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본래의 부부2023년 12월 17일 19시 19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 후 날씨도 좋아서 밀 수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올해는 대풍년으로 확정되었다.
모든 것이 안정될 무렵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비올레타는 기분 전환을 위해 에르네스트를 데리고 전망 좋은 근처 언덕으로 말을 타고 나갔다.
클로버의 녹색 융단이 펼쳐진 언덕을 천천히 올라간다.
언덕을 오르니, 추수가 끝나 황금빛으로 물든 대지와 초록빛 들판, 그리고 멀리 산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말에서 내린 비올레타는 에르네스트 옆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ㅡㅡ이 땅은 더 풍요로워질 거야.
그것은 꿈이 아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찾아올 현실이다.
비올레타는 그곳을 향해 계속 내달리고 싶다.
에르네스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 시선을 돌려보니, 그의 눈동자도 먼 곳을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에르네스트 님은 무엇을 보고 계세요?"
"...... 앞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년의 일. 앞으로 훨씬 더 먼 미래를......."
조금 망설이며 내뱉는 말에, 비올레타의 가슴이 뛰었다.
"그럼 우리 둘은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거네요."
같은 미래를 향해 서로를 지탱하며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이 마주쳐서 미소를 짓자, 에르네스트도 살짝 미소를 짓는다.
"ㅡㅡ예전에는 이 땅에서 냉랭함과 무력감만 느꼈었지. 하지만 지금은 반짝거려...... 네 덕분이다. 비올레타."
"저는 그저 조금 도움을 주었을 뿐이에요.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에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자, 에르네스트는 행복해 보이지만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시선이 멀리서 가까이로... 발밑에 펼쳐진 초록으로 향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한 클로버군."
"네, 씨앗을 많이 뿌렸거든요. 클로버는 정말 대단한 식물이에요. 토양을 풍요롭게 하고, 가축의 목초가 되고, 꿀벌의 꿀을 공급해 주기도 하죠."
초원에 쪼그려 앉아 풍성한 잎사귀를 들여다본다.
"뭐 하는 거지?"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어요. 찾으면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좀처럼 찾지 못하겠어요. 일단 점심을 먹을까요?"
초원에 나란히 앉아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그 안에는 보기에도 화려한 라이스버거 네 개가 들어있었다. 이번에는 비올레타가 직접 만든 것이다. 둘이서만 먹는다면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왕도의 가게의 맛과 다를 수도 있지만, 드세요."
"하지만 그 가게도 네가 관여한 가게겠지?"
비올레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먹을 때마다 너를 떠올렸다."
"혹시 ...... 기억하고 계세요?"
무엇을 기억하냐고는 묻지 않는다.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그때는 작위와 일을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사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식사와 수면만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
ㅡㅡ기억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리고 그때 비올레타의 말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레이븐스 백작이 결혼을 제의해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말도 안 되는 소문만 떠돌아서 ......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받아들였다."
먼 곳을 바라보며ㅡㅡ추수가 끝난 밀밭을 바라보며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 그때의 네가 비올레타였을 줄이야. 기분이 들뜬 동시에,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스스로 알아볼 수도 없었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결혼식을 올리고ㅡㅡ너에게, 끔찍한 말을 하고 말았다."
"에르네스트 님, 혹시 ...... 저를 별로 싫어하지는 않으시는 건가요?"
자만심일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르네스트의 시선이 비올레타에게로 향하고, 무언가를 든 손을 내밀었다.
비올레타가 손을 펼치자 그 위에 네 잎 클로버가 놓였다.
ㅡㅡ행복의 증표가.
"비올레타. 나는 너만을 사랑한다."
"...... 에르네스트 , 님 ......"
"이 감정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너는 자유다. 이혼도 언제든 응해주마."
떠올랐던 뜨거운 감정이, 금세 심연으로 떨어졌다.
솟구쳐 오른 것은 분노였다.
비올레타는 결심했다.
"ㅡㅡ그렇다면, 자유롭게 하겠어요."
비올레타는 에르네스트의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는, 작은 새가 부리를 맞대는 듯한 키스를 했다.
놀라서 숨을 죽이고 있는 에르네스트를 바라보며 비올레타는 말했다.
"에르네스트 님이 좋아요. 저는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비올레타 ......"
"귀족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당신과 진정한 부부가 되고 싶어요."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강하게 결합된 부부가 되고 싶다.
후계자를 위해서가 아닌, 서로 사랑해서 낳은 아이를 원한다.
"비올레타...... 정말 괜찮겠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나도 같은 마음이야."
뜨거운 말과 함께 손을 잡힌다.
비올레타는 에르네스트에게 몸을 맡기고, 끌려가는 대로 남편의 몸에 껴안겼다.
전혀 다른 사람인데도, 같은 감정으로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것이 기쁘고, 기적 같아서, 상대를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고 싶다.
"사랑해, 비올레타."
다시 겹쳐진 입술은 매우 뜨거웠다.728x90'연애(판타지) > 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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