
"좋지 않아! 나를 감싼 탓에 노아 님까지 호위 임무를 해제당했잖아! 훌륭한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으면서!"
"...... 그래 그랬었지. 내 꿈은 훌륭한 기사가 되는 거야"
"그래서 ...... 미안해, 나 때문에."
고개를 떨군다. 나는 그 머리에 손을 얹었다.
"바보야, 사과할 필요 없어. 분명 나는 훌륭한 기사가 되기 위해 엔도 왕자의 호위기사가 되려고 했어. 하지만 그건 실수였어. 무고한 성녀를 함정에 빠뜨리는 멍청한 왕자님을 모시라니, 이쪽에서 사절이거든."
"...... 그런 말을 하지만, 어떻게 집에다 변명할 생각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뿌린 씨앗이니 내 알아서 한다고."
우리 집은 대대로 기사를 배출하는 명문가이고, 형과 여동생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엄한 집안이라서 내가 호위기사에서 해임되면 이런저런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클라우디아를 구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정말...... 노아 님, 너무 폼 잡은 거 아냐?"
"......그랬어?"
"응, 정말 멋있었어. 노아 님 ......고마워."
순간, 나를 똑바로 쳐다보던 클라우디아가, 내 양 어깨를 잡고 까치발을 했다. 점점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 그 윤기 나는 입술이 내 뺨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