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볼프스(1)
    2023년 12월 17일 18시 57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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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가 들린다.

     어둠 속에서, 벽과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ㅡㅡ은총의 비다.

     이제 불도 완전히 꺼졌으니, 다시 타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은총의 비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냄새도 발자국도 지워주는 ...... 하늘도 우리를 축복해주고 있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가늘게 눈을 뜨자 어두운 방 안, 창가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에르네스트가 경계했던, 비올레타의 소문을 퍼뜨린 남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약간 신경질적으로 글씨를 쓰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말투가 부드러운 귀족학교 시절의 친구.



     ㅡㅡ섀도우메어 자작가의 펠릭스.



     하지만, 그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다.

     차갑고 냉정하며, 바닥을 알 수 없는 분위기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상황을 확인했다. 누워 있는 곳은 차갑고 딱딱한 바닥 위. 팔이 뒤로 묶여 있어 몸을 일으킬 수 없다. 머리에는 둔탁한 통증이 느껴진다.



     장소는 영내에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집이나 창고일까.



    "펠릭스 님 ...... 불을 지른 게 당신인가요 ......?"



     묻자, 펠릭스는 대담하게 웃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를 여왕의 개에서 떼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ㅡㅡ에르네스트를 말하는 것일까?

     그런 일로 수확을 앞둔 밭에 불을 지른다니, 용서할 수 없어.



     비올레타는 분노에 떨면서, 필사적으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침착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왜 그런 소문을 퍼뜨린 거예요? 내가 마치 나쁜 여자라도 되는 것처럼."

    "멍청한 처제가 네 이름을 자칭하는 걸 듣고 생각했어. 네가 악평으로 인해 아무 데도 시집가지 못하면, 신분이 낮은 나도 구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이유에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런데도 이렇게 결혼해 버리다니 ...... 장인어른의 욕심에는 두 손 들었어."



     비올레타는 그의 억울한 목소리와 눈빛에 담긴 열정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또 소문을 퍼뜨렸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그 남자도 분노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잘 안 되었던 모양이네. 덕분에 너를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었어."



     펠릭스는 웃고 있지만, 비올레타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왜 비올레타의 가족을 처제라고 부르는 걸까. 장인이라고 부르는 걸까.



     비올레타에게 도착한 에르네스트가 왕도에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편지 역시, 펠릭스가 보낸 것일 터.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필체와 많이 닮았다. 신경질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정돈된 필체.



     다가오는 펠릭스에게서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몸을 비틀어 도망치려던 비올레타였지만, 펠릭스가 위쪽에서 바짝 들이댄다.

     펠릭스의 얼굴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비올레타 ...... 드디어 둘이서만 있을 수 있게 되었구나."



     ㅡㅡ제정신이 아니다.



    "펠릭스 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비올레타는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당신의 영지로 갈 건가요? 아니면 왕도로? 아니면 국외로?"

    "안타깝지만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어. 여기서 끝이야."

    "끝 ......?"



     비올레타는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도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맺어질 수단이 없으니, 이 납치 사건으로 도달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여기서 인연을 맺고, 여기서 끝을 맺자. 다음 세상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너를 찾아서 안아줄게."



     ㅡㅡ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혹시, 운명을 같이할 셈??)



     펠릭스의 손이 몸에 닿는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두려움에 꼼짝도 못 하고, 목소리 하나 내지 못한다.



     ㅡㅡ싫어. 싫어싫어싫어.



    "...... 건드리지 마......"



     목구멍에서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뱉는 순간, 뺨에 충격과 고통이 느껴진다.



    "나의 비올레타는 그런 말 안 해."



     차가운 칼 같은 목소리가 비올레타의 심장을 찌른다.

     소리를 질러야 해.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다.

     펠릭스는 웃고 있었다.



    "안심해도 돼. 그림자가 모든 것을 가려줄 거야. 아무도 우리를 방해할 수 없어 ......"



     ㅡㅡ섀도우메어 가문의 이능력일까



    (도와줘ㅡㅡ)



     그 순간, 방의 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비올레타!"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에르네스트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비를 뚫고 달려온 탓인지 코트는 비와 진흙에 젖어 있고, 머리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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