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 불온한 편지(2)
    2023년 12월 16일 20시 48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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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하러 돌아오는 걸까. 1년 가까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 그래도 저 풍경을 보면 분명 놀랄 것 같아)



     다음 달이면 밀의 수확이 다가온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풍작의 밀밭을 보면 그도 놀랄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리고 마님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알았어요. 방에 가져다줘요."

    "그리고....... 부인을 위한 예산이 전혀 소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비올레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대로는 나으리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 드레스와 보석도 구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다. 설마 사치를 부리라고 할 줄이야.



    "글쎄요. 그럼 하인들에게 특별 보너스로 나눠줘요. 단, 사용처에 조건을 붙이죠. 반드시 겨울까지 다 쓸 것, 그리고 영지 내의 상점에서 사용할 것. 경제를 살려야죠."

    "부인......그건 다들 기뻐하겠지만 ......"

    "저는 괜찮아요. 여기 오기 전에 드레스를 많이 만들어 놓았으니.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밤. 비로소 오늘 할 일을 마친 비올레타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편지를 확인했다.



     먼저 옅은 분홍빛이 도는 봉투와 편지.

     왕도의 레이첼이 보낸 햅쌀의 감사와, 쌀을 다시 보내달라는 내용이 귀여운 글자와 그림으로 적혀 있었다.



    (올해도 기뻐해줘서 다행이야)



     매그놀리아 상회로부터 다시 한번 상담을 하고 싶다는 편지. 최고급 종이에 유창하고 아름다운 글씨로 쓰여 있다.

     새로운 상품이 있다면 꼭 매그놀리아로 오라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다.



    (...... 황금당, 어디선가 들은 것일까. 그렇다면 역시 눈치가 좋네)



     황금당의 보급에는 상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오랜 인연으로 신뢰를 쌓아온 매그놀리아 상회도 힘을 보태주게 될 것이다. 답장 편지는 천천히 생각해서 쓰기로 하자.



     마지막 편지를 손에 든 비올레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발신자 이름이 적혀 있지 않네 ......."



     의심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봉투를 연다.

     새하얀 종이에 꼼꼼한 글씨로 쓰인 한 문장. 그것을 읽은 비올레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바람?"



     ㅡㅡ에르네스트 볼프스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 결혼 전의 연인과 지금도 계속 만나고 있다.



     편지에는 그 정도만 적혀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행실 나쁜 여자를 싫어한다고 하면서, 바람?"



     마음속에 의구심과 분노가 소용돌이쳐서, 손이 떨린다.



    (아뇨, 뭐, 괜찮지만. 에르네스트 님도 후계자를 만들어야 하고 ......)



     ㅡㅡ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왠지, 정말 무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와의 결혼은 계속 유지하고, 애인과의 아이를 만들어서 애인을 둘째 부인으로 맞이하실 생각인가?)



     그게 가장 순리적으로 정리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난다. 지금 당장 왕도에 들어가서 진위 여부를 묻고 싶을 정도다.



    (아니, 단정 짓기는 일러. 이런 익명의 편지 한 통으로 진실을 알 수 있을 리가)



     비올레타는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애초에 누가, 무엇을 위해 이 편지를 비올레타에게 보낸 것일까.



     에르네스트의 불륜 상대가 선전포고를 한 것일까?

     오지랖 넓은 제삼자가 일부러 알려준 것일까?



    (어느 쪽이든, 기분이 나빠. 불태워버리고 싶지만, 뭔가 증거가 될지도 모르니 ......)



     태우는 것은 중단하고 보관하기로 한다.



     이런 편지, 잊어버리고 싶지만.



     하지만 만약 정말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렴결백한 그 사람이다. 그런 그가 결혼했음에도 헤어지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일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런 여자가 있다면 조만간 정식으로 이혼하고 싶다고 할지도 모른다.



    (-- 그건 곤란해)



     두 번째 부인을 갖는 것은 좋다.

     애인을 갖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혼은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비올레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하네. 먼저 이혼의 말을 꺼낸 사람은 나였는데...)



     하지만 사륜작도, 황금당 프로젝트도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

     내쫓길 수는 없다.



    (나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고, 이 땅을 풍요롭게 하고 싶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싶고, 먹여주고 싶고, 황금당도 성공해야만 해)



     비올레타는 심호흡을 하고 창밖의 달빛 아래 흔들리는 밀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을 거야."



     바람의 진위 여부보다, 이혼을 통보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랑받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유용성은 인정받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비올레타를 인정하게 할 수 있을까--.



     그녀는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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