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신위2021년 02월 04일 09시 06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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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신화에서 이야기하는, 신에 의해 태어나서 세계를 휘감는 뱀 [미드갈즈오르무].
이 큰 뱀이 세계에 탄생하고 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와 만난 일은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생명은 짓눌리고, 숨을 토하면 산이 무너진다.
그 강대한 힘 때문에 길을 막아서는 존재 따윈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우뚝 솟은 거수, 사흉이라고 일컬어지는 재아 [도철] 을 앞에 두고 처음으로 몸의 위험을 느끼자, 칠색으로 빛나는 비늘을 거꾸로 세우고 예리한 독니를 드러내면서 세로로 갈라진 동공으로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고개를 바짝 세운 미드갈즈오르무와 같은 높이에서 얼굴을 든 도철은, 비대해진 검붉은 다리를 지면에 대어 발톱을 대지를 깊게 박아 넣으며 소의 네 다리로 달려갔다.
바람의 소리.
땅의 울림.
뱀과 소가 서로를 위협하는 와중에, 그 다리 근처에서는 골렘과 수인의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읏샤아아! 죽여~!!"
"칼날은 듣지 않는다고!"
"그럼 돌이라도 주워서 때리면 되잖아!"
"쳇! 전공을 뺏겨버렸나!"
"좋은 게 떨어지잖아! 자아, 부서져 부서져~!"
"그거 내 손인데에에!?"
잔재주 없는 정면승부.
최전선을 담당하는 마물들은 온몸으로 부딪히려는 듯 골렘에게 쇄도하였고, 조금 전보다도 더욱 원시적인 투닥거리기 전법으로 죽여나갔다.
[쥬얼 골렘] 은 칠색으로 빛나는 비늘에서 내어난, 무기물에 혼이 주입된 마물이다.
여러 광석이 혼합된 껍데기는 참격에 높은 내성을 가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타격무기를 이용한 공격이 유효하다.
하지만, 모두가 상황에 걸맞게 해머나 곤봉 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걸 어떻게든 타개하려는 방법도 실로 원시적이어서, 쓰러진 골렘에게서 떼어낸 보석을 활용하거나, 일단 적당히 뭔가를 줍거나, 고육지책으로 무기의 손잡이를 사용하는 등 여러 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골렘의 레벨은 50전후로 높지는 않지만, 방어력이 같은 랭크 5의 마물에 비하면 몇 단계 높아서, 편히 쓰러트릴 상대가 아니었다.
수도 조금 전의 마왕군보다 많았고, 그냥 공격도 안 하고 물량으로 밀어붙이기만 해도 성가신 상대였다.
어느 정도 고전을 강요당하는 근접전투부대는, 말 그대로 몸을 바치며 필사적으로 전선을 유지하였다.
분부 없이는 물러설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방패 역할을 계속하는 이유는, 후방의 마술부대를 위함도 있었다.
"《보팔 스톰》! 《이레이저 트러스트》! 《육합시진풍》 !"
"탄막을 쳐라! 근육뇌들이 버티는 사이에 후방을 끝장내버려!"
"재밌어졌구나 형제! 《메일슈트롬》!"
"잠깐, 당신. 거기서 날뛰는 부상자, 죽여서라도 데리고 오세요."
"후헤헤. 《디바인 힐》, 《디바인 힐》, 《디바인 힐》, 《디바인 힐》, 《디바인 힐》……"
"저 애의 머리에 마력회복약을 끼얹으세요. 네? 괜찮아요, 마술을 너무 써서 죽은 사람은 없는 걸요."
마술사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전선에 뒤떨어지지 않는 야만스러움이 흐르는 후위의 수인들은, 거친 내용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창과 약의 역할에 매진하였다.
부상은 '미미한 것' 이었지만, 그것은 미드갈즈오르무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랭크10의 마물은 설령 레벨이 낮다 해도 방심할 수 없다.
기초적인 능력이 높다. 대책을 요하는 특수기를 갖고 있다. 공격범위가 전군을 휘말리게 한다. 상시 발동의 흉악한 디버프가 있다, 등등.
그라도라나 에레미야처럼, 순수한 종족의 최상위종인 자는 랭크 9까지만 존재한다.
그로부터 위는, 마물들이 가진 상식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자들은 작은 자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하였다.
이미 이 전장의 주역은 바뀌었고, 그 결착은 종말을 초래하는 신들에게 맡겨졌다.
발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투를 보는 일 없이, 세계뱀과 탐식의 악신은 서로의 공격이 닿는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하고 있었다.
슈릅슈릅하는 위협의 소리를 내며 앞이 갈라진 혀를 낼름거리는 미드갈즈오르무를 맞이하여, 비취색 거구를 융기시키며 흰 연기를 내뿜는 슈젠은, 지면을 파려는 것처럼 오른손을 꽉 움켜쥐며 흉악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불과 몇 분의 대치상태.
뱀에게 있어서는 영겁과도 같이 긴, 소에게는 찰나보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먼저 움직인 것은 뱀이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동격의 존재에 대한 공포로 초조해졌는지, 수령 수십 년의 나무보다도 두터운 몸통을 압축시키고 튀어오르는 듯이 목을 뻗었고, 가로로 열린 입은 슈젠의 허리를 물어뜯으려 하였다.
예리한 독니를 세우며, 강인한 턱으로 씹으려 하는 미드갈즈오르무였지만, 비취색의 몸통은 단단했기 때문에 이빨은 약간 파고 들었을 뿐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했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게, 세계를 감싸는 큰 뱀의 힘.......? 이게......이 정도인가아!"
단단히 지면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세계뱀의 돌진을 받아내어도 물러서지 않는 슈젠이, 유쾌함을 담아 외쳤다.
높게 들어올려진 슈젠의 왼손이 미드갈즈오르무의 목을 강하게 잡아 올렸고, 붙잡고 있던 오른쪽 팔이 크게 휘둘러지며 뱀의 배를 강하게 때렸다.
산이 날아가는가 하고 생각될 정도의 격한 타격음이 주변에 울려퍼졌고, 커다란 뱀의 몸통이 지각으로 꺾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퇴각, 퇴각~!"
깔리는 걸 피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군의 일 따윈 신경쓰지 않고, 크레이터처럼 복부가 함몰된 일격을 받고 힘이 느슨해진 미드갈즈오르무의 머리를, 왼손만으로 강하게 지면에 패대기쳤다.
대기에 균열을 만들며 파묻힌 뱀에게, 슈젠은 비웃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
"아아아핫핫하하아! 위대한 우리 왕의 패도를, 이 정도의 뱀이 가로막으려 하다니 웃기구나! 우리를 막으려면 세계를 하나나 둘 쯤 멸망시키고 나서 오라고!"
눌린 머리를 향해 크게 휘두른 팔이 내려쳐진다,
공기의 마찰로 붉게 달구어진 주먹이 미드갈즈오르무의 턱을 친 순간, 생물을 부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소란스러운 소리가 대륙 끝까지 퍼졌다.
다시 한번 치려고 큰 팔을 끌어당기는 슈젠이었지만, 정면에서 날아든 무언가를 가슴의 중심에 맞고, 처음으로 뒷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날아든 무언가의 정체는, 프레일처럼 보석의 가시가 돋아난 미드갈즈오르무의 꼬리였다.
"아하."
잡아뜯으려고 양손으로 꼬리를 거머쥐고 힘을 가하는 것보다 빠르게, 실체를 가진 폭풍과도 같은 속도로 미드갈즈오르무가 슈젠의 주변을 휘감았다.
세계를 휘감는 뱀이 휘감는 모습은 이 세계의 존재하는 어떤 건축물보다도 높았고,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왕성 꼭대기에도 닿을 정도였다.
똬리는 금세 꼬이며 움츠러들었고, 그 위에서 더욱 몇 겹이나 휘감아서, 인간의 얼굴과 소의 몸을 한 거수를 고깃덩어리로 만들려고 죄어들었다.
떨어진 달과도 같이 커다란 구체가 되어버린 그 모습은, 역겨운 벌집과도 같은 미드갈즈오르무의 구속.
하지만, 안에서 저항하는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아무리 죄어들어도 짓눌려지지 않는다.
그 뿐인가, 격한 아픔을 느낀 것은 공격하고 있었을 터인 미드갈즈오르무였다.
내부에서 몸의 일부를 잡아 뜯긴 듯한 감각에, 거슬리는 절규를 내지르고 날뛰며 또아리를 풀려고 했지만, 갖혀졌던 슈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몸을 비틀어 풀어내려 해도 세계를 드리우는 장대한 몸으로는 시간이 걸린다.
선혈로 젖은 검붉은 팔로 보석의 비늘을 신경쓰지 않고 바깥으로 찢어버리는 편이 훨씬 빨랐다.
미드갈즈오르무는 머리를 흔드며, 주변에 몇 번이나 부딪히면서 괴로움에 발버둥쳤다.
지익거리며 양손으로 뱀의 몸을 찢으며 구속에서 탈출한 네 뿔의 괴물은, 날뛰는 미드갈즈 오르무의 머리를 다시 붙잡고 다시 한 번 지면에 패대기쳤고, 이번엔 손으로 으스러뜨리려 하였다.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큰 뱀을, 마치 아이취급한다.
웬만한 상대들은 아무리 모인다 해도 쉽사리 치여 죽이고, 그러지 않아도 점점 생겨나는 골렘의 먹이가 된다.
가령, 다른 마수라면 웬만해선 맞설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슈젠만큼은 다르다.
이, 네 뿔을 가진 인간의 얼굴과 소의 몸통의 짐승은, 신을 죽인다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방 광범위하게 모든 유닛의 스테이터스를 내리는 《만상기아》.
그리고, 신의 내성을 가진 유닛에 대해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여덟 용을 먹은 자》.
미드갈즈오르무와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몸, 재능, 능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여태까지 보냈던 경험과, 명확한 목적의 유무일까.
"목숨을 구걸하라. 삶을 원하라. 그런 끝에 죽어서 우리를 경배하라."
괴로움에 사무쳐 쏘아낸 모래폭풍을 뒤집어 쓰면서, 사흉 중 하나인 도철은 살아서 발버둥치는 비참한 존재를 보고 유쾌하게 미소지었다.
높게 들추어진 팔이, 몸부림치는 뱀의 머리를 향하였다.
"최고다......!"
웨폰스킬・주먹 《파군》
수직으로 떨어지는 주먹은 보석의 비늘을 분쇄하고, 두개골을 꿰뚫으며, 대기를 갈랐다.
우뚝 솟은 거수가 내지른 일격을 세계가 견딜 수 있을 리 없어서, 초원은 순식간에 솟구쳐서 황폐해졌다.
왕국의 앞에 펼쳐졌던 경치 모두가, 단 십여 분 만에 파괴되었다.
인지를 초월한, 그야말로 신들의 싸움.
이걸로 모든 것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의 부딪힘.
하지만, 마물들 만은 알고 있다.
ㅡㅡ이것이, 자주 있는 전쟁의, 그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슈젠은 면밀히, 확실히, 결코 부활할 수 없도록 뭉개진 뱀의 머리를 집요하게 계속 쳐나갔다.
마력의 공급이 끊기자 쥬엘 골렘이 보석으로 바뀌었음에도 한결같이 쳐댔고, 원형이 없어져서 고기와 피의 웅덩이로 바뀌자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하, 하하! 핫하하하하하하하!"
살육의 환희를 드높게 표현하자, 해질 녘의 하늘로 녹아들어갔다.
뿜어져 나오는 대량의 피를 뒤집어 쓰는 듯, 양손을 벌리며 웃는 비취색 거수의 모습을 멀리서 보는 기사단들의 절망 따윈, 그들은 알 바 아니었다.
지금까지 중 제일 가열찬 전투였다며, 그냥 기뻐하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병사들은, 모든 것을 죽여버린 기쁨을 외침으로 바꾸어 승리를 자축했다.
이것이야말로 마물의 군세, 지옥의 사자, 인간 왕의 종복.
확실히, 카론의 예상대로 에스텔드 바로니아를 알리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왕국, 마왕군 뿐 아니라, 말 그대로 세계를 진동시키는 전투를 자아내었다.
그것이 어떤 파란을 몰고 올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ㅡㅡ
"죽일 셈이냐~! 바보야~!"
인간형으로 돌아간 슈젠에게 달려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에레미야를 보고, 슈젠은 학살의 고양감도 억제한 채 평소의 나른한 태도로 돌아왔다.
그것이, 더욱 에레미야의 짜증을 유발했다.
"뭐어........? 죽지 않았으니 됐잖아."
"우그그그그.......나이프 던져버릴까......"
"그건 봐줬으면 좋겠어. 에레미야의 능력이라면 자칫 잘못하면 진짜로 죽으니까."
"......이얍~"
"우옷! 그러니까 그만 두라니까!"
"작아지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해!"
"어이, 잠깐, 나 방금 제대로 일 했는데!?"
"으랴으랴~ 으히히, 똥개를 노리는 것 보다 재밌네~! 춤춰라 춤춰~!"
인간 형태로 돌아간 슈젠에게 반쯤 진심으로 나이프를 던지면서, 낄낄대며 웃는 에레미야의 관자놀이에는 혈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슈젠이 날뛰면 이렇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걸 대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거대생물 두 마리의 부딪힘이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가져온 것은, 방어마술을 전부 사용한 마술사들의 격심한 소모였다.
하지만, 에레미야의 분노는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어떻게든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미드갈즈오르무의 주변을 얼쩡거린 탓에 휘말려버린 것 뿐이어서, 슈젠이 지금 나이프 세례를 받고 있는 건 정말로 엉뚱한 화풀이에 불과했다.
"이런 때 정도는 진지하게 해주지 않을래!?"
"뭐~? 글치만 말야."
둔한 몸짓으로 슉슉 날아오는 나이프를 피하고 있던 슈젠의 말에, 에레미야는 움직임을 뚝 그치며 후련한 듯 웃었다.
"뭐 이 정도려나?"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끝나고 보면 이런 것이다. 나라가 함락되면 대패, 죽어서 석패, 살아서 신승, 함락하면 대승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서는 있어도 될 것이라며 툴툴거리고 기분 나빠하는 에레미야를 보면서 슈젠은 한숨을 쉬엇다.
"나와 동격의 마물을 내놓았다는 건 신경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평범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상대도 안 됐으면서 잘도 그런 말을 하네. 어쨌든, 우리들 같이 강한 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니까, 이후로는ㅡㅡ"
"저기저기, 그보다 신경쓰이는 게 있는데 말야~"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도 에레미야가 갑자기 허리를 돌려서 슈젠의 얼굴이 험악해졌지만, 에레미야니까 라며 납득하고는 손을 뻗는 방향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먹어도 되려나~"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말이 아니네."
"응."
이제 어울려 줄 수 없겠다며, 슈젠은 크게 탄식하고 희고 짧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카론님께 물어보면 돼."
정말로 일말의 정서도 없다.
다만, 이것도 우리들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럼. 이젠 코드홀더 쪽인가. ......저건 저것대로 나보다 심하니까."
흘끗 본 산맥 쪽.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을 보고, 슈젠은 코웃음을 쳤다.
"상태 좋아보이네."
◆
슈젠이 미드갈즈오르무와 교전하고 있던 시각.
콜드론 연봉으로 분단된 서 레스티아에서도 전란의 봉화가 일어났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살의 화염이. 북쪽을 불태운 것이다.
"기이! 기이!"
"Grrrrrr"
"갸, 갸갸갸!"
그냥 받은 명령에 따라 사르탄을 향하여 남하하는 마왕군의 군대.
왕국에 풀어놓은 군세와는 다르게, 고블린과 오우거, 트롤같은 지성이 있는 아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랭크는 중간 정도였지만, 비교적 레벨이 높은 자로 짜여져 있었고, 몸에 두른 장비에선 정말 불길한 오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르탄의 인간이 보면 절망할 것이다.
강력한 능력을 가진 중장비를 갖춘 마물의 군세, 그것이 70마리나 한데 모여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동쪽에 파견된 자들에 비하면 수는 적지만, 양으로 말한다면 이쪽이 위일 것이다.
저쪽엔 미드갈즈오르무라는 비장의 수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버림수였던 병사들 보다 강자들을 갖춰놓은 것도 납득이 갔다.
"보인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트롤이, 숲의 사이에서 보이는 사르탄의 궁전을 검으로 가리켜 지시하면서 뒷열로 얼굴을 돌렸다.
"전부 먹어 치워도 상관없다고 폐하께서 말씀하셨다! 전부, 전부 죽이고, 갖고 놀다가, 먹ㅡㅡ"
번쩍 하고, 궁전의 정상에서 빛이 쏘아졌다.
뭔가가 반사된 듯한 작은 빛은 두 갈래가 되어 트롤의 앞에 착탄하였고, 그대로 군대를 둘로 나누듯이 똑바로 나아갔다.
그리고, 모여든 빛이 개방된 순간, 폭발을 동반한 불기둥이 광선의 궤적을 따라 하늘로 솟았다.
강력한 갑옷도, 강인한 육체도, 겁화에 휩싸여 융해되어갔다.
숲은 불타오르고, 대지는 녹았으며, 휘말린 마물들은 재도 남기지 않고 용암 속에 녹아들었다.
아비규환의 작열지옥을 만든 소녀의 모습을 한 기계는, 바이저를 통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다음 탄을 충전했다.
노출이 많은 검은 보디슈트와, 뾰족한 장갑을 조합한 강철의 팔다리.
보라에서 오렌지색으로 변하는, 새벽과도 같은 길다란 머리카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코드홀더는 머리와 같은 보라와 오렌지의 오드아이를 확대축소하며 다음 목표를 찾았다.
등에서 부유하는 것은 거대한 금과 은의 포탑이다.
초장거리의 마력포격을 하는, 기교종 만이 다룰 수 있는 특수병기다.
등에 연결하는 케이블을 통해 막대한 마력을 포탑에 주입하고, 도망치는 아인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치켜들었다.
"제 2사, 갑니다."
웨폰스킬・포 《버티컬 익스플로드》
피융, 하고 귀를 덮고 싶어지게 만드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레이저가 쏘아진다.
불타오르는 화염에서 좌우로 나뉘어 도망치는 빈약한 등에 주저없이 덮쳐진 광선은 일직선으로 대륙의 끝까지 지면을 긁어냈고, 그걸 쫓듯이 폭발과 화염이 솟구쳤다.
왕국에서 펼쳐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살육.
보라색 연기를 토하는 듯한 깊은 호흡에 맞추어, 거대한 포탑도 닫혀졌던 배기구를 열고 고온의 증기를 분출하였다.
요란하게 열이 퍼지며, 숲도 마물도 소각되어 간다.
그 모습울 보고 생각하는 점은 하나도 없다. 그냥 봉화 대신으로만 생각한다.
코드홀더는 마음이란 걸 알 수 없다. 일부 인간의 소체가 쓰여지는 것 뿐의 기계에게는, 데이터로 보존되어 있는 지금까지의 카론의 모습과 조합하여 해석하는 것 외에 마음을 알 길이 없는 것이었다.
그 해석이, 이번의 왕은 코드홀더의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이며, 쓸쓸함이며, 슬픔이었다.
평소였다면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었을 터인 카론이, 몇 가지의 감정을 혼합시킨 복잡한 생각을 떠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반응유실. 임무 완료했습니다. ....저는, 칭찬받을 수 있을까요? 마스터."
그 목소리는 통신에 연결되지 않은, 단순한 혼잣말이었다.
백팩 유닛을 수납하고, 지면으로 착륙한 코드홀더는 종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궁전 안으로 향했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 준 충격은, 소리를 내며 도망칠 생각조차 빼앗았고, 누구나 휘말리지 않도록 몸을 숨기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명이 날 정도의 정숙에 휩싸인 궁전 안에는, 예리한 발끝이 돌을 치는 소리만이 울렸다.
대회장으로 이어지는 대문을 여니 그곳에는 사르탄을 다스리는 자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코드홀더의 복귀를 환영하는 듯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옥좌가 놓여진 대회장에서,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을 인간이, 검은 왕과 검은 짐승에게 넙죽 엎드리고 있었다.
제일 선두에서 나아가는 코드홀더는, 날카로운 모습의 손발을 꺾으며 무릎 꿇었다.
동시에, 카론이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전이의 문은 어떻게 되었나."
"교전 중에 유실을 확인. 공간관통의 스킬에 의한 포격은 아마 닿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리페리스가 주 전장이었나. 미드갈즈오르무를 투입한 것 치고는 제어 하에 놓지 않은 모양이었지만.....뭐, 그건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다리를 꼬며 앉아있던 카론은 천천히 일어나서, 코트를 펄럭이며 계단을 내려왔다.
하자르의 앞에서 다리를 멈추고, 파랑이 섞인 어두운 검정색 눈으로 흘겨보았다.
"이걸로 마왕군은 이 대륙에서 사라졌다. 남은 문제는 제국의 움직임인데......하자르 왕, 뭔가 생각은 있는가."
"카리우스・그레이브하울 장군은 황제에 충실하지만, 저희들에게 유예를 줄 정도로 융통성도 있는 남자입니다. 그쪽은 저에게 맡겨주신다면."
"음. 내가 파병해서 쫓아내는 일도 가능한데."
"그 말씀이지만, 카론 폐하께서 이제부터 레스티아 대륙의 안정에 주력하시는데, 외부의 간섭은 방해밖에 안됩니다. 언젠가 칼을 맞대게 될 지라도, 지금은 온건히, 이 사르탄의 이름을 써서 수습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사르탄은, 뭘 지향할 셈인가. 에스텔드 바로니아의 지배를 이유로 들 셈인가?"
하자르의 의사 표시는 이젠 동맹조차 아니다. 스스로 종속을 원하고 있다.
황색과 녹색의 선명한 이국의 복장을 흙으로 더럽힌 채, 하자르는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목소리에 주저는 없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왕. 당신이 이곳에 오셨을 때부터 저는 결정했었습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면서 교만하는 일이 없는, 냉철하면서도 온정을 잊지 않는. 키는 같지만, 최고에 오른 당신이야말로 왕으로 부를 만 하다는 것을."
비틀어진 것은, 카론의 입이었다.
"제국은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불구대천의 적. 이 사르탄은 뉴엘을 멸망시키고, 권토중래를 달성하는 것이 비원. 그를 위해서라면, 저희 나라는 에스텔드 바로니아에 모든 것을 바쳐도 상관없습니다."
뭔가 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할드로기아와 코드홀더의 활약을 보면 계획을 짤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이 카론의 목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이야기가 진행되면, 아무래도 허탈해지는 것이다.
전에는 손을 잡자고 요청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간단히 손바닥을 뒤집은 것인가.
'........뭐, 하자르는 여러가지로 품은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었으니, 그것만 보면 이유는 되는가? 하지만 상대는 상인이고, 뭔가 딴 생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듯한 느낌도.'
토지에 대한 애착은 있어도 집착은 없는 시대에 태어난 카론으로서는, 토지를 되찾는 일에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자르의 입장에서 보면, 제국의 타도를 에스텔드 바로니아가 대행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다.
맞물리지 않는 인식의 차이. 그걸 끝까지 파고들어도 아마 의미는 없을 거라 생각하여, 카론은 표적을 바꾸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지?"
보낸 시선의 끝은, 키메라도 코드홀더도, 사르탄의 인간도 아닌, 천장에 세워진 돌기둥이었다.
"글쎄."
기둥의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하인켄・그레이크로우였다.
검붉은 거적떼기를 짜맞춘 듯한 불길한 밤의 복장의 후드를 썼으며, 어두운 적발의 사이에서 회색 두 눈으로 카론을 노려보았다.
"스콜라님의 신병을 넘겨준다면, 우리들도 도와줄 수 있지만 말야."
"그런가. 그럼 네겐 기대하지 않기로 하지."
"........넘길 생각은 없음, 인가."
"난 내기에서 이긴 것 뿐이다."
"확보한 건 내가 먼저였다."
"그건 생떼라는 게 아닐까?"
서로 노려보는 카론과 하인켄.
용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국의 장군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면서, 카론은 내심으로 결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아 전쟁의 뒷처리로 남은 제일의 문제는, 사르탄의 이후도 리페리스의 처우도 아닌, 제국이 만들어 낸 비밀병기의 취급에 있었다.
카론은 용자라는 존재에 관심이 있는 것 뿐이고, '천름' 의 용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잘만 하면 이후에 싸우게 될 제국의 비장의 수를 확보해 두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미지수인 용자를 나라에 초대하여 내우외환을 초래할 불안함도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으면서도 나쁜 일이었다.
하인켄은 일관되게 스콜라・아이언베일의 신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혜를 베푸는 건 하인켄까지고 제국은 아니라고 여태까지의 대화에서 추측된다.
어느 쪽이 자신의 이득이 되는가. 불명확한 재료이니 불안정한 미래를 고른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불안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론은 정보라고 하는 안심을 원하고 있었지만.
"카론님."
험악한 분위기에 끼여든 것은 로이엔타레였다.
"뭔가."
"용자가, 눈을 떴습니다. 현재, 할드로기아님이 이쪽으로 데려오고 계십니다."
하인켄이, 하자르가, 이리셰나가, 라셰라가, 스콜라의 각성에 환희를 드러내었다.
경애하는 공주에 대한, 성가신 은인에 대한, 신뢰하는 친구에 대한, 소중한 두 번째의 누나에 대한.
하지만, 마물들은 하인켄의 등장보다도 경계를 강화했고, 제 1단은 정돈된 움직임으로 창을 정면에 내밀었다.
마를 토벌하는 새벽의 칼날. 용자에 의해 태어난 용자. 인조의 영걸.
할드로기아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보고가 없었다고해도, 카론에게 뭔가를 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방심은 불가하다.
회장에 모이는 모두의 시선이 대문으로 집중된다.
천천히 열려지는 문의 저편. 선도하는 키메라의 뒤에 선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진홍과 칠흑의 드레스를 입고, 내리깐 루비색 눈동자가 천천히 카론을 향했다.
선은 얇아도 숙성된 여자의 육감이었으며, 인간과 동떨어진 숙녀같은, 하지만 인간다운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 이목구비.
엄숙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카론은 처음으로 그녀의 이질적인 면을 이해했다.
뇌리에 스쳤던 '디자이너 베이비' 라는 단어가, 잘 들어맞는다.
그런 인상을, 청자색 머리카락을 사이드 테일로 묶은 '천름' 의 용자, 스콜라・아이언베일을 보며 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스텔드 바로니아 국왕폐하."
카론의 앞. 코드홀더보다도 한 걸음 앞에서 우아하게 드레스의 옷자락을 잡고 인사하는 스콜라는, 처음 보는 이국의 왕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이제야 만났습니다."
천천히 올린 얼굴에 떠오른 미소.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으며, 새하얀 볼을 붉게 물들이며 열기에 띈 소녀같은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첫 대면의 인간이다. 예전엔 어땠냐며 잡담할 일이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이것과 비슷한 일이 최근 있었던 느낌이 든다.
'.......아아, 그래. 미라였나, 그녀와 비슷한 분위기인가.'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이 자리에 한 명도 없다.
인간의 감정도 아니고, 마물의 감정도 아니다.
이것은, 용자만이 가지는 특별한 감정이니까.
스콜라는, 그 생각을 끌어안지 않고 말로 내놓았다.
"부디 저를 부려먹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숴주세요ㅡㅡ사로잡힌 공주님."
공간에서 꺼내든 십자가같은 양날의 창을 눈앞에 꺼내들고, 마치 기사의 수훈식을 하는 자세를 취하는 스콜라・아이언베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한 인간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밀물처럼 밀고 들어오는 두통이, 시야에 이상한 기호를 보여주었다.
'뭐야 이거.....'
이것은 스콜라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용자와 영웅이 이상한 건지.
아니면ㅡㅡ
개......유스.....킬 《사로잡힌 공주》 개시
용.......원하.........는특.........여한......
그것......에의....해, 축......아....., 소원........,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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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あおsfhぱwふぁsm4いw32
날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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