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거절2021년 02월 05일 00시 09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7769bh/71/
※ 내용이 매우 많으니 미리 화장실에 갔다 온 후에 보시라
"다시 한 번, 구해주신 일에 감사를. 저는 뉴엘 제국 가르나・아이언베일 황제의 막내 동생, '천름' 의 이명을 짊어지고 있는, 스콜라・아이언베일이라 해요."
사르탄이 자랑하는 궁전, 이르・나・바넴의 한 방에서, 선명한 진홍과 칠흑의 드레스의 옷자락을 쥐고 유연하게 허리를 숙이는 스콜라를 보며, 카론은 두통을 참으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너무나 돌발스러웠던 스콜라의 폭탄발언은 사르탄의 사관들을 웅성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위력이었으며, 이대로는 차분히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카론은 주요 인물들 만을 데리고, 천장과 벽에 걸린 직물 덕에 아라비아 색조로 가득 찬 방으로 이동하였다.
"아버님, 무슨 일이라도 벌이셨나요?"
"마스터, 제거도 생각해 둬야 합니다."
스윽 옆으로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귓말을 하는 할드로기아와 코드홀더에게 되돌려 줄 말 따윈 없었고, 도움을 요청하듯이 창가에 선 하자르 일가를 보았지만, 라셰라마저도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스콜러의 대각선 뒤에 선 하인켄도 비슷한 반응이어서, 카론은 답을 얻기 위해선 미소를 지우지 않는 이 기괴한 용자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스콜라・아이언베일. 제국의 공주여. 난 자네가 이해가 안 된다."
"부디 깊이 생각치 않아도 상관없어요. 당신은 그냥, 이 불쌍한 여자를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아신다면."
"당신은 용자다. 마를 토벌하고, 사람들에게 빛을 가져다 주는 존재다. 그런데 어째서, 마물을 다스리는 왕인 나에게 아첨을 하는 거지?"
"어머. 아무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데요?"
"뭐야?"
"그게 이 저의, '천름' 의 용자의 성질인 것 뿐인걸요."
그러니까 그게 뭔지 알려달라고.
가늘어지는 카론의 눈을 바라보며, 스콜라는 기쁜 듯이 미소가 깊어졌다.
"용자는 먼 옛날 세계를 구했던 아홉 기사에게서 힘과 이치를 이어받은 존재. 전 모든 피를 이어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염제' 샤론・하롯의 피가 짙은 모양이어서, 그다지 마물에 흥미가 없어요.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그.....죽일 거라면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요."
"누구든지, 인가."
"누구든지예요. 때때로 솟구치는 충동을 콜드론 연봉에서 내려온 마물로 풀고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으로 풀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누구라도 상관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약간 볼을 물들이며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리는 모습은 가련한 소녀같았지만, 카론 만이 아닌 다른 자들에게도, 눈앞의 소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리셰나와 라셰라가 느낀 충격은 정말 컸다.
제국인은 야만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온화하고 조신한 스콜라는 정말 상냥하게 대해줬던, 피가 통하지 않는 누나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랬는데, 사랑을 하는 듯한 풋풋함을 간직하면서도 외계인같은 단어를 내뱉는 모습이 정말 두려웠다.
하자르와 하인켄은, 아직 어린 두 사람과 다르게 스콜라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
그걸 제어하도록 손을 썼기 때문에, 그녀의 무차별적인 잔혹성에 관해선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도, 이 소녀가 하나의 존재를 고집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내는 쪽이 놀라웠다.
"스콜라님, 저도 여쭙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만."
"어머 하인켄.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네요. 꽤 안색이 나빠진 모양인데, 제대로 쉬고 있나요?"
"당신이 마왕군의 손에 떨어졌으니 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왜 사르탄의 공주님 대신으로 제물이 되셨습니까."
"그야 물론, 이리셰나와 라셰라를 구하기 위함이에요. 왜냐면 그 키마이라에게 감시당하면 어차피 마물 사냥을 못하게 되잖아요? 그럼 두 사람을 구하고 제가 대신 해주는 편이 피해가 안 나올 거라 생각한 것 뿐이에요."
".........."
조금 더 인간다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합리성만 들어 있었다.
이것에는 하인켄도 말문이 막히고 말았고, 그걸 본 스콜라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스콜라・아이언베일에게 우정과 정이라는 감정이 희박하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카론에 대한 농밀한 감정은 설명이 안 된다.
"스콜라, 넌 카론 폐하를 벨트프라우(사로잡힌 공주님) 이라고 불렀지. 들어본 일이 없는 단어인데, 그건 뭐지? 그리고, 왠지 불온한 말도 했던 것 같은데....."
"하자르님께 가르쳐 드릴 수는 없겠네요. 이 초조한 듯한 가슴의 불길에 닿을 수 있는 자는, 에스텔드 바로니와 국왕폐하 단 한분이니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그 화제라고 알고 있을 터인데, 스콜라는 방긋거리며 하자르에게 대답하였다.
"스콜라・아이언베일."
"어머, 폐하. 부디 저를 스콜라라고 편히 불러주세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귀엽게 웃는 스콜라를 보자, 할드로기아와 코드홀더가 뭔가를 드는 소리를 내었다.
카론은 작게 손을 올려 제지하고는, 말하기 어려운 듯 이름을 불렀다.
"......스콜라. 자네는 짐에게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욕망이네요. 용자가 바라마지 않는 폐하의 자질이, 피를 들끓게 하는 것이에요. 사람에 따라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특히나 용자의 색을 짙게 이어받았기 때문에,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이에요."
작은 혀로 새끼 손가락을 핥으며 도발적으로 유혹을 해오지만, 지식의 문제인지 경험의 이유인지, 아직 새파란 소녀가 수박 겉핥기로 아는 정보로 용을 쓰는 것으로만 보인다.
우후후하며 웃는 스콜라에게서 시선을 돌린 카론은 콘솔을 조작하여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반투명한 윈도우에 표시되는 파라미터는 여전히 절망적으로 낮다.
아래로 아래로 슬라이드하여 스킬란으로 눈을 옮겼지만, 그곳에 쓰여진 것은 착용하고 있는 '흑의 왕의' 의 효과 뿐이었으며, 딱히 이상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 특이개체같았던 키마이라처럼, 이 세계 특유의 것이 있는 건가? 내가 쓰는 시스템이 작용하는 것은 아포카레스페에 존재했던 것 뿐...... 벨트프라우(사로잡힌 공주) 같은 스킬은 게임 내에 없었다. 그건....'
자신도, 단순한 인간에서 벗어난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그 자질이라는 건, 자네의 눈에서 확인 가능......뭔가 토라지지 않았나?"
시선을 되돌리자, 볼을 부풀리며 추궁하는 눈빛이 된 스콜라가 있었다.
"아니요, 상관없어요. 그래서, 폐하의 '사로잡힌 공주' 말이였지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어디까지나 느끼는 것 뿐이고 시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용자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저주라고 불러야 할까요, 정확히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흐음."
"다만......이 스콜라・아이언베일은 결코 폐하를 해하는 적이 아니며, 당신을 위해서 모든 걸 이용해 모든 걸 달성하는 여자라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저, 적이 아니라......공주님? 제국에는 돌아가시 않으신다는 말씀인가요?"
"네? 어째서 돌아간다고 생각하나요? 전, 애초에 오라버니에게 정이 떨어져서 나라를 나온 거라고요?"
"네.....? 그랬습니까.........?"
"어머, 몰랐나 보네요. 뭐 오라버니의 체면에 관련되었으니 장군인 당신에게 이 이상은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리고 말이죠....이렇게 멋진 남자분을 만났으니, 돌아갈 리가 없잖아요."
".....저에게는 병아리의 탈을 쓴 괴물로 보입니다만."
"어머, 그걸 오래된 문헌에서는 개.......갭모에라고 표현하잖아요?"
"아버님도 저희들도 받아들인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나요? 구세의 인조병기가 전면 협력을 하게 된다면......그렇지, 저 하나가 나라를 하나 얻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자부할게요."
"공주님. 제국은 마왕군의 침공에 의해 지금도 변치 않는 곤경의 와중에 있습니다. 당신이 전선으로 돌아오신다면....."
"거절하겠어요. 주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전장에 서는 건 충동을 억누르기 위함이었고, 제국을 위해 힘을 휘두르는 일 따위 한 번도 없었어요."
"공주님!"
"그 정도로 이 스콜라는 오라버니에게 화가 난 거예요. 자아가 확립된 이후로 계속 말이죠.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힘으로 데리고 돌아갈래요? 당신의 병력을 긁어 모아도 저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그래서 제가 잠든 사이에 데려가고 싶었지요?"
"그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니, 당신의 교활함은 아주 잘 이해하고 있어요. 오라버니께 충성을 맹세했으면서도, 다른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도."
"스콜라, 만일 카론 폐하가 제국에 돌아가도록 명한다면 어떻게 할 거지?"
"그건 곤란하네요. 하지만, 뭐,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어요."
"공주님. 아직 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끝났어요. 저를 소유할 상대는 제가 정해요. 그리고 그건 제국도 오라버니도 아니다. 그것 뿐인 일이에요."
떠들썩하게, 카론을 비롯한 에스텔드 바로니아 측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열기를 띄는 의논.
이미 스콜라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가는 것을 결정한 듯한 말투였고,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저지하려는 하인켄이 열심히 부탁하고 있었다.
아아, 이리셰나와 라셰라도 내버려 둔 채다.
왠지 동지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카론은 눈이 맞은 라셰라에게 손짓을 하였다.
할드로기아와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앳되고 미형인 소년은 타닥타닥하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고, 할드로기아와 코드홀더를 두려워 하면서도 카론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러시나요?"
소녀도 소년도 아닌 듯한 유화된 목소리로, 카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라셰라. 거기에 마물에게 보이는 경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카론은 모르는 일이었지만, 라셰라에게 있어 카론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존경하는 인물로 승화되어 있었다.
힘을 가졌음에도 탐닉하는 일이 없었고, 하지만 자비없는 극렬함도 겸비한, 연고도 관계도 없는 땅을 구해준 왕인 것이다.
긴 앞머리 사이의 커다란 눈동자를 바라보며 걱정되는 듯이 근심하는 표정은 미소녀처럼도 보였다.
끼이익, 하고 할드로기아가 창을 강하게 거머쥐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듣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이다. 스콜라는 예전부터 저런 모습이었나?"
"글쎄요.....그대로라고 한다면 그대로네요. 다만, 자신의 일은 무엇 하나 말해주지 않았고, 항상 생글거리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저로선 알 수 없었어요, 조금 전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지만 조금은 납득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가. 음, 고맙다."
그 자리를 수습하려면, 카론이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리를 주도하고 있는 자는 틀림없이 스콜라다.
카론의 말에 좌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콜라가 주도권을 거머쥐고 길을 막고 있었다.
하인켄에게 떠넘기고 싶은 기분이 매우 높아졌지만, 저 집착을 보고 있자면 그것도 나쁜 수인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 전후처리를 위해 왕이 스스로 애쓰지 않으면 안된단 말인가.
카론의 안식은 아직도 먼 모양이다.
"........후우."
카론이 그럴 듯하게 탁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웅성거렸던 언쟁이 뚝 그쳤다.
"하인켄, 나와의 승부는 잊지 않았겠지?"
아직 스콜라에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하인켄을 머리를 두른 천을 들며 진지한 얼굴을 만들었다.
"물론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물론 나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할드로기아의 공간에 침입하여 신병을 확보한 수완은 인정하지. 스콜라, 당신이 나에게 쓰이고 싶다고 한다면, 바로 이 땅에 머물러라."
"어머, 그건 별거하겠다는 뜻인가요?"
"무슨 말을......으흠! 그게 아니라, 아직 우리들도 외국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당신 정도의 사람을 거리에 살게 할 수는 없으니 필연적으로 성에 초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하자르가 돌봐주도록. 그 사이 마음이 변한다면 제국으로 돌아가는 걸 허락한다. 하인켄도 설득을 이어나가는 걸 허락한다."
일단, 지금은 전부 사르탄에 전부 떠넘기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모두의 체면을 살린 제안이다. 불만은 있어도 불평은 말하지 못할 것이다.
카론의 생각은 잘 먹혀들어가서, 모두가 뭔가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점점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이제 남은 건......'
◆
왕국의 모습은, 요 며칠 사이에 변화하고 말았다.
마물을 다스리는 이방의 왕이 실종된 사실은, 거리에 사는 주민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괴물이 자기 동네인 양 나라 안을 활보하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다고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용맹하게 생각하고 있던, 성을 출입하는 자들 중에 인간은 없었고, 기사는 커녕 일개 병졸조차 돌아오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수상한 인간을 찾으려는 듯 주변을 돌아다니는 귀기서린 안광을 발하는 마물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살 수 없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입을 막고, 떨림을 숨기고, 움직임을 멈추고 떠나가기를 기다린다. 그 대응은 천재지변을 벗어나려는 모습과도 같았다.
마을이 그런 기색이었다면, 마물을 초대한 성 안은 더욱 비참한 꼴이었다.
ㅡㅡ왕국의 인간에 의해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의해 시작된 구금생활.
연회에 모여들었던 귀족부터 일개 메이드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짐승의 감시 하에 놓여졌던 며칠 간.
처음엔 저항도 많았지만, 그렇다 할 투쟁도 모르는 귀족과 오냐오냐 하며 커왔던 용자후보 따위로는 어찌할 수도 없었다.
날이 지날 때마다 한 명 씩 마물에게 끌려갔고, 옆 방에서 절망을 외치는 듯한 비명을 매일 밤 듣게 되면 정신이 돌 것이다.
지금에 와선 성 안에 붙잡힌 인간이라는 종은, 고분고분하고 마물에게 사육되는 존재로 전락되어 있었다.
알현실에는, 그 연회에 참가했던 사람이 전부 모여 있었다.
힘없이 고개숙인 인간을 감시하는 거랑과 묘호가 진정되지 않는 모습으로 방 안을 얼쩡거리다가, 빙글빙글 돌다가, 쉬익쉬익하며 한숨을 쉬면서, 무기를 손에 들고 배회하고 있었다.
누구나 눈 밑에 커다란 가마를 만들고 있었으며, 피폐해진 검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옥좌에 앉은 알드윈・리페리와, 하루나의 옆에 앉은 에이라・크란・아젤 두 사람은 죽을 상이 보일 정도로 창백한 얼굴로 작게 떨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용자 미라・사이파는, 마물을 방치하고 있는 일을 탓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허리에 찬 검을 매만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은 된다. 철저히 조사되고 나서, 변명이 안될 정도의 범행 증거를 파헤쳐진 죄인들을, 어떻게 처형할지의 소식이 들릴 거라고.
그리고, 그 처형의 집행을 맡는 건 이 나라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그라도라와 에레미야의 귀가 쫑긋 하고 뒤를 향했고, 두 사람은 발빠르게 문으로 달려갔다.
ㅡㅡ왔다.
문에 새겨진 창조신 아제라이가 둘로 나뉘어 열려졌다.
먼저 들어온 자는 안내역을 자청한 슈젠이다. 거대한 팔을 크게 팽창시켜 부풀렸고, 평소의 나른한 표정을 늠름하게 다잡고서 알현실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뒤에서 나타난 암흑의 왕.
바로 왼쪽에 선 그라도라의 옆에 서서 무릎을 꿇은 슈진을 바라보지 않은 채 막힘없이 걸어가는 남자.
처음으로 이 방에 왔을 때보다도 냉랭하고 예리하고 어둡고 무거운 안광이 쏘아지는, 어딘가 음울한 위압감에, 남자를 본 인간은 부들거리며 떨었다.
동인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박력은, 전이당한 땅에서의 경험으로 연마되었기 때문인가.
양 옆에 루슈카와 구치나시히메라는 절세의 미녀를 동반하고 있어도 위화감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여어, 제군."
쾌청한 카론의 목소리에, 나라의 중진들은 어깨를 찔끔 떨면서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마물의 왕에게 경의를 바치다니, 라고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은, 신조차도 죽이는 군세의 정점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꽉 죄여진 공기를 가르듯이 천천히 걸어나가는 카론이었지만, 옆에서 날아든 자그마한 그림자에 놀라 다리를 세웠다.
루슈카와 구치나시히메가 대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그림자는 카론의 발밑에 매달리듯이 도게자를 하여 오열을 섞으며 외쳤다.
"죄송했습니다! 저, 저 때문에, 카, 카론님께 막대한.......막대한 민폐를!"
그것은, 죄의식에 짓눌릴 것 같았던 에이라였다.
순백의 드레스를 더럽히며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걸한다. 공포와 사과의 뜻이 뒤범벅이 된 목소리로 몇 번이나.
에이라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대회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우호관계였지만, 실제로는 감시 하에 놓여져 있는 것과 같은 신도의 교황인 자신이 발단이 되어 일련의 소동을 일으키고 말았다.
반기를 든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경비를 준비하지 않아 책략에 이용당한 죄는, 늘어선 죄인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일언지하에 명하는 것 만으로,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신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인간의 불쾌함을 사고 말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아직 미성숙한 소녀에겐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요! 그, 그러니 신도의 모두는 부디, 부디......!"
그럼에도, 그녀는 소중한 나라를 위해 자신을 솔선하여 바친다.
그 날,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신도를 방문했던 날과 마찬가지로.
그런 에이라의 변치 않는 헌신에, 카론은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살며시 옆은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미안했다."
"어......어째서, 카론님이......"
"제대로 경비를 구축하지 않았던 짐의 책임이다. 당신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
사실, 이건 카론이 나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 약간은 상정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큰일이 나버릴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에이라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부하에게 맡기고 있던 것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 멤버라면 어떻게든 된다고 무의식적인 자신감을 품고 있었던 것도 원인일 것이다.
"불안했겠지? 그러니, 미안했다."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고개를 든 에이라는, 뿌연 시야로 카론의 얼굴을 보고, 다시 큰 목소리로 광광 울었다.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우는 에이라의 얼굴을 수 차례 닦은 카론은, "하루나, 맡기겠다." 라고 고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당당히 죄인들의 사이를 큰 걸음으로 걸어서, 옥좌의 앞에서 다리를 멈추고 대담하게 웃었다.
"딜아젤의 답변은 들었다. 이젠 리페리스, 제군들의 차례다. 상응하는 사죄는 해주겠지?"
설령 상대가 마물의 주인이라고 해도, 가신이 일국의 왕에게 행패를 부린 것이다.
그 책임을 알드윈은 왕으로서 짊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에이라처럼 수치도 평판도 신경쓰지 않고 사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기 방에서 혼자 구금되어있던 탓에 누구와 상담할 수도 없었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능한 왕은 도발적인 단어를 받으며 대답에 곤궁해지고 말았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 이번 일건은 우리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대신 목소리를 낸 자는, 미라였다.
"라그롯 재상을 시작으로, 귀국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 뒤에서 손을 써 계획을 진행하였던 것도 사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행동으로 옮기는 일 없이 사태는 수습을 맞이했다. 가담했다는 것은 확실히 상응하는 보복을 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런 취급을 받으면 안될 정도의 중죄를 범한 자는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호오. 하지만 미연에 막았던 것은 이후의 대처가 신속했기 때문이며, 그걸 한 것은 우리 군이라고 들었다. 아무리 미수라고는 해도, 상당한 의지를 갖고 우리들에게 적대를 선택했다면, 저곳의 재상과 같은 죄라 할 수 있다."
"외국을 방문해서 제멋대로의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들 기사단은 직무를 다했을 것이다. 힘을 휘둘러서 언론을 막고, 활동을 방해하고, 성을 제압한 행위 쪽이 무례하다."
"만약의 이야기를 하면 뭘 하나. 결국 우리들은, 우리의 안전을, 우리의 손으로 얻었다. 애초에 초기 시점에서 규모의 파악도 하지 못했던 제군들이 자국의 유력귀족를 배려하지 않고 봉쇄했을 거라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지 않나? 첩보 쪽 사람들도 묵살시키며 바깥과의 연락수단을 끊고, 시민에게 피해도 안나오게 했으며, 범인도 색출했다. 이 정도의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새로운 기사단장의 밑에서 여기까지의 통솔이 된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
기죽지 않고 입으로 말할 수 있다니 역시나 미라・사이파인가.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대하게 되면 역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아서, 카론은 우쭐해하는 얼굴을 하는 은발의 기사단장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곁눈질로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자, 처신을 잘하는 자들은 모두 입을 국게 다물며 일의 진행을 지켜볼 뿐이고, 말의 응수에 가담할 기색도 없었다.
왕국 내에서의 기사단장의 지위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높아졌다.
공작가의 딸이며, 역대 최고의 용자라는 직함과 실력은 각 파벌들도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다.
카론의 말대로, 막 기사단장이 된 그녀로서는 기사들을 통솔하여 충실하게 따르게 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에는 불가능 따위를 생각나게 하는 나약함이 없었다.
서로 노려보면서 서로의 태도를 엿보는 두 사람.
카론의 칼끝은, 알드윈에게로 전환되었다.
"그럼 말을 바꾸지. 리페리스 왕은, 이 자들의 대우를 어떻게 할 셈인가."
갑자기 화제가 넘어오자, 알드윈의 어깨가 들썩였다.
"우리들에 대한 감정은 놓아두고서, 이 자들은 국가전복을 꾀한 대죄인일 터. 설마 전면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인간을 무죄방면하지는 않겠지."
"그, 그건......"
카론의 뒷편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라그롯의 모습은, 그 위엄있는 재상과는 비슷해도 비슷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사 양면에서 지탱해 온 의형을, 알드윈은 처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자는, 가장 믿고 있던 현자의 유복자.
표표하면서도 적절한 조언을 던져주었던 위대한 용자가 남긴 여성을, 마음을 굳게 먹고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자도, 때론 서로 돕고, 때론 서로 부딪히며, 이렇게 나라를 키워온 동료다.
그런 소중한 신하였어도, 그 죄를 씻기 위해 목을 자르지 않으면 안된다.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긴 역사로 보자면 순식간이지만, 큰 문제를 내부에 품는 일 없이 시간이 지났고, 그 덕에 좋게도 나쁘게도 알드윈에게서 인간다움을 빼앗아 가지 않았다.
화려한 복장으로 왕좌에 앉아있지만, 결국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이 살아온, 혈통일 뿐인 남자.
혼자서 생각한 끝의 결단은, 너무나도 넓고 휑한 것이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 그거야 물론ㅡㅡ"
"받아야 할 응분의 보답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리페리스의 주관으로 집행한다. 그리고, 외부의 간섭은 받지 않는다."
미라의 목소리를 뒤덮으며, 떨리는 장년의 목소리가 주변에 퍼졌다.
조용해지는 공간.
카론도, 미라도, 다른 자들도, 놀람에 눈을 부릅떴다.
"확실히, 우리 신하가 그대에게 한 일은 용서받을 것이 아니다.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사단장의 말 처럼 외국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일도 또한 문제일 터. 그렇다면, 이걸 서로의 타협점으로 할 수 없겠는가."
미라는, 기사단장으로서의 입장을 잊을 뻔 했다.
그 뿐인가, 기사로서 왕을 모신다는 명제조차 잊고서, 베고 싶다고 까지 생각했다.
그럴 정도로 격한 분노가 용솟음쳐서, 주먹을 만든 글러브를 마찰시켰다.
"그건.....처형을 그쪽에서 하겠다는 뜻이오?"
"속죄의 방법은 이쪽에서 정한다. 개입은 불필요하다."
만일을 위해 물어보려고 한 카론의 믿어지지 않는 듯한 기색에, 알드윈은 의연한 태도로 대답하였다.
미라는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을 전부 수포로 하고서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이는 자신의 왕이 해악으로만 보였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그런 뜨뜻미지근한 대답을 허용할 리는 없다는 것 쯤 쉽게 생각할 것이다.
왕을 해하려 했는데 원만하게 끝내줄 나라가 세상 어디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카론은 상처가 없었지만, 그거야 말로 왕국과는 무관하게 자력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며, 결과론에 불과했다.
'왜, 죄인의 목과 자신의 거취를 저울에 다는 거냐! 적어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 정도는 보이는 게 왕이잖아!'
알드윈은 무의식적으로 지위를 고집했다.
왕의 직함을 잃고, 아무 것도 못하는 불쌍한 노인네가 되는 걸 두려워했다.
왕국이 잃은 것은, 용자라고 하는 무력만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었다.
"루슈카, 이 녀석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냐?"
"조용히 해."
"그리고 다른 사람은 도와주지도 않으니 말이다."
"조용히 해 망할 여우!"
다투는 구치나시히메와 루슈카의 작은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던 카론은 '그렇군' 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혼탁한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홱 들었다.
"그건 다시 말해, 우리들에 대해 일절의 사과도 없고 성의도 없고, 자신들의 형편으로 일을 추진하는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이군?"
"마물의 나라에.....간섭은 안 받는다......그것이 리페리스의ㅡㅡ"
"알드윈・리페리, 어리석은 자여. 아직도 마물 운운하면서 깔보는가."
억눌렀던 분노가 마그마처럼 스멀스멀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오자, 시야에 깜박거리는 노이즈가 생겨나갔다.
강하게 쥔 손을 부들거려도 멈추지 않는 감정의 흘들림에, 카론의 검은 두 눈이 격정에 일그러졌다.
"웃기는 짓도 정도껏 해라 인간! 당신이 나라의 예의를 들이민다면, 우리들도 우리들의 예의로 즉각 죄인들을 능지처참해서 성벽에 걸어둬도 되었다!"
왕의 분노에 호응하여, 마물들이 무장을 빼들고 들었다.
"국익조차 아닌, 단순한 아집이라니! 그럼에도 왕인가 네놈은! 그것이 일국의 행동인가! 네놈은 그걸로, 도대체 뭘 지킬 셈인가! 뭐냐고 너는! 뭐냐고 너희들은!"
분노에는, 낙담도 섞여있었다.
그렇게 있어달라는 소원.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념.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이상.
인정하고 싶다. 받아들이고 싶다. 믿고 싶다.
증오해야 할 상대. 죽여야 할 원적. 배제해야 할 장해.
안에서 요동치는 여러 감정이 눈에서 눈물과 같이 흘러나온다.
뭐든지 수포로 돌아간 듯한 깊은 절망이, 뇌내에서 점멸하는, 문자화된 기호의 나열을 강하게 만들었다.
ㅡㅡ인간은 적이다.
"........!"
갑자기 떠오른 명료한 대사에, 등줄기가 곤두섰다.
외치려 하는 충동에 맞추어 떠오른 그 대사는, 말하게 되면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마음을 정리한 카론은, 천천히 주먹을 풀고 어깨를 떨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격정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맡기겠다."
그렇게, 주위는 다시금 놀라서 눈을 부릅떴고, 이번엔 입도 떡 하고 벌려졌다.
"짐도 피곤하니 말이다.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그러니까, '그쪽에서 해결해준다면 그 편이 훨씬 편해. 고맙구만 알드윈 왕. 덕분에 당분간 편히 지낼 수 있겠어."
루슈카는, 놀라서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며 할 말을 찾고 있었다.
알드윈도, 스스로 말했으면서 쉽사리 요구가 전해진 일에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절대조건은 리페리스의 상위에 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 쪽이라 해도 뜻하지 않은 우호관계를 거부하고서, 상대의 국력을 소진시키며 유리한 조약을 맺을 절호의 기회를 걷어 차버린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대로 죄인을 내버려두면, 왕국에 연약한 태도를 취한 것에 의해 카론의 평판에 마이너스가 붙게 된다.
애초에, 그 분노는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이만큼 양보해줬으니, 당연히 공백이 된 영토의 할양은 인정해주겠지."
"......"
"설마, 자신에게 좋은 조건만 들이밀려는 짓은 안하겠지?"
토지에 대한 고집인가.
자국의 영토를 정식으로 갖지 않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겐 사활문제겠지만, 그거야 말로 끼워팔기로 인정하게 하면 될 뿐인 일. 일부러 이런 융통을 해줄 필요 따윈 없다.
그럼, 왜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인가.
많은 귀족을 잃어서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보다도, 위험한 북쪽 일대를 마물에게 내어주는 편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알드윈은 카론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 사람이 이의를 제기할 틈을 주지 않고, 목적은 달성했다며 카론은 발걸음을 돌렸다.
위협이 사라진 순간 소란스러워 진 것을 멀리서 들으며, 미라는 성의 인간을 무시하고 그의 등 뒤를 서둘러 쫓아갔다.
"카론!"
키가 큰 마물들에게 휩싸인 카론이, 다리를 세우고 돌아보았다.
루슈카가 미라를 향해 즉시 총을 들었지만, 상냥한 손짓으로 그걸 제지하고, 카론은 옅게 미소지어 보였다.
"약속은 지켰다고."
그것만을 고하고 떠나는 카론이 뒤돌아보는 일은 이제 없었다.
미라에게서 벗어나서 성의 바깥으로 향하는 카론 일행은,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카론의 일은 걱정되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까 해도 건드려도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루슈카 조차도, 본 적이 없는 카론의 모습에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곳에, 기둥 뒤에서 알버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깊게 고개를 숙이며, 걸음을 멈추지 않는 카론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보폭을 맞추어 나란히 걸어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카론님 ......꽤 이상한 분위기인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음~.......왕께서 말야? 나쁜 자들을 모두 이 나라에 맡긴다~ 하고서 놓아두고 왔어."
근처에 있던 에레미야가 대다하자, 알버트는 놀란 것 처럼 눈을 부릅떴지만, 바로 맹렬한 미소를 실크햇 밑으로 숨겼다.
"크하하, 그렇습니까! 그거 대단하군요."
"결국 어찌된 일이냐 할배......"
"간단해 구치나시 양. 결국, 카론님은 이 나라를 포석으로 삼으시겠다는 뜻이네."
"뭐어?"
바로 카론의 의도를 알아챈 것 같은 알버트의 말을 이해한 것은 "흐음" 이라고 중얼거린 루슈카 뿐이었으며, 다른 자들은 역시 알 수 없었다.
"알겠나? 이 나라는 우리들에 대한 불온분자가 산더미처럼 있다는 게 이번 일로 확실해졌지?"
"그렇네. 그 인간의 모습을 보면 극형은 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라."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위협이 되는 건 '천뢰' 의 기사 밖에 없지. 하룻밤만 주면 전멸시킬 수 있는 나라다. 이번엔 마왕군의 개입이 있던 덕분에 대규모의 책략을 실현시켰지만, 이 나라 하나로는 개미둑 정도의 존재감 밖에 안 돼."
"그래서?"
"그래서 카론님은, 우리 나라와 적대하는 녀석을 이끌어낼 먹이로 삼으실 셈인 것이다."
에스텔드 바로니아라고 하는, 마왕군과 유사한 나라에 반발하는 세력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 세력이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멸망시키려고 움직일 경우, 당연히 이 대륙의 세력에게서 협력을 엊지 않으면 직접적으론 쳐들어갈 수 없다.
사르탄은 우호를 명확히 하고 있고, 딜아젤은 종교의 본거지여서 기본적으로는 어디를 편드는 일은 없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리페리스 뿐이 되는데, 리페리스 까지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협력태세라면 국토 전부와 싸우기로 결정된다.
그곳에 일부러 구멍을 만드는 것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장소를 한정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죄인들도 카론님과 미라・사이파가 친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미드갈즈오르무를 죽인 실적을 알면 자신들로선 불가능하다고 깨닫고, 두 번째 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외부의 손을 빌리려 할 거란 말이다."
"마왕군과의 전투로 왕국군의 피해를 내지 않고 끝낸 실력. 이만한 일을 한 상대를 살려뒀다는 사면. 실권을 거머쥐지 않은 것도 한 몫 하였다, 인가."
분명 그곳만을 주시한다면 논리는 맞는다.
하지만ㅡㅡ
"카론님."
"카론."
"읏.......아, 무슨 일이지?"
루슈카와 구치나시히메는, 뜻을 맞춘 것처럼 카론의 손을 좌우에서 살짝 쥐었다.
비단과도 같이 매끈한 피부의 온도와, 부드러운 털에 휩싸인 감촉이, 떨고 있던 카론의 손을 따스히 감싸쥐었다.
"부디, 뜻하는 대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것이 우리들의 소원."
"우리들의 구원이니라."
왕을 위해 살고, 왕을 위해 죽이고, 왕을 위해 죽는다.
결코 싫어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헌신한다.
카론이 주위를 둘러보니,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듯한 시선을 보내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에게ㅡㅡ카론은 웃어주는일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냐. 아냐. 아니라고.'
죽이는 걸 피한 것이 아니다.
그 순간 느꼈던 무서운 무언가에 가까운 감각을, 카론은 두 번 경험했었다.
첫 번째는 신도에서.
두 번째는 감옥에서.
어느 쪽도 시야에 노이즈가 생기고, 그리고 무언가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만일, 그대로 마음에 따랐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되서는 안될 것이되지 않았을까 하고, 두려워졌다.
열려져가는 시야. 성의 바깥에 펼쳐진 왕도를 종단하는 마물의 군세.
문득 생각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자신은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린다고.
".......두려워."
왕을 찬양하는 환호성 속에, 이 약한 소리가 섞여 준다면 하고 생각했다.
마물들에게도 적에게도 느끼지 못하게 된 공포심을 스스로에게 느끼자, 카론은 얼굴을 드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들은 것처럼, 가슴을 강하게 쥐는 에이라의 불쌍히 여기는 듯한 얼굴에게만, 검지로 입술에 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ㅡㅡ말하지 말아줘.
그것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환호성에 녹아들어 사라졌다.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떠난 다음 날.
리페리스의 성 앞에, 두 수급이 내걸렸다.
성의 사람에 의한 범행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하수인과 연결된 증거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재상과 여자의 목에는 태운 것과 같은 흔적이 있었고, 버려진 몸통에는 무수한 지렁이처럼 붉게 부은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
레스티아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루사리아 대륙에는 세 나라가 있다.
우르가 대삼림을 거점으로 하는 수인연합국 바밀리아, 아르타유 협곡에 요새를 건설한 마술국가 카란드라, 안다르 평원에 수도를 세운 성왕국 아렌하이트였다.
종교가 다른 이 세 나라는 항상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대륙의 패권을 거머쥐려고 서로 계략을 짜기를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변치 않고 거듭해왔다.
평소였다면 현인회의라고 불리는, 각국의 수장이 모여 협력을 한다ㅡㅡ는 명목으로 속을 떠보는ㅡㅡ자리에서만 얼굴을 맞대었던 수뇌들.
하지만, 아렌하이트의 수도 엣차의 중심에 세워진 성, 백룡의 기념비가 성의 정상에 세워진 엣차성에는, 어찌된 일인지 바밀리아, 카란드라, 아렌하이트의 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흰 벽의 곳곳에는 아렌하이트에 전해지는 용성녀의 전승을 소재로 한 디자인이 걸려져 있었고, 화려한 은색과 적색으로 장식되었다.
거대한 용과 아름다운 소녀가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비추어지는 형형색색의 빛을 받는 테이블을 둘러싼 자들은, 삼자삼색의 얼굴로 서로의 태도를 엿보고 있었다.
".......이렇게 있어도 결론이 안나겠네요."
그렇게 말한 것은, 상석에 앉은 묘령의 미녀였다.
웨딩드레스같은 순백의 법의를 입은 여자가,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빠져나온 듯한 청렴함을 두르고, 흰색과 남색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일어서자, 좌우에 앉은 두 사람의 왕을 바라보며 황혼색 눈동자에 애수를 담았다.
"레스티아 대륙에 마왕의 군세가 쳐들어와서ㅡㅡ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전부 정벌되었어요."
바밀리아의 왕도, 카란드라의 왕도, 여자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
"근데? 그래서 뭐냐고 말하는 건가. 우리들을 긴급의 문서로 불러놓았다고 생각했더니 겨우 그 정도의 일.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엘레나."
"네. 그만큼의 격한 전투와 마력을 느꼈다면 당연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서예요 그란그라드."
여자를 엘레나라고 부른 바밀리아의 왕은, 짐승의 코를 흥 하고 불만스러운 듯 울렸고, 사자의 팔로 팔짱을 하며 거만하게 턱을 들어올렸다.
라이오넬(사자인간)인 수인연합의 왕 그란그라드=자르바는, 거체를 다크브라운의 사제복 위에서 금색 스카브라리오로 감싸고, 전신을 굵은 보석으로 치장한 유복한 모습을 한 사자였다.
태도는 거만했지만, 이 세 사람 중에선 비교적 단순한 성격이고, 특히 약속은 결코 어기지 않는 의리를 갖고 있었다.
삼국끼리 체결한 '타 대륙에 대한 대응은 합동으로 계획한다' 조약을 반려한 일도 없었고, 이렇게 불만과 불평을 하고는 있지만, 중대함은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빨리 본제로 들어가. 그 마왕군을 쓰러트렸다는 건, 어디의 누구냐? 새로운 용자인가, 제국인가, 아니면 어딘가의 개입인가? 전력으로 생각한다면 아슬아슬하게 그리온이나 카무히밖에 없겠지만."
"아니, 그 어느 쪽도 아닐세."
"......뭐어?"
예상을 즉시 부정당한 그란그라드는, 분노 보다도 먼저 의문이 떠올라서, 부정했던 노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얼굴의 아랫쪽 이외엔 회색 로브로 몸을 감춘 노인, 카란드라 왕궁의 마술왕 운네라・체르노아는, 길고 흰 수염을 로브의 옷자락에서 드러내어 마른 나뭇가지같은 손으로 쓰다듬으며 주름 투성이인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이전에, 현인회의의 장에서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나?"
"그래.....한 달 정도 전의 그건가. 마왕이 부활했다는 둥, 레스티아에서 강대한 마력이 어떤다고 말했었던....."
"음, 그래. 지금까지는 마왕령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새롭게 레스티아도 들여다 봐서 말일세. 전날까지는 강고한 마술장벽에 의해 디에르코르테의 언덕 주변을 관측할 수 없었지만......드디어 방벽이 풀린 것이네."
"그래서?"
"그곳에 있던 것은, 아제라이의 성지가 아니라, 거대한 나라였다고 해요. 그것도, 마물과 아인, 수인이 사는 나라가."
운네라는 그냥 사실만을 고하는 듯이, 엘레나는 심각한 듯이.
그란그라드는, 목을 떨며 시원스레 웃었다.
금색 갈기를 격하게 떨면서 호쾌하게, 의자에서 굴어 떨어질 것 처러 격하게.
"가하, 하하하하! 정말 유쾌하지 않은가! 새로운 마왕이라도 등장했는가! 하핫, 뉴엘의 황제가 쓰라린 표정을 지은 게 눈에 선하구만! 크크큭!"
"웃을 일이 아니에요! 그란그라드, 이건 중대한 사태라고요? 마왕이 부활한 것 뿐만으로도 문제인데, 그걸 뛰어넘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말이에요! 이대로 가면 먼 옛날의 대전의......아니, 그보다도 비참한 운명을 인류가 맞이하게 될 거예요."
"흥! 말을 들어보니 마왕과 적대하고 있다지? 그럼 좋은 일이 아니냐."
"마물은 전부 멸망시켜야 해요.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지옥의 사자와 변함없어요."
"그건, 자르하를 신앙하는 우리들에 대한 명백한 적대라고 봐도 상관없겠구만? 섵부른 말을 입에 담지 말라고 이 아르마의 개야. 용의 산 제물 녀석. 성왕예하의 더럽혀진 칭호를 더러운 드레스와 같이 찢어발겨줄까."
맹렬하게 목을 울리며 노려보면 호박색 두 눈.
엘레나는, 비극의 히로인처럼 놀라움과 슬픔에 표정을 찡그릴 뿐이었고,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만든 것 같은 표정과 움직임을 하고 있지만, 담아낼 수 없는 대사야말로 그녀의 마음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그만하시게. 이야기가 새지 않았는가."
운네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마른가지같은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을 제지하자, 그란그라드는 마시못해 어금니를 집어넣었다.
"엘레나・루시오네. 삼국이 제각각 교의가 다르다는 건 이해하고 있을 걸세. 이 자리에서 입에 담을 일이 아니네."
"네, 죄송해요. 그란그라드왕, 깊게 사과드리겠어요."
그리 말하며 태양빛같은 미소를 띄우며 엘레나가 고개를 숙였지만, 그란그라드는 시선을 돌리며 내뱉듯이 혀를 울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먼저, 저희들의 방침을 정해야 할 때라고 봐요."
"그럼 정해져 있다. 우리들 바밀리아는 그 나라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한다."
"자네들은, 그렇겠구먼."
여신 자르하를 신봉하는 바밀리아의 의지를 명확히 한 그란그라드.
그건 인간지상주의의 아르마 성교를 국교로 하는 아렌하이트로선 결코 나눌 수 없는 방침이어서, 조금 전과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예상된 전개다.
"우리들 카란드라는, 물론 중립을 관철할 걸세. 레스티아처럼 썩은 아제라이 신앙은 하지 않아서 말일세. 저쪽이 손을 대지 않는다면 가만히 볼 셈이라네."
"그럼, 당연히 저희들의 방침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하지만, 저희들 아렌하이트는 마물을 결코 허용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선 뉴엘 제국과 손을 잡는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도달하는 대답은ㅡㅡ
"그럼, 루사리아 삼국은 이쪽에서 간섭을 하지 않는 걸로 좋은가?"
".....어쩔 수 없네요. 마물의 나라라고 알게 된 이상, 대립은 어쩔 수 없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후의 방침도 변하지 않겠지요. 바밀리아도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면, 합동으로 적의 침공을 막아낸다는 길도 있을까요."
"난장판에 섞여서 아르마성교의 광신자들에게 침공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구만."
"그란그라드, 그것도 지금 말해야 할 일이 아니라네."
"어쨌든, 이번엔 이걸로 동의한 것이지요?"
탁 하고 힐을 울리며 묻는 엘레나에게, 두 사람을 긍정의 표시를 하였다.
회색 로브를 두른 노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반면 사자인은 숨기려 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동의를 얻은 것으로 기뻐하여 미소를 띄우면서, 엘레나는 강하게 볼을 깨물었다.
"ㅡㅡ그렇게 되었어요. 저희들은 마물의 나라에 대해 아무 행동도 일으킬 수 없어요."
엘레나는, 침대와 조각밖에 없는 자기 방에서 그렇게 말했다.
은과 적색이 흩뿌려진 악취미한 장식과, 천막이 달린 침대와, 용과 성녀의 조각상.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방에서,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은 엘레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불러낸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렌하이트의 인간' 은 레스티아 대륙에 못가요."
"......그건, 남편을 일찍 잃은 저를 성왕국의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요?"
에레나의 시선 끝에 선 자는, 아직 어리지만 고혹적인 여자였다.
몸의 라인이 걱정될 정도로 가느다란데도, 가슴과 엉덩이만큼은 훌륭히 큰 체구는, 만개한 꽃이 가득 장식된 흰 원피스로는 숨기지 못하는 육감을 가졌다.
눈 밑의 점이 특징적인 푸근한 이목구비였지만, 에레나에게 대하는 시선은 날카롭다.
"아아, 아냐! 그게 아니라고요! 죄송해요......당신은 틀림없이, 세레스타 가문의 부인이에요."
배려가 부족했다며 당황하는 소녀에게, 여자는 한번 눈을 감고서 기분을 진정시킨 후 다시 눈을 맞추었다.
"그래서, 제게 무슨 부탁인가요?"
"네. 당신은 세레스타에 시집온 몸이지만, 리페리의 장녀이기도 해요. 그러니, 한번 고향으로 돌아갈 셈으로 리페리스 왕국에 돌아가서 대륙의 정세를 조사했으면 해요."
"그건......바밀리아나 카란드라한테서 뭔가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이치는 맞는 걸요. 그리고, 저쪽도 뭔가의 이유를 들어 사람을 보낼 건 틀림없어요."
"예에......"
여자는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엘레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란그라드는 마왕과는 다른 마물의 나라와 손을 잡으려고 계획하고 있을 것이고, 운네라도 미지의 마술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로 향할 것이다.
거기다, 다른 나라에게 지목당해도 변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아렌하이트도 가만히 보면서 손을 놀리고 있을 수는 없다.
막연한 정보 만은 별을 읽는 성신에 의해 얻게 되지만, 카란드라처럼 강력한 원견의 마술은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를 보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다.
"딜아젤, 리페리스, 그리고 라돌 공국. 이제부터 지금 현재 어떻게 마물의 나라와 관련되어 있는지도 조사해주었으면 해요."
"역시 그렇게까지 대대적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능한 범위로도 상관없어요. 제가 레스티아 대륙에 보내도 불만을 안 들을 가능성이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부디....부디 부탁드릴게요. ㅡㅡ'화관'의 용자, 아루아・세레스타."
그렇게 불린, 금계색의 머리카락을 제비꽃과 백합의 장식으로 시뇽처럼 묶은 전 리페리스 왕국의 용자이며, 알드윈・리페리의 딸인 아루아는, 곤란한 듯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어요. 저도, 고향이 걱정되는 마음은 있으니까요."
"어머! 고마워요 아루아, 저의 소중한 친구."
화악 얼굴을 빛내며, 엘레나는 아루아에게 뛰쳐들며 끌어안았다.
곤란한 표정의 아루아는 엘레나의 올곧은 마음을 받자 부끄러운 듯 볼을 긁으면서, 마음 속으로 정겨운 고향을 떠올렸다.
엘레나는, 벽가에 놓여진 조각상을 바라보며 입가만을 미소와는 다른 왜곡된 모양으로 변화시켰다.
'아르마님, 부디 지켜봐주세요. 당신의 아이가......사악한 여신이 낳은 재앙을 벌하는 광경을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숨어드는, 새로운 불씨.
카론의 안식은, 아직도 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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