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볼프스(2)
    2023년 12월 17일 18시 57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앗? 어떻게..."



     순간 경직된 펠릭스의 얼굴에 에르네스트의 주먹이 꽂혔다.

     펠릭스의 몸은 날아가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엄청난 소리가 났다.

     뼈 몇 개는 분명 아작 났을 것이다.



      에르네스트는 쓰러진 펠릭스의 목덜미를 잡고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지금 당장 여기서 죽여버리고 싶지만 ......."



     방구석으로 내동댕이친다.



    "그 피에 감사해라. 너는 왕도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귀족들 간의 다툼은 재판으로 해결하는 것이 관례다.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화근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서.



    "모든 사실과 네놈의 죄를 밝혀주마."



      에르네스트는 펠릭스의 죄를 공개하는 동시에, 비올레타에 대한 무분별한 소문과 악평을 없애고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올레타 ......"

    "에르네스트 님 ......"



      에르네스트는 꼼짝 못 하는 펠릭스에게서 등을 돌려 비올레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비올레타의 팔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 손길은 부드러워서, 비올레타의 눈가에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



    "험한 꼴을 당하게 해서 미안하다."

    "아뇨. 저도 부주의해서 ...... 와주셔서, 감사해요."



     에르네스트는 젖은 외투를 벗고, 그 안에 입고 있던 겉옷을 비올레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비올레타의 몸에서 추위와 떨림이 가라앉았다. 그 따스함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해져 왔다.



     그때, 방구석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펠릭스가 밖으로 도망치려 하는 것이다.



    "...... 멍청한 놈."



     에르네스트는 쫓아가지도 않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토해냈다.

     다음 순간, 밖에서 펠릭스의 비명 섞인 분노의 외침이 들려왔다. 거기에 사나운 짐승의 울음소리가 여럿 겹친다.



     창밖을 보니, 늑대와 개 떼가 도망치는 펠릭스의 몸에 달려들어 발톱과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다.



    (ㅡㅡ볼프스 ......)



     이 나라의 귀족들은 이능의 힘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그 힘의 대부분은 세월과 함께 사라졌고,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비밀에 부쳐져 있다.



     레이븐스 가문은 새들과 교감할 수 있다.

     볼프스 가문은 분명 개나 늑대와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ㅡㅡ늑대의 영토에서, 늑대의 분노를 사고 도망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나이트 레이븐의 울음소리가 밤을 찢어놓았다.



    (쿠로?)



     나이트크로우 쿠로는 사나운 눈빛을 빛내며 순식간에 펠릭스를 발톱으로 잡아 땅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높이 날아올라 밤하늘로 사라졌다.



    "너를 해쳐서 그 녀석도 단단히 화가 났나 보군"

    "쿠로......"



     쿠로가 사라진 밤하늘을 바라본다.

     비올레타의 위기를 감지하고, 스스로 오두막에서 나와 여기까지 날아왔을 것이다.



    "ㅡㅡ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네 ......"



     대답하는 순간, 가볍게 안아 올려졌다.



    "괜찮아요, 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바닥상태가 안 좋아."

    "저는 그런 곳에 익숙해요. 벼를 키우려면 진흙투성이 논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비올레타."



     진지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서 깜짝 놀랐다.



    "조금만 참아. 내가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에르네스트 님 ......"



     그렇게 말하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된다.

     비올레타는 마침내 체념을 하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르네스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껴안았다.



     어느새 주변에는 늑대와 개들이 에르네스트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중에는 저택에 있던 개들도 있었다.



    "...... 무섭지는 않고?"

    "무섭지 않아요. 착하고 똑똑하며, 귀여운 아이들이니까요."

    "그런가."



      에르네스트는 안심한 듯 말한다.

     그 목소리를 듣고, 비올레타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 파티를 망쳐서 저택의 모두에게 미안한 일을 했어요. 수확제 때는 성대하게 축하하도록 해요."

    "그래, 분명 여태까지 중 가장 활기찬 축제가 될 거다."

    "그때도, 함께 춤을 춰주세요."



     그 후, 비올레타 일행을 찾으러 온 사람들과 합류하여 저택으로 돌아와 하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돌아온 쿠로는 혼자서 오두막에 들어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이후 펠릭스가 훔쳐간 것으로 보이는 후작가의 하인복과 마차 등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펠릭스 본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이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728x90

    '연애(판타지) > 전생영애 비올레타의 농업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두 번째 겨울(1)  (0) 2023.12.17
    22 본래의 부부  (0) 2023.12.17
    21 볼프스(1)  (0) 2023.12.17
    20 그림자와 불꽃  (0) 2023.12.16
    19 조촐한 파티  (0) 2023.12.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