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추가 에피소드 그 후(2)
    2023년 12월 25일 17시 29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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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안네로제와 로베르토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은 파티가 아니라 서약서에 서명하는 날이다. 일반적으로는 파티가 더 중요하지만, 전이경의 이능력을 가진 안네로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안네로제는 다시 이클립스 공작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럼 여기에 사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집사가 그렇게 말하며 안네로제 앞에 놓인 탁자 위에 서약서를 올려놓았다.

      결혼 서약서에는 이미 로베르토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이제 안네로제가 서명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 맞은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은 검은 고양이였다.

     안네로제는 서약서를 훑어보며 집사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런데 로베르토 공작님께서는 자주 고양이가 되나요? 저기...... 결국, 약속을 잡을 수는 없는 건가요?"

    "아니요, 보통은 첫 번째 형태에서 두 번째, 세 번째 형태로 며칠에 한 번씩 바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곤하거나 수면부족할 때에도 고양이가 되는 것 같아서 ......"

    "......수면부족?"



     그렇다면 그날 로베르토가 고양이가 된 것은 혹시...... 안네로제가 고양이 로베르토를 보자, 그는 휙 시선을 돌렸다.



    (설마 나를 만나서 즐거웠던 탓에 잠을 못 잤다는 ......?)



     상상했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안네로제는 손부채로 뺨에 바람을 보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서약서를 훑어보았다.

     그렇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고양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서명하겠습니다."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확인하고 결혼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처음 10초, 20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1분 정도 지나자 몸이 살짝 뜨거워졌다. 곧바로 샬로가 준비한 손거울을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예전과 다르지 않은, 아니 이전보다 조금 더 예뻐진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역시 로베르토 공작님이시네요."



     로베르토의 마음이 깨끗하다는 증거라며 안네로제는 볼을 붉혔다. 하지만 로베르토의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저주가 효과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고양이의 모습이 연기에 휩싸이더니, 다음 순간, 고양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단ㅡㅡ고양이 귀와 꼬리가 남아있다.

     이를 집사에게 지적받은 로베르토는 당황하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 건 좋은데 ...... 왜 귀와 꼬리는 그대로인 거지?"

    "전이경의 효과가 아니라, 저주의 주기로 인해 변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안네로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 지금까지는 세 번째 형태가 끝나면 반드시 첫 번째 형태로 되돌아갔다. 아무래도 불완전하나마 저주에 대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군."

    "그럼 ...... 이제 고양이는 될 수 없다는 거네요?"

    "그래. 고맙다, 안네로제. 네 덕분이다."



     갑자기 포옹을 당한다. 당황한 안네로제가 '야옹'하고 소리를 질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로베르토의 저주는 불완전하게나마 풀리게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식.

     라인하르트에게 파혼당한 자작영애와 괴물 공작이 맺어진다고 하여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지만, 등장한 미남미녀의 모습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의 불명예스러운 소문은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로베르토 공작님, 고양이 귀와 꼬리가!"

    "ㅡㅡ뭐라고!?"



      결혼식 도중에 두 번째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 로베르토는 괴물 공작에서 고양이 귀 공작으로서 다시 한 번 화젯거리에 올랐다. 다만, 미남의 고양이 귀는 괜찮았던 모양인지 의외로 그를 험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결혼을 한 두 사람은 함께 걸어갔으며, 이윽고 이클립스 공작령을 크게 발전시키게 되었다. 안네로제와 로베르토 두 사람은 영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영주 부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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