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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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2일 19시 52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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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엘리나는, 곧바로 지크프리트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로 한다.

     하지만 기사단에 근무하기 때문에 쉽게 모일 수는 없었다.

     기사단은 24시간 교대 근무제이기 때문에, 갑자기 소집해도 근무표를 확인해야만 한다.

     애초에 모두가 쉬는 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나는 친구들에게 무리해서라도 유급휴가를 내도록 했다.



     ◇◇◇◇



     레오루드는 플뤼겔 공작에게 편지를 보낸 다음 날, 영주의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루고 있던 일이 밀려서라기보다는, 플뤼겔 공작을 만나기 전에 일을 끝내고 실비아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비아가 레오루드와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레오루드 님. 다음에는 이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세요."

    "그래."

    "제대로 읽어보셨나요?"

    "...... 일단은."



     거짓말이다.

     레오루드는 실비아가 정리한 서류라면 흠잡을 데가 없을 거라며 거의 살펴보지 않는다.

     당연히 실비아에게 거짓말은 들통이 났고, 가볍게 주의를 받았다.



    "레오루드 님. 저를 믿어주시는 것은 기쁘지만, 서류에 흠결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주세요."

    "그, 그래......"



     실비아의 말은 지당하다.

     그녀의 업무 능력은 신뢰할 만하지만, 절대 실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실비아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역시 사람인지라 언젠가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일 수도 있고, 내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사이자 영주인 레오루드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으으~"

    "징징거려도 안 돼요. 레오루드 님. 아직 보셔야 할 서류가 이만큼이나 남아있다고요?"



     레오루드의 작업 책상에 서류가 금세 산더미처럼 쌓인다.

     실비아가 일을 다 마쳤다는 듯이 땀을 닦고 있다.



    "...... 이렇게나 많이?"

    "이 정도야 뭘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레오루드는 맨 위부터 꺼내어 확인했다.

     서류에 적혀 있는 것은 세수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적혀 있다.

     레오루드는 서류의 가장자리부터 끝까지 훑어보며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지 확인한 후 도장을 찍었다.



    "레오루드 님. 아직 한 장만 했잖아요."



     실비아가 두 번째 서류를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은 레오루드는 씁쓸한 미소를 짓지만, 실비아는 결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자, 레오루드 님. 열심히 일하도록 하죠."

    "......예."



     작게 대답한 레오루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를 하나하나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본 후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한 후 도장을 찍어나갔다.

     도장을 찍는 레오루드의 얼굴은 가면 같은 무표정이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나고, 하얗게 불타버린 레오루드는 작업대 위에 앉은 채 쓰러져 있었다.

     급한 안건이 마무리되어서, 한동안은 천천히 쉬어도 괜찮을 정도까지 정리된 것이다.

     이에 문관들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휴일을 만끽할 수 있겠다며, 문관들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수고하셨어요. 레오루드 님"

    "아~...... 수고했어."



     좀비처럼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머리만 움직여 실비아에게 얼굴을 돌리는 레오루드 .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이사벨은 레오루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코웃음을 친다.



    "훗....... ...... 마치 좀비 같네요."

    "반박할 힘도 없어 ......"

    "이사벨. 레오루드 님은 좀비 같은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귀엽지 않나요?"

    "실비아 님. 한번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지금의 레오루드에게 귀여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좀비처럼 안색이 좋지 않고 생기를 잃은 모습이다.

     이를 보고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는 아주 건강하답니다."

    "이 죽어가는 레오루드 님을 보고 귀엽다고 말하는 것은 병에 걸렸다는 뜻이"

    "귀엽지 않나요? 내가 조금만 누르면 찌부러질 것 같은 모습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



     쓰러지기 직전의 개구리처럼 보이는 레오루드를 한 번 쳐다보는 이사벨.

     실비아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귀엽다기보다는 초라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렇죠?"

    "주종이 사이좋게 미친 거냐?"



     눈앞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험악한 대화에,  레오루드는 움직일 수 없는 몸에 채찍을 휘두르며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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