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에필로그 괴물 공작의 정체
    2023년 12월 25일 16시 59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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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다음날 아침. 마차를 준비해 이클립스 공작 가문에서 떠나려는 안네로제 앞을, 하인을 데리고 온 집사가 가로막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제발, 마지막으로 나으리를 만나게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로베르토 공작님이 계신가요?"

    "예. 집무실에서 안네로제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안네로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저를 만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나 저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직접 찾아오면 되지 않겠어요?"



     말이 안 된다며 자리를 뜨려고 한다.

     그런 안네로제를 보자, 집사가 깊이 고개를 숙인다.



    "안네로제 님, 이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발, 제발 한 번만이라도 나으리를 만나주십시오."

    "그러니까..."



     안네로제는 숨을 죽였다. 집사에 이어 그 뒤에 서 있던 시녀도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본 다른 시녀와 하녀들이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하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제발 부탁합니다, 안네로제 님"

    "제발, 나으리를 만나게 주세요."

    "그분께서는 결코 안네로제 님을 경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례로 간청하기 시작한다. 정돈된 움직임이 아닌 것으로 미루어 보아, 명령에 의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안네로제는 어깨를 크게 늘어뜨렸다.



    "...... 알겠습니다. 당신들을 보아서 로베르토 공작님을 뵙도록 하지요."







     그렇게 안네로제는 로베르토가 기다리고 있다는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집사에게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바보 취급도 정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나으리께서는 그곳에 계십니다"라고 대답했다.



    "...... 저곳?"

    "저 의자 위에 계십니다."



     그 말을 듣고 집무실 책상 너머에 있는 의자를 들여다보았다.

     다음 순간, 의자 위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와 책상 위에 올라탔다.



    "야옹"

    "다, 당신, 어제의 그 고양이."

    "나으리십니다."

    "...... 네?"

    "그 고양이가 바로 로베르토 이클립스 공작이십니다"

    "그건 ......"



     바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집사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슨 말인가 하고 생각하자, 집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괴물 공작이라는 소문은 알고 계십니까?"

    "...... 네. 소문은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 소문의 원인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으리께서는 저주에 걸리셨습니다."

    "저주로 ...... 고양이가? 아니, 그 괴물의 정체가 고양이라는 말씀인가요?"



     소문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다며, 안네로제는 깜짝 놀랐다.



    "사실, 그 모습은 세 번째 형태입니다."

    "......네?"

    "두 번째 형태는 사람의 모습에 고양이의 털과 꼬리가 자랍니다. 그것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두 번째 형태와 세 번째 형태를 왔다 갔다 하며, 가끔씩 첫 번째 형태, 즉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그때 저를 만나려고 한 거라고요?"



     그 후 집사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안네로제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 지금까지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은 알았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다면 더더욱 제게 빨리 털어놓으셨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전이경의 효과로 저주를 없애고 싶으시다는 뜻이잖아요?"

    "뭡니까, 그 전이경이라는 것은?"

    "...... 어?"



     이렇게 되물을 줄 몰랐던 안네로제는 당황했다.



    "잠깐만요. 저주를 풀기 위해서 이스타리카 자작 가문이 물려받은 전이경의 이능력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저에게 청혼한 것이 아니었나요?"

    "아니요,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 나으리께서 구혼하신 것은........"



      ㅡㅡ다음 순간, 고양이가 연기에 휩싸이더니 다음 순간에는 성인 남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풀어헤쳐진 와이셔츠에 캐주얼 바지라는 흐트러진 모습에서 묘한 섹시함을 발산하고 있다.



    "무, 무슨 ......!"



     안네로제는 황급히 눈을 돌렸다.



    "나으리께서 고양이에서 인간으로 돌아갈 때는 고양이가 되기 직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십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보시다시피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는데 ...... 그것도 만나기를 주저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였다. 금방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해."



     그 말에, 안네로제는 로베르토에게 다가갔다.

     그 목소리에서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이봐?"

    "잠시만, 조용히 해 주세요!"



     로베르토에게 달라붙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금빛 머리의 미소년. 푸른 눈동자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어 보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안네로제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지만, 그 모습을 헷갈릴 리가 없었다.



    "당신은 ...... 그때의........"

    "...... 십 년 만이구나, 안네로제. 저주받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했다."



     틀림없다. 그가 바로 안네로제의 첫사랑의 그대였다.



    "정말, 당신인가요?"

    "그래. 잊힐까 봐 걱정했는데, 기억해 줘서 기뻐."

    "무, 무슨 소리를....... 앗, 어제의 그 고양이!"

    "이제야 알아차렸어?"

    "~~~~!"



     본인 앞에서 첫사랑이라고 털어놓은 것을 깨닫고 얼굴을 가린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팔을 빼앗겨 더 이상 얼굴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안네로제, 네게 약혼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네가 약혼을 파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혼 편지를 보냈지."

    "저를 기억하고 계셨어요?"

    "물론이지. 그날부터 지금까지 널 사랑하고 있다. 부디 나와 결혼해 줘."

    "...... 네. 당신과 함께라면 기꺼이."



     로베르토가 얼굴을 가까이한다. 그의 눈동자 속에 자신의 눈동자가 비치는 것을 보고, 안네로제는 부드럽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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