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9 조촐한 파티
    2023년 12월 16일 23시 06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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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부터. 에르네스트는 항상 비올레타의 곁을 지켰다.

     식사는 물론이고, 저택 안에서도, 비올레타가 외출할 때도 항상 곁에 붙어있었다.



     행동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었다.



    "에르네스트 님, 쿠로를 타고 시찰을 나가도 될까요?"

    "쿠로 ...... 너의 나이트크로우인가 ......"



     세바스찬으로부터 나이트크로우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그거 나도 탈 수 있을까?"

    "아니요, 불가능해요. 아주 큰 녀석이 아니면 체격이 좋은 남자는 탈 수 없어요. 동승도 불가능할 정도로 체중 제한이 매우 낮아요."



     그래서 비올레타도 체중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먹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운동으로. 그 점에서 농사일은 아주 좋은 운동이다. 쿠로를 타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된다.



    "......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마차를 이용해서 이동했으면 해."

    "알겠어요."



     수확 직전의 시찰은 에르네스트와 함께 마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쿠로를 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합의한 결과라서 불만은 없다.



    "저기, 에르네스트 님. 왕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세 번째 시찰을 마치고 마차로 돌아온 비올레타는, 옆자리에 앉은 에르네스트에게 물었다.

     지난번에는 결혼식 다음 날에 왕도로 돌아갔었다.



    "장기 휴가를 얻어 왔다. 적어도 봄까지는 여기서 지낼 생각이다."

    "다행이다. 정말 기뻐요."



     에르네스트가 함께 있으면 영민들이 기뻐한다. 표정으로 보아 행복해 보이고, 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진 것 같다.

     그리고 비올레타도 에르네스트와 함께 있으면 조금은 긴장되지만, 큰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서 오래 있어줘서 기쁘다.

     솔직하게 기뻐하자,  에르네스트는 웬일로 작게 시선을 돌렸다.



    "아, 맞다. 에르네스트 님, 늦었지만 흰 여우 털을 주셔서 고마워요. 너무 따뜻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군."

    "네,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추울 때는 매일 사용했거든요. 올해도 곧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정말 감사해요."



     뼈에 스며드는 추위로부터, 모피는 비올레타를 여러 번 보호해 주었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자 에르네스트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 표정은ㅡㅡ정말 부드러워서, 봄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얼음장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 왠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빨라지는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생각한다.



    (ㅡㅡ이건 안 될지도 모르겠어)



     자기들은 위장결혼인데.

     영지를 위해, 가문을 위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만 하는데.



    (이런 엉뚱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들키면, 실망하고, 믿어주지 않게 되어버려!)



     가슴이 아파오자,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비올레타는 얼굴을 돌리고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ㅡㅡ그건 그렇고, 너는 영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 그래요?"

    "그래.. 너를 보면 모두들 기뻐하지. 나로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그럴까요?  에르네스트 님도 매우 인망 있으신 것 같아요. 에르네스트 님이 계시면 다들 안심하는 표정을 짓던걸요."

    "...... 그랬어?"

    "네."



     비올레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르네스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옆모습을 보면서, 이걸 계기로 좀 더 자주 영지로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가슴속 감정은 반드시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찰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 질 녘이 되어 있었다.

     에르네스트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린 비올레타는, 집사 세바스찬의 마중을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나으리, 마님."



     세바스찬은 그렇게 말하며 비올레타 일행을 안마당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펼쳐진 것은 마치 꿈속 같은 광경이었다. 쏟아지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장식, 은은하게 흔들리는 랜턴의 불빛.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카펫 위에는 하인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안뜰 중앙에 놓인 긴 테이블에는, 별빛 아래 반짝이는 랜턴 불빛에 비친 형형색색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조금 지나긴 했지만 두 분의 결혼 1주년 기념과,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풍년을 축하하기 위해 하인들 모두가 조촐한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너무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광경에 비올레타는 말문이 막혔다.



    "부인을 위한 예산을 말씀하신 대로 하인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더니, 모두들 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다고 하여 일하다가 틈틈이 준비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모두의 영내 물품으로 준비했습니다."



     비올레타는 가슴이 벅차오른 상태로 하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정말 기쁘네요. 이 땅에 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비올레타가 눈물을 지으며 에르네스트를 올려다보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내가 없는 동안 이곳을 지켜줘서 고맙다. 모두의 힘이 있었기에 이 가문과 이 땅이 존재할 수 있었다. 너희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말에 하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당주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눈물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자, 오늘 밤을 즐기도록 해요!"



     비올레타의 목소리를 신호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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