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 남편의 귀향
    2023년 12월 16일 21시 54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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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못 이루는 날이 계속되더라도 아침은 오고, 농번기는 거침없이 지나간다.



     특히 수확기 직전인 지금은 수확을 위한 준비로 바쁘다. 그래도 한창 수확기보다는 아직 여유가 있다.



     비올레타는 쿠로에 타서 하늘에서 밀밭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황금빛 바다 같다.



     하지만 대지의 풍요로움을 바라보는 비올레타의 가슴속에는, 망설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제 언제 에르네스트 님이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아 ......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자신들은 쇼윈도 부부다.

     게다가 1년 동안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부부.

     어떤 얼굴로 만나면 좋을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농사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재미없는 이야기일 것 같아. 왕도의 이야기를 물어볼까? 아니요, 일 얘기는 굳이 묻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 익명의 편지 내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무거워진다.

     무심코 한숨을 내쉬려다가, 꾹 삼킨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빛 바다... 이 멋진 광경 앞에서 그늘진 표정을 지을 수는 없다.



     고개를 들었을 때, 파도 사이로 검은 점이 보였다. 마차의 모습이다.



    (에르네스트 님이 돌아오셨어)



     비올레타는 서둘러 저택으로 돌아갔다.

     쿠로를 마당에 내려놓고 물과 먹이를 준 뒤, 서둘러 하녀인 애니에게 옷을 갈아입혀달라고 부탁했다.



    "에르네스트 님이 곧 돌아오실 거예요. 애니, 옷 좀 갈아입혀줘요."

    "알겠습니다, 마님. 제대로 준비해드릴게요."

    "ㅡㅡ그렇게까지 제대로 안 해도 괜찮아요. 옷차림만 정돈해 준다면."

    "무슨 말씀이세요. 마님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메이드의 사명. 나으리를 깜짝 놀라게 해 드릴게요."



     애니는 서두르면서도 정성스럽게 비올레타에게 드레스를 입혔다. 비올레타가 시집올 때 가져온,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예쁜 드레스를 입혔다.

     그다음에는 머리를 묶고 액세서리를 장식했다.

     귀족의 아내의 모습을 갖추고,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맞췄는지, 에르네스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후한 문이 열린다.

     바깥의 빛이 들어오자, 마차에서 내려오는 에르네스트의 모습이 보였다.



     ㅡㅡ약 1년 만에 만난 남편과의 재회.

     신뢰감 따위는 없는, 남처럼 느껴지는 남편. ㅡㅡ게다가 불륜의 의혹도 있다.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까.



     긴장으로 긴장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인 그 순간........



    "비올레타!"



      에르네스트가 달려왔다. 항상 침착했던 그가, 마치 소년처럼.



     현관에 들어선 에르네스트는, 비올레타의 앞에 멈춰 서서 양손으로 비올레타의 어깨를 잡았다.



    "넌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냐!?"



     목소리는 고양되고, 눈빛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어떤 기적을 일으켜서 이 땅에 이렇게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한 거지?"



     에르네스트에게, 황금빛 밀밭은 그토록 충격적인 광경이었다고 한다.

     비올레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혼자만의 힘은 아니에요. 이 땅의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 주셨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보고에 따르면 네 힘이라던데........"



     비올레타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사용한 것은 마법이나 기적이 아니에요. 농법이죠."

    ""농법을? 그것만으로?"

    "그것만이 아니에요. 구체적으로는 비료부터 시작할까요. 먼저 해조류 비료로 땅의 힘을 보충하고, 클로버 비료로 땅의 힘을 키우면서 가축을 활용하는 거예요. 클로버는 정말 좋은 식물이랍니다. 소도 좋아하고, 그 퇴비도 아주 좋은 비료가 되어서..."



     비올레타는 갑자기 놀라서는 입을 틀어막았다.

     에르네스트의 고양된 목소리에 휩쓸려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씀드릴 테니, 지금은 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세요. 어서 오세요, 에르네스트 님."

    "......그래. 고마워, 비올레타."



      에르네스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도 너에게 할 말이 있어."









     그날 저녁은 부부가 함께 식탁에 앉았다.



     식당의 중후한 나무 테이블에는 얼룩 하나 없는 새하얀 식탁보가 깔려 있고, 광택이 나는 은색 식기와 크리스털 잔이 놓여 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들이 차례로 나온다. 이런 호화로운 식사는 결혼식 이후 처음이다.



     쌀이 들어간 수프는 진한 맛이 나고, 요리사 테오의 정성이 느껴져 가슴이 따뜻해진다.



     베리 소스를 사용한 고기 요리도 새콤한 소스와 고기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기가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시제품으로 만든 황금당으로 만든 샤베트도, 깊은 단맛과 상큼함이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식사를 즐기는 동안에도 식당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대화도 없이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식기 소리만이 침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에르네스트의 '이야기'에, 비올레타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조용한 거실로 이동했다.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짙은 붉은색 소파에 앉아 비올레타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이야기란 무엇인가요?"



     에르네스트는 서서 한참 동안 조용히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비올레타의 심장은 긴장감으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네스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왕도에서 당신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영지에서 여러 여인을 거느리고 있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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