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한담) 나이트크로우의 비행 훈련2023년 12월 17일 21시 21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ㅡㅡ비올레타가 아직 여덟 살이었을 때,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의 일이다.
아버지는 왕도의 마구간에서 비올레타에게 나이트 레이븐의 새끼를 보여주었다.
"이 아이가 비오의 나이트 레이븐이야. 애정을 담아 키우거라."
"네 ......"
까맣고 통통한 몸통. 그 실루엣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비올레타를 삼킬 것 같은 큰 입은 무섭다고 생각했다.
비올레타는 아버지 뒤에 숨은 채 새끼에게 다가서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웃으며 비올레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비올레타도 레이븐스 가문의 아이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거다."
아버지는 밝게 말했지만, 비올레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날카로운 발톱과 날카로운 부리.
"이름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단다."
"이름 ......"
책임이 무겁다.
비올레타는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름을 짓기로 했다.
"ㅡㅡ쿠로! 자, 함께 연습해요."
열 살이 된 비올레타는, 흙벌레를 한 양동이 가득 먹여주면서 쿠로와 친해졌다.
그리고 비올레타는 오빠인 오스카와 함께, 조련사에게 부탁하여 나이트크로우를 타는 연습을 했다. 아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비밀이었다. 갑자기 타고 날아가서 깜짝 놀라게 하며,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으려는 계획이었다.
저택 뒤편에서 마구간에서 데리고 나온 쿠로와 나란히 섰다.
오스카와 조련사가 익숙한 동작으로 쿠로에 안장을 얹는다.
"잘 들어, 비오. 우리도 나이트크로우도 서로에게 목숨을 맡기는 거니까, 우선 서로를 신뢰하는 게 중요해."
"네! 전, 쿠로랑 아주~ 친해져서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 있게 될게요!"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야. 그러고 보니, 네 나이트크로우는 왜 이름이 '쿠로'야?"
"직감이에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새끼에게 이름을 붙여도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ㅡㅡ지금 생각해 보면, 전생의 지식인 '검정(黒)'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오빠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이 세상과 전생의 일본과의 언어는 다르다. 비올레타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둘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가끔은 같은 뜻과 발음을 가진 단어가 있어서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일본과 이 세계의 연결고리를 느끼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만나면 반갑다.
"그런 오빠의 나이트크로우의 이름은 뭐였죠?"
"블랙 썬더."
오스카는 아주 자랑스럽게 그 이름을 불렀다.
"...... 블랙썬더?"
"검은 번개다. 어때, 멋지지?"
"와~ 정말 멋져요."
비올레타는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하지만 왠지, 뭔가 아주 그리운 느낌이 들어)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전생의 지식일까?
오스카는 매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일단 타보는 연습을 해야겠어."
오스카는 즐겁게 웃고 있다. 조련사는 한 발짝 물러서서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비올레타를 바라보고 있다.
미리 배운 대로, 등자에 발을 걸고 안장에 올라타 본다.
몸을 끌어올리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안장에 앉았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 뭐야?"
"오빠? 뭔가 이상한가요?"
"왜 이렇게 쉽게 올라타? 왜 안 떨어져?"
어째선지 충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매우 억울해하고 있다.
아마도 오스카는, 익숙해지기까지 몇 번이나 떨어졌을 것이다.
비올레타는 쿠로의 등에 올라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기 나는 털결이 기분 좋다. 그리고 따스하다. 쿠로도 편안해 보인다.
"분명, 쿠로는 신사라는 뜻이겠지요."
"젠장 ...... 뭐, 됐어. 너를 다치게 하면 큰일 나니까."
중얼거리며 말하다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일정 변경. 오늘은 탄 채로 달리는 훈련이야."
"아직 비행은 안 하나요?"
물었더니,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비행은 아직 일러. 지금은 달리는 훈련부터 해야지."
오스카의 눈빛에는 엄격함과 동시에 비올레타를 걱정하는 부드러움이 함께 묻어났다.
"잘 들어, 비오. 하늘을 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나이트크로우도 그렇고, 게다가! 거기에 너를 태우면 더더욱 힘들어지는 거지."
"저는 작고 무겁지 않은걸요?"
"말해 봐. 넌 그렇게 생각하지만, 검은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무겁고 방해가 되는 이 녀석, 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그래, 검은색?"
쿠로는 짧게 울부짖었다. 그 진의는 비올레타로서는 아직 알 수 없다.
"ㅡㅡ그리고, 비오. 타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힘들다고."
오스카의 음흉한 웃음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무슨 음모라도 꾸미고 있는 건가요?"
"에이 설마. 여동생을 아끼는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점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비올레타는 오빠의 지도 아래 기승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올레타는 오스카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심호흡을 하며 안장에 단단히 앉았다.
오스카가 지시를 내리자 쿠로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비올레타는 그 움직임에 맞춰 몸을 흔들며 서서히 리듬을 잡았다. 쿠로의 발자국 소리가 저택 뒷마당에 울려 퍼졌다.
"그래, 비오. 긴장을 풀고, 크로우의 움직임을 느껴봐."
비올레타는 오스카의 조언을 명심하며, 쿠로의 등에 몸을 맡겼다.
점차 쿠로는 걸음걸이가 빨라지더니, 결국 작은 달리기로 바뀌었다. 바람이 비올레타의 보라색 머리카락을 흔든다.
(대단해, 빨라!)
신선한 감각에 마음이 들뜬다. 달리고 있는데도,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
이대로 한없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하늘 높이 날고 싶다. 세상 끝까지.
ㅡㅡ드디어 크로우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다리가 천천히 멈춘다.
숨을 헐떡이는 비올레타에게 오스카가 다가왔다.
"너, 재능이 있구나. 역시 레이븐스 가문의 일원이야."
"오빠, 고마워요."
"자, 오늘은 이제 끝났어. 천천히 내려와."
"네."
비올레타는 조심스럽게 안장에서 내려와서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앗, 다리가 ......"
다리에 힘이 없다.
오스카가 빙그레 웃었다.
"승마는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니까. 한동안은 근육통이 있을 거야. 훈장이라고 생각해."
그 함축적인 웃음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올레타는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겨우 서는 것에 그쳤다.
"자, 오늘은 특별히 방까지 업어줄게."
"오빠, 고마워요 ...... 저, 금방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체력도 키울게요."
"그래, 힘내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네."
쪼그려 앉은 오스카의 등에 기대어 그대로 업힌다.
비올레타는 등의 온기를 느끼며 가볍게 눈을 감았다.
분명 곧장 날 수 있게 되어, 부모님을 놀라게 하고서.
계속 모험을 하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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