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똑바로 서서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말했다.
"저는 각오를 하고 당신과 결혼했답니다. 희생당한 기억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의 저는 과거의 일보다 내일의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영지의 모습.
황금빛 밀밭. 하얀 꽃이 피는 클로버 밭.
내년에 쓸 씨앗을 만들기 위해 재배 면적을 늘린 단순무와 감자.
"올해는 다행히 풍년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답니다. 이 땅은 더욱 풍요로워질 거예요."
비올레타에게는 보인다.
지금보다 더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 땅이.
웃는 사람들이.
비올레타는 그 미소를 실현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을 계속 꿈꿔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계속 꿈을 꾸고 싶다.
"저는 이 땅을 사랑해요. 그리고 우리들은 이 땅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 땅의 주인이자 남편인 에르네스트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싶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어요."
"...... 그걸로, 상관없나?"
"에르네스트 님. 이것은 저의 간절한 부탁이에요. 들어주시겠나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눈동자를 바라본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도록, 똑바로.
"ㅡㅡ그래. 너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에르네스트가 살짝 미소를 짓는 순간,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고양감이 가슴에 생겼다.
안도감과 동시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 감정은.
"ㅡㅡ저, 저기요, 왕도에서 새로 퍼졌다는 소문 말인데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화제를 되돌린다.
"저는 수수하고 평범하며, 사교계에도 잘 나가지 않는데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모두 즐거워할까요? 대체 누가 새로운 소문을 만들어 퍼뜨린 것일까요?"
이번엔 루시아가 아니다.
그 사건 이후 여동생은 계속 새장 속에 갇혀 있다. 귀족학교에 다니고야 있지만, 학교 안에서도 항상 감시를 받고 있다. 본인은 지루해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와 혼담이 성사되어 정식으로 시집을 갈 때까지는 그대로일 것이다.
"비올레타. 자신을 낮추려고 하지 마. 너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아름답고, 마음씨 좋은 여자니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ㅡㅡ심지어 가족에게도 그런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
아니, 에르네스트는 남편이니까 가족이지만.
--그래. 남편이다.
그것을 의식하니 얼굴이 점점 뜨거워진다.
"...... 소문의 출처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놓았다. 섀도우메어 자작가의 펠릭스다."
에르네스트는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딱딱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말했다.
(누구냐고 물으면, 어이없어할까)
귀족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사교계의 예의다.
사교계에 나가지 않은 폐해가 여기서 나오다니.
"게다가 이 남자는 옛날 일에도 연루되어 있는 것 같더군. 조사하는 동안 이름이 나왔다."
"............"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그는 지금 자취를 감추었다"
"실종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단숨에 긴장감이 감돈다.
걱정도 되고, 불안한 분위기도 있었다.
대체 비올레타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어쩌면, 너를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
"저를요? 설마."
내게 노릴 만한 가치 따위는 없다.
웃으며 부정하려다, 에르네스트의 진지한 표정에 얼굴이 굳는다.
"비올레타. 절대로 혼자 있지 말아야 한다."
"ㅡㅡ네."
불안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내가 너를 지켜주마."
"에르네스트 님이 직접이요?"
"아내를 지키는 것은 남편의 역할이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